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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일 월요일

　* 예술가는 영혼 깊은 곳에서 아이디어를 기획한다. <앙리 베르그송, 1859~1941, 프랑스 철학자, 1927년 노벨 문학상>

[임성삼;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닌 심원한 성찰이 그리운 시대입니다.]

여름 산속 정자에서(山亭夏日)

고병(高騈)

綠樹濃陰夏日長(녹수농음하일장) : 푸른 나무 짙은 그늘 여름날은 길기만하고

樓臺倒影入池塘(누대도영입지당) : 누각의 그림자 연못에 거꾸로 비치네

水晶簾動微風起(수정렴동미풍기) : 수정 주렴은 가는 바람에도 흔들리고

滿架薔薇一院香(만가장미일원향) : 침목에 가득한 장미꽃, 그 향기 온 집안에 가득하네

내가 좋아하는 논어(論語) 한 구절

子曰: ｢巧言令色, 鮮矣仁! ｣

재왈: 교언영색, 선의인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듣기좋게 꾸며대는 간사한 말, 보기 좋게 아양떠는 얼굴 표정,

이러한 기교에는 인(仁)이 드물다.”

[임성삼; 나중에는 말을 꾸며대는 것과, 윗 사람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유교의 본질처럼 인식되었습니다. 아이러니입니다.]

　 * 영국 학교 '이튼'의 교풍(校風)

- 페어 플레이에 투철한 사람

- 남의 약점을 터뜨리지 않는 사람

- 고자질하지 않는 사람

- 나만이 ... 하는 고고한 태도를 취하지 않는 사람

- 자신에 대해 약하거나 비굴하지 않는 사람

- 신경질적으로 감정을 노출하지 않는 사람

- 약자를 깔보지 않는 사람

- 배신하지 않는 사람

- 남의 이목을 끌려하지 않는 사람

- 남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사람

- 남의 말을 끝까지 듣는 사람

- 공적인 일에 용기를 부리는 사람

[임성삼; 물론 이튼을 나온 사람들이 이 모든 덕목을 갖추었다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이 하나씩이라도 갖춘 결과, 과거의 대영제국을 만들었던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7월 3일 화요일

　* 예술은 감정을 표현한다기보다 우리의 감정을 생성시켜 주는 작업이다. <앙리 베르그송, 1859~1941, 프랑스 철학자, 1927년 노벨 문학상>

[임성삼; 미술은 우리에게 보는 방법과 이유를 알려줍니다. 음악은 마음을 듣는 방법을, 문학은 삶을 알게 합니다.]

강촌(江村)

두보

淸江一曲抱村流(청강일곡포촌유) : 맑은 강물 한 굽이, 마을을 감싸 흐르고

長夏江村事事幽(장하강촌사사유) : 강촌의 긴 여름, 일마다 한가롭다

自去自來堂上燕(자거자래당상연) : 저대로 날아가고 날아오는 지붕 위의 제비

相親相近水中鷗(상친상근수중구) : 서로 친하여 서로 가까이하는 것, 물 속의 갈매기

老妻畵紙爲碁局(노처화지위기국) : 늙은 아내는 종이에 바둑판을 그리고

稚子敲針作釣鉤(치자고침작조구) : 어린 아이는 바늘 두들겨 낚시바늘 만드네

多病所須唯藥物(다병소수유약물) : 병 많으니 필요한 건 오직 약물이니

微軀此外更何求(미구차외갱하구) : 하찮은 이 몸 이것 외에 무엇을 바랄까

내가 좋아하는 논어(論語) 한 구절

子曰: ｢道千乘之國: 敬事而信, 節用而愛人, 使民以時. ｣

재왈: 도천승지국: 경사이신, 절용이애인, 사민이시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천승의 전차를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도

정치를 신중히 하여 백성의 신의를 얻어야하며

나라의 소비를 절약하여 백성을 사랑해야 하며

백성에게 노역을 시킬 경우 농사에 지장이 없는 계절을 가려서 해야 한다.”

[임성삼; 큰 나라를 다스리는데도 특별한 비결이 없습니다. 백성의 믿음을 얻고, 백성을 괴롭히지 않는 시책을 시행하면 되는 것입니다.]

* 유토피아는 한낱 꿈일 뿐인가? - 1997년 프랑스 대학입시 수학능력고사(바칼로레아) 논술 문제

어떤 사고나 이론을 유토피아적이라고 할 때는 그것을 깎아내릴 의도에서인 경우가 많다. 사실 유토피아는 보통의 언어에서 실현 불가능한 제안, 위험하진 않을지 모르나 쓸 데 없는 공상으로 통한다. 현실적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은 그런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낱말의 정의는 상당히 도식적으로 보일 수 있다. 플라톤, 토머스 모어, 쌩 시몽 같은 사람들이 순전히 쓸 데 없는 꿈들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면, 그들 상상력을 증명하려는 의도 이상이 있었던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7월 4일 수요일

　* 철학가는 모호한 개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반드시 과학자들과 함께 세부적인 실험을 거쳐 그 성과를 계산해야 한다. <앙리 베르그송, 1859~1941, 프랑스 철학자, 1927년 노벨 문학상>

[임성삼; 아마도 철학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유종권의 시에 사족을 붙이다

蘇軾(소식)

人皆苦炎熱(인개고염열) : 사람들 모두 더위를 괴롭다하나

我愛夏日長(아애하일장) : 난 여름날 긴 것이 좋다네

薰風自南來(훈풍자남내) : 훈풍이 남쪽에서 불어오니

殿閣生微凉(전각생미량) : 전각엔 잔잔하고 시원한 바람이 인다

一爲居所移(일위거소이) : 한번 사는 곳을 옮기게 되면

苦樂永想忘(고락영상망) : 백성들의 고락을 영영 잊어버리네

願言均此施(원언균차시) : 원컨대 이러한 혜택을 고루 나누어

淸陰分四方(청음분사방) : 맑은 그늘을 온 세상에 고루 나누었으면

내가 좋아하는 논어(論語) 한 구절

子曰: ｢弟子入則孝, 出則弟, 謹而信, 汎愛衆, 而親仁.

行有餘力, 則以學文. ｣

재왈: 제자입즉효, 출즉제, 근이신, 범애중, 이친인.

행유여력, 즉이학문.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제자들아, 집에서는 효도하고, 나가서는 공손하며,

행동에는 부지런하고, 말한 바는 반드시 지키며,

널리 모든 사람을 사랑하되, 어진 사람을 가까이하라.

이런 일을 실천하고 남는 힘이 있으면 학문을 배우라.”

[임성삼; 학문은 인간이 이루어진 다음에 하는 것입니다.

이 말씀을 이루기 위해 조광조 이후의 우리 선비들은 '소학'을 매우 귀중히 여기게 되었습니다.]

* 국가는 개인의 적인가? - 프랑스 대학입시 수학능력고사(바칼로레아) 논술 문제

20세기는 다른 그 어느 세기보다, 특정한 국가들이 그 구성원인 개인들을 짓누르는 데 몰두한 듯 보인다.

전체주의 체제들의 상위 집중 권력은 개별적인 모든 시도, 사고조차도 금한다. 시민은 형체 없는 무리에 파묻혀, 조금이라도 이탈하면 중벌을 받는다. 그런 상황은 국가 형태의 논리적 귀결인가, 아니면 거기서 국가의 타락과 그 본분의 변질을 볼 것인가?

7월 5일 목요일

　* 청춘의 특징은 생기 있고 격류처럼 거친 열정과 끝없는 꿈을 지니며, 순백의 눈처럼 순수하다는 데 있다. 청춘은 분명 인생의 꽃이며, 값을 매길 수 없는 보석이다. <토마스 만, 1875~1955, 독일, 1929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임성삼; 나이가 들어서 청춘을 생각하면 이렇게 보입니다.]

산해경을 읽고

陶淵明(도연명)

孟夏草木長(맹하초목장) : 초여름 풀과 나무들이 자라

遶屋樹扶疏(요옥수부소) : 집을 둘러쌓고 나무들은 울타리가 되었네

眾鳥欣有託(중조흔유탁) : 뭇 새들은 깃들 곳 있음을 기뻐하고

吾亦愛吾廬(오역애오려) : 나도 내 오두막을 사랑하노라

既耕亦已種(기경역이종) : 밭 갈고 씨 다 뿌리면

時還讀我書(시환독아서) : 때때로 나는 내 책을 읽는다

窮巷隔深轍(궁항격심철) : 호젓한 골목길은 깊은 수레자국 난 큰 길과 떨어져

頗迴故人車(파회고인차) : 가끔은 옛 친구의 수레도 돌려보내어 만나지 않는다

歡然酌春酒(환연작춘주) : 즐거운 마음으로 봄날의 술을 따르며

摘我園中蔬(적아원중소) : 채소밭에서 나물 캐어 안주로 한다오

微雨從東來(미우종동래) : 보슬비가 동녘에서 불어오니

好風與之俱(호풍여지구) : 상쾌한 바람이 함께 불어온다

(이하생략)

내가 좋아하는 논어(論語) 한 구절

子曰: ｢君子不重則不威, 學則不固.

재왈: 군자 부중즉 불위, 학즉 불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항상 언동을 신중히 하여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위엄이 없어진다.

신중하지 않은 사람은 학문을 하여도 견고하지 못하다.“

[임성삼; 나는 學則不固를 “배우면 고집스럽지 않게 된다‘라고 해석했었습니다.

참된 배움은 자기가 아는 것만 고집하지 않습니다.]

* 어디에서 정신의 자유를 알아차릴 수 있는가? - 1999년 프랑스 대학입시 수학능력고사(바칼로레아) 논술 문제

자유는 본능의 지배를 받는 동물과 인간을 구분짓는 대표적인 기준 중 하나이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을 이성의 동물이아고 하고 정신을 소유하고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인간의 무의식을 집중 연구해온 심리학과 인문학은 여기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해 왔다. 과연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인지, 그렇다면 어디에서 우리가 정신의 자유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지, 우리 스스로 다시 한번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왜 이 같은 질문 제기가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살펴보고, 이어 자유의 증거를 찾아보겠으며, 마지막으로 왜 자유의 실천 없이는 정신의 자유가 유지되기 어려운가를 알아보겠다.　

7월 6일 금요일

　* 고독은 인간의 독창성과 낯설고 놀라운 미적 감각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시적 정서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고집, 횡포, 터무니없는 이론 같은 그 반대적 성향의 것들도 초래할 수 있다. <토마스 만, 1875~1955, 독일, 1929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임성삼; 아주 드물지만 총을 난사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확률적으로 보아 고독은 창의성의 기반입니다.]

어느 여름날 이공이 나를 찾아와 주다

杜甫(두보)

遠林暑氣薄(원림서기박) : 멀리 보이는 숲은 더위가 적어

公子過我遊(공자과아유) : 이공께서 나를 찾아 오셨다

賓居類村塢(빈거류촌오) : 가난한 내 집은 마을 담과 같아서

僻近城南樓(벽근성남누) : 외지게 성 남쪽 누대에 가까이 있다

傍舍頗淳朴(방사파순박) : 이웃 사람들은 모두 순박하여

所願亦易求(소원역이구) : 아쉬운 것도 쉽게 구한다네

隔屋問西家(격옥문서가) : 담 너머 서쪽 집에 묻기를

借問有酒不(차문유주불) : 술 가진 좀 것 없는가 하니

牆頭過濁醪(장두과탁료) : 담장 너머로 막걸리를 건네준다

淸風左右至(청풍좌우지) : 맑은 바람 좌우에서 불어오니

客意已驚秋(객의이경추) : 손님은 마음속으로 이미 가을인가 놀란다

巢多衆鳥鬪(소다중조투) : 새둥지 많아 뭇 새들은 다투고

葉密鳴蟬稠(엽밀명선조) : 나뭇잎 무성하여 매미소리 요란하다

苦遭此物聒(고조차물괄) : 시끄러운 매미소리 듣기가 괴로운데

孰謂吾廬幽(숙위오려유) : 누가 내 집이 그윽하다 하는가

水花晩色靜(수화만색정) : 연꽃은 저녁 빛에 고요하니

庶足充淹留(서족충엄류) : 손님 잡아두기에 충분합니다

預恐樽中盡(예공준중진) : 술통의 술 떨어질까 미리 두려워

更起爲君謀(갱기위군모) : 다시 일어나 술 마련해 두려네

내가 좋아하는 논어(論語) 한 구절

主忠信.

주 충신.

충실과 믿음성을 생활의 신조로 삼아야 한다.

[임성삼; 여기서 忠 은 왕이나 나라에 대한 충성이 아니고, 다른 사람에 대해 성의를 다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 권력의 남용은 불가피한 것인가? - 2000년 프랑스 대학입시 수학능력고사(바칼로레아) 논술 문제

권력을 가진 자가 이를 남용할 때 우리는 여기에 대한 항의와 동시에 어떤 숙명론에 부딪치게 된다. 곧 권력의 남용이 불가피하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지혜롭고 덕이 높다고 평가받던 사람들도 그것이 정치적인 것이든 경제적인 것이든 아니면 명예이든, 권력을 소유하자마자 이를 남용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렇다면 권력의 남용은 인간에게 운명지어진 것인가?

우선 어떤 조건 아래에서 권력의 남용이 인지되고 이를 고발하게 되는가를 살펴보고, 이어 어떤 이유에서 권력의 남용이 불가피하다고 하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권력의 남용을 막기 위해 또는 제한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찾아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7월 9 일 월요일

　* 착한 마음은 선한 자의 영광이다. 착한 마음은 우리를 영원히 기쁘게 하며, 모든 일을 용인함으로써 걱정을 잊고 편안한 마음을 유지시켜 준다. <토마스 만, 1875~1955, 독일, 1929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임성삼; 착한 마음의 효용가치를 명확하게 표현하였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답습니다.]

여름 노래

이해인

엄마의 무릎을 베고

스르르 잠이 드는

여름 한낮

온 세상이

내 것인 양

행복합니다

꿈에서도

엄마와 둘이서

바닷가를 거닐고

조가비를 줍다가

문득 잠이 깨니

엄마의 무릎은 아직도

넓고 푸른 바다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논어(論語) 한 구절

過則勿憚改.

과즉물탄개“

과실이 있으면, 그것을 고치기를 꺼려하지 말라.

[임성삼; 공자님은 직선적인 성격이셨습니다. 이 말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 다름은 곧 불평등을 의미하는 것인가? - 프랑스 대학입시 수학능력고사(바칼로레아) 논술 문제

나와 다른 사람, 나와 다른 점들이 우리의 관심을 끈다. 이것이 차이성인데 차이성을 발견하자마자 우리는 더 하다 덜 하다, 더 우수하다 덜 우수하다 등의 평가를 하게 된다. 차이성을 높고 낮음의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차이가 차별로, 평등을 위한 차이성의 부정이 독재로 진행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다양성을 말하지만 다양성의 실현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7월 11일 수요일

　* 젊고 늙음은 스스로의 느낌에 따라 달라진다. <토마스 만, 1875~1955, 독일, 1929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임성삼; 젊은 늙은이가 늘고, 늙은 철없는 이가 늘어나면 참으로 곤란한 일입니다.]

초여름(맹하(孟夏))

고엄(賈弇)

江南孟夏天(강남맹하천) : 강남의 초여름 날

紫竹筍如編(자죽순여편) : 자색 죽순이 엮은 듯 솟고

蜃氣爲樓閣(신기위누각) : 아지랑이는 누각 모양

蛙聲作管絃(와성작관현) : 개구리 소리 그대로 음악소리

내가 좋아하는 논어(論語) 한 구절

敏於事而愼於言

민어사이 신어언

일에는 민첩하고, 말에는 신중해야 한다.

* 평화와 불의가 함께 갈 수 있는가? - 1996년 프랑스 대학입시 수학능력고사(바칼로레아) 논술 문제

인류 역사가 투쟁과 전쟁의 역사라고 하지만 인류가 평화를 갈구하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하다. 그러나 평화라고 해서 모든 평화를 다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잘못 구성된, 그리고 불의를 기본으로 하는 평화가 과연 오래 갈 수 있는가? 이런 평화란 오히려 새로운 분쟁을 몰고 오지 않을까?

평화는 이상일 따름이고 실제로는 우리가 평화라고 불렀던 것이 불의와 자주 타협하고 있었음을 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간 관계에서의 ‘현실적인 시각’을 뛰어넘어 보다 지속적이며 진정한, 정의로운 평화의 가능성에 대해 한번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7월 12일 목요일

　* 고통의 쓴맛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평생 유치한 어린아이일 수밖에 없다. <토마스 만, 1875~1955, 독일, 1929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임성삼; 이 말을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고통을 받은 적이 있으므로 이런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7월 여름 편지

이 해 인

움직이지 않아도

태양이 우리를 못 견디게 만드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서로 더욱

뜨겁게 사랑하며

기쁨으로 타오르는

작은 햇덩이가 되자고 했지?

산에 오르지 않아도

신록의 숲이 마음에 들어차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묵묵히 기도하며

이웃에게 그늘을 드리우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되자고 했지?

바닷가에 나가지 않아도

파도소리가 마음을 흔드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탁 트인 희망과 용서로

매일을 출렁이는

작은 바다가 되자고 했지?

여름을 좋아해서

여름을 닮아가는 초록빛 친구야

멀리 떠나지 않고서도

삶을 즐기는 법을 너는 알고 있구나

너의 싱싱한 기쁨으로

나를 더욱 살고 싶게 만드는

그윽한 눈빛의 고마운 친구야

잔디밭에 떨어진

백합 한 송이

가슴이 작은 새가

살짝 흘리고 간

하얀 깃털 한 개

이들을 내려다보는

느티나무의 미소

그리고

내 마음의 하늘에 떠 다니는

그리움의 흰구름 한 조각에

삶이 뜨겁네

바람 한 점 머물지도 않고

몸도 마음도

땡볕에 타는 여름

땀에 절어

소금기는 다 빠져버린

나의 무기력한 일상을

높은 데서 내려다보며

매미, 쓰르라미는

참 오래도 우는구나

너무 힘들어 쉬고 있는

나의 의무적인 기도를

즐겁게 즐겁게

대신 노래해주는구나

내가 좋아하는 논어(論語) 한 구절

就有道而正焉

취유도이정언

올바른 길을 취해, 스스로를 바르게 만든다.

* 도덕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자신의 욕망과 싸운다는 것을 뜻하는가? - 2002년 프랑스 대학입시 수학능력고사(바칼로레아) 논술 문제

철학과 문학은 자신의 욕망을 모두 따르는 사람을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으로 묘사하곤 했다. 쾌락에 빠져 직접적인 개인적 만족만을 생각하고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사람 말이다. 이런 사람의 경우 자기 행위의 도덕적 의미를 신경쓰지 않는다는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렇다면 욕망과 도덕적 행위가 서로 완전히 대립되며 양립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려야 할까? 그와는 반대로 개인의 욕망을 감안하고 적어도 부분적으로라도 욕망의 충족을 인정해 줄 수 있는 도덕을 생각해볼 수는 없는 것일까? 도덕적 행위는 타인을 배려하는 데서 시작되는 데 반해 욕망은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것인데 이러한 대립에 빠지지 않는 도덕 관념을 세우는 것이 가능할까?

7월 13일 금요일

　* 동물은 함께 지내기에 가장 만만하고 편한 친구이다. 그들은 질문을 하거나 비평하지 않기 때문이다. <토마스 만, 1875~1955, 독일, 1929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임성삼; 권력자의 주변에는 이런 편한 친구들이 많습니다.]

수국을 보며

이해인

기도가 잘 안 되는

여름 오후

수국이 가득한 꽃밭에서

더위를 식히네

꽃잎마다

하늘이 보이고

구름이 흐르고

잎새마다

물 흐르는 소리

각박한 세상에도

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

원을 이루어 하나 되는 꽃

혼자서 여름을 앓던

내 안에도 오늘은

푸르디 푸른

한 다발의 희망이 피네

수국처럼 둥근 웃음

내 이웃들의 웃음이

꽃무더기로 쏟아지네

내가 좋아하는 논어(論語) 한 구절

子貢曰: ｢貧而無諂, 富而無驕, 何如? ｣子曰: ｢可也. 未若貧而樂, 富而好禮者也. ｣

자공왈: 빈이무첨(아첨할 첨), 부이무교(교만할 교), 여하?

재왈: 가야. 미약빈이락, 부이효례자야.

자공이 말했다. “가난하면서 아첨하는 일이 없고, 부자면서 교만하지 않으면 어떠합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쓸만한 인물이다. 그러나 가난하면서도 즐기고, 부자이면서도 예절을 좋아하는 사람만은 못하다.”

* 우리는 좋다고 하는 것만 바라는가? - 2002년 프랑스 대학입시 수학능력고사(바칼로레아) 논술 문제

욕망이란 우리가 스스로 ‘결핍’되어 있다고 느끼는 것을 충족할 수 있는 대상을 찾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관점에서 볼 때, 욕망을 느끼는 사람은 내적으로 어떤 불균형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며 욕망의 충족은 (설사 일시적일지라도) 평형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욕망의 충족은 유익하며, 욕망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그것을 욕망하는 주체에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욕망의 대상을 정의하는 것도, 그 대상을 평가하는 것도 모두 주체의 몫이다. 일반적으로 욕망의 대상은 긍정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그것이 주관적이므로 그에 대한 평가는 취약하거나 근거가 없을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가 좋다고 평가하는 것만을 욕망한다면 그 대상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이며, 그 평가는 과연 항구적일 수 있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7월 16일 월요일

　*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상대를 소유하려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존 골즈워디, 1867~1933, 영국, 1932년 노벨 문학상>

당신의 숲속에서Ⅱ

이 해 인

어느 아침엔

한편의 서정시로 살아 오시더니

어느 밤에는

한편의 서사시로 살아 오시고

어느 봄에는

환상이 흐르는 추상화이시더니

어느 가을엔

은은한 빛의 동양화이시고

어느 여름엔

바다빛 교향곡으로 오시더니

어느 겨울엔

하얀 눈빛의 가곡으로 오시고

끊임없는 언어와

끊임없는 빛깔과

끊임없는 소리로

당신이 살아오는

당신의 숲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논어(論語) 한 구절

子曰: ｢不患人之不己知, 患不知人也. ｣

재왈: 불환인지부기지, 환부지인야.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남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걱정하지 말아라. 내가 남을 알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여라.”

* 의무를 다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 1998년 프랑스 대학입시 수학능력고사(바칼로레아) 논술 문제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도덕적으로 올바르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물론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 싫어서라는 소극적 이유에서 그럴 수도 있으나, 이러한 욕망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것만으로 우리의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을까?

7월 17일 화요일

　*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것은 곧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다. <존 골즈워디, 1867~1933, 영국, 1932년 노벨 문학상>

여름 일기 1

이해인

여름엔

햇볕에 춤추는 하얀 빨래처럼

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

영혼의 속까지 태울 듯한 태양 아래

나를 빨아 널고 싶다

여름엔

햇볕에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

향기로운 매일을 가꾸며

향기로운 땀을 흘리고 싶다

땀방울마저도 노래가 될 수 있도록

뜨겁게 살고 싶다

여름엔

꼭 한 번 바다에 가고 싶다

바다에 가서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 온

섬 이야기를 듣고 싶다

침묵으로 엎디어 기도하는 그에게서

살아 가는 법을 배워 오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논어(論語) 한 구절

子曰: ｢詩三百, 一言以蔽之, 曰 '思無邪' . ｣

재왈: 시삼백 일언이폐지, 왈 “사무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시경의 삼백 편의 시는 한 마디로 말해서 ‘어긋남을 생각하지 않는다’이다.”

[임성삼; 사무사(思無邪)는 시경의 노송 경편에 나옵니다. 마음에 어두운 그림자가 없고, 솔직해서 거칠 것이 없는 것을 말합니다.]

* 무엇을 비인간적인 행위라고 하는가? - 1998년 프랑스 대학입시 수학능력고사(바칼로레아) 논술 문제

우리는 종종 어떤 행위를 두고 비인간적이라고 말하곤 한다. 극도로 추악한 범죄나 노약자 학대 등 뉴스를 장식하는 사건들은 격렬한 비난을 받게 마련이며, 이럴 때 흔히 ‘비인간적’이라는 형용사가 사용된다.

이 때 ‘비인간적’이라는 단어는 감정적으로 냉혹한 행위를 가리킬 수도 있고(개를 때리거나 휴가 때 버리고 가는 것은 비인간적이다), 도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고문이나 아동에 대한 노동 착취)를 지칭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비인간적’이라는 수식어는 어떤 면에서 매우 역설적이다. 사람의 행동이 어떻게 비인간적일 수 있단 말인가?

7월 18일 수요일

　* 우리는 삶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그것과 맞서 싸울 수는 있다. <존 골즈워디, 1867~1933, 영국, 1932년 노벨 문학상>

[임성삼; 대단한 힘입니다. 그리고 진실입니다.]

여름 일기 2

이해인

오늘 아침

내 마음의 밭에는

밤새 봉오리로 맺혀 있던

한 마디의 시어(詩語)가

노란 쑥갓꽃으로 피어 있습니다

비와 햇볕이

동시에 고마워서

자주 하늘을 보는 여름

잘 익은 수박을 쪼개어

이웃과 나누어 먹는

초록의 기쁨이여

우리가 사는 지구 위에도

수박처럼 둥글고 시원한

자유와 평화

가득한 여름이면 좋겠습니다

오늘 아침 나는

다림질한 흰 옷에

물을 뿌리며 생각합니다

우울과 나태로

풀기 없던 나의 일상(日常)을

희망으로 풀먹여 다림질해야겠음을

지금쯤 바삐 일터로 향하는

나의 이웃을 위해

한 송이의 기도를 꽃피워야겠음을

내가 좋아하는 논어(論語) 한 구절

子曰: ｢吾與回言終日, 不違如愚. 退而省其私, 亦足以發. 回也不愚. ｣

재왈: 오여회언종일, 불위여우. 퇴이성기사, 역족이발. 회야불우.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회와 하루 종일 말을 했다. 그는 듣고만 있을 뿐 질문도 없어 어리석은 사람과 같았다. 그러나 그 후의 생활을 보면 충분히 나의 말의 이치를 분명히 알고 있다. 회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다.

* 일시적이고 순간적인 것에도 가치가 존재하는가? - 1997년 프랑스 대학입시 수학능력고사(바칼로레아) 논술 문제

한 사물이 가치 있다고 말할 때, 우리는 그것이 오래 지속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다. 자동차를 살 때 우리는 값을 하는 차라면 오래 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예술 작품은 오래 된 것일수록 더 존경받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가치란 시간적으로 오래 지속하는 것과 관계 있다는 결론을 내려야 할까? 일시적이고 순간적인 것 역시 그와는 완전히 다른 만족감을 제공할 수 있으며, 그 독특성으로 인해 나름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7월 19일 목요일

　* 진리는 기계와 같다. 누군가 살짝 밀기만 하면 스스로 돌아간다. <존 골즈워디, 1867~1933, 영국, 1932년 노벨 문학상>

[임성삼; 어떤 경우에는 살짝 미는 것이란 피를 흘리는 것입니다.]

여름 일기

이해인

사람들은

나이 들면

고운 마음

어진 웃음

잃게 쉬운데

느티나무여

당신은 나이 들어도

어찌 그리 푸른 기품 잃지 않고

넉넉하게 아름다운지

나는 너무 부러워서

당신 그늘 아래

오래오래 앉아서

당신의 향기를 맡습니다.

조금이라도 당신을 닮고 싶어

시원한 그늘 떠날 줄을 모릅니다.

당신처럼 뿌리가 깊어 더 빛나는

시의 잎사귀를 달 수 있도록

나를 기다려주시시오.

당신처럼 뿌리 깊고 넓은 사랑을

나도 하고 싶습니다

사계절 중에

여름이 제일 좋다는

젊은 벗이여

나는 오늘

달고 맛있는

초록 수박 한 덩이

그대에게 보내며

시원한 여름을 가져봅니다

한창 진행중이라는

그대의 첫사랑도

이 수박처럼

물기 많고

싱싱하고

어떤 시련 중에도

모나지 않은 둥근 힘으로

끝까지 아름다울 수 있기를

해 아래 웃으며 기도합니다

바다가 그리운 여름날은

오이를 썰고

얼음을 띄워

미역 냉국을 해먹습니다

입 안에 가득 고여오는

비릿한 바다 내음과

하얀 파도소리에

나는 어느새 눈을 감고

해녀가 되어

시의 전복을 따러 갑니다

내가 좋아하는 논어(論語) 한 구절

子曰: ｢視其所以,

재왈: 시기소이,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가 하는 것을 보고,

觀其所由,

관기소유

그가 한 행동의 이유를 관찰하고,

察其所安.

찰기소안

그가 좋아하는 바를 살펴보면

人焉廋哉? 人焉廋哉? ｣

인언수(숨길 수)재? 인언수재?

사람이 어찌 속일 수 있는가? 어찌 속일 수 있겠는가?

[임성삼; 이번 대통령에 출마하는 사람들을 이런 방법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요?]

* 무엇이 내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말해 주는가? - 1988년 프랑스 대학입시 수학능력고사(바칼로레아) 논술 문제

도덕적 선택을 앞두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말해 주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험에 비추어 생각할 때, 우리의 의무는 우리의 내면에서 결정되는 듯하다.

하지만 이 내면의 공간은 진정 의무의 근원인가? 우리의 내면은 외부에서 오는 명령을 받아들이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러므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알려 주는 우리 내면의 목소리가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7월 20일 금요일

　* 사람들은 기정사실도 일정 시간이 지나야 받아들인다. <존 골즈워디, 1867~1933, 영국, 1932년 노벨 문학상>

[임성삼; 그러나 일정 시간이 흐른 후에는 변하지 않으려 합니다.]

비 갠 여름 아침

김광섭

비가 갠 날

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내려와서

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

녹음이 종이가 되어

금붕어가 시를 쓴다

* 1938 시집 <동경>에 수록.

내가 좋아하는 논어(論語) 한 구절

子曰: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

재왈: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옛 것을 갈고 닦아 애호하면서 새로운 것을 아는 사람은 능히 남을 인도할 자격이 있다.

* 우리는 정념(passion)을 찬양할 수 있는가? - 1996년 프랑스 대학입시 수학능력고사(바칼로레아) 논술 문제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 규정하는 일반적 견해 때문에 인간의 감정적 측면을 경멸적으로 바라보는 해석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수많은 철학자들은 정념(passion)을 비난했다.

정념에 대한 이러한 비난은 플라톤에서 비롯되었으며, 역사를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 왔다. 따라서 우리는 혹시 역사가 정념을 해로운 것이 아니라 찬양받아 마땅한 것으로 간주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단지 역설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지한 의미에서 정념을 찬양할 수는 없는 것일까?

7월 23 일 월요일

　* 조급함 때문에 실수할 바에는 차라리 조금 늦는 게 낫다.

머리를 굴리다 일을 그르치느니 차라리 조금 아둔해지는 게 낫다. <존 골즈워디, 1867~1933, 영국, 1932년 노벨 문학상>

[임성삼; 삶의 경험이 뒷받침되기 전에는 어려운 일입니다.]

여름을 부른다 - 소년들에게 -

김광섭

여름해는 빨리 돈다

시원한 아침

아이들아 어서 일어나

해님에게 인사하라

들에는 조상의 발자국

들꽃이 핀다

풀잎에 맺힌 진주이슬

벌레들이 해를 보고 기어오른다

언덕엔 새들이 날고

골짜기엔 냇물이 졸졸 흐르고

하늘엔 흰구름이 둥둥 노래하잔다

뻐꾹새는 한 목소리로

이 산 저 산 그리워 운다

여름은 과일철

참외 수박 딸기 살구 복숭아 도마도

봄은 가도 꽃은 남아

여름엔 여름꽃 장미는 핀다

나비 날고 꿀벌이 잉잉

모두가 친구들이다

바람은 시냇가 버들가지에

휘청거리다가 쉬지도 않고 간다

무덥다가도 소나기가 쏴 오면

나무와 풀은 졸다가 깬 듯

더 푸르고 싱싱해서

녹음 속에 맴이 운다

여름은 바다와 친하기 쉽다

불러 보라

원하는 대로 대답하리니

먼 하늘에서 망을 보다가

갈매기도 날아온다

바위에 부딪쳐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오가는 배들

안정과 평화를 위해

밤과 낮

해군은 바다를 지킨다

내가 좋아하는 논어(論語) 한 구절

子曰: ｢君子不器.｣

재왈: 군자불기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어느 한 가지 용도에만 사용될 수 있는 그릇이 되면 안 된다.”

[역주(譯註); 군자는 기계적인 인간이어서는 안 된다.]

* 종교적 믿음을 가지는 것은 이성을 포기한다는 것을 뜻하는가? - 1997년 출제 프랑스 대학입시 수학능력고사(바칼로레아) 논술 문제

철학이 이성적 담론이라고 자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철학자들이 신의 존재를 (자신의 기획을 통해 이성적으로) 증명하여 종교적 신앙에 기반을 마련하려 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문제를 지나치게 도식적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신앙의 비합리성과 이성의 통상적 요구 사항을 결정적으로 대립시키기보다는 믿음과 이성의 관계에 대해 더욱 정교한 개념을 가져야 할 것이다.

결론

중세 시대에 수많은 철학자들은 계시 진리가 이성적 진리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볼 때 이성이란 신앙 앞에서 몸을 굽혀야 한다(따라서 철학은 ‘신학의 시녀’일 따름이다[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현대는 더욱 분명히 신앙이 이성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성을 반드시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이것은 심지어 “나는 연구실에 들어갈 때면 신을 옷장 속에 넣어둔다”고 말한 파스퇴르의 경우처럼 동거를 내포할 수도 있다.)

칸트가 신을 상정할 때 신앙은 전혀 기계적인 것이 아니다. 최종 분석에서 신앙은 신의 은총에 의존하고 있다. 신앙의 내용이 이성의 내용과 동일했다면 이성을 포기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성 자체의 적용 영역에도 한계가 있으며 이 한계를 넘어서는 곳에서는 이성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성을 포기한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인간 존재가 전적으로 이성적이지는 않다는 점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7월 24일 화요일

　* 일찍이 인간의 소유욕은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다. <존 골즈워디, 1867~1933, 영국, 1932년 노벨 문학상>

아침

조지훈

실눈을 뜨고 벽에 기대인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짧은 여름밤은 촛불 한 자루도 못다 녹인 채 사라지기 때문에

섬돌 우에 문득 석류(石榴)꽃이 터진다.

꽃망울 속에 새로운 우주(宇宙)가 열리는 파동(波動)

아 여기 太古적 바다의 소리 없는 물보라가 꽃잎을 적신다.

방안 하나 가득 石榴꽃이 물들어 온다.

내가 石榴꽃 속으로 들어가 앉는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논어(論語) 한 구절

子貢問君子. 子曰: ｢先行其言而後從之. ｣

자공문군자. 재왈: 선행기언 이후종지

자공이 군자에 대해 물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말하는 것이 군자이다.”

[임성삼; 자공은 가장 말이 많은 제자였습니다.]

* 정열은 우리의 의무 이행을 방해하는가? - 프랑스 대학입시 수학능력고사(바칼로레아) 논술 문제

철학적으로 분석될 수 있는 의무의 개념은, 자기 의무 이행과 정열이 환기시키는 이기주의의 양립이 어려운 듯이 보이기에 충분한 어떤 엄정성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모든 정열이 의무와 관련하여 유사한 결과를 낳는지, 또 자신의 의무를 다하면서 느끼는 만족과 정열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과는 공통점이 없는지를 질문해볼 수 있겠다.

7월 25일 수요일

　* 재산의 노예가 되면 시야가 좁아지고 심지어 다른 사람의 기분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세상에 이보다 더 불쌍한 자가 어디 있겠는가? <존 골즈워디, 1867~1933, 영국, 1932년 노벨 문학상>

[임성삼; 재산이 있으면 다른 사람의 기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 재벌의 경우가 정확한 예입니다.]

山村의 여름저녁

한 용 운

산 그림지는 집과 집을 덮고

풀밭에는 이슬 기운이 난다.

질동이 이고 물깃는 처녀는

걸음걸음 넘치는 물에 귀 밑을 적신다.

올감자를 캐어 지고 오는 사람은

서쪽 하늘을 자주 보면서 바쁜 걸음을 친다.

살찐 풀에 배부른 송아지는

게을리 누워서 일어나지 않는다.

등거리만 입은 아이들은

서로 다투어 나무를 안아들인다.

하나씩 둘씩 돌아가는 가마귀는

어데로 가는지 알 수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논어(論語) 한 구절

子曰: ｢君子周而不比, 小人比而不周.｣

재왈: 군자주이불비, 소인비이부주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두루 사귀나 파벌을 만들지 않고,

소인은 파벌을 만들어 두루 사귀지 않는다.”

* 진실에 저항할 수 있는가? - 프랑스 대학입시 수학능력고사(바칼로레아) 논술 문제

자신의 성적을 착각하는 학생에게 ‘진실을 직시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할 때가 있다. 그가 피란델로의 연극을 안다면 ‘각자의 진실이 있지’라고 대꾸할 수도 있으리라. 성적 판단이 다소 주관적임을 지적하면서.

대체적으로 긍정적 가치로 인정되는 진실에 자동적으로 끌리지 않는 건 놀라와 보인다. 진실을 거부할 수 있을까? 있다면 어떤 이유인가?

결론

진실은 어떤 개념으로든 정복자적 힘은 아니다. 우리가 그것을 무시할 수 있고, 개인적 혹은 문화적 이해가 걸릴 때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습관적으로 우리는 우리가 (특히 과학적으로) 선호하는 버전으로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의무라고 주장하지만, 그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여전히 의심해볼 수 있다. 정신의 자유는 그러한 대가로 있다.

7월 26일 목요일

　* 우리는 독서를 통해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더욱 유용한 지식, 즉 세계에 대한 인식은 여러 다양한 인물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존 골즈워디, 1867~1933, 영국, 1932년 노벨 문학상>

여름의 달밤

김소월

서늘하고 달 밝은 여름 밤이여

구름조차 희미한 여름 밤이여

그지없이 거룩한 하늘로써는

젊음의 붉은 이슬 젖어 내려라.

행복(幸福)의 맘이 도는 높은 가지의

아슬아슬 그늘 잎새를

배불러 기어 도는 어린 벌레도

아아 모든 물결은 복(福)받았어라.

뻗어 뻗어 오르는 가시덩굴도

희미(稀微)하게 흐르는 푸른 달빛이

기름 같은 연기(煙氣)에 멱감을러라.

아아 너무 좋아서 잠 못 들어라.

우긋한 풀대들은 춤을 추면서

갈잎들은 그윽한 노래 부를 때.

오오 내려 흔드는 달빛 가운데

나타나는 영원(永遠)을 말로 새겨라.

자라는 물벼 이삭 벌에서 불고

마을로 은(銀) 솟듯이 오는 바람은

눅잣추는 향기(香氣)를 두고 가는데

인가(人家)들은 잠들어 고요하여라.

하루 종일(終日) 일하신 아기 아버지

농부(農夫)들도 편안(便安)히 잠들었어라.

영 기슭의 어득한 그늘 속에선

쇠스랑과 호미뿐 빛이 피어라.

이윽고 식새리소리는

밤이 들어가면서 더욱 잦을 때

나락밭 가운데의 우물 물가에는

농녀(農女)의 그림자가 아직 있어라.

달빛은 그무리며 넓은 우주(宇宙)에

잃어졌다 나오는 푸른 별이요.

식새리의 울음의 넘는 곡조(曲調)요.

아아 기쁨 가득한 여름 밤이여.

삼간집에 불붙는 젊은 목숨의

정열(情熱)에 목맺히는 우리 청춘(靑春)은

서늘한 여름 밤 잎새 아래의

희미한 달빛 속에 나부끼어라.

한때의 자랑 많은 우리들이여

농촌(農村)에서 지나는 여름보다도

여름의 달밤보다 더 좋은 것이

인간(人間)에 이 세상에 다시 있으랴.

조그만 괴로움도 내어버리고

고요한 가운데서 귀기울이며

흰달의 금물결에 노(櫓)를 저어라

푸른 밤의 하늘로 목을 놓아라.

아아 찬양(讚揚)하여라 좋은 한때를

흘러가는 목숨을 많은 행복(幸福)을.

여름의 어스러한 달밤 속에서

꿈같은 즐거움의 눈물 흘러라.

내가 좋아하는 논어(論語) 한 구절

子曰: ｢學而不思則罔, 思而不學則殆. ｣

재왈: 학이불사즉 망(그물 망, 없다, 무), 사이불학즉 태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기만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으며, 생각만 하며 배우지 않으면 위태하다.

* 진리가 우리 마음을 불편하게 할 때, 진리 대신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환상을 쫓아도 좋은가? - 1998년 출제 프랑스 대학입시 수학능력고사(바칼로레아) 논술 문제

플라톤 이후 진리에 대한 예찬은 수없이 있어 왔다. 그러나 진리는 어떤 달콤한 환상을 넘어설 때만이 알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쉽게 환상에 빠지는 것은 환상이 우리 마음을 달래 주고, 우리로 하여금 근심스러운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며, 우리의 욕구를 채워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진리는 거추장스럽고 때로 우리 마음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이는 진리가 우리의 보편적인 사고의 틀과 상식을 깨고, 지적 안일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답:

진리는 정신을 교란시키는 특성을 갖고 있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동굴 우화의 형식을 빌어 진리가 얼마만큼 고통스러운 것인가를 보여 주었다. 동굴에 갇힌 죄수는 동굴 벽에 그려진 거짓 환영에 사로잡힌 나머지 스스로 동굴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그런 그가 동굴 밖으로 나왔을 때 태양빛의 현란함에 넑을 잃는다. 동굴 속으로 되돌아가 동굴 바깥 세계의 일들을 동료 죄수들에게 들려 주자 그들은 비웃음과 빈정거림으로 그의 이야기에 답한다. 그들이 보고 있는 벽 위의 환영이 거짓된 것일지도 모르며 따라서 검토해 보아야 함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처럼 진리를 받아 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진리가 인간 사고의 목적임은 분명하다. 진리를 발견하고 이를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 어떻든 간에 진리에 도달하는 것이 의무인 것은, 진리만이 세상의 일을 올바르게 알려 주고 어떻게 하는 것이 능률적으로 행동하는 것인지를 알려 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진리가 우리의 마음과 육체에 안정을 가져다 주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진리에 다다르는 길은 길고 험하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가 이미 갖고 있는 이데올로기를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고의 활동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사고의 활동성이란 가치와 원리의 불완전성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진리를 추구하는 정신에서 볼 때는 어떠한 것도 결정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세계관 또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구축해야 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따라서 진리 발견이 거부감과 나아가서는 일종의 두려움을 몰고 올 것임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지구 중심설이 태양 중심설로 바뀔 때 생긴 충격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갈릴레이에 대한 재판이 이를 보여 준다. 진리를 추구한다는 것은 지속적인 긴장을 요구할뿐더러 지금까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온 모든 것들을 벌릴 수 있으며, 세상을 아름답게 색칠해온 장막의 제거도 감수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진실은 전설과 신화, 거짓 믿음과 충돌함으로써 세계에 대해 더 이상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를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간다.

7월 27일 금요일

　* 성공은 손에 넣으려고 싸우는 그 과정에 있다. <유진 오닐, 1888~1953, 미국, 1936년 노벨 문학상>

[참고; 1907년에서 1912년까지 오닐은 뉴욕신탁회사 직원에서 온두라스 금광 탐사대, 극단의 잡부, 노르웨이 화물선의 선원, 기자 등 다양한 일을 했다. 이런 다양하고 평탄치 않은 인생경력은 훗날 다양한 소재의 희곡을 창작할 수 있는 원천이 된다.]

무등을 보며

서정주

가난이야 한낱 남루(襤褸)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있는

여름 山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靑山이 그 무릎아래 지란(芝蘭)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수밖에 없다

목숨이 가다 가다 농을쳐 휘어드는

午後의 때가 오거든

內外들이여 그대들도

더러는 앉고

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어라.

지어미는 지애비를 물끄러미 우러러보고

지애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

어느 가시덤불 쑥굴헝에 뇌일지라도

우리는 늘 玉돌같이 호젓이 무쳤다고 생각할 일이요

청태(靑苔)라도 자욱이 끼일일인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논어(論語) 한 구절

子曰: ｢由!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不知爲不知, 是知也. ｣

재왈: 유! 회여지지호?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 [가르칠 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유[자로]야! 너에게 안다는 것을 가르쳐줄까?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 그것이 아는 것이다.

[임성삼; 사람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습니다.]

* 환상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것은 무엇인가 - 프랑스 대학입시 수학능력고사(바칼로레아) 논술 문제

죽음을 앞둔 유한한 존재인 인간에게 진리보다는 환상이 더 좋은 것일 수 있다. 환상이라는 것은 그것이 지속되는 한 세상에 대한 해석을 확고하게 하며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환상 자체가 편안한 마음을 가지려는 기본 욕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마르크스와 프로이드가 주장했듯이 종교적 신앙이 현세의 불행에 대한 보상의 요구에서 빚어진 것이라고 해서, 그리고 보호에의 갈망이 종교적 믿음을 낳는 것이라고 해서, 종교적 믿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는 믿음이 인식론을 능가하고 있다.

환상이란 우리의 정상적인 심리 작용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프로이드는 자신의 정신 분석학이 우리 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기존의 생각들과 배치될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의 주장을 쉽게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예를 들어 섹스의 중요성을 잊어버린다면 우리들의 삶은 큰 충돌없이 보다 더 쉽게 진행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환상은 정상적인 인간 관계를 가능하게 하고, 우리를 우리 주변 환경에 복종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이드가 말했듯이 환상에는 끝이 있으며, 거짓된 것임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마르크스가 프롤레타리아에게 요구한 것도 부르주아 계급이 제공하는 환상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는 일이었다. 벌거벗은 임금님은 자기가 아무리 환상 속에 머물러 있으려고 해도 벌거벗은 알몸은 결국 드러날 수밖에 없다.

7월 30일 월요일

　* 우리가 얻은 승리의 모습은 늘 꿈꿔오던 승리 장면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인생 그 자체는 보잘것없다. 환상이 우리를 싸우고 희망하도록 부추기는 것이다. 성공을 협소한 의미로 말한다면, 그것은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는 것이다. <유진 오닐, 1888~1953, 미국, 1936년 노벨 문학상>

[임성삼; 이 분에 대한 참고 사항입니다.

유진 오닐은 뉴욕 배우 집안에서 출생했다. 어린 시절 그는 유랑극단의 배우였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 전역을 돌아다녔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했으나, 1년 만에 퇴학당하고 바로 자립해서 돈을 벌기 시작했다.

1907년에서 1912년까지 오닐은 뉴욕신탁회사 직원에서 온두라스 금광 탐사대, 극단의 잡부, 노르웨이 화물선의 선원, 기자 등 다양한 일을 했다. 이런 다양하고 평탄치 않은 인생경력은 훗날 다양한 소재의 희곡을 창작할 수 있는 원천이 된다.]

창공

윤동주

그 여름날

열정의 보푸라는

오려는 창공의 푸른 젖가슴을

어루만지려

팔을 펼쳐 흔들거렸다.

끓는 태양 그늘 좁다란 지점에서

천막같은 하늘 밑에서

떠들던 소나기

그리고 번개를

춤추든 구름은 이끌고

남방으로 도망하고

높다랗게 창공은 한폭으로

가지 우에 퍼지고

둥근 달과 기러기를 불러 왔다.

푸르른 어린 마음이 이상에 타고

그의 동경의 날 가을에

조락(凋落)의 눈물을 비웃다.

내가 좋아하는 논어(論語) 한 구절

子張學干祿.

자장학간록 [방패 간, 복 록]

(제자) 자장이 벼슬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했다.

子曰: ｢多聞闕疑, 愼言其餘, 則寡尤; 多見闕殆, 愼行其餘, 則寡悔. 言寡尤, 行寡悔, 祿在其中矣. ｣

재왈: 다문궐의, 신언기여, 즉과우; 다견궐태, 신행기여, 즉과회. 언과우, 행과회, 녹재기중의. [대궐 궐, 삼갈 신, 적을 과, 더욱 우]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많이 듣고 그 중 의심나는 것을 제거하라. 그 나머지 확실한 것을 신중하게 말하라. 그러면 잘못이 적어질 것이다.

많이 보아라. 그리고 본 중에서 위태로운 것은 피하라. 그 나머지를 행동에 옮기면 후회할 것이 적어진다.

말에 잘못이 적고, 행동에 후회할 것이 적으면 벼슬길은 자연히 열릴 것이다.

[임성삼; 자기가 맡은 일을 잘 하는 방법입니다. 지금도 잘 적용됩니다.]

* 농촌에서 비가 주룩주룩 내려 밭에 나갈 수 없으면, “게으른 놈 낮잠 자기 좋고, 부지런한 놈 일하기 좋은 날씨일세”라는 말을 한다. 사실 부지런한 사람이면 장마철에 많은 일을 한다.

절에서는 안거(安居)라 하여 여름, 겨울 한 철씩, 그 절에 적을 둔 승려들이 모두 넓은 판도방(判道房)에 모여 수련하는 모임이 있는데, 불교 발상지인 인도에서 비가 올 때 외출하지 않고 정사(精舍)에 모여 수도를 하던 유풍이라고 한다.

주경야독(晝耕夜讀)이라고 낮에 농사짓고 밤에 글 읽는 문사도 있지만, 청경우독(晴耕雨讀)이라 하여 비 안 올 때는 들일하고 장마철엔 들어앉아 글을 읽는 것이 착실한 선비의 행실로 꼽혔다.

<오사리 잡놈들, 이종훈 지음, 한길사, 1994>

7월 31일 화요일

　* 만족은 먹고 자는 것에 집착하는 이들의 따뜻한 돼지우리다. <유진 오닐, 1888~1953, 미국, 1936년 노벨 문학상>

아침

윤동주

휙,휙,휙

소꼬리가 부드러운 채찍질로

어둠을 쫓아

캄,캄, 어둠이 깊다깊다 밝으오.

이제 이 동리의 아침이

풀살 오른 소엉덩이처럼 푸르오.

이 동리 콩죽 먹은 사람들이

땀물을 뿌려 이 여름을 길렀소.

잎, 잎, 풀잎마다 땀방울이 맺혔소.

구김살 없는 이 아침을

심호흡하오, 또 하오.

내가 좋아하는 논어(論語) 한 구절

哀公問曰: ｢何爲則民服? ｣孔子對曰: ｢擧直錯諸枉, 則民服; 擧枉錯諸直, 則民不服. ｣

애공문왈: 하위즉민복? 공자대왈: 거직착제왕, 즉민복; 거왕작제직, 즉민불복. [섞일 착, 모든 제, 굽을 왕]

(공자님 나라의 군주인) 애공이 물었다. 어떻게 하면 백성이 따를 것인가?

공자가 대답하였다.

올바른 사람을 등용시켜 비뚤어진 사람 위에 앉혀 놓으면 백성이 따를 것입니다.

비뚤어진 사람을 등용시켜 올바른 사람 위에 놓으면 백성이 승복하지 않은 것입니다.

* 딸 낳은 것을 두고 엿 동고리를 낳았다는 사람도 보았다. 한정된 교류밖에 없던 시절에는 사돈집끼리 선물 담은 동고리를 곧잘 주고받았다. 흔히 고리짝 또는 부담이라고 하는 덮개 덮은 그릇의 예쁘고 조금만 것이 동고리다. 떡도 해담고, 육포나 곶감 등의 음식을 담지만 흔히 엿을 담아서 엿동고리가 대표가 된다. 엿은 묽게 녹여서 조청으로 환원해 다식, 산자, 강정, 잣박사니 등 겨울철 과자의 못 만들 것이 없어, 그야말로 다목적으로 쓰인다.

꼭 값이 나가야 맛이 아니다. 섣달 그믐께 산촌에 사는 분이 옭무(올가미) 놓아 잡은 꿩 한쌍(숫놈인 장끼와 암놈인 까투리)을 가져오면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었고, 겨울방학에 고향에 갈 때 어느 상점 것인지도 모를 달력을 갖다주면 모두들 좋아했다. 그런데 주어서 생색나고 받아서 고맙기로는 여름철의 부채(흔히 단오부채라고 했다)와 섣달 대목의 김 한톳이다. 이것은 어쩌다 고향을 찾는 젊은이들이 동네 집집을 돌며 나눠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오사리 잡놈들, 이종훈 지음, 한길사,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