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목요일
Be thou as chaste as ice, as pure as snow, thou shalt not
escape calumny.
비록 얼음같이 맑고, 눈송이처럼 깨끗해도,
이 세상 험담은 피할 길이 없다. <햄릿, III i, 137>
젊음이나 노인이나
용혜원
아침마다 떠오르는 태양은
우리들에게 찬란한 빛으로 다가오고
저녁마다 노을 지는 태양은
우리들에게 황혼 빛으로 붉게 물들이듯이
우리 젊을 때나 늙어서나
멋진 인생을 살아갑시다
젊은이들은 꿈과 비전을 가슴에 품고
온 세상을 향하여 마음껏 펼쳐
그 모든 것들을 현실로 바꾸어 놓고
노인들은 나이가 더 들어갈수록
떠오르고 또 떠오르는 태양처럼
사랑의 나눔을 살아갑시다
낮이면 태양도 제 밝기로 빛을 내고
밤이면 별들도 제 밝기로 빛을 내듯이
우리들 각자 젊은이나 노인이나
각자 밝기의 불빛을 모으고 서로 비추이면
온 세상을 더 밝고 환하게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是故君子無所不用其極.
시고군자무소불용기극.
그러므로 군자는 최선을 다하지 않는 일이 없다.
[임성삼의 주(註); 나는 ‘군자’를 ‘바람직한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이 사람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 영국 웨스트민스터 학교의 교장 더스비가 모자를 쓴 채로, 영국 국왕인 찰스 2세에게 학교를 구경시키며 말했다.
“우리 학생들에게 이 세상에 자기들의 교장보다 더 높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서는 안 됩니다.”
<위인 명사들의 일화, 소담, 유언집, 류형기 역편, 한국기독교문화원, 1984>
10월 2일 금요일
The purest treasure mortal times afford
Is spotless reputation. <Richard II, I i, 177>
인생이 주는 가장 깨끗한 보물은
티없이 맑은 명성이다.
산에 드리는 기도
용혜원
깊고 깊은
산에서
기도를 드린다
홀로 기도하는
시간을 가짐은
얼마나 놀라운 축복인가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이곳에 있으니
하늘과 숲이 더욱 아름답고
가까움을 느낀다
공기가 맑아
가슴이 탁 터지는데
청결한 마음으로 기도하면
내 있던 도시에서 드리는 기도보다
하나님이 더 잘 들어주실 것만 같다
한밤에
어두움 속에서 마음의 불을 켜고
두 손을 꼭 모으면
가슴 벅차게
주님 사랑을 느낀다
[문왕은]
爲人君, 止於仁;
위인군, 지어인;
남의 임금이 되어서는 인자함에 머물러 있었고,
爲人臣, 止於敬;
위인신, 지어경;
남의 신하가 되어서는 공경스러움에 머물러 있었고,
爲人子, 止於孝;
위인자, 지어효;
남의 아들이 되어서는 효성스러움에 머물러 있었고,
爲人父, 止於慈;
위인부, 지어자;
남의 부친이 되어서는 자애스러움에 머물러 있었고,
與國人交, 止於信.
여국인교, 지어신.
사람과 사귀게 되면 신용에 머물러 있었다.
* 교육자 어스킨(Erskine, 1879~1951)이 대학을 졸업하고 선생님으로 발령을 받았을 때, 그의 은사 트렌트를 찾아가 고별 인사를 하니 은사는 이런 충고를 했다.
“내 경험인데, 강의도중 선생의 의견을 반대하고 머리를 흔드는 학생이 있거든 그 자리에서 설득 시키려 하지 말게나. 그대의 말을 경청한 사람은 그 학생 혼자뿐이었을 지도 모르니까.”
<위인 명사들의 일화, 소담, 유언집, 류형기 역편, 한국기독교문화원, 1984>
10월 5일 월요일
Cleopatra. "If it be love indeed, tell me how much."
Antony. "There's beggary in the love that can be reckoned." 세다
<Antony and Cleopatra, I i, 13>
클레오파트라: “나를 사랑한다면,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주세요.”
안토니우스: “셀 수 있는 사랑은 가난한 사랑입니다.” <셰익스피어 명언집, 이태주 편역, 범우사, 2000>
우산이 되어
이해인
땅 위에 떨어지는
구름의 선물로 죄를 씻고 싶은
비 오는 날은 젖은 사랑
수 많은 나의 너와
젖은 손 악수하며
이 세상 큰 거리를 한없이 쏘다니리
우산을 펴 주고 싶어
누구에게나
우산이 되리
모두를 위해--
詩云: 시운:
시에
｢瞻彼淇澳, 菉竹猗猗.
“첨피기오, 녹죽의의.
“저 '기오[땅 이름]'를 보라.
녹죽이 아름답게 무성하도다.
有斐君子, 如切如磋, 如琢如磨.
유비군자, 여절여차, 여탁여마.
훤하신 저 군자
끊어놓은 듯 닦아놓은 듯,
다듬어 놓은 듯 갈아놓은 듯,
瑟兮僩兮, 赫兮喧兮.
슬혜한혜, 혁혜훤혜.
엄연하고 의연하고
빛나고 훤출하다.
有斐君子, 終不可諠兮! ｣
유비군자, 종불가훤혜!”
훤하신 군자,
내내 잊지 못하리.”
如切如磋者, 道學也; 갈 차
여절여차자, 도학야;
'끊어놓은 듯, 닦아놓은 듯'은 학문을 말한 것이고,
[임성삼의 주(註); 돌을 끊으면 새롭고 깨끗한 표면이 나옵니다. 학문을 하여 스스로를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돌의 새로운 표면을 만드는 것과 동일하게 생각하였습니다.]
如琢如磨者, 自脩也;
여탁여마자, 자수야;
'다듬어놓은 듯, 잘라놓은 듯'은 스스로 덕을 닦은 것이고,
[임성삼의 주(註); 역시 돌을 다듬고 잘라 깨끗하고 의미 있는 모양을 만드는 것과 같이, 사람이 덕을 닦아 깨끗하고 의미 있는 모습의 인격을 가지게 됨을 말합니다.]
瑟兮僩兮者, 恂慄也;
슬혜한혜자, 순율야
'엄연하고 의연하고'는 위풍이 무서운 것이고,
赫兮喧兮者, 威儀也;
혁혜훤혜자, 위의야;
'빛나고 훤출하다'는 위의가 있다는 것이다.
有斐君子, 終不可諠兮者, 유비군자, 종불가훤혜자,
道盛德至善, 民之不能忘也. 도성덕지선, 민지불능망야.
'훤하신 저군자, 내내 잊지 못하리로다'는
대단한 덕과 지극한 선을 백성들이 잊지 못함을 말한 것이다.
[임성삼의 주(註); 인간의 최고의 모습을 시로써 표현하려 노력한 것입니다.
즉, 인간을 긍정하고 인간의 내면의 아름다움을 구체화시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점이 이 시기의 그리스의 신화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모든 사람은 모두 정의를 사랑하고 용기가 있는 등 장점을 가지고 있으나, 단점은 거의 가지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나쁜 사람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훌륭한 사람들이 고난을 받는 이유는 신들의 질투나, 거역할 수 없는 운명에 의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 이름난 영문학자 얼스킨이 어느 대학에 강연을 하러 갔더니 서로 얼굴을 모르는 그 대학 총장이 그를 맞으러 나왔다.
만난 후 총장이 말했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 ‘당신이 얼스킨 박사십니까?’라고 물으니 ‘천만에요’라고 대답했습니다. 또 한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했더니 ‘제가 그 사람이면 좋겠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중 한 사람은 박사님의 책을 읽었던 모양입니다.”
얼스킨이 대답했다.
“그 중 어떤 사람이 읽었느냐가 문제이지요.”
10월 6일 화요일
Love, and be silent. <리어왕, I i, 64>
사랑이여, 침묵하라.
[임성삼; 사랑하라. 그리고 침묵하라.]
<셰익스피어 명언집, 이태주 편역, 범우사, 2000>
고독을 위한 의자
이해인
홀로 있는 시간은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호수가 된다
바쁘다고 밀쳐두었던 나 속의 나를
조용히 들여다 볼 수 있으므로
여럿 속에 있을 땐
미처 되새기지 못했던
삶의 깊이와 무게를
고독속에 헤아려 볼 수 있으므로
내가 해야 할일
안 해야 할 일 분별하며
내밀한 양심의 소리에
더 깊이 귀 기울일 수 있으므로
그래,
혼자 있는 시간이야 말로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
여럿 속의 삶을
더 잘 살아내기 위해
고독속에
나를 길들이는 시간이다
君子賢其賢而親其親,
군자현기현이친기친,
군자는 자기의 현량한 인재를 현량한 인재로 대접하고, 자기의 어버이를 어버이로 받들었으나,
小人樂其樂而利其利,
소인락기락이리기리,
소인은 자기의 즐거움을 즐기고, 자기의 이익을 이익으로 취했다.
* 미국 대통령 가필드(1831~1881, 대통령이 취임 후 총격으로 사망)가 히람 대학 학장으로 있을 때였다. 어떤 사람이 자기 아들을 데리고 와 4년까지 배울 필요 없이 단기 졸업을 시켜 달라고 주장하니 가필드가 말했다.
“당신의 아들이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런지는 모르겠습니다. 하나님께서도 큰 재목을 만드시려면 100년이 걸립니다. 그러나 호박 같은 것을 만드시는 데는 두달밖에 안 걸립니다.”
10월 7일 수요일
Love is full of unbefitting strains,
All wanton as a child, skipping and vain. <사랑의 헛수고, V ii, 761>
사랑은 괴상야릇하게 부담스럽고, 어린애처럼 변덕스러우며, 지각 없고, 어리석은 일로 가득 차 있다.
<셰익스피어 명언집, 이태주 편역, 범우사, 2000>
꽃이름 외우듯이
이해인
우리 산
우리 들에 피는 꽃
꽃이름 알아가는 기쁨으로
새해, 새날을 시작하자
회리바람꽃, 초롱꽃, 돌꽃, 벌깨덩굴꽃
큰바늘꽃, 구름채꽃, 바위솔, 모싯대
족두리풀, 오리풀, 까치수염, 솔나리
외우다 보면
웃음으로 꽃물이 드는
정든 모국어
꽃이름 외우듯이
새봄을 시작하자
꽃이름 외우듯이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즐거움으로
우리의 첫 만남을 시작하자
우리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먼데서도 날아오는 꽃향기처럼
봄바람 타고
어디든지 희망을 실어나르는
향기가 되자
子曰: ｢聽訟, 吾猶人也, 必也使無訟乎! ｣
자왈: “청송, 오유인야, 필야사무송호!”
선생님[공자님]이 말씀하셨다.
“소송을 듣고 처리하는 것은 나도 남과 같으나, 나는 반드시 (백성들끼리의) 소송이 없도록 할 것이다.”
* 빌리 그래함 목사가 어떤 신학대학에서 학생들과 토의 중 한 학생이 말했다.
“이 세상이 이렇게 혼란한 때 어서 나가 구원의 복음을 전파해야지 학교에 들어 앉아 그리스말, 히브리어, 신학, 철학은 배워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빌리 그래함이 대답했다.
“젊은 시절에 하나님이 주신 총명의 은사를 연마함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가령 산에 올라가 벌목을 하려면서 무딘 도끼를 가지고 가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도끼를 잘 가는 것은 시간 낭비가 아닙니다. 학교에서 부지런히 도끼를 가십시오.”
10월 8일 목요일
Young men's love then lies
Not truly in their hearts, but in their eyes. <Romeo and Juliet, II ii, 165>
젊은이들의 사랑은
그들의 가슴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눈 속에 있다. <셰익스피어 명언집, 이태주 편역, 범우사, 2000>
꽃씨를 닮은 마침표처럼
이해인
내가 심은 꽃씨가
처음으로 꽃을 피우던 날의
그 고운 설레임으로
며칠을 앓고 난 후
창문을 열고
푸른 하늘을 바라볼 때의
그 눈부신 감동으로
비온 뒤의 햇빛 속에
나무들이 들려주는
그 깨끗한 목소리로
별것 아닌 일로
마음이 꽁꽁 얼어 붙었던
친구와 오랜만에 화해한 후의
그 티없는 웃음으로
나는 항상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
못 견디게 힘든 때에도
다시 기뻐하고
다시 시작하여
끝내는 꽃씨를 닮은 마침표 찍힌
한통의 아름다운 편지로
매일을 살고 싶다
所謂誠其意者:
소위성기의자:
이른바 자기의 생각을 성실하게 한다는 것은:
毋自欺也,
무자기야,
자기를 속이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 신학대학교의 윌리엄 펠프스 선생이 받은 기말 시험지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 문제의 해답은 하나님께서 아실 것입니다. 성탄 축하합니다.”
선생이 그 밑에 채점 결과를 적었다.
“하나님은 A, 자네는 F이다. 근하신년.”
10월 9일 금요일
Shall hate be fairer lodg'd than gentle love? <Sonnets, 10>
마음에 품고 살아야 할 아름다움은 미움이 아니라 포근한 사랑이다.<셰익스피어 명언집, 이태주 편역, 범우사, 2000>
나를 위로하는 날
이해인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네
큰일 아닌데도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죽음을 맛볼 때
남에겐 채 드러나지 않은
나의 허물과 약점들이
나를 잠 못 들게 하고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에
문 닫고 숨고 싶을 때
괜찮아 괜찮아
힘을 내라구
이제부터 잘하면 되잖아
조금은 계면쩍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며
조용히
거울 앞에 설 때가 있네
내가 나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너그러워지는
동그란 마음
활짝 웃어주는 마음
남에게 주기 전에
내가 나에게 먼저 주는
위로의 선물이라네
小人閒居爲不善, 無所不至,
소인한거위불선, 무소부지,
소인이 혼자 있으면[임; 한가하면] 못하는 짓 없이 나쁜 짓을 하다가
見君子而后厭然, 揜其不善, 而著其善.
견군자이후염연, 엄기불선, 이저기선.
군자를 만나고서는 자기의 나쁜 짓을 가리고 자기의 선함을 드러내려 한다.
人之視己, 如見其肺肝然, 則何益矣.
인지시기, 여견기폐간연, 즉하익의.
남이 자기를 보는 것이 자기의 폐나 간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데, 그렇게 한다고 무슨 보탬이 되겠는가.
* 미국 시인이며 교육가였던 반 도렌(1894~?)에게 한 학생이 무엇을 하면 좋을까를 물었다.
“가장 중요한 것을 잃지 않는 한 무엇을 해도 좋다.”
“그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너희들의 생명!”
10월 12일 월요일
To be wise and love
Exceeds man's might; that dwells with gods above.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 III ii, 157>
현명하면서도 동시에 사랑한다는 것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고 있다. 그것은 하늘의 신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셰익스피어 명언집, 이태주 편역, 범우사, 2000>
정물(靜物)
청마 유치환
속에는 정염(情炎)의 불을 담고
겉으로는 차디 찬 말없는 정물(靜物)
앉은 곳 반드시
또렷한 그의 그림자를 비치고
자기만의 넋을 지키며
무한한 관념의 바다에 몸을 띄워
쉼없이 지나가는 4시(四時)와 풍우(風雨)를 넘어서
죽은 듯이 정좌(靜坐)한 정물의 마음은
저 천공(天空)에 준립(峻立)한 태산과 통하였구나
소제부(掃除夫) 제1시집, 1930년 9월 3일
[임성삼; 임의로 현대어로 고치었음]
<유치환, 박철석 편저, 문학세계사, 1999>
富潤屋, 德潤身, 心廣體胖, 故君子必誠其意.
부윤옥, 덕윤신, 심광체반, 고군자필성기의.
부유함은 집을 윤택하게 하고,
덕은 몸을 윤택하게 하여
마음이 넓어지고 몸이 푸근해진다.
그래서 군자는 반드시 자기의 생각을 성실하게 한다.
* 우드로 윌슨(1856~1924, 미국의 제28대 대통령)이 프린스톤 대학교 총장 때 시험에 부정행위를 한 학생들을 퇴학시켰다. 퇴학당한 학생의 어머니가 총장을 찾아와 용서를 간청하니 윌슨이 말했다.
“부인께서는 나에게 가혹한 행동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당신이나 나나 누구를 막론하고 학교에 손해를 끼칠 수 없습니다.
우리 개인보다 학교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10월 13일 화요일
Friendship's full of dregs. <아테네의 타이몬, I ii, 244>
우정에는 쓴 맛 단맛 다 있다. <셰익스피어 명언집, 이태주 편역, 범우사, 2000>
고양이
유치환
나는 고양이를 미워한다
그의 아첨한 목소리를
그 너무 민첩한 작은 동작을
그 너무나 산맥(山脈)의 냄새를 잊었음을
그리고 그의 사람을 분노하지 않음을
범에 닮었어도 범 아님을
<유치환, 박철석 편저, 문학세계사, 1999>
所謂脩身在正其心者,
소위수신재정기심자,
이른바 ‘몸을 닦는 것(수신)이 마음을 바로 하는 데 있다’는 것은
身有所忿懥, 則不得其正;
신유소분치, 즉부득기정;
성냄이 있으면, 바른 것을 얻지 못하게 되며;
有所恐懼, 則不得其正;
유소공구, 즉부득기정;
두려워하는 바가 있으면, 바른 것을 얻지 못하며;
有所好樂, 則不得其正;
유소호락, 즉부득기정;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일이 있으면 바름을 엊지 못하며;
有所憂患, 則不得其正.
유소우환, 즉부득기정.
근심하는 바(우환)가 있으면 바름을 얻지 못하게 된다.
* 미국의 강철왕이라는 칭호를 듣는 카네기(1835~1919)는 20세기 초에 자선사업에 착수해 전국에 도서관을 2505개를 지었고, 그 외에도 많은 기부를 했다. 어느 날 카네기가 궁금하여 그가 기부한 금액의 총계를 직원에게 물었다. 금액은 324,657,299달러였다. 카네기는 깜짝 놀라 말했다.
“그 돈이 다 어디서 났지?”
10월 14일 수요일
O, where is faith? O, where is loyalty? <헨리 6세, 제2부, V i, 166>
아, 의리는 어디로 갔는가? 신의는 어디로 갔는가? <셰익스피어 명언집, 이태주 편역, 범우사, 2000>
기(旗)빨
유치환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
심부재언, 시이불견, 청이불문, 식이부지기미.
마음이 그 곳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며,
들어도 듣지 못하며,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
* 과르디아(Guardia, 1882~1947)는 매우 긴 기간 뉴욕의 시장으로 재임했다.
어느 추운 겨울 그가 재판관이었을 때, 한 여인이 떡 한 덩어리를 도둑질하다 잡혀왔다.
“법에는 예외가 없으니 당신에게 10달러의 벌금을 명합니다.
그러나 당신에게 그 돈이 없을 것이니 내가 10달러를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법정에 앉은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당신들은 같이 뉴욕시에 살면서 먹을 것이 없어 이웃이 빵을 도둑질하게 만든 죄로 각자 50센트의 벌금을 징수하겠습니다.”
모자를 돌려 47불 50센트를 걷어 그 여인에게 주어 보냈다.
10월 15일 목요일
Do you think I am easier to be played on than a pipe? <Hamlet, III ii, 377>
나는 피리보다 더 연주하기 쉬운 존재인가? <셰익스피어 명언집, 이태주 편역, 범우사, 2000>
일월(日月)
유치환
나의 가는 곳
어디나 백일(白日)이 없을소냐
머언 미개ㅅ적 유풍을 그대로
성신(星辰)과 더불어 잠자고
비와 바람을 더불어 근심하고
나의 생명과
생명에 속한 모든 것을 열애하되
삼가 애련에 빠지지 않음은
--그는 치욕임일네라
나의 원수와
원수에게 아첨하는 자에겐
가장 옳은 증오를 예비하였나니
마지막 우럴은 태양이
두 동공(瞳孔)에 해바라기처럼 박힌 채로
내 어는 불의에 즘생처럼 무찔리[屠]기로
오오 나의 세상의 거룩한 일월에
또한 무슨 회한인들 남길소냐
<유치환, 박철석 편저, 문학세계사, 1999>
故諺有之曰: ｢人莫知其子之惡, 莫知其苗之碩. ｣
고언유지왈: “인막지기자지악, 막지기묘지석.”
그러므로 옛 말에 이르기를,
“사람은 자기 자식의 나쁜점을 알기 어렵고,
자기 땅의 곡식이 훌륭한 것을 알기 어렵다.”
고 하였다.
* 이차대전의 영웅 처칠(1874~1965)이 노령에도 가끔 국회에 나타났다. 젊은 국회의원들은 불평을 했다.
“저 노인은 잘 듣지도 못하면서 공연히 나와 불편하게만 하는군.”
처칠은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신사 여러분. 나는 아직도 여러분의 비난 소리를 잘 들으며, 또 그 비난을 싫어합니다.”
10월 16일 금요일
Be thou familiar, but by no means vulgar. <Hanlet, I iv, 14>
다정한 것은 좋으나, 결코 저속해서는 안 된다. <셰익스피어 명언집, 이태주 편역, 범우사, 2000>
지연(紙鳶; 종이 연)
유치환
우러르면 만만(滿滿)한 한천(寒天)에 지연(紙鳶) 몇 개
나의 향수는 또한 천심(天心)에도 있었노라
<유치환, 박철석 편저, 문학세계사, 1999>
所謂治國必先齊其家者,
소위치국필선제기가자,
이른바 나라를 다스리려면 반드시 먼저 그 집안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은,
其家不可敎而能敎人者, 無之.
기가불가교이능교인자, 무지.
자기 집안 사람을 가르치지 못하면서 남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故君子不出家而成敎於國:
고군자불출가이성교어국:
그러므로 군자는 집에서 나가지 않고도 온 나라를 가르칠 수 있다.
* 국회에 늦게 나온 어떤 국회의원이, 방금 떠나고 있는 동료 국회의원 처칠을 보고 내무장관이 연설을 시작했느냐고 물었다.
“벌써 30분을 하고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가 주제입니까?”
“아직 주제를 시작하지 않았답니다.”
* 국회에서 반대파 사람이 처칠을 오랜 시간 비난하고 자리에 앉았다.
처칠이 일어나 다음과 같이 짧게 이야기하였다.
“저 국회의원의 말이 말 같았으면, 내가 화가 나서 이미 답변을 했을 것입니다.”
10월 19일 월요일
What I was, I am. <The Winter's Tale, IV iv, 468>
과거의 내가 오늘의 나다.<셰익스피어 명언집, 이태주 편역, 범우사, 2000>
송화(松花)
유치환
먼 먼 봄이 여기에도 아득히 짙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문득
만산(滿山) 적적히 송파 파도 일고
고찰(古刹)에 찾는 노승의 긴 눈썹에도
노란 꽃가루
心誠求之, 雖不中不遠矣.
심성구지, 수부중불원의.
진심으로 성실하게 구하면, 바로 들어맞지 않는 경우도 그리 많이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未有學養子而后嫁者也!
미유학양자이후가자야!
자식 기르는 법을 배우고 난 뒤에 시집간 사람은 없다.
[임성삼의 주(註); 모든 일을 시작할 때 너무 겁내지 말라.]
* 대영제국 연방의 수뇌들이 모두 모인 연회에서 한 사람이 금잔을 주머니에 넣는 것을 본 의전국 관리가 수상인 처칠에게 보고하였다. 처칠은 그 사람 곁에 가서 금잔을 주머니에 넣으려다가 다시 내놓으며 말했다.
“저 빌어먹을 의전국원이 봤어. 창피 당하기 전에 우리 꺼내놓읍시다.”
10월 20일 화요일
Bear a fair presence, though your heart be tainted. <실수연발, III ii, 13>
마음에 때가 끼어도, 산뜻하게 외관을 꾸며라. <셰익스피어 명언집, 이태주 편역, 범우사, 2000>
이 사람을 보라 : 베토벤 상(像)--
유치환
오히려 그의 귀가 절벽같이 닫혔으므로 하여 똑바로 바라보는 눈, 다물은 입, 그리고 철사같이 엉클어진 머리칼 하나하나가 들어, 천지가 잠형(潛形)하는 노호로부터 하잘것없는 미물의 적은 기쁨과 슬픔의 흐느낌에 이르기까지, 오직 소리만으로 이루어진 우주의 무궁무진한 음악을 남김없이 가리어 듣고 있나니
눈은 감을수록, 귀는 닫을수록 신을 가까이 맞이할 수 있거늘, 그를 통하지 않고는 믿으려 않는 우리의 오관(五官)인즉 실상 그지없이 무딤을 이 사람에게서 새삼 깨달으리로다.
一家仁, 一國興仁;
일가인, 일국흥인;
한 집안이 어질면, 한 나라에 어질음이 흥성하게 되고;
一家讓, 一國興讓;
일가양, 일국흥양;
한 집안이 겸양하면, 한 나라에 겸양이 흥성하게 되며;
一人貪戾, 一國作亂;
일인탐려, 일국작란;
한 사람의 탐욕이 심하면 온 나라가 어지러워진다.
* 1922년 총선거 때 처칠은 맹장수술을 하고 입원하고 있었고, 그의 자유당은 선거에서 패하여 해산되었다. 그 소식을 들은 처칠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국회의석도, 정당도 없고, 맹장까지 잃었다.”
1945년 총선거에서 처칠이 패하자 국왕이 그에게 최고 훈위인 가터 훈장(order of the Garter)를 제의했으나 처칠은 사양했다.
“방금 국민에게 해고를 당했는데, 어떻게 국왕께 작위를 받겠습니까?”
10월 21일 수요일
In my mind's eye, Horato. <Hamlet, I ii, 185>
호레이쇼, 내 마음의 눈으로 보고 있네. <셰익스피어 명언집, 이태주 편역, 범우사, 2000>
바위--
유치환
얼굴은 안으로, 내면(內面)을 밖으로 하고 있는 것!
<유치환, 박철석 편저, 문학세계사, 1999>
一言분事, 一人定國.
기기여차. 차위일언분사, 일인정국.
한 마디 말이 일을 그르치며,
한 사람이 나라를 안정시킨다고 하는 것이다.
* 지금과 같은 까다로운 군인 검사가 있었다면 다음 사람들은 군인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워싱턴은 의치, 그랜트는 술 중독, 비즈마르크는 비대, 웰링턴은 몸무게 미달, 넬슨은 외눈, 카이저는 팔이 자유롭지 못했고, 나폴레옹은 위궤양, 시저는 간질병자였다.
10월 22일 목요일
All things are ready, if our minds be so. <헨리 5세, IV iii, 71>
작심(作心)하면 모든 일은 궤도에 오른다. <셰익스피어 명언집, 이태주 편역, 범우사, 2000>
나의 모국어(母國語)
유치환
나의 모국어는 나의 삶의 빛나는 의미와 충족의 꽃바구니--
하늘, 바다, 강아지, 봄, 사랑, 어머니, 외로움, 믿음, 원수.......
이 모든 송이들이 간직한, 나의 초라한 현실을 보상하고도 남는 얼마나 전순(全純)한 이데아들!
詩云: 시운:
｢桃之夭夭, 其葉蓁蓁; 之子于歸, 宜其家人. ｣
“도지요요, 기엽진진; 지자우귀, 의기가인.”
시경에
"복숭아나무의 아름다움이여
그 잎이 무성하구나.
시집가는 저 아가씨
그 집안을 화목하게 하리."
라고 하였다.
* 패러데이(1791~1867)가 발명한 발전기의 전신인 다이나모를 당시 총리 대신 디즈레일 리가 보고 말했다.
“이것을 무엇에 쓴다는 말입니까?”
“총리각하, 갓 태어난 애기는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10월 23일 금요일
Love all, trust a few. <All's Well That Ends Well, I i, 68>
모든 사람을 사랑하되 극 소수만 믿으라. <셰익스피어 명언집, 이태주 편역, 범우사, 2000>
미루나무와 남풍(南風)
유치환
신록의 눈부신 단장을 하고
언덕 위 한 그루 미루나무는
헌칠하고도 연연한 당신의 모습
지금 남풍의 세찬 나의 손에 매달려
당신은 이내 몸부림치거니
수줍음과 부대낌에 못 견뎌할수록
당신의 육체 속에 든 나의 연정의 손은
더욱 더 즐거이 희롱거린다
고울수록 육신은 뜨거운
혼령의 바람을 만나 담기 위하여만 있는 것
천지가 안팎 없이 열려 트인
오월의 넘쳐나는 빛보라 속
영과 육의 그지없는 이 교환(交歡)
너울너울 하늘로
용틀임하고 오르는 사랑의 푸른 불기둥
상장장이민흥제,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연장자를 연장자로 받들면 백성들 사이에서 우애하는 기풍이 일어나고,
上恤孤而民不倍,
상휼고이민불배,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고아를 긍휼히 여기면 백성들이 배반하지 않는다.
* 상대성 원리의 아인슈타인(1879~1955)은 3세까지 말을 못했고, 20세에 말단 사무원으로 근무하며 여가에 물리학을 연구했다.
미국 대통령 해리 트루먼은 육군사관학교에 낙제하고 음식점 웨이터, 잡화상 점원이었다.
클레망소는 파리에서 너무 말썽을 보려 미국으로 쫓아보냈더니, 여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며 문제를 만들어 다시 프랑스로 보내졌다. 마침내는 수상이 되었다.
10월 26일 월요일
* 다른 사람들이 각자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면,
여러분은 삶에서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 <지그 지글러>
석굴암(石窟庵) 대불(大佛)
유치환
목놓아 터뜨리고 싶은 통곡을 견디고
내 여기 한 개 돌로 눈감고 앉았노니
천 년을 차거운 살결 아래 더욱
아련한 핏줄 흐르는 숨결을 보라
목숨이란! 목숨이란--
억만 년을 원(願) 두어도
다시는 못 갖는 것이매
이대로는 못 버릴 것이매
먼 솔바람
부풀으는 동해 연잎
소요로운 까막까치의 우짖음과
뜻 없이 지새는 흰 달도 이마에 느끼노니
뉘라 알랴!
하마도 터지려는 통곡을 못내 견디고
내 여기 한 개 돌로
적적히 눈감고 가부좌(跏趺坐)하였노니
<유치환, 박철석 편저, 문학세계사, 1999>
是以君子有絜矩之道也. 헤아릴 혈, 곱자 구(곡척(曲尺))
시이군자유혈구지도야.
그렇기 때문에 군자는 ‘혈구의 규준’을 가지고 있다.
* 미국 6대 대통령 존 아담스(1767~1848)는 여기자와의 인터뷰를 항상 거절했다. 여기자 로얄은 대통령이 아침마다 수영하는 백악관 뒤의 작은 운하를 찾아가 그가 언덕에 벗어 놓은 옷을 깔고 앉아 인터뷰 허락을 받았다.
* 미국 대통령 클리브랜드(1837~1903)가 낚시질을 갔다 비가 억수로 내리고 시간도 늦어 어느 농가 문을 두드리니 이층에서 농부가 창을 열고 물었다.
“무엇을 원합니까?”
“나 여기서 좀 자고 싶습니다.”
“그래요? 원하면 그곳에서 주무시우.”
10월 27일 화요일
* 일에 임하는 태도를 바꾼다면, 그 일을 수행하는 데서도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솔로몬>
행복(幸福)
청마(靑馬)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봇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 박철석 편저, 문학세계사, 1999>
所惡於上, 毋以使下;
거오어상, 무이사하;
윗사람에게서 싫었던 것으로 아랫사람을 시키지 말 것이고,
所惡於下, 毋以事上;
소오어하, 무이사상;
아랫사람에게서 싫었던 것으로 윗사람을 섬기지 말 것이며,
* 아이젠하워 대통령 때 대통령 부인이 워싱턴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며 점원에게 백악관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여점원: 주소가 어디라고 말씀하셨지요?
대통령 부인: (웃으며) 펜실바니아 도로 1600번지.
여점원: 아파트 번호는요?
* 골프장에 나온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에게 물었다.
“백악관을 떠나신 후에 달라진 것이 있습니까?”
“골프에서 나를 이기는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졌더군.”
10월 28일 수요일
* 친구를 찾고자 하면 실상 사귈만한 친구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자신이 먼저 남의 친구가 되고자 하면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다.
슬픔이 불행이 아니다
유치환
모색(暮色)이 초연(超然)한 거리 끝에 서서
내가 이렇게 눈물짓는 것은
불행하여서가 아니다
시방 기척 없이 저무는 먼 산이며
거리 위에 아련히 비친 초생달이며
자취 없이 사라지는 놀구름이며--
이들의 스스로운 있음과 그 행지(行止)의 뜻을
나의 목숨이 새기어 느낄 수 있음의
그 행복에 흐느껴 눈물짓는 것이다
--진실로 진실로
의지 없고 덧없음으로 하여
보배롭고 거룩한 이 꽃받침자리여
아늑히 닥아오는 황혼에 서서
내가 이렇게 눈물짓는 것은
불행하여서가 아니다
마지막 여광(餘光)이 아쉬이 남은 서천(西天)으로
정화수(靜華水)를 흩뿌릴 듯 울려나는 저녁 종소리 함께
나의 목숨이 엎드려 기도드릴 수 있음의
그 지복(至福)에 감지(感之)하여 눈물짓는 것이다
<유치환, 박철석 편저, 문학세계사, 1999>
소오어전, 무이선후;
앞사람에게서 싫었던 것을 뒷사람에게 앞서하지 말 것이고,
所惡於後, 毋以從前;
소오어후, 무이종전;
뒷사람에게 싫었던 것을 앞사람에게 하지 말 것이며,
* 아이젠하워 전기를 쓴 사람의 말에 의하면 아이젠하워는 총명하고 강인하고 당당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아이젠하워의 자신에 대한 평은 다음과 같다.
“주먹으로 책상을 치며 지휘자의 권위를 보이는 종류의 사람이 아니라,
뒷자리에 앉아 인간의 약점을 이해하며 일하는 사람들을 위협하기보다 설득시키기에 노력한다.
설득된 사람은 하는 일을 사랑하고,
위협에 눌린 사람은 기회만 있으면 달아난다.”
10월 29일 목요일
* 자신의 지위를 결정하는 것은 재능이 아니라 태도다.
그대 설은 호산나!
청마 유치환
호산나! 호산나!
그대 이 길로 오시라
어느 세월로부터 끝간 데 없이 내게 트여 있는
이 길로 하여 그대 오시라
오늘도 감람 가지 꺾어 들고
홀로 나와 기다려 섰노니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는 이 안 보이는 길 위
한 줌 회오리만 이따금 먼지 쓸다 지나가고
한낮은 적적히
아슴아슴 기울어만 가는데
이토록 서운함도 이내 설지 않음은
다시 기다려 볼 내일 있음이거니
--어쩌면 어쩌면 영영 아니 오고 말
손에 감람 시들은 가지
영영 아니 오신다기로
호산나! 호산나! 그대, 나의 설은 호산나!
<유치환, 박철석 편저, 문학세계사, 1999>
所惡於右, 毋以交於左;
소오어우, 무이교어좌;
오른쪽 사람에게 싫었던 것으로 왼쪽 사람과 사귀지 말 것이고,
所惡於左, 毋以交於右:
소오어좌, 무이교어우:
왼쪽 사람에게서 싫었던 것으로 오른쪽 사람과 사귀지 말 것이다.
此之謂絜矩之道.
차지위혈구지도.
이것이 혈구의 규준이라는 것이다.
* 신문기자가 아이젠하워에게 물었다.
“어린이였을 때 소원이 무엇이셨습니까?”
“내가 어린이였을 때 내 친구와 서로의 포부를 이야기했었습니다.
그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하고,
나는 미국 제일가는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둘 다 어린이 때의 포부를 이루지 못했군요.”
10월 30일 금요일
* 인생을 마음대로 재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신의 태도를 인생에 맞도록 재단하는 일은 가능하다.
행복은 이렇게 오더이다
청마 유치환
마침내 행복은 이렇게 오더이다
무량한 안식을 거느린 저녁의 손길이
집도 새도 나무도 마음도 온갖 것을
소리 없이 포근히 껴안으며 껴안기며
그리하여 그지없이 안온한 상냥스럼 위에
아슬한 조각달이 거리 위에 내걸리고
등들이 오르고
교회당 종이 고요히 소리를 흩뿌리고
그립고 애달픔에 꾸겨진 혼 하나
이제 어디메에 숨 지우고 있어도
행복은 이렇게 오더니라
귀를 막고
그리고 외로운 사랑은
또한 그렇게 죽어 가더니라
<유치환, 박철석 편저, 문학세계사, 1999>
<다시 반복>
所惡於上으로 毋以使下하며
윗사람에게서 싫었던 것으로 아랫사람을 시키지 말 것이고,
所惡於下로 毋以事上하며
아랫사람에게서 싫었던 것으로 윗사람을 섬기지 말 것이며,
所惡於前으로 毋以先後하며
앞사람에게서 싫었던 것을 뒷사람에게 앞서하지 말 것이고,
所惡於後로 毋以從前하며
뒷사람에게 싫었던 것을 앞사람에게 하지 말 것이며,
所惡於右로 毋以交於左하며
오른쪽 사람에게 싫었던 것으로 왼쪽 사람과 사귀지 말 것이고,
所惡於左로 毋以交於右
왼쪽 사람에게서 싫었던 것으로 오른쪽 사람과 사귀지 말 것이다.
此之謂 矩之道니라
이것이 혈구의 규준이라는 것이다.
* 대통령 아이젠하워의 손자가 15세 때 아이젠하워 창고의 페인트 칠을 하고 수당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그 날 점심시간을 조금 길게 사용했다고 즉각 해고되었다.
얼마 후 자비를 베풀어 다시 일을 시키며 아이젠하워가 말했다.
“누구나 다 실수한다.
또 이 실수도 마지막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두 시간 점심이란 실수는 다시 없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