5월 3일 월요일 

Every man is the architect of his own fortune.

모든 사람은 자신의 행운의 건축자이다.  <아피우스 클라디우스>   

산촌의 봄날

왕백(王伯) 

村家昨夜雨濛濛(촌가작야우몽몽) ; 시골집 농가에 어제 밤 가랑비 내려

竹外桃花忽放紅(죽외도화홀방홍) ; 대나무 울 밖으로 복숭아꽃 붉게 피었소

醉裏不知雙鬢雪(취이부지쌍빈설) ; 취하여 산 삶 귀밑머리 백설 된 줄도 모르고

折簪繁萼立東風(절잠번악립동풍) ; 꽃밭에서 비녀 뽑으며 따뜻한 봄바람을 맞는다오

 * 미소는

미소는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많은 것을 이루어낸다.

미소는 받는 마음을 풍족하게 하지만

주는 사람의 마음을 가난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미소는 순간적으로 일어나지만

미소에 대한 기억은 영원히 지속된다.

미소는 가정의 행복을 시작하고

사업에서는 호의를 베풀게 하고

우정의 표시로 나타나기도 하고

미소는 지친이에게는 태양이며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묘약이다.

그러나 미소는 살 수도 없고, 구걸할 수도 없고

빌리거나 훔칠 수도 없다.

미소는 누군가에게 주기 전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30초 웃음학, 용혜원 지음, 민예원, 2002>

5월 4일 화요일 

When angry, count ten before you speak.

화가 나면 말하기 전에 열을 세어라. <제퍼슨의 ‘작품집’에서>   

한양 시골 농막에서

한종유(韓宗愈) 

十里平湖細雨過(십리평호세우과) ; 십리 잔잔한 호수에 보슬비 내리고

一聲長笛隔蘆花(일성장적격노화) ; 갈꽃 사이로 멀리 피리소리 들려오네

直將金鼎調羹手(직장금정조갱수) ; 솥걸어 놓고 국 끊일 준비 하여라

聞把漁竿下晩沙(문파어간하만사) ; 낚싯대 들고 백사장(白沙場)으로 고기잡이 갔단다

 * 셰익스피어(1564~1616)

- 그의 연극을 본 시민들은 감동하고 찬사를 보내었다.

- 그러나 몇몇 유명작가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수준 낮은 삼류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한 정치가는 공연을 본 후 이런 말을 남겼다.

 “저질적이고 웃음만 나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본 것은 내 일생의 실수였다.”

 어떤 비평가는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그의 작품보다 개 짖는 소리가 더 많은 감정을 전달해 준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이와 같이 생존 당시에는 물론이고, 그가 죽은 지 150년이 지난 후에도 프랑스의 대표적 계몽사상가인 볼테르에게 비판을 받는다.

 “차라리 시골뜨기 막노동자가, 햄릿의 독백보다 훨씬 세련된 말을 쓸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평가 속에 영국은 셰익스피어의 삼대 비극 중 <리어왕>의 공연을 1880년대에 약 30년 동안 공연 금지시켰다.

<세계 역사를 뒤흔든 인물, 조재선 지음, 지원 북클럽, 2003>

5월 5일 수요일 

    모든 어린이가 평등한 재능, 평등한 능력, 평등한 동기를 가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그들의 재능, 능력 및 동기를 발전시킬 수 있는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만 한다. (＊1963.6.11. 라디오 放送에서) 《J. F. 케네디》   

한가히 살며

                         길재(吉再)

臨溪茅屋獨閑居(임계모옥독한거) ; 개울가에 초가 지어 혼자 살면서

月白風淸興有餘(월백풍청흥유여) ; 바람 맑고 달 밝으니 기분 상쾌하여라

外客不來山鳥語(외객불래산조어) ; 찾는 이 없어도 산새들 지저귀네

移床竹塢臥看書(이상죽오와간서) ; 나는 대나무 언덕에 상을 옮겨 책을 읽는다

* <어린이 찬미(讚美)>

방정환(方定煥 1899∼1931)

1

 어린이가 잠을 잔다. 내 무릎 앞에 편안히 누워서 낮잠을 자고 있다. 볕 좋은 첫여름 조용한 오후다.

 고요하다는 고요한 것을 모두 모아서 그 중 고요한 것만을 골라 가진 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 평화라는 평화 중에 그 중 훌륭한 평화만을 골라 가진 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 아니 그래도 나는 이 고요한, 자는 얼굴을 잘 말하지 못하였다. 이 세상의 고요하다는 고요한 것은 모두 이 얼굴에서 우러나는 것 같고, 이 세상의 평화라는 평화는 모두 이 얼굴에서 우러나는 듯싶게 어린 이의 잠자는 얼굴을 고요하고 평화스럽다.

 고운 나비의 날개, 비단 같은 꽃잎, 아니 아니, 이 세상에 곱고 보드랍다는 아무 것으로도 형용할 수가 없어 보드랍고 고운, 이 자는 얼굴을 들여다보라. 그 서늘한 두 눈을 가볍게 감고, 이렇게 귀를 기울여야 들릴 만치 가늘게 코를 골면서 편안히 잠자는 이 좋은 얼굴을 들여다보라. 우리가 종래에 생각해 오던 하느님의 얼굴을 여기서 발견하게 된다.

 어느 구석에 먼지만큼이나 더러운 티가 있느냐? 어느 곳에 우리가 싫어할 한 가지 반 가지나 있느냐? 죄 많은 세상에 나서 죄를 모르고, 부처보다도 예수보다도 하늘 뜻 그대로의 산 하느님이 아니고 무엇이랴!

 아무 꾀도 갖지 않는다. 아무 획책(劃策)도 모른다. 배 고프면 먹을 것을 찾고, 먹어서 배 부르면 웃고 즐긴다. 싫으면 찡그리고, 아프면 울고, 거기에 무슨 꾸밈이 있느냐? 시퍼런 칼을 들고 협박하여도, 맞아서 아프기까지는 벙글벙글 웃으며 대하는 것이다. 이 넓은 세상에 오직 아이가 있을 뿐이다.

 오오! 어린이는 지금 내 무릎 위에서 잠을 잔다. 더할 수 없는 참됨과 더할 수 없는 착함과 더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갖추고, 그 위에 또 위대한 창조의 힘까지 갖추어 가진, 어린 하느님이 편안하게도 고요한 잠을 잔다. 옆에서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생각이 다른 번추(煩醜, 괴로워할 번)한 곳에 미칠 틈을 주지 않고 고결하게 순화시켜 준다. 사랑스럽고 부드러운 위엄을 가지고 곱게 순화시켜 준다.

나는 지금 성당에 들어간 이상의 경건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사랑스러운 하느님의 자는 얼굴에 예배하고 있다.

2

 어린이는 복되다!

 이 때까지 모든 사람들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복을 준다고 믿어 왔다. 그 복을 가져온 이가 어린이다. 그래, 그 한없이 많이 가지고 온 복을 우리에게도 나누어 준다. 어린이는 순 복덩어리다.

 마른 잔디에 새 풀이 나고, 나뭇가지에 새 움이 돋는다고, 제일 먼저 기뻐 날뛰는 이도 어린이다. 봄이 왔다고 종달새와 함께 노래하는 이도 어린이고, 꽃이 피었다고 나비와 함께 춤을 추는 이도 어린이다. 별을 보고 좋아하고, 달을 보고 노래하는 이도 어린이요, 눈 온다고 기뻐 날뛰는 이도 어린이다.

 산을 좋아하고 바다를 사랑하고, 큰 자연의 모든 것을 골고루 좋아하고, 진정으로 친애하는 이가 어린이요, 태양과 함께 춤추며 사는 이가 어린이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기쁨이요, 모든 것이 사랑이요, 또 모든 것이 친한 동무다. 자비와 평등과 박애와 환희와 행복과 이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만 한없이 많이 가지고 사는 이가 어린이다. 어린이의 살림, 그것 그대로가 하늘의 뜻이다. 우리에게 주는 하늘의 계시(啓示)다.

5월 6일 목요일 

Advice is something the wise don't need and fools won't take.

충고란 지혜로운 사람에게는 필요 없는 것이며 어리석은 자는 결코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금나라에 사신으로 와서

                                             진화(陳澕)

西華已蕭索(서화이소색) ; 서쪽 중국은 이미 쓸쓸하고

北塞尙昏濛(북색상혼몽) ; 북쪽 변방은 아직 몽매하구나

坐待文明旦(좌대문명단) ; 문명의 아침을 기다리자니

天東日欲紅(천동일욕홍) ; 동녘 하늘에서 해 붉어지려 하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 사랑 - 신약 고린도전서 13장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사랑은 언제까지든지 떨어지지 아니하나

       예언도 폐하고, 방언도 그치고, 지식도 폐하리라.



* Love - 1 Corinthians 13

       Love is patient and kind;

       love is not jealous or boastful;

       it is not arrogant or rude.


       Love does not insist on its own way;

       it is not irritable or resentful;

       it does not rejoice at wrong,

       but rejoices in the right.

       Love bears all things,

       believes all things,

       hopes all things,

       Love never ends;

       as for prophecy, it will pass away;

       as for tongues, they will cease;

       as for knowledge, it will pass away.


   　

* 나노의 반란?           2003년 4월 28일 월요일 동아일보

 물질이 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수준으로 작아지면 거시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물리화학적 성질을 나타낸다. 그런데 물질이 나노 크기의 입자가 되면 독성이 강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나노기술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달 23~27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화학회에서 과학자들은 탄소나노튜브가 동물에 대해 독성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미국항공우주국 존슨우주센터와 텍사스대 연구팀은 0.1~0.5mg의 탄소나노튜브를 용액 형태로 쥐의 폐 조직에 주입하고 90일 동안 관찰한 결과 높은 독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나노튜브는 시간이 흐를수록 폐 속에서 서로 뭉쳤고, 폐조직을 손상시텼다.

 듀폰사 연구팀도 비슷한 실험을 한 결과 폐에서 나노튜브가 응집하면서 기관지 튜브를 막아서 쥐가 질식사했다. 두 팀은 폐에 용액으로 탄소나노튜브를 주입했지 공기로 들이마시는 실험을 한 것은 아니어서 정말 독성이 심각하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미국 로체스터대 의대 귄터 오베르되스터 교수는 입자가 작을수록 흡입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는 폴리테트라풀루오로에틸렌(PTFF)[임; E]이란 물질로 만든 지름 20nm의 나노입자를 쥐에게 15분 동안 호흡하게 한 결과 대부분 4시간 이내에 죽었다. 반면 130nm 크기로 입자를 만들어 흡입시켰을 때에는 쥐가 죽지 않았다.

 물질이 작을수록 더 위험한 공해물질이 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예를 들어 굵은 흙먼지보다 엔진에서 나오는 미세한 먼지가 위협적이다. 백남원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은 “굵은 먼지는 기도나 코의 점막에서 걸러져 배출되지만 미세먼지는 폐포 깊숙이 들어가 박혀버리기 때문에 훨씬 해롭다”고 말했다. 고온 연소시 생성되는 미세먼지는 산업혁명 이전에는 없었던 공해물질이다.

[임성삼; 폐포(허파꽈리)의 직경은 0.1 - 0.2 마이크로미터로 2.5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크기인 미세먼지나 1~0.5 마이크로미터인 박테리아보다 작다. 한 사람의 폐 속의 허파꽈리의 숫자는 3억 개로 전체 표면적은 70~100 평방미터이다.]

 석영도 덩어리일 때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석영을 캐는 광원, 수정을 연마하는 작업자는 숨을 쉬면서 수정입자를 들이마시게 돼 폐 조직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이런 병을 규폐증이라고 한다.

 영국 리버풀대의 독성학자인 비비언 하워드 교수는 “나노입자는 물질 자체의 독성보다 크기가 작아질수록 표면적이 상대적으로 넓어지면서 생체조직에 대한 반응성이 증가해 독성이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게다가 나노입자는 폐뿐 아니라 소화기관, 피부를 통해 세포와 중추신경계에까지 침투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신중한 검토 없이 벌써 선크림이나 화장품의 원료로 나노입자가 쓰이고 있다는 것.

 미국 라이스대 나노기술환경생물센터 비키 콜빈 소장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무기물질은 너무 커서 세포나 조직에 침투하지 못하지만 인공의 나노 입자는 어디든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9일 미 하원 과학위원회가 나노기술관련법을 마련하기 위해 소집한 회의에 출석해 “나노입자가 더 퍼지기 전에 안전성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최선책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나노기술 연구에 7억달러를 투자하지만 나노입자의 환경영향평가에는 50만달러만 쓰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만 갖고 나노입자를 규제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캐나다의 민간단체인 ETC그룹은 안전성이 입증될 때까지 전세계적으로 나노입자의 생산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단체에 따르면 듀폰, 바스프, 로레알 등 140개 기업이 나노입자를 생산해 내고 있으며, 주기율표의 원소 가운데 44개가 나노입자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해 정부가 2496억원[임성삼; 미국 투자액의 1/4이니, 상당한 액수라고 생각합니다]을 나노기술 개발에 투입하고 있지만 나노기술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연구가 전무한 상태다. 지난해 말 공포된 나노기술개발촉진법은 나노기술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하도록 하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에 하려던 평가를 미뤄 놓은 상태다.

[임성삼;   참고

머리카락  50㎛

황사        10㎛

적혈구 세포 8㎛

미세먼지(매연)  2.5㎛

대장균    1㎛

70nm(0.07㎛) 폐포에 침투

50nm  세포에 침투

30nm  중추신경에 침투

2nm   탄소나노튜브의 직경

0.2nm  원자 ]

5월 7일 금요일 

He that is slow to anger is better than the mighty; and he that ruleth his spirit than he that taketh a city.

노하기를 더디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 <성경, 구약, 잠언 16:32)  

우물 속의 달

                            이규보(李奎報;1168-1241)

山僧貪月色(산승탐월색) : 산속 스님이 달빛을 탐하여

竝汲一甁中(병급일병중) : 물과 함께 병속에 길어 담았네

到寺方應覺(도사방응각) : 절에 돌아와서야 알았네

甁傾月亦空(병경월역공) : 병을 기울이면 병속의 달도 없어지는 것을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하정소화(夏情小話)

                                                                  윤오영

내가 봄을 사랑함은 꽃을 사랑하는 까닭이요,

겨울을 사랑함은 눈을 사랑하는 까닭이요,

가을을 사랑함은 맑은 바람을 사랑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봄을 사랑하고 꽃을 사랑함은 기실 추운 겨울을 벗어난 기쁨이요,

맑은 바람을 사랑하고 가을을 사랑함은 뜨거운 여름에서 벗어난 기쁨이다.

만일 겨울의 추움과 여름의 뜨거움이 없었다면

봄과 가을이 그처럼 반갑지 못했을 것이다.

(이하 생략)

5월 10일 월요일 

Two black do not make a white.

검은 것에 검은 것을 더한다고 흰 것이 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위법하는데, 나도 그렇게 하면 어떠냐고 할 때 적당한 말.)  

저무는 봄에 [모춘(暮春)]

                                                               홍적(洪迪) 

草深窮巷客來稀(초심궁항객내희) : 풀 우거진 외진 거리 사람들 드물고

鳥啼聲中午枕依(조제성중오침의) : 새소리는 들려오고, 베개 베고 누웠노라

茶罷小窓無個事(차용파창무개사) : 차를 마시고 창가에 앉으니, 너무 한가롭고

落花高下不齊飛(낙화고하부제비) : 높은 곳에서, 지는 꽃잎 어지러이 날아 떨어지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 뽕나무밭과 보리밭은 위아래에서 서로 아름다움을 다투고, 

장끼는 따스한 봄볕 속에 짝을 부르고, 

비둘기는 아침 보슬비 속에 노래한다. 

전원에 묻혀 사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참다운 경지란 이 밖에 더 무엇이 있겠는가.  

 때로는 스님과 함께 솔밭 바위에 앉아 인과(因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공안(公案)에 대해 설왕설래하다 보면 어느덧 시간은 흘러 소나무 가지 끝에 달이 걸린다. 

이윽고 길에 비친 나무 그림자를 밟으며 집으로 돌아온다.

<숨어 사는 선비의 즐거움, 상촌(象村) 신흠 1566~1628(명종 21~인조 6)> 

* 기원전 355년 (현왕 14년) 제나라 위왕과 위나라 혜왕이 교외에서 사냥을 하였다.  

  혜왕이 “제나라에도 보물이 있습니까”하니, 위왕이 대답하였다. 

“없습니다.”

 혜왕이 말하기를  

  “과인의 나라가 비록 작으나 그래도 수레 12대의 전후를 각기 비출 수 있는 직경 1촌(寸) 되는 구슬이 10개가 있는데 어찌 대국인 제나라에 보물이 없겠습니까”하니, 위왕이 말하기를

 “과인이 보배로 삼는 것은 왕과 다릅니다.

 내 신하 가운데 '단자'라는 사람이 있어 이로 하여금 남성 지역을 지키게 하면 초나라 사람이 감히 노략질을 하지 못하고, 사수[임성삼; 강 이름] 부근의 열 두 제후가 모두 와서 조회합니다.

 내 신하 가운데 '반자'라는 사람이 있어 그를 시켜 고당 지역을 지키게 하면 조나라 사람이 감히 동쪽으로 황하의 고기를 잡지 못합니다.

 또 '검부'란 자가 있는데 그를 시켜 서주 지역을 지키게 하면 연나라 사람들은 북문에서 제사를 지내고 조나라 사람들은 두려워하여 서문에서 제사를 지내고, 이사하여 따라온 자가 70여 집이나 됩니다.

 내 신하 가운데 '종수'란 자가 있는데 그를 시켜 도적을 방비하게 하면 길에 떨어진 물건도 줍지 않습니다.

 이 네 신하는 천리를 비춥니다. 어찌 다만 12승뿐이겠습니까.”하니 혜왕은 부끄러운 기색이 있었다.

<통감절요, 강지, 조수익 석해, 홍신신서, 1996> 

[임성삼; 우리나라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이 만나서는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모르겠습니다.]

5월 11일 화요일 

New brooms sweep clean.

신참은 일을 잘한다.   

산사에서

                    이달(李達) 

寺在白雲中(사재백운중) : 절은 흰 구름 속에 있는데

白雲僧不掃(백운승불소) : 흰 구름을 스님은 쓸지 않네

客來門始開(객내문시개) : 손님이 와서야 문이 비로소 열리니

萬壑松花老(만학송화노) : 온 골짜기에 소나무 꽃가루 가득하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달

                                                                                                       윤오영

내가 잠시 낙향해서 있었을 때 일.

어느 날 밤이었다. 달이 몹시 밝았다. 서울서 이사 온 윗마을 김군을 찾아갔다. 대문은 깊이 잠겨 있고 주위는 고요했다. 나는 밖에서 혼자 머뭇거리다가 대문을 흔들지 않고 그대로 돌아섰다.

맞은편 집 사랑 뒷마루엔 웬 노인이 한 분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달을 보고 있었다. 나는 걸음을 그리로 옮겼다. 그는 내가 가까이 가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아니했다.

“좀 쉬어가겠습니다” 하며 걸터앉았다. 그는 이웃 사람이 아닌 것을 알자,

“아랫마을서 오셨소?” 하고 물었다.

“네. 달이 하도 밝기에......”

“음! 참 밝소.” 허연 수염을 쓰다듬었다. 두 사람은 각각 말이 없었다. 푸른 하늘은 먼 마을에 덮여 있고, 뜰은 달빛에 젖어 있었다.

노인은 방으로 들어가더니 안으로 통한 문소리가 나고 얼마 후에 다시 문소리가 들리더니, 노인은 방에서 상을 들고 나왔다. 소반에는 무청김치 한 그릇, 막걸리 두 사발이 놓여 있었다.

“마침 잘됐소. 농주 두 사발이 남았더니......” 하고 권하며, 스스로 한 사발을 쭉 들이켰다. 나는 그런 큰 사발의 술을 먹어본 적은 일찍이 없었지만 그 노인이 마시는 바람에 따라 마셔버렸다.

이윽고

“살펴가우” 하고 노인의 인사를 들으며 내려왔다. 얼마쯤 내려오다 돌아보니, 노인은 그대로 앉아 있었다.

<방망이 깎던 노인, 윤오영, 범우문고 104, 범우사, 2003>

5월 12일 수요일 

* Hard words break no bones.

심한 말을 들었다고 몸에 해로울 것은 없다.   

스님이 쓴 시의 운을 빌어

                                                                            신흠(申欽)

躑躅花開亂燕飛(척촉화개난연비) : 철쭉꽃 활짝 피고, 제비는 어지러이 날아다니고

枯梧睡罷正忘機(고오수파정망기) : 오동나무에서 잠이 깨니, 세상 근심 다 잊었네

僧來不作人間話(승내부작인간화) : 스님이 (산아래서) 돌아와 세상일을 말하지 않음은

知我歸心在翠微(지아귀심재취미) : 내 마음이 산에 있음을 알았음이라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 이상은 잡찬(雜簒)이라는 책에 보면 멋대가리 없는 짓을 자그마치 열다섯 가지나 열거하였는데

        꽃 사잇길로 벽제(辟除; 하인 시켜 길비키라고 외쳐대는 것)하며 가는 일

        이끼 낀 위에다 자리 깔기

        꽃나무 아래 잠방이 빨아 넌 꼴

        산을 등지고 높이 지은 집(背山起樓)

        꽃나무시렁아래 닭이나 오리 키우는 것(花架下養鷄鴨)

        꽃을 대해 앉아 차를 마시는 것(對花啜茶)         마실철

황윤문 잡찬(雜簒)에도 살풍경이 있다.

        음악연주하며 유산하기(鼓樂遊山)

        솔밭 사이에 뒷간 지은 것(松間作厠)

        명산 좋은 석벽에 시를 쓰는 일(名山壁上題詩) 

<흥부의 작은마누라, 이종훈, 한길사, 1994>  　

5월 13일 목요일 

No one can boast of his modesty.

어느 누구도 자신의 겸손은 자랑할 수 없는 법.   

동둔팔영(東屯八詠)

차천로(車天輅)

楊花雪欲漫(양화설욕만) : 버드나무꽃 눈 같아, 퍼져 날고

桃花紅欲燒(도화홍욕소) : 복숭아꽃 붉어, 불타는 듯하다

繡作暮江圖(수작모강도) : 해 저무는 강가의 한 폭의 수 놓은 그림

天西餘落照(천서여낙조) : 아직 서편 하늘엔 낙조가 남아있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 <쇼펜하우어 수상록, 최혁순 옮김, 범우문고 122, 1997> 

 이따금 우리는, 오랜 세월을 두고 애써 스스로 생각하고 또 생각한 것을 정리하여 겨우 만들어 낸 진리나 견해가 우연히 수중에 들어온 책 속에 그대로 씌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실망하는 일이 있다. 그러나 스스로 생각하여 획득한 것은 단지 읽어서 안 것에 비해 100배나 더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스스로 획득해야 비로소 그 진리는 우리 사상의 전 체계 속에 없어선 안될 구성 성분으로, 또 유기적인 구성 요소로 편입되어, 그  체계와 완전하고 긴밀하게 결합되어 그 근거와 결론이 모두 이해되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우리의 모든 사고 방식은 색조, 색채 그리고 특징을 띠게 된다. 또한 이런 사상은 필요하다고 느낄 때 때맞추어 나타나기 때문에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여 두 번 다시 사라져 버리는 일이 없다. 다음과 같은 성구는 아주 적절한 표현으로 이러한 사실을 규명해 주고 있다.

 그대가 그대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을 소유하려면 그것을 스스로 획득해야 한다.

                                            - 괴테, 파우스트 682, 683행

[임성삼; 혜개의 ‘무문관’에 44번째의 화두로 다음과 같은 주제가 있습니다.

  파초 화상이 대중에게 말했다.

 "너희에게 주장자가 있으면 내 주장자를 주리라. 너희에게 주장자가 없으면 주장자를 빼앗으리라."

 또한 이 무문관의 서문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습니다.

 “그대는 어찌 듣지 못하였던가!

문으로 들어온 것은 집안의 보배가 아니며, 인연으로 얻은 것은 마침내 허물어진다는 것을!”

 괴테나 쇼펜하우어와 파초화상과 혜개를 비교해보기 바랍니다.]

5월 14일 금요일 

It is not the beard that makes the philosopher.

수염이 길다고 철학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 격언>

 강남의 봄날

                                               李健(이건)

聞說江南又到春(문설강남우도춘) : 강남에 봄이 와

上樓多少看花人(상누다소간화인) : 누각에 올라 꽃구경 하는 사람 많다지

牧童橫笛驅黃犢(목동횡적구황독) : 목동은 피리불어 소몰이 하고

兒女携筐採白蘋(아녀휴광채백빈) : 처녀들 광주리 끼고 마름 딸거야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 <어느 젊은이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 앙드레 모로와, 방곤 옮김, 범우사, 2판 7쇄, 1998>

 자기를 비판하는 데 너무 좋아해도 너무 인색해도 안 됩니다. 당신의 성격에 맞는 일과 당신의 힘의 한계를 넘어선 일을 명확히 구별하여 주십시오. 경험과 관습을 쌓아 올리면 당신의 재능은 크게 향상되어 갈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믿으십시오. 더욱이 자기 자신을 욕해선 절대로 안 됩니다.

 천천히 해 나가십시오. 스토브에 불을 붙일 때, 당신은 먼저 거기에 불쏘시개를 넣고, 그 다음에 타기 쉬운 작은 나뭇 조각을 넣을 것입니다. 불이 타오르고 탁탁 소리내어 탈 때, 당신은 얼른 장작을 한 개비 던져 넣을 것입니다. 그 장작에 불이 붙는 소리가 나면, 또 한 개비, 이런 식으로 당신의 불은 제대로 타들어 갈 것입니다. 작은 나뭇 조각에 불이 붙을 시간이 지나지 않은 채 몇 개비의 큰 장작에 눌려 버렸다면, 그 나무 토막의 불길은 꺼져 버리고 불은 타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것은 당신 인생에 있어서 어느 정도 정곡(正鵠, 고니 곡)을 찌른 광경입니다. 당신은 금방 해야 될 일을 그냥 방치해 두는 것은 아닙니까? 지금부터 필요하게 되는 것을 전부 정돈하십시오. 시작은 작은 나뭇 조각입니다. 일을 착수하는 데 있어서 사소한 것부터 정리하십시오. 큰 장작에 손을 대는 것은 한참 뒤에 가서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의 성취는 확실치 않게 됩니다.

5월 17일 월요일 

God bears with the wicked, but not forever.

하나님께서는 악한 자들을 참으시나 영원히 참으시는 것은 아니다. <스페인 격언>   

비 개인 뒤

                                                              왕가

비 오기 전엔 꽃 속의 꽃술이 예쁘더니

비 온 뒤엔 잎새 사이에 꽃 한 떨기 없네

벌 나비 훨훨 담장 넘어 날아가는데

아마도 봄이 이웃집에 있다고 생각한 게지

<치자꽃 향기 코끝을 스치더니, 이병한 엮음, 민음사, 2000>

<제리코의 죽음, 콜린 덱스터, 이정인 옮김, 해문출판사, 2005>

옥스퍼드 대학의 어느 교육심리학 연구진의 주장에 따르면, 술을 마신 채 공부한 후, 다음 날 술이 깨서 시험을 칠 때 기억나는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다행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멀쩡한 정신으로 공부를 하고 술을 마신 채 시험을 친다면 이 역시 결과는 별로 신통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중요한 점인데, 술을 마신 채 공부를 하고 시험 때 비슷한 정도로 취한 상태를 유지한다면 별 문제 없다는 것이다.

[임성삼; 이 학설에 대해 보증하지 못함.]

5월 18일 화요일 

Bribery and theft are first cousins.

뇌물과 절도는 사촌간이다.   

복사꽃 온종일 물 따라 흐르는데

                                                            장욱

들녘 저만치 안개 속에 다리 둥실 걸렸는데

시냇가 서쪽 바위에서 뱃사공에게 물어보네

복사꽃 온종일 물 따라 흐르는데

맑은 시내 어디쯤에 도화(桃花)동(洞)이 있느냐고?

<치자꽃 향기 코끝을 스치더니, 이병한 엮음, 민음사, 2000>

여자를 위해 사는 젊은이들,

술을 위해 사는 젊은이들이 저기 있다. <하우스먼, 1859~1936, 영국 시인 학자, 슈롭서의 젊은이>

[임성삼; 여행을 위해, 골프를 위해, 돈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 요기 있습니다.]

5월 19일 수요일 

Too many cooks spoils the broth.

너무 많은 요리사는 스프를 망친다.   

초록기쁨 - 봄 숲에서

                                           정현종

해는 출렁거리는 빛으로

내려오며

제 빛에 겨워 흘러넘친다

모든 초록, 모든 꽃들의

왕관이 되어

자기의 왕관인 초록과 꽃들에게

웃는다, 비유의 아버지답게

초록의 샘답게

하늘의 푸른 넓이를 다해 웃는다

하늘 전체가 그냥

기쁨이며 신전(神殿)이다

해여, 푸른하늘이여,

그 빛에, 그 공기에

취해 찰랑대는 자기의 즙에 겨운,

공중에 뜬 물인

나뭇가지들의 초록기쁨이여

흙은 그리고 깊은 데서

큰 향기로운 눈동자를 굴리며

넌지시 주고받으며

싱글거린다

오 이 향기

싱글거리는 흙의 향기

내 코에 댄 깔대기와도 같은

하늘의, 향기

나무들의 향기!

* 우리나라에서는 5월 19일을 발명의 날로 정해놓고 있는데, 이것은 세종 24년 세자(뒷날의 문종)의 착안에서 비롯된다. 즉 비오는 분량을 그릇에 받아 기록으로 남김 사실에 바탕한 것으로서 서양의 그것보다 실로 200년이나 앞선다.

 석가탑 사리함 속에서 1966년 대단한 보물이 발견되었다. 서기 751년 이전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목판으로 인쇄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그것이다.

그때까지 일본에서 입이 마르도록 자랑하던 ‘백만탑다라니경’의 770년이나, 중국의 ‘금강반야바라밀경’의 868년보다 앞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인쇄물이다.

 우리에게는 고려 때 1234년 구리활자로 ‘고금상정예문’ 50권을 인쇄했다는 기록이 있고, 또 조선조 태종 3년(1403)부터 수십만 개의 동활자를 만들어 많은 서적을 찍었다는 역사상 유명한 계미자가 있었다. 1450년경에야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납으로 된 활자를 개발했으니 인쇄술에 있어 한민족은 어깨를 한번 쭉 펴도 좋을 만하다.

<흥부의 작은마누라, 이종훈 지음, 한길사, 1994> 

* 역사: 

다수가 악당인 통치자들과 다수가 바보인 군인들이 만들어낸, 대부분이 중요하지 않고 대부분이 거짓인 이야기. <앰브로스 비어스, 1842~1914, 미국 작가, 시인, 평론가, 악마의 사전>　

5월 20일 목요일 

Care killed the cat.

염려는 9개의 목숨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고양이도 죽인다는 뜻.   

초원의 빛

                                                              워즈워드, 김소월 역

한때엔 그리도 찬란한 빛이었던

이제는 속절없이 사라져 가는

돌이킬 바이 없는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우리 서러워하지 말고

위에 남아 굳세리라.

존재의 영원함을

티없이 가슴에 품고

인간의 고뇌를

사색으로 달래며

죽음도 안광에 철하는

명철한 믿음으로 세월 속에 남으리라.

<사라진 보석, 콜린 덱스터, 이경아 옮김, 해문출판사, 2005>

"학교 다닐 때 왕과 여왕의 재임기간을 배웠지요."

모스가 말했다.

"문제는 윌리엄 1세부터 시작했다는 거죠."

"한참 위부터 시작하는 게 맞습니다, 경감님. 한참 전부터..."

[임성삼; 영국에서는 역사시간에 왕의 재임기간을 암기하도록 한 것입니다.

윌리엄 1세는 1066년에 영국을 통치하기 시작했으니, 우리나라로 비교하면 고려와 조선의 왕이 통치하던 연도를 다 외운 것입니다.]

5월 21일 금요일 석탄일

함께 하면
쉬거나 자거나 섰거나 여행하거나 청탁을 받게 된다.
남들이 모르는 독립자유를 알고
무소의 뿔처럼 오직 혼자 가라.   <수타니파타>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김소월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그림자 같은 벗 하나이 내게 있었읍니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세월을

쓸데없는 괴로움으로만 보내었겠읍니까!

오늘은 또다시, 당신의 가슴속, 속모를 곳을

울면서 나는 휘저어 버리고 떠납니다그려.

허수한 맘, 둘 곳 없는 心思에 쓰라린 가슴은

그것이 사랑, 사랑이던 줄이 아니도 잊힙니다.

 <수타니파타, 석가의 말씀>

5월 24일 월요일 

It's clever, but is it Art?

손재주가 있다고 하여 그것이 예술인가? <키플링(1865~1936), 영국 작가>  

비단안개

                                                       김소월

눈들이 비단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차마 잊지 못할 때러라.

만나서 울던 때도 그런 날이오,

그리워 미친날도 그런 때러라.

눈들이 비단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홀목숨은 못살 때러라.

눈풀리는 가지에 당치마귀로

젊은 계집 목매고 달릴 때러라.

눈들이 비안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종달새 솟을 때러라.

들에랴, 바다에랴, 하늘에서랴,

아지못할 무엇에 醉할 때러라.

눈들이 비단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차마 잊지 못할 때러라.

첫사랑 있던 때도 그런 날이오

영이별 있던 날도 그런 때러라.

나는 젊었을 때 열심히 학자와 성인을 찾아다니며

이것저것 많은 이론을 배웠네.

그러나 언제나 되돌아 나왔네.

내가 들어간 그 문으로. 

<에드워드 피츠제럴드, 1809~1883, 영어로 애송되는 페르시아 시의 번안자, 오마르 카이악의 루바이야트>

5월 25일 화요일 

Cowards die many times before their deaths.

겁쟁이들은 그들이 죽기 전에 수 없이 죽는다. 

제이 엠 에스

                                                                                     김소월

平壤서 나신 人格의 그 당신님, 제이·엠·에스

德없는 나를 미워하시고

才操있던 나를 사랑하셨다

五山 계시던 제이 엠에쓰

十年 봄만에 오늘 아침 생각난다

近年 처음 꿈없이 자고 일어나며.

얽은 얼굴에 자그만 키와 여윈 몸매는

달은 쇠끝같은 志操가 튀어날듯

타듯하는 눈 瞳子만이 유난히 빛나셨다.

民族을 위하여는 더도 모르시는 熱情의 그 님.

素朴한 風采, 仁慈하신 옛날의 그 모양대로,

그러나, 아아 술과 계집과 利慾에 헝클어져

十五年에 허주한 나를

웬일로 그 당신님

맘속으로 찾으시오? 오늘 아침.

아름답다 큰 사랑은 죽는 법 없어,

記憶되어 恒常 내 가슴속에 숨어있어,

미쳐 거츠르는 내 良心을 잠 재우리,

내가 괴로운 이 세상 떠날 때까지.

<시오노 나나미 전쟁 3부작 1, 콘스탄티노플 함락, 시오노 나나미, 한길사, 1998>

베네치아 공화국에서는 국회에 확실한 이유 없이 결석하면 2년치 급료에 맞먹는 벌금이 부과된다.　

5월 26일 수요일 

Muffled cats catch no mice.

장갑 낀 고양이는 쥐를 잡지 못한다.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김소월

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시오노 나나미 전쟁 3부작 1, 콘스탄티노플 함락, 시오노 나나미, 한길사, 1998>

베네치아 공화국에서는 상선이든 군선이든 선장이 부하선원을 고르지 않는다. 선원 쪽이 선장을 보고 응모하는 것이다. 배의 선장은 정해져 있으므로 선착장에 늘어선 갤리선 옆에 선장의 이름을 넣은 팻말을 세워 놓기만 하면 선장이 굳이 거기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냥 서 있기만 할지라도 선원이 응모하는 동안 선장이 그곳에 있어야 한다는 무언의 규칙이 있었다. 어쩌면 이 관습은 이름을 적기 전에 자기 운명을 내맡길 사내의 얼굴을 한 번 더 보고, 마지막으로 마음을 결정케 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5월 27일 목요일 

All covet all lose.

대탐대실(大貪大失)   

봄 비

                                                       김소월                    

어룰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

어룰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

서럽다, 이 나의 가슴속에는!

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

그러나 해 늦으니 어스름인가.

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 오지만

내 몸은 꽃자리에 주저앉아 우노라.

<시오노 나나미 전쟁 3부작 2, 로도스섬 공방전, 시오노 나나미, 한길사, 1998>

 당시 바로네[백작]들이 군주에게 서약할 때 읊던 문장이 남아 있는데 그걸 보면 꽤 재미있다.

 ‘우리 바로네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대와 동등하며 우리가 모이면 그대보다 더 큼은 만고의 이치. 하여 지금 충성을 서약하매 우리의 권리와 우리의 특권을 존종해야 하리니, 행여 이를 어길 시에 서약이 무로 돌아감 또한 만고의 이치.’

 군주 앞에서 이 문장을 큰 소리로 다 같이 읊었다고 하니, 봉건 군주도 편한 자리는 아니었다.   강력한 중앙집권형 지배체제의 수립을 꿈꾸는 군자가 본다면 무정부 상태가 따로 없었을 것이다.　

[임성삼; 1600년까지도 이렇던 유럽이 어떻게 지금과 같은 나라들이 되었을까요?

우리는 기원 1년의 신라 초기에도 이렇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5월 28일 금요일 

Conscience is the voice of God in the soul.

양심은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목소리이다.

봄 밤

                                                                    김소월

실버드나무의 거무스레한 머리결인 낡은 가지에

제비의 넓은 깃나래의 감색(紺色) 치마에

술집의 창 옆에, 보아라, 봄이 앉았지 않는가.

소리도 없이 바람은 불며, 울며, 한숨지워라

아무런 줄도 없이 설고 그리운 새카만 봄밤

보드라운 습기(濕氣)는 떠돌며 땅을 덮어라.

<책문, 김태완, 소나무, 2005>

 조위한(1567~1649, 명종 22~인조 27)의 책문

 요즘 경연에서 강론하고 토론하는 책이 늘 ‘주역’뿐이니, 이것은 차례를 뛰어넘는 폐단에 가깝습니다. 음과 양이 줄어들고 자라는 이치와, 길하고 흉함이나 뉘우침과 애석함의 조짐은 글자에서 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공자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에게 몇 년만 더 주어져서 마침내 역을 공부할 수 있다면...” 그런 만큼 ‘주역’이란 정치원리에 두루 통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겨우 고기 어(漁)자와 노나라 노(魯)자가 다름을 아는 정도의 수준인 신하들이 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이 전하께서 학문을 하겠다고 하시는 것이, 사실은 겉만 번지르르한 문구에 지나지 않음을 보이는 것입니다. 

[임성삼; 신하가 왕에 올리는 글에도 이렇게 과격한 말을 사용하는 것은,

중국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5월 31일 월요일 

Everyone thinks his own cross is heaviest.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십자가가 가장 무겁다고 생각한다.   

꿈

                                           김소월

꿈? 靈의 헤적임. 설움의 故鄕.

울자, 내 사랑, 꽃지고 저무는 봄.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 이덕일, 역사의 아침, 2009>

주류 사학계는 서기 313년에 평양 지역의 낙랑군이 멸망했다고 보고 있다.

그 사이 중국은 한(漢, 서기전 206~서기 8년)나라가 멸망하고 신(新, 서기 8~25년)나라가 선 다음 다시 후한(後漢, 서기 25~220년)이 서고, 위 촉 오 삼국시대(서기 220~265년)를 거쳐 진(晉, 서기 265~316년)나라가 잠시 통일했으나 곧 오호(五胡) 16국시대(서기302~581년)로 접어든다. 이처럼 중국은 수많은 왕조가 부침했으나 평양 지역에 설치된 한사군의 낙랑만은 중원 왕조의 부침과는 아무 상관이 없이 313년까지 존속했다는 것이다.

[임성삼; 한 번은 생각해 볼 가치가 있는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