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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1일 목요일

좋은 결심이라도 쉽게 하지 말자. 그러나 깊이 생각하여 한 결심이라면 결코 그 결심을 포기하지 말자. (1945. 2. 14) <간디의 명상일기, 로망 롤랑외 신관용 역, 인왕출판사, 1989.>

강가 정자에서 우연히 짓다

曺植(조식, 1501∼1572(연산군7∼선조5))

臥疾高齋晝夢煩(와질고재주몽번) : 병으로 높은 정자에 누우니 낮 꿈이 어지럽고

幾重雲樹隔桃源(기중운수격도원) : 몇 겹이나 구릅 낀 나무숲, 도원이 저기네

新水淨於靑玉面(신수정어청옥면) : 눈 녹아 흐르는 물 푸른 옥보다 맑고

爲憎飛燕蹴生痕(위증비연축생흔) : 얄미워라, 제비여! 일부러 툭 차서 자국을 내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1편 선진(先進)]

子貢問: ｢師與商也孰賢? ｣子曰: ｢師也過, 商也不及. ｣

자공문: “사여상야숙현?” 재왈: “사야과, 상야불급.”

자공이 여쭈었다. “사(자장)와 상(자하) 중 누가 더 현명합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는 지나치고, 상은 모자란다.”

曰: ｢然則師愈與? ｣ 왈: “영즉사유여?”

자공이 말했다. “그러면 사가 더 나은 것입니까?”

子曰: ｢過猶不及. ｣ 오히려 유; 마치 ~과 같다.

재왈: “과유불급.”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과 같은 것이다.”

[임성삼; 여기서 <과유불급 過猶不及>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 어떤 사람이 소를 잃어버려 점장이에게 물으러 갔더니 점을 친후 이렇게 말한다.

“오늘 열 시에 장터 네거리 중간에서 똥을 누면 소값을 찾으리라.”

어쩐지 허황한 것 같으면서도 소값을 찾으려는 욕심에 시키는 대로 했다. 모여 보던 장사꾼 한 사람이 말했다.

“나 온! 오늘은 별꼴을 두 번씩이나 보네! 어떤 놈은 소를 안방으로 몰고 들어가더니, 저 작자는 길 한복판에서 똥을 누네!”

그 소릴 듣고 귀가 번쩍 뜨여 바지를 끌어 올리며 따라가 캐물어서 소도둑놈 집을 찾고, 갈라 놓은 대가릴 보니까 틀림없는 자기네 소라, 소값을 쳐서 받았다는 얘기다. <거시기苣食記, 이훈종, 교문사, 1988>

7월 30일 수요일

참되다면 한 마디 말로써 충분하다. 그러나 참되지 못한 말은 아무리 많아도 아무 가치가 없다. (1945. 7. 30) <간디의 명상일기, 로망 롤랑외 신관용 역, 인왕출판사, 1989.>

산에 살면서

徐居正(서거정, 1420~1488(세종 2~성종 19))

花潭一草廬(화담일초려) : 개성 땅 화담에 초가 한 간

瀟灑類僊居(소쇄유선거) : 신선처럼 맑고 깨끗하게 산다네

山簇開軒面(산족개헌면) : 앞쪽 창 열면 뭇 산들이 모여들고

泉絃咽枕虛(천현열침허) : 샘물은 베개머리에서 거문고처럼 노래하고

洞幽風淡蕩(동유풍담탕) : 골이 깊으니 바람소리 맑고 시원해

境僻樹扶疎(경벽수부소) : 사는 곳 구석지니 나무 울창하구나

中有逍遙子(중유소요자) : 이 가운데 한가하고 자유로운 사람 있으니

淸朝好讀書(청조호독서) : 청명한 아침 책 읽기를 좋아한다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1편 선진(先進)]

子曰: ｢由之瑟奚爲於丘之門? ｣ 재왈: “유지슬해위어구지문?”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자로는 그런 실력의 비파를 어찌 나의 집에서 탄다는 말이냐?”

門人不敬子路. 子曰: ｢由也升堂矣, 未入於室也. ｣ 문인불경자로. 재왈: “유야승당의, 미입어실야.”

그 후 제자들이 자로를 존중하지 않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래도 자로는 마루에는 오른 정도의 실력이다. 단지 방 안에 들어올 실력이 안되었을 뿐이다.”

* 경복궁의 안내도는 경비가 들더라도 또 기술적으로 힘들더라도 완성 당시의 경복궁을 조감도로 그려서 보여주어야 한다. 색깔로 구분해서 현재 남아 있는 것은 어떤 건물이고, 헐어낸 것은 어느 만큼인지 일목요연하게 말이다. 헐어내면서 그들은 변명하였다. 유지하기에 힘이 든다고. 그러면서 그 재목으로 절을 지은 것은 그래도 낫다. 비현각(丕顯閣, 클 비, 나타날 현)이라고 동궁(東宮) 처소는 헐어서 남산(南山)정(亭)이라는 요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거기서 계집을 데리고 오입질을 하였다. 그러고도 망하지 않는다면 하늘이 무심하다.

나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종묘와 창덕궁의 본래 모습을 일찍이 보아 두었다. 연포지목(連抱之木, 잇닿을 연, 안을 포; 팔을 이어 잡아야 안을 나무)이 빽빽한 가운데 청서(靑鼠)가 그라인더 모양 나무에서 나무로 날아서 돌아다녀 원시림을 방불케 하였다. 그것을 전쟁중에 저들이 몽땅 베어냈다. 배를 만들어서 그걸로 싸우겠다나! 그런데 일본엘 가 보니 니코(日光)의 그 거목림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러고는 외국인에겐 그것을 자랑한다. 낯간지러운 무리들!

<갈수록 喝誰錄, 이훈종, 우경, 1987>

7월 29일 화요일

매순간 나는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속이고 있는지 주목한다. (1945. 5. 31)<간디의 명상일기, 로망 롤랑외 신관용 역, 인왕출판사, 1989.>

무제(無題)

金時習(김시습)

終日芒鞋信脚行(종일망혜신각행) : 종일토록 짚신 신고 내키는 대로 걸어

一山行盡一山靑(일산행진일산청) : 산을 다 걸으면 또 푸른 산

心非有想奚形役(심비유상해형역) : 마음은 물건이 아닌데 어찌 육체의 노예가 되며

道本無名豈假成(도본무명기가아) : 진리는 이름이 없거늘 어찌 위선을 행하리오

宿露未晞山鳥語(숙노미희산조어) : 밤이슬 마르지도 않는 새벽에 산새들 지저귀고

春風不盡野花明(춘풍부진야화명) : 봄바람 살랑 살랑 불어오고 들꽃은 밝구나

短笻歸去千峰靜(단공귀거천봉정) : 짧은 지팡이 짚고 돌아가니 수 천 봉우리 고요하고

翠壁亂煙生晩晴(취벽난연생만청) : 맑은 저녁 하늘 이끼 낀 푸른 절벽에 안개 자욱하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1편 선진(先進)]

魯人爲長府. 노인위장부.

노나라에서 창고를 다시 지으려 하였다.

閔子騫曰: ｢仍舊貫, 如之何? 何必改作? ｣ 인할 잉; 거듭

민자건왈: “잉구관, 여지하? 하필개작?”

민자건이 말했다. “전의 것을 고쳐 사용하면 되지 않는가. 하필 다시 지으려 하는가?”

子曰: ｢夫人不言, 言必有中. ｣ 재왈: “부인불언, 언필유중.”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사람은 좀처럼 말이 없으나 말을 하면 반드시 사리에 맞는다.”

* 명판결

어떤 사냥꾼이 여우를 발견하여 호되게 쫓았더니, 다급한 김에 동네로 쫓겨서 달아난 것을 사나운 개가 있다가 덤벼들어 물어 죽였다.

“우리 개가 잡았으니 이 여우는 우리 거요.”

개 임자의 주장이다. 그렇다고 생업인데 그대로 물러날 사냥꾼은 아니다. 실랑이를 하다 하다 원님한테까지 들고 들어갔다. 쌍방의 주장을 다 듣고 나자 원님은 판결을 내렸다.

“개가 바랐던 것은 여우의 고기요, 사냥꾼이 원하는 것은 여우의 가죽이렸다. 각각 자기 원하는 대로 주라. 개 임자는 개입할 이유가 없느니라.”

<거시기苣食記, 이훈종, 교문사, 1988>

* 돈이 많은데 글을 모르는 영감이 있었다. 동네 젊은 놈이 이자쳐 주마기에 증서를 받고 주었더니, 기한이 돼도 갚을 생각을 않는다. 원님에게 호소했더니 고소당한 청년이 빈들빈들 대답한다.

“증서대로 했는뎁쇼.”

증서를 보니 <아무 때고 갚고 싶을 때 갚기로 한다>고 씌어 있다. 원님은 젊은 놈을 옥에 내려 가두게 했다.

“증서대로 했는데, 제가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이건 네 식이다. 아무 때건 내가 내놓고 싶을 때 내놓아 주겠다.”

“!?”

<거시기苣食記, 이훈종, 교문사, 1988>

7월 28일 월요일

내 삶의 순간마다 나는 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 그런 내가 왜 다른 사람을 두려워할 필요가 있는가? (1945. 6. 29) <간디의 명상일기, 로망 롤랑외 신관용 역, 인왕출판사, 1989.>

처용(處容)

李齊賢(이제현)

新羅昔日處容翁(신라석일처용옹) : 먼 옛날 신라 처용 아비는

見說來從碧海中(견설래종벽해중) : 푸른 바다 건너 왔다네

貝齒赬脣歌月夜(패치정순가월야) : 하얀 이, 붉은 입술로 달밤에 노래하며

鳶肩紫袖舞春風(연견자수무춘풍) : 더덩실 어깨춤, 너울너울 소매춤 봄바람에 춤추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1편 선진(先進)]

閔子侍側, 誾誾如也; 子路, 行行如也; 冉有, 子貢, 侃侃如也. 子樂. 온화할 은, 강직할 간

민자시측, 은은여야; 자로, 행행여야; 염유, 자공, 간간여야. 자락.

민자건은 공손한 태도로, 자로는 강하고 강한 태도로, 염유와 자공은 강직한 것 같은 모습으로 옆에서 모셨다. 선생님께서는 즐거워하셨다. (그러더니 말씀하셨다)

｢若由也, 不得其死然. ｣ “약유야, 부득기사연.”

“자로와 같아서는 자연스러운 죽음을 얻지 못할 것이다.”

* 궁예의 총각시절

태봉의 왕 궁예의 총각적 얘기다.

산중에 들어가 중이 됐는데, 중노릇은 안하고 산으로 다니며 사냥이나 하고 제때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어느 날 식사때 역시 돌아오지 않자 동료 중들이 속이 상한 끝에 지혜를 모았다.

(이놈 밥을 안 남겨 두었다간 또 두들겨 패고 지랄을 할 테고...)

그래 밥을 둘둘 뭉쳐 방바닥에 굴려 내던져 두었다.

밤이 이슥해서야 돌아온 궁예가,

“내 밥 어쨌니?”

하니까 모두들 윗목을 쳐다본다.

“저기 굴러 있는 것이 그거다.”

그랬더니 궁예는 아뭇소리 않고 밖으로 나간다.

(저놈이 어쩌려나?)

큰 동이에 물을 가득 길어 가지고 돌아와 방바닥에 들어 붓는다.

“이놈아, 이게 무슨 해괴한 짓이냐?”

하고 떠드니까 반죽 좋게

“나 밥 물말아 먹으련다.”

그러고는 그날도 역시 한축 두들겨 대고...

<거시기苣食記, 이훈종, 교문사, 1988>

7월 25일 금요일

이 에고이즘의 어둠을 어떻게 걷히게 할 수 있을까? 철저한 겸손의 빛으로써. (1945. 7. 26) <간디의 명상일기, 로망 롤랑외 신관용 역, 인왕출판사, 1989.>

보덕굴(普德窟)

李齊賢(이제현)

陰風生巖谷(음풍생암곡) : 서늘한 바람 바윗골에서 불어오고

溪水深更綠(계수심갱녹) : 계곡 물은 깊고도 푸르다

倚杖望層巓(의장망층전) : 지팡이 짚고 바위층계 꼭대기를 바라보니

飛簷駕雲木(비첨가운목) : 구름 낀 나무 위로 날아갈 듯한 처마여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1편 선진(先進)]

季路問事鬼神. 子曰: ｢未能事人, 焉能事鬼? ｣敢問死. 曰: ｢未知生, 焉知死? ｣

계로문사귀신. 재왈: “미능사인, 언능사귀?” 감문사. 왈: “미지생, 언지사?”

계로가 귀신을 섬기는 법을 물었다.

공자님께서 말씀하셨다. “아직 사람을 잘 섬기지도 못하면서 어찌 귀신을 섬기겠느냐?”

[임성삼; 공자님의 인본주의가 명확히 나타나 있습니다.]

계로가 말했다. “감히 죽음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말씀하셨다. “삶도 모르면서 어찌 죽음에 대해 알려고 하느냐?”

[임성삼; 예수님께서도 천국에 대해서는 말씀하셨으나 죽음에 대해서는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

* 어떤 청년이 동네 아흔 일곱 살 된 노인에게 세배를 가서 실수를 했다. 어른이 절을 받고 흐뭇한 기분으로,

“나 몇이나 살겠나?”

했는데, 무심코 한다는 대답이 <백살은 사시겠습니다>한 것이다. 백을 산다면 앞으로 고작 3년이다. <아차> 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노인은 아주 기색이 좋지 않아 눈을 감고 앉았고, 청년은 무료하여 그 자리를 물러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친구를 만났더니, 그 어른께 간다는 얘기다. 그래 자신이 미안했던 얘기를 하며, 대답 잘해야 한다는 당부까지 하였다.

“염려 말고, 자네 아무 어른 댁에 가서 기다리게. 내 노염 풀어 드리고 갈께...”

노인의 사랑에 왔다.

“나 몇 살이나 살겠나?”

절을 받고 물었을 때, 청년이 큰 소리로 되받았다.

“또 백은 사시겠습니다.”

“그렇기야 바라겠나만도...”

자못 흐뭇해 하는 기색을 놓치지 않고 말끝을 달았다.

“방금 오는 길에, 아무 어른 자제 아무갤 만났읍죠. 그 사람 말이 <어른께서 몇이나 살겠느냐?>고 물으시기에, <또 백은 사실 거라>고 말씀드렸더니, <또> 소리를 못 알아들이신 모양이라. 정초부터 어른 기분을 상하시게 해 드렸다고 몸둘 곳을 몰라해 하고 있습니다.”

“그랬어? 누구 가서 그 사람 도로 오라고 이르게.”

<거시기苣食記, 이훈종, 교문사, 1988>

7월 24일 목요일

어떻게 하나님을 즐겁게 하며 찬양할까? 그의 창조물인 인간에게 봉사함으로써. (1945. 6. 3) <간디의 명상일기, 로망 롤랑외 신관용 역, 인왕출판사, 1989.>

김둔촌 시에 화답하여

洪侃(홍간)

仲春嘉月長百草(중춘가월장백초) : 무르익은 봄, 좋은 시절 온갖 풀 자라는데

龍吟虎嘯衡茅小(룡음호소형모소) : 초라한 초가집에서 용처럼 호랑이처럼 읊어본다

逍遙山澤有至樂(소요산택유지락) : 산과 못을 천천히 걸으니 한없이 즐겁고

儁永之味獨自飽(준영지미독자포) : 글 읽는 즐거움 혼자 맘껏 누리며 산다네

半陰半晴野花開(반음반청야화개) : 흐리고 맑은 중에 들꽃은 피고

若煙非煙山色好(약연비연산색호) : 안개 낀 듯 아닌 듯 산색은 아름다워라

俯綸淵底之遊魚(부륜연저지유어) : 못 아래에 노는 물고기에 낚싯대 드리우고

仰弋雲間之逸鳥(앙익운간지일조) : 구름 나는 새를 향해 화살을 겨눈다

西隅倒景雖不住(서우도경수불주) : 서산에 해 지는 경치 사라져도

東嶺望舒生又早(동령망서생우조) : 동쪽 언덕서 다시 새벽해 돋는 것을

從心域外詠三皇(종심역외영삼황) : 내 마음대로 성밖에서 태평성대 읊으니

不知榮辱焉知老(부지영욕언지노) : 영욕을 모르거늘 어찌 늙음을 알까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1편 선진(先進)]

顔淵死. 子曰: ｢噫! 天喪予! 天喪予! ｣ 탄식할 희; 아!

안연사, 재왈: “희! 천상여! 천상여!”

안연이 죽었다. 공자님께서 말씀하셨다. “아! 하늘이 나를 버렸구나, 하늘이 나를 버렸어.”

顔淵死, 子哭之慟. 從者曰: ｢子慟矣. ｣ 서럽게 울 통

안연사, 자곡지통, 종자왈: “자통의.”

안연이 죽자 선생님께서 서럽게 곡을 하셨다. 따르는 사람이 말했다. “선생님께서는 너무 서럽게 우신다.”

曰: ｢有慟乎? 哀傷之至, 不自知也. 非夫人之爲慟而誰爲! ｣

왈: “유통호? 애상지지, 부자지야. 비부인지위통이수위!”

선생님게서 말씀하셨다. “내가 (너무) 서럽게 울었느냐? 그 사람을 위해 서럽게 울지 않는다면 누구를 위해 그렇게 울겠느냐.”

顔淵死, 門人欲厚葬之, 子曰: ｢不可. ｣ 안연사, 문인욕후장지, 재왈: “불가.”

안연이 죽으니 동문들이 성대히 장례를 치루려 하였다.

공자님께서 말씀하셨다. “안된다.”

[임성삼; 진심으로 슬퍼하는 것과, 재물을 많이 써 장례를 치루는 일은 다른 것입니다.]

門人厚葬之. 문인후장지.

그러나 동문들은 성대한 장례를 치루었다.

子曰: ｢回也視予猶父也, 予不得視猶子也. 非我也, 夫二三子也. ｣

재왈: “회야시여유부야, 여부즉시유자야. 비아야, 부이삼자야.”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안회는 나를 보기를 아버지와 같이 생각했다. 나는 그를 내 자식과 같이 장례를 치루어 주지 못하였다. 이것은 내가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바로 너희들 몇몇이 한 행동이다.”

* 솔씨(소나무의 씨)가 나면 그 모가 앙징스럽게 예쁘다. 어느 노인이 그것을 떠다 옮겨 심는 것을 보고 동네 사람이 물었다.

“샌님, 그거 뭘하려고 그러십니까?”

“내 죽으면 관재하려고 그러네.”

그것을 지나가던 목수가 들었다.

“그때 관은 제가 짜 드립지요.”

마침 지관이 왔다가 듣고,

“금정(金井)은 제가 놔 드리겠습니다.”

건달패 청년이 끼어들어서 그런다.

“그때 상두꾼 소리는 제가 선창을 합지요.”

<거시기苣食記, 이훈종, 교문사, 1988>

7월 23일 수요일

진리는 영혼을 살찌운다. 비진리는 영혼을 좀먹는다. (1945. 7. 1) <간디의 명상일기, 로망 롤랑외 신관용 역, 인왕출판사, 1989.>

임금을 모시고 과거의 방을 붙이며

李仁老(이인로)

半簾紅日黃金闕(반렴홍일황금궐) : 주렴이 반만 걷힌 황금빛 찬란한 대궐

多士三千雁成列(다사삼천안성열) : 삼천 명 많은 선비 줄지어 늘어섰네

怱從丹階姓名傳(총종단계성명전) : 총총히 임금님 앞 계단에 나와 성명을 아뢰고

縱步靑雲岐路闊(종보청운기로활) : 청운의 뜻을 좇아 갈림길 밝히네

吐鳳成文價益高(토봉성문가익고) : 아름다운 문장을 지으니 가치 더욱 높아지고

畫寫着足難藏拙(화사착족난장졸) : 뱀을 그리는데 발 그리는 어리석음 감추기 어렵구나

老手曾經百戰餘(노수증경백전여) : 익숙한 솜씨 이미 백전의 노련한 사람들인데

今怪吳牛虛喘日(금괴오우허천일) : 시험날인 오늘은 오나라의 소처럼 헐떡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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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논어(論語) [제11편 선진(先進)]

顔淵死, 顔路請子之車以爲之槨. 안연사, 안로청자지거이위지곽.

안연이 죽었다. 그 아버지 안로는 선생님의 마차를 팔아 안연의 바깥 관을 마련해주기를 청했다.

子曰: ｢才不才, 亦各言其子也. 鯉也死, 有棺而無槨. 吾不徒行以爲之槨. 以吾從大夫之後, 不可徒行也. ｣ 재왈: “재부재, 역각언기자야. 이야사, 유관이무곽. 오불도행이위지곽. 이오종대부지후, 불가도행야.”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재주가 있건 없건 모두 자기의 자식을 사랑한다[계명원 역]. 내 아들 이가 죽었을 때 관만 있고 바깥 관은 없었다. 내가 걸어다닐 생각만 했으면 내 아들에게 바깥 관을 만들어 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도 대부의 말석을 지키고 있으므로 걸어 다닐 수 없기 때문에 만들어 줄 수 없었다.”

* 호상(好喪)의 경우에는 초종에 장난이 따르기 마련이다.

조상을 가서 배례를 끝내고 조문 인사를 하는데, 이것은 조그맣게 입안의 소리로,

<상사 말씀 무슨 말씀을 하오리까?>

하는 법인데, 이 친구 엉뚱한 소리를 한다.

“자네 어르신네, 어떻게 하다 안이 겉이 되셨네그랴!”

<뒤틀어져 죽었다>는 얘기다. [임; 이해가 안감] 상주는 자리가 자리니 만큼 골을 낼 수도 없어 그냥 꿀꺽 참고 넘어갔다.

일년도 안되어, 이번에는 장난 조상을 하던 실없는 친구가 친상을 당했다. 조상을 간 친구는 절을 마치자 아주 다정한 투로 인사하는 것이다.

“자네 어른이 어쩌다가 비 맞은 갈퀴가 되셨네그랴!”

갈퀴 살은 불로 구워잡아서 휜 것이라 비를 맞으면 펴서 뻐드러진다. 그러니까 연전에 받은 말의 갚음으로 <네 아버지가 뻐드러졌고나!>하는 얘기다.

<거시기苣食記, 이훈종, 교문사, 1988>

7월 22일 화요일

욕망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좋은 욕망, 나쁜 욕망, 실현되기 쉬운 욕망이 있다. 우리의 마음은 좋고 실현될 수 있는 것에만 머물러 있어야 한다. (1945. 6. 5) <간디의 명상일기, 로망 롤랑외 신관용 역, 인왕출판사, 1989.>

[임성삼; 영리한 분이십니다.]

여름 어느 날

李奎報(이규보)

輕衫小簟臥風欞(경삼소점와풍령) : 홀적삼 삿자리에 시원한 마루

夢斷啼鸚三兩聲(몽단제앵삼양성) : 꾀꼬리 울음 두세 번에 꿈이 깨네

密葉翳花春後在(밀엽예화춘후재) : 빽빽한 잎새에 가린 꽃, 봄 가도 피어 있고

薄雲漏日雨中明(박운누일우중명) : 엷은 구름 속으로 비치는 햇살, 빗속에도 밝아라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1편 선진(先進)]

季康子問: ｢弟子孰爲好學? ｣孔子對曰: ｢有顔回者好學, 不幸短命死矣! 今也則亡. ｣

계강자문: “제자숙위호학?” 공자대왈: “유안회자호학, 불행단명이사의! 금야즉무.”

계강자가 질문했다. “제자 중 누가 배움을 좋아합니까?”

공자님이 말씀하셨다. “안회라는 사람이 있어 배움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 단명하여 죽었습니다. 지금은 배움을 좋아하는 제자가 없습니다.”

[임성삼; 공자님의 3천 명 제자 중에 배움을 좋아하는 사람은 안회밖에 없었습니다.]

* 조선조 후기의 재상 유척기(兪拓基 1691∼1767, 숙종 17∼영조 43, 영조때 영의정을 지냄)의 소년적 얘기라 하나,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어린 나이에 갓 장가들어 갓을 쓰게 됐는데, 인근 마을에 상고가 나서 어른 대신 조상을 가게 되었다. 예법절차를 모르겠노라니까, 그 댁에 가거든 게서 하는대로 하라고 일러 보냈다.

상가에 가 보니, 모두 상복을 입고 있는지라, 입고 갔던 옷을 벗어 걸고 그 집에 걸린 여벌 상복중에 한 벌 내려서 입었다. 그리고 곡을 하길래 같이 곡하고 같이 재배하고 주인이 절하기에 마주 절하고, 그러고는 옷을 벗어 다시 걸고 자기 옷을 찾아 입고 돌아왔다.

와서 한대로 얘기했더니, 어른들이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고 이리이리 하는 건데 그랬다고 하자, 웃옷도 안 벗었던 그는,

“그래요?”

하더니 다시 일어나 나간다.

“어딜 가는 거냐?”

고 말려도 안듣고 곧장 상가로 되찾아 가는 것이다. 그리곤 들어앉자마자 따진다.

“젊은 사람이 몰라서 잘못하면 그렇게 하지 말고 이리이리 하라고 일러주어 바로잡아 주는 것이 아니라, 가만 내버려 두어 실수를 하게 해 놓고... 뒤에서 웃었을 터이나, 그런 점잖지 못한 처신이 어디 있단 말씀이요?”

역시 이만한 기상이라야 재상까지 되는건지 모르겠다.

<거시기苣食記, 이훈종, 교문사, 1988>

7월 21일 월요일

물방울이 바다를 만든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물방울에는 온전한 응집력과 상호간의 협력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는 인간에게도 적용된다. (1945. 6. 10) <간디의 명상일기, 로망 롤랑외 신관용 역, 인왕출판사, 1989.>

[임성삼; 간디는 이 물방울의 응집력으로 '대영제국'을 꺾을 수 있었습니다.]

열자의 바람

李奎報(이규보)

從來道境尙遺身(종래도경상유신) : 예부터 도의 경지란 육신을 버리는 것을 높였네

何必乘虛始自神(하필승허시자신) : 어찌 허공을 타야만 신선인가

若向風頭尋禦寇(약향풍두심어구) : 만약 바람을 향하여 열자를 찾는다면

滿空飛鳥亦眞人(만공비조역진인) : 공중에 가득한 나르는 새들도 다 진인이리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1편 선진(先進)]

南容三復白圭, 孔子以其兄之子妻之. 남용삼복백규, 공자이기형지자처지.

남용이 매일 시경의 백규시를 세 번 외우곤 했다. 공자님께서는 형의 딸을 그에게 시집보내게 하셨다.

[임성삼; 백규의 내용

백옥의 흠은 갈면 없어진다. 그러나 말의 실수는 고칠 수가 없다.]

* 어느 마을 글방 사랑에 한 청년이 와서 물었다.

“개가 새끼를 낳았는데 돌아가신 아버지의 제사를 지내야 합니까, 말아야 합니까?”

동네 안에서 제일 유식한 글방 선생이니, 그의 지시를 받자는 것이었다.

“그거 안 지내도 되네.”

그 얼마 뒤에 다른 청년이 와서 또 물었다.

“개가 새끼를 낳았는데 돌아가신 아버지의 제사는 지내도 되겠지요?”

“응, 지내게.”

청년이 물러가자, 같이 앉아 있던 노인이 선생을 책망하였다.

“도대체 똑같은 일에 다른 이야기를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얘긴가?”

“흥! 그 사람들이 묻는 말을 못 들었나? 먼저 녀석은 안 지냈으면 하고 묻는 거였고, 나중 사람은 지내기 위한 물음이었어. 제사는 지내는 사람의 정성이지, 정말로 영혼이 와서 먹는지 않는지 누가 알아? 지내기 싫은 사람에게는 지내지 말라 하고, 지내고 싶은 사람에게는 지내라고 했는데, 뭐 잘못된 것 있나?”

<거시기苣食記, 이훈종, 교문사, 1988>

7월 18일 금요일

진리는 마음 속에서 발견될 수 있는 것이지 논쟁이나 토론으로 찾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진리’ 대신 ‘하나님’이라 해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1945. 7. 20) <간디의 명상일기, 로망 롤랑외 신관용 역, 인왕출판사, 1989.>

한강

李奎報(이규보)

朝日初昇宿霧收(조일초승숙무수) : 아침 해 떠오르자 밤안개 걷히고

促鞭行到漢江頭(촉편행도한강두) : 말채찍 재촉하여 한강변에 이르렀네

天王不返憑誰間(천왕불반빙수간) : 천왕은 가고 돌아오지 않으니 누구에게 물어보나 沙鳥閑飛水自流(사조한비수자류) : 물새는 한가히 날고 강물은 유유히 흘러가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1편 선진(先進)]

子曰: ｢孝哉閔子騫! 人不間於其父母昆弟之言. ｣

재왈: “효재민자건! 인불간어기부모곤제지언.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민자건은 효자로구나! 그 부모와 형제가 그를 칭찬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수긍을 한다.”

* 한 효자가 원님의 행차를 보기 원하는 어머니를 업고 구경시켜드렸다. 그것이 원님 눈에 띄어 상을 주고 노인에게도 위로의 말을 하였다. 그 동네 욕심많은 불효자가 다음 원님 행차에 같은 행동을 하였다. 원님이 불효자를 부르자 구경꾼 가운데 몇 사람은 원님에게 가 그의 평소의 불효를 호소하고 단단히 버릇을 고쳐줄 것을 호소하였다. 그러나 원님은 웃으며,

“흉내로 했더라도 효자는 효자야. 일생에 단 한번의 효도도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고 상을 후하게 내리고 길을 떠났다.

그 후부터는 관청에서 그 동네에 사람이 나올 때마다 두 집을 효자라고 꼭 찾아와 인사하고 안부를 묻곤 하였다. 그래서 어느 새 이 가짜 효자는 정말 효자가 되어 늘그막의 어머니를 편하게 모셨다고 한다.

<거시기苣食記, 이훈종, 교문사, 1988>

7월 17일 목요일

세속적인 사람은 바다 속에 사는 고기가 그 깊이를 잴 수 없듯이 우주를 이해할 수 없다. (1945. 7. 17) <간디의 명상일기, 로망 롤랑외 신관용 역, 인왕출판사, 1989.>

되는 대로 해보기

金克己(김극기)

文章向老可相娛(문장향노가상오) : 문장은 늙어서야 즐길 만 하네

一劒遊邊尙五車(일검유변상오거) : 칼 차고 변방에 노니지만 여전히 책이 좋아

衙罷不知爲塞吏(아파부지위새리) : 관아 일 끝나면 내가 변새의 관원임을 잊고

紙窓明處臥看書(지창명처와간서) : 창 밝은 곳에 누워 책을 본다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1편 선진(先進)]

子曰: ｢回也非助我者也, 於吾言無所不說. ｣ 재왈: “회야비조아자야, 어오언무소불열.”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안회는 나를 돕는 사람이 아니다. 나의 말 모두에 기뻐하기만 한다.”

[임성삼; 안회가 공자님의 모든 말씀을 이해하고 기뻐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아는’ 안회가 간혹 공자님의 말씀보다 한 걸음 앞선 생각을 한 적이 없었을까? 그렇다면, 그런 생각은 숨기고 말하지 않았을까? 이런 행동과 안회의 덕행(德行)은 관계가 없을까?]

* 어떤 양반이 충주목사가 되어 효자효부를 표창하게 되었다. 전임자가 심사해 뽑아 놓은 사람에게 칭찬의 말을 하고 상을 주면 되는 것이다.

피(皮)씨라고 그 고장에서 소문난 효자가 불려 나왔다.

“어머니는 소일거리로 무엇을 하시게 하지?”

“뭐 별거 있습니까? 나락멍석이나 채고, 아이나 보고 그러시게 합니다.”

“뭐야? 여봐라, 형틀 차려라. 이놈! 나락 멍석 채는 게 얼마나 힘드는 일이며, 아이 본다는 게 보통 고역인 줄 아느냐? 그런 일을 맡겨 고생을 시키면서, 무어 효자라고? 매 좀 맞아 봐라.”

고장 사람들은 이렇게 백성의 실정을 잘 아는 원님이니 이제 옳은 사또님 나섰다고 좋아했다.

<거시기苣食記, 이훈종, 교문사, 1988>

7월 16일 수요일

삶이 진정 인간에게 봉사하고 하나님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 삶에 순수하고 절제를 지키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다. (1945. 7. 16) <간디의 명상일기, 로망 롤랑외 신관용 역, 인왕출판사, 1989.>

시골 마을

金克己(김극기)

靑山斷處兩三家(청산단처양삼가) : 푸른 산 다한 곳에 두세 채 초가집

抱隴縈廻一傾斜(포롱영회일경사) : 언덕 끼고 돌아가는 비탈진 오솔길

讖雨廢地蛙閣閣(참우폐지와각각) : 때늦은 비에 웅덩이 개구리 개골개골

相風高樹鵲査査(상풍고수작사사) : 높은 나무 맞바람에 까치가 까악까악

境幽楊巷埋荒草(경유양항매황초) : 조용한 마을 버드나무 거리, 황폐한 풀 속에 묻혀있고

人寂柴門掩落花(인적시문엄낙화) : 사람 드문 사립문은 지는 꽃잎에 가려있네

塵外勝遊聊自適(진외승유료자적) : 별천지 선경을 나만이 즐기자니

笑他奔走覓紛華(소타분주멱분화) : 명리 찾아 분주한 사람들 우습구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1편 선진(先進)]

德行: 顔淵, 閔子騫, 冉伯牛, 仲弓. 言語: 宰我, 子貢. 政事: 冉有, 季路. 文學: 子游, 子夏

덕행: 안연, 민자건, 염백우, 중궁. 언어: 재아, 자공. 정사: 염유, 계로. 문학: 자유, 자하

이 문하생 중에 덕행에 뛰어났던 사람은 안연, 민자건, 염백우, 중궁이고

말에 뛰어났던 사람은 재아와 자공이고

정치적 재능이 뛰어났던 사람은 염유와 계로이고

문학에 능했던 사람은 자유와 자하이다.

[주석; 위의 사람을 공문(孔門)의 십철(十哲)이라고 부른다. 이 열 사람이 공자의 제자 중 가장 뛰어났던 것은 아니다. 증참이나 유약은 나이는 어렸으나 위의 사람들보다 뛰어난 점이 있었다. 염유는 채 나라에 함께 가지 않았으나 문하생 중에 가장 고참인 이유로 위의 10 철에 들어간 것이라고 한다.]

* 총각이 꼴을 베어 한짐 가득 지고 송아지를 앞세우고 저녁놀이 발갛게 진 벌판길을 돌아오는 모습은, 시골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정경의 하나이다.

그러나 정작 그런 일을 하고 있는 총각은,

“해는 넘어가죠, 소나기는 쏟아지려하고, 송아지는 뛰고, 꼴짐은 넘어오고, 똥은 마렵고, 신발은 벗겨지고, 허리띠는 끌러지니 어거 어떻게 해야하죠?”

모두가 쫓기는 가운데 살아가는 실정을 웃기며 눈물나게 호소하는 내용이다.

이 때 집에서 밥을 짓는 아낙네는 이렇게 하소연한다.

“불은 타 나오고, 밥솥은 끓어 넘고, 방에서는 애기가 울고, 널어 놓은 나락 멍석에는 소나기가 쏟아지려 하고, 똥은 마렵고, 이거 어떻게 해야겠어요?”

아궁이의 불은 손보지 않고 내버려 두면 아궁이 밖으로 타면서 나오는 것이다. 모두 자기 손이 가야 할 일인데 한꺼번에 다 할 수 없어 안타깝다는 뜻이다.

<거시기苣食記, 이훈종, 교문사, 1988>

7월 15일 화요일

삶은 즐겨 놀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을 실현하고 인간에게 봉사하기 위한 것이다. (1945. 7. 15) <간디의 명상일기, 로망 롤랑외 신관용 역, 인왕출판사, 1989.>

어촌 저녁놀

李仁老(이인로)

草屋半依垂柳岸(초옥반의수류안) : 초가집 반쯤 걸친 버들 늘어진 언덕

板橋橫斷白蘋汀(판교횡단백빈정) : 외다리 가로 놓인 흰 마름 물가

日斜悠覺江山勝(일사유각강산승) : 저무는 햇살에 강산 더욱 아름다워라

萬頃紅淨數點靑(만경홍정수점청) : 맑고 푸른 만 이랑 물결 속, 몇 점의 푸른 산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1편 선진(先進)]

子曰: ｢從我於陳, 蔡者, 皆不及門也. ｣ 재왈: “종아어진, 채자, 개불급문야.”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 진 나라와 채 나라에 같이 갔던 사람은 지금 모두 내 문하를 떠났다.”

* 어려운 문제로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중 몇 가지

1. 재로 새끼를 꼬라.

2. 호리병 박 속에 종이를 빈틈없이 발라서 제출하라.

3. 양쪽이 좁은 구멍으로 통하는 구슬에 실을 꿰어 오라.

답;

1. 소금물에 적셨다가 말려 불에 태우면, 깨끗한 재 새끼가 된다.

2. 종이를 만드는 원료를 물에 풀어 병 속에 붓고, 흔들어 쏟기를 몇 차례 하면 된다. (저쪽에서 호리병을 깨어 보았더니 빈 곳 없이 종이를 발랐는데, 종이 포갠 자리 하나 없어서 감탄한 것으로 되어 있다.)

<거시기苣食記, 이훈종, 교문사, 1988>

7월 14일 월요일

우리는 신의 거울이다. 우리가 곧고 순수하면 신은 그렇게 우리 속에 비추이신다. 만일 우리가 비뚤어지고 타락되면 그분의 이미지도 그와 같이 왜곡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면에서 항상 깨끗하고 순수해야 한다. (1945. 7. 7) <간디의 명상일기, 로망 롤랑외 신관용 역, 인왕출판사, 1989.>

안개 낀 절의 저녁 종소리

李仁老(이인로)

千回石徑白雲封(천회석경백운봉) : 돌고 돈 아득한 돌 길, 흰 구름 속에 잠기고

巖樹蒼蒼晩色濃(암수창창만색농) : 창창한 바위 숲에 어스름 짙어지네

知有運坊藏翠壁(지유운방장취벽) : 푸른 절벽에 절 하나

好風吹落一鐘聲(호풍취락일종성) : 때맞춘 바람에 종소리 울려온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1편 선진(先進)]

子曰: ｢先進於禮樂, 野人也; 後進於禮樂, 君子也.

재왈: “선진어예악, 야인야; 후진어예악, 군자야.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사람은 예악에 있어 시골 티가 나는 야인(野人)과 흡사하고, 지금 사람은 예절과 음악에 있어 높은 수준에 있는 군자와 같다.

如用之, 則吾從先進. ｣ 여용지, 즉오종선진.”

그러나 실제 쓰임새에 있어서는 나는 옛날 사람들을 따르겠다.”

[임성삼; 공자님께서는 꾸밈을 싫어하셨습니다.]

* 어느 장거리 길바닥에 앉아 글자 점(占)을 치는 이가 있는데 용하다는 소문이다. 왕이 민간인 복장으로 신분을 숨기고(이렇게 하는 것을 미복(微服)이라고 한다) 점장이 앞에 가서 한 일(一)자를 긋고 물었더니, 태도를 고치면서,

“토(土)의 위에 일(一)을 더하니 왕(王)이십니다. 임금님께서 어인 일이십니까?”

놈 알기는 용하게 안다 하고, 이번에는 거지 중에 풍신 좋은 놈을 하나 말끔히 차려 입혀서 보내 보았다. 역시 지팡이로 일(一)자를 긋고 물었더니,

“길 위에 지팡이를 끌었으니 거지 상(相)이다.”

다른 이야기로는 “길 위에 길게 누웠으니 끝내는 거리송장이 되리라”하였다고도 한다.

<거시기苣食記, 이훈종, 교문사, 1988>

7월 11일 금요일

적의 있는 신문 세 개는 천 개의 총칼보다도 무섭다. 《나폴레옹 1세》

어느 봄날

鄭知常(정지상)

物像鮮明霽色中(물상선명제색중) : 물색도 선명한 활짝 갠 날에

勝遊懷抱破忡忡(승유회포파충충) : 흔쾌히 노는 마음 온갖 근심 다 가시네

江含落日黃金水(강함락일황금수) : 석양 잠긴 강은 황금 물결 출렁이고

柳放飛花白雲風(류방비화백운풍) : 꽃 터뜨린 버드나무 바람에 구름일 듯

故國江山千里遠(고국강산천리원) : 고향산천은 아득한 천리 길

一樽談笑萬緣空(일준담소만연공) : 한 동이 술자리로 세상사 다 잊네

興來意欲題詩句(흥래의욕제시구) : 흥이 솟아 시 제목 찾아

下筆慚無氣吐虹(하필참무기토홍) : 붓을 들어도 무지개 같은 시 토할 기개 없어 부끄럽소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 10편 향당(鄕黨)]

色斯擧矣, 翔而後集. 색사거의, 상이후집

꿩이 사람의 기색을 살피고 날아올라 한 바퀴 돌더니 다시 내려앉았다.

曰: ｢山梁雌雉, 時哉! 時哉! ｣子路共之, 三嗅而作.

왈: “산량자치, 시재! 시재!” 자로공지, 삼취이작.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산골 다릿가에 내린 까투리, 때를 만났구나! 때를 만났구나!”

자로가 잡으려하자 세 번 냄새를 맡고 날아갔다.

* <갈수록 喝誰錄, 이훈종, 우경, 1987>

나의 고향에 “무던 샌님”이라는 노인이 있었다. 샌님이라면 생원(生員)의 준말이라 본래는 소과(小科)에 합격해야 되는 것이지만, 일반으로 양반인 남자를 젊어서는 O서방이라 하다가 늙으면 그렇게 불렀다. 그가 하도 무던하다는 소리를 들어서 붙은 별명이다. 무던 샌님이 물었다.

“제네 그 아버지 없는 사촌 하나 있지? 어떻게 하고 있나?”
“제가 데려다 공부시키고 있습니다.”

“그거 참 우애와 의리가 무던하이.”

이런 투다.

“샌님, 저 심OO라고 있습죠?”

“음, 거 좋은 사람일세, 호걸 남아지.”

대상자는 유명한 주정뱅이다.

천하의 알깍정이가 화제에 올랐다.

“거 김 아무개 있지 않습니까?”

“거 훌륭한 사람일세. 촌 사람치고 그만큼 똑똑하기 쉽지 않으이.”

그래서 나는 상상하였다. 사기, 횡령으로 조명(嘲名, 비웃을 조)난 이라면 뭐라 할까하고... 그마저 좋은 사람이라곤 못 그랬겠지. 아마도,

“그거 그럴 사람이 아닌데 중간에 친구를 잘못 사귀어 풀리길 그만 잘못 풀려서... 본성은 그런 사람이 아닌데, 마음을 못 잡아서...”

7월 10일 목요일

시란 정(情)을 뿌리로 하고, 말을 싹으로 하며, 소리를 꽃으로 하고, 의미를 열매로 한다. 《백거이 白居易》

오자서의 사당

朴仁亮(박인량)

掛眼東門憤未消(괘안동문분미소) : 동문에 걸어둔 눈, 아직 분노가 삭지 않아

碧江千古起波濤(벽강천고기파도) : 푸른 강 천고에 물결만 이네

今人不識前賢志(금인불식전현지) : 지금 사람, 옛 영웅 뜻 모르고

但問潮頭幾尺高(단문조두기척고) : 물결의 높이 얼마인지만 묻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 10편 향당(鄕黨)]

升車, 必正立執綏. 승거 필정립집수

수레에서는 반드시 똑바로 서서 손잡이를 잡으셨다.

車中, 不內顧, 不疾言, 不親指. 차중, 불내고, 부질언, 불친지.

수레에서는 둘러보지 않으셨으며, 말을 빨리 하지 않으셨으며, 친히 손가락으로 가리키지 않으셨다.

[임성삼; 수레에 탄 사람은 남의 이목을 끌게 됩니다. 또한 안전하지 않은 장소입니다. 그러므로 안전을 확보하고, 거만하게 보이지 않으려 조심하신 것입니다.]

* 동아일보 7월 9일

지난해 전 세계 34개국에서 최소 4078명이 사형을 당했으며 그중 3138건이 중국에서 집행됐다고 이탈리아의 사형반대 운동단체가 7일 발표했다.

이탈리아의 ‘핸즈 오프 카인(Hands Off Cain)'은 이날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지난해 기준 130개 국가가 사형제를 폐지했거나 사형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에 이어 사형을 많이 집행한 나라는 이슬람 신정(神政)국가인 이란으로 돌에 맞아 처형된 여성 1명을 포함해 316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라크와 미국은 각각 214명, 71명으로 3, 4위. 미국의 사형집행 건수는 2001년의 66명보다 다소 늘어났지만 하형을 집행한 주(州)는 13개로 지난 10년 동안 가장 적었다.

기타 국가들 중 이슬람 국가의 사형집행 건수가 많아 5위가 사우디아라비아 49명, 8위인 카자흐스탄 31명, 9위 타지키스탄 25명, 10위 파키스탄 20명 등으로 나타났다.

6위는 수단으로 40명, 7위는 베트남으로 34명이다.

엄격한 법적용으로 유명한 싱가포르에서는 18명이 처형됐다.(임; 11위 정도)

유럽은 지난해 19명을 사형시켰는데 이들 모두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벨로루시(3명) 체첸(15명) 그루지야(1명) 3개국에서만 집행됐다.

북한에서는 대외적으로 사형 집행 건수가 4건으로 알려졌으나 이 단체는 “실제 처형 건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1년 최소 66명이 사형을 당했던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 이슬람정권이 무너진 뒤 지난해 1명만이 사형을 선고받았다.

[참고; 2001 년 5 월 25 일 동아일보

중국에서 범죄와의 전쟁으로 4월 중순에서 5월 중순까지 1000명의 사형을 집행하였다.]

* 영국인은 자유를 법률상의 처와 같이 사랑한다. 그는 그의 처를 눈에 띄게 애지중지하지는 않으나 필요한 경우에 남편으로서 그 처를 옹호할 각오가 되어 있다. 프랑스인은 자유를 그의 신부처럼 사랑한다. 그는 그녀를 위해 몸을 태우고, 불꽃이 되며, 걷잡을 수 없는 감격을 가지고 그녀의 발 아래에 몸을 던진다. 그는 그녀를 위해 죽기로써 싸우며, 그녀를 위해서라면 한량없이 어리석은 짓이라도 감행한다. 독일인은 자유를 그의 늙은 할머니처럼 사랑한다. 《H.하이네》

7월 9일 수요일

승리의 의지 없이 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공화당 전국대회에서의 연설 가운데에서) 《D.맥아더》

상태위에게 진정합니다(陳情上太尉)

崔致遠(최치원)

海內誰憐海外人(해내수연해외인) : 중국에서 외국인의 서러움 누가 알리

問津何處是通津(문진하처시통진) : 나루터에서 어느 곳이 통진인지 길 물어봅니다

本求食祿非求利(본구식록비구이) : (벼슬하는 것은) 먹고 살기 위해서지 명예가 아니고

只爲榮親不爲身(지위영친불위신) : 부모님 위해서지 나 자신을 위한 것 아닙니다

客路離愁江上雨(객로이수강상우) : 강 위에 내리는 비, 객지의 나그네 설움

故園歸夢日邊春(고원귀몽일변춘) : 낮에 꾸는 봄꿈도 고국 가는 꿈이랍니다

濟川幸遇恩波廣(제천행우은파광) : 강 건널 때, 건너준 은혜 고마우나

願濯凡纓十載塵(원탁범영십재진) : 십년 세속 티끌 묻은 갓끈 씻기 원합니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 10편 향당(鄕黨)]

迅雷風烈, 必變. 신뢰풍열, 필변.

갑자기 우뢰가 치거나 바람이 거세게 불면 반드시 경건한 태도를 취하셨다.

* 여기서 내가 주목하는 것은, 유목민족인 몽골족이 기마군단을 앞세워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전략을 구사했다면, 농경문화권의 고려왕조는 적을 공격하는 대신 자신의 정신력을 드높이는 내면화 작업으로 맞섰다는 사실이다. 나무를 베어 다듬고 말리는 작업이나 똑같은 글씨체로 5000만 자나 되는 글자를 새기는 작업은 엄청난 정신력을 요구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기 내면화 작업이었다. 비록 고려가 기마군단의 공격을 물리치지 못해 한동안 그들의 지배를 받긴 했으나, 이 같은 내면화 작업이 있었기에 모두 한뜻이 되어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문명은 디자인이다, 권삼윤 지음, 김영사, 2001>

7월 8일 화요일

짧은 헛된 이 세상도, 좋고 아름다운 생활을 하기에는 충분히 길다. 《M.T.키케로》

북쪽 산에서

李奎報(이규보)

山花發幽谷(산화발유곡) : 산꽃이 깊숙한 골짜기에 핀 것은

欲報山中春(욕보산중춘) : 산 속 봄을 알리고 싶어서라네

何曾管開落(하증관개락) : 꽃 피고 지는 것, 어찌 간섭할 수 있으리

多是定中人(다시정중인) : 이 모두 선경에 든 사람인 것을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 10편 향당(鄕黨)]

有盛饌, 必變色而作. 유성찬, 필변색이작.

성찬을 받았을 경우는 반드시 안색을 다르게 하시고 식사를 하셨다.

[계명원 역; 미안스러운 기색을 지으며 일어서서 인사하였다.

김계원 역; 좋은 반찬이 있거든 반드시 얼굴을 변해서 일어나시다.]

[임성삼; 좋은 대접을 받았을 때는 그에 상응하는 표정을 나타내셨습니다.]

* 세계인구 절반 30억명, 하루 생활비 2달러 안돼; 오늘 동아일보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30억명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국제노동기구(ILO)가 6일 발표했다.

ILO는 이날 월간 성명을 통해 “빈곤은 오늘날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30억명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며 이 중 3분의 1은 생활비가 고작 1달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ILO는 또 “1960년에서 1999년까지 거의 40년 사이에 세계 최빈층 20%와 최상위 부자층 20%간의 격차가 2배 이상으로 벌어졌다”면서 특히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 동유럽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빈곤이 급증했다고 보고했다.

ILO는 선진국이라고 빈곤의 피난처는 아니라면서 “선진국 20곳에서 인구 10% 이상이 빈곤선 이하로 생활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ILO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의 실업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억8천만명으로 1990년의 1억명에 비해 크게 늘었으며 실질실업자는 약 7억3천만명에 달한다. (파리=AFP연합)

* <유태인 & 이스라엘 있는 그대로 보기, 손혜신, 선 미디어, 2001>

몸은 하나인데 머리가 두 개인 아이가 있다면, 그는 한 사람인가 두 사람인가? 이 질문에 대한 유태인의 대답은 한쪽의 머리에 뜨거운 물을 부었을 때 다른 쪽의 머리도 뜨거워서 비명을 지르면 한 사람이고, 다른 쪽의 머리가 태연하게 있다면 두 사람이라는 것이다.

어떤 곳에 사는 유태인이 박해를 받아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이를 듣는 유태인이 고통을 함께 느낀다면 그는 유태인이 분명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유태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태인은 유태인의 고통에 동참해야 한다는 연대감이 2천 년의 유랑생활에서도 그들이 살아 남은 힘이었다.

해외에 흩어져 있는 우리의 동포는 560만 명이다. 1999년 국회를 통과한 재외동포법은 재외동포의 범위를 대한민국 국민 또는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했던 자와 그 직계 후손으로 규정함으로써 1945년 독립 이전에 러시아와 중국으로 이주한 250만 명을 재외동포법에서 제외시켰다.

이로써 재외동포법은 상대적으로 잘사는 재미동포들은 보호하고 우리에게 짐이 될 만한 중국과 러시아에 있는 동포에게는 참으로 매정한 태도를 취하는 법이 되었다.

고려인, 조선족, 탈북 난민의 고통에 무감각하다면 우리는 더 이상 하나가 아니라 둘이며 셋이다.

7월 7일 월요일

우리는 이 변화해 가는 세계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 대통령 취임사에서) 《D.D.아이젠하워》

남송정 가는 도중

朴齊家(박제가)

人生何處不宜居(인생하처불의거) : 사람의 삶, 어느 곳인들 살지 못하랴

認取無營卽有餘(인취무영즉유여) : 영리만 버릴 줄 안다면 마음 여유 있으리

渡盡無名山萬疊(도진무명산만첩) : 이름 모를 첩첩 산을 다 지나고 보니

松風海色掃襟裾(송풍해색소금거) : 솔바람, 바다 물 빛 마음 다 씻어주네

박제가(朴齊家, 1750∼1805(영조 26∼순조 5))

조선 후기의 실학자. 자는 차수(次修)·재선(在先)·수기(修其), 호는 초정(楚亭)·정유·위항도인(葦杭道人). 본관은 밀양(密陽). 소년시절부터 시·서·화에 뛰어나 문명을 떨쳐 19세를 전후하여 박지원(朴趾源) 등 북학파들과 교유하였다. 1776년(정조 즉위년) 이덕무(李德懋) 등과 함께 《건연집(巾衍集)》이라는 사가시집(四家詩集)을 내어 청(淸)나라까지 문명을 떨쳤다. 78년에는 사은사 채제공(蔡濟恭)을 따라 청나라에 가서 청나라 학자들과 교유하였다. 한편 정조는 서얼들의 누적된 불만을 무마시키려는 정책의 일환으로 77년 서얼허통절목을 발표하고, 79년에는 규장각에 검서관직(檢書官職)을 설치하여 박제가를 비롯한 서얼 출신 학자들을 검서관으로 임명하였다. 박제가는 이후 13년간 규장각 내·외직에 근무하였고, 86년에는 <구폐책(救弊策)>으로서 신분적인 차별 타파와 상공업 장려를 주장하였다. 90년 두번째 연행(燕行)길에 오르고, 돌아오는 길에 압록강에서 왕명을 받고 원자(元子;뒤의 순조)의 탄생을 축하한 청나라 황제의 호의에 보답하기 위해 군기시정(軍器寺正)으로 연경에 파견되었다. 1801년(순조 1) 네번째 연행길에서 돌아오자마자 동남성문의 흉서사건에 혐의가 있다 하여 유배되었다가 1805년 풀려났으나 곧 죽었다. 저서로는 《북학의(北學議)》《정유집》《정유시고》《명농초고(明農草藁)》 등이 있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 10편 향당(鄕黨)]

見齊衰者, 雖狎, 必變. 見冕者與瞽者, 雖褻, 必以貌.

경제쇠자, 수압, 필변. 견면자여고자, 수설, 필이모.

상복을 입은 사람을 보면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반드시 표정을 바꾸셨다.

예복을 차려 입은 사람이나 소경을 보시면, 자주 대하는 사람이라도 반드시 예절바른 모습을 하셨다.

凶服者式之. 式負版者. 흉복자식지. 식부판자.

수레를 타고 가시다가 상복 입은 사람을 만나면 상반신을 굽히셨다. 부판[호적이나 지도]를 지고 가는 사람에게도 상반신을 굽히셨다.

* <유태인 & 이스라엘 있는 그대로 보기, 손혜신, 선 미디어, 2001>

이스라엘에서는 모든 사람이 군대를 가지만 정통파 종교인들은 예외이다. 이들은 메시아가 회복할 이스라엘을 기다리며 세속 정치인이 다스리는 이스라엘 국가를 인정하지 않는다. 안식일 같은 종교적 율법을 군대에서는 지킬 수 없으므로 군복무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키파(종교인 남자들이 머리에 쓰는 빵모자)를 쓴 종교인은 군복무의 의무를 이행한다. 종교인 가정에서 자라난 여성은 군복무를 할 필요가 없지만 본인이 원하면 일년 혹은 이년 간 자원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 신생 키부츠 생활을 하는 것도 봉사의 한 방법이다.

- 양손가락이 두 개씩밖에 없는 기형인 군인도 있었다.

- 새 참모총장이 임명되자 높은 구독 매수를 자랑하는 한 일간신문에서는 새로운 참모총장의 커다란 컬러사진을 간지로 끼워서 배포했다. 배우사진이라면 모를까 민주주의 국가에서 웬 군인사진?

- 이스라엘의 진보적 지식인으로 손꼽히는 작가 아모스 오즈는 이스라엘 군대는 마치 보이스카우트와 같다고 말한다. 이스라엘 군대는 지휘, 명령, 복종으로 유지되는 계급 조직이 아니라 토의, 논쟁, 합의에 이르는 집단이라는 것이다.

- 많은 경우 이스라엘의 군인은 주말이면 집으로 휴가를 나온다.

- 신병 교육 담당은 모두 여자 교관이 맡는다. 여성 인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교육 파트를 맡긴 것이다. 여교관은 입대 전에 특별 전형으로 선발한다.

- 평범한 군용기 항법사가 실종되자 온 국민이 10년이 넘은 후까지 그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 이스라엘의 군인 유자녀가 남자 13세, 여자 12세에 성인식을 치루게 되면 성인식 보조금이 지급된다. 유자녀가 결혼하면 결혼 보조금이, 주택 구입시에는 주택 보조금이 주어진다. 모든 보조금은 수시로 조정하여 현실화한다. 유자녀는 고등교육까지 받을 수 있도록 지원된다. 4~18세의 유자녀에게 해마다 생일선물을 보내 준다. 유족부모가 연로하여 양로원에 가야 할 경우에는 이를 지원하고, 거동이 불편한 경우 휠체어와 같은 의료기구 구입비, 온천 치료비도 지원된다.

7월 4일 금요일

웅변이 쓸모가 없을 때에는, 단순하고 티없는 침묵이 도리어 상대를 설득시킬 때가 있다. 《W.셰익스피어/겨울 이야기》

빗

柳夢寅(유몽인)

木梳梳了竹梳梳(목소소료죽소소) : 얼레빗으로 빗고 또 참빗으로 빗어내니

亂髮初分蝨自除(난발초분슬자제) : 흐트러진 머리 처음 빗어 이가 다 잡히네

安得大梳千萬尺(안득대소천만척) : 어찌해야 천만 척 되는 큰 빗을

一歸黔首蝨無餘(일귀검수슬무여) : 백성의 머리로 가져가 이를 남김없이 없앨 수 있을까

유몽인(柳夢寅 1559∼1623(명종 14∼인조 1))

조선 중기 문신. 자는 응문(應文), 호는 어우당(於于堂)·간재(艮齋)·묵호자(默好子). 본관은 고흥(高興). 성혼(成渾)·신호의 문하에서 배웠으나, 경박하다 하여 쫓겨났다. 1582년(선조 15) 진사가 되고, 89년 증광문과에 장원급제했다. 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선조를 평양까지 호종하였고, 93년 문학(文學)이 되었다. 이이첨(李爾瞻) 등 대북파(大北派)와 교유하며 중북(中北)의 영수가 되었고, 선조 말년에 황해도관찰사·좌승지·도승지를 지내고 1612년(광해군 4) 이조참판이 되었다. 폐모론 때, 가담하지 않아 23년 인조반정(仁祖反正) 때 화를 면하였으나 관직에서 물러나 방랑생활을 하였다. 그러나 그가 광해군의 복위를 도모한다는 현령 유응경의 모함으로 체포되어 국문을 받고 역률(逆律)로 다스려져 사형되었다. 그는 조선시대 중기의 문장가·외교가로서 이름을 떨쳤으며 글씨에도 능하였다. 정조 때, 신원(伸寃)되고, 이조판서에 추증되었다. 흥양(興陽)의 운곡사(雲谷祠)와 고산(高山)의 삼현영당(三賢影堂)에 배향되었다. 저서로는 《어우야담》《어우집》이 있다. 시호는 의정(義貞).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 10편 향당(鄕黨)]

寢不尸, 居不容. 침불호, 거불용.

주무실 때 죽은 사람처럼 눕지 않으셨다. [임; 오른 쪽이나 왼쪽으로 누워 주무셨다.]

집에 계실 때 엄숙한 표정을 짓지 않으셨다.

* <인간 주자, 미우라 쿠니오 지음, 깅영식, 이승연 옮김, 창작과 비평사, 1996>

20세가 지나자 주자는 과거공부에서 해방되어 독서의 범위를 더욱 넓혀간다.

“나는 젊었을 때 선록(禪錄)에서부터 초사(만년에 이에 주를 단다)나 병법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지 배우고자 했다.”고 후에 회상하고 있다.

만년에 자신의 곁을 떠나 귀향한 석홍경이라는 제자에게 다음과 같이 술회하고 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학문에 몰두했다. 16세 때에는 이미 이학(理學, 도학)을 좋아했으며 17세 때에는 지금의 여러분만큼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뒤에 사현도의 논어를 읽고 크게 감격하여 숙독했다. 우선 붉은 연필로 해석이 뛰어난 곳에 줄을 긋고 그 부분을 숙독하여 잘 음미하여보면 붉은 줄이 쳐진 부분이 몹시 번잡하게 생각되었다. 그러면 이번에는 다시 붉은 줄 가운데에서 더욱 중요한 부분에 검은 줄을 긋고 그곳을 더욱 숙독하며 음미했다. 또 한층 더 숙독하여 검은 줄 가운데에서 정수가 되는 부분을 떼어내어 푸른 줄을 긋고 그 다음에는 또다시 그 푸른 줄의 정수의 또 정수를 추출했다. 여기까지 오면 얻을 것이 매우 적어져 단지 한두 구절만이 문제가 되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리하여 하룻밤 이 한두 구절에 마음을 집중시켜 완미(玩味)하면 가슴속이 저절로 시원해졌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박(博)에서 약(約)으로 증류시켜가는 자세가 이미 이때부터 나타나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단순히 독서법에 한정되지 않는다. 삼라만상을 마지막 순간까지 응축시켜 다시 그것을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법칙으로 환원하는 것은 후년 주자의 사고법 그 자체인 것이다.

7월 3일 목요일

싸우기를 삼가라. 어떤 사람도 강제로 설복하지 말라. 이견이란 못[釘]과 같은 것, 때리면 때릴수록 깊이 들어간다. 《유베날크》

망고대(望高臺)

西山大師(서산대사)

獨立高峰頂(독립고봉정) : 높은 산봉우리에 홀로 서서보니

長天鳥去來(장천조거래) : 높고 넓은 하늘을 새들만 오가네

望中秋色遠(망중추색원) : 바라보니 가을색은 아득히 먼데

滄海小於杯(창해소어배) : 바다는 술잔보다 작게 보이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 10편 향당(鄕黨)]

朋友死, 無所歸. 曰: ｢於我殯. ｣ 붕우사, 무소귀. 왈: “어아빈.”

친구가 죽고 장사지낼 집이 없는 경우에는 항상 말씀하셨다. “내 집에 빈소를 차리도록 하라.”

朋友之饋, 雖車馬, 非祭肉, 不拜. 붕우지궤, 수거마, 비제육, 불배.

친구가 보내온 선물은 비록 마차나 말 같은 값진 것이라도 제육이 아닌 한 절을 하고 받는 일이 없었다.

* 나는 16, 7세 때부터 독서에 집중했는데, 그 당시는 나 자신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세계가 그저 끝없이 넓어져만 갈 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닥치는 대로 읽어나가기만 했다. 지금도 내놓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독서량은 아니지만, 그때는 정말 온 힘을 다 바쳐 독서를 했다. 사람들이 단숨에 지금 내 독서수준에까지 도달하기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노력의 축적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나는 이미 늙어 죽음이 눈앞에 닥쳤지만, 여러분은 부디 학문에 전념해주기 바란다.

- 대학, 중용을 매일 아침 열 번씩 읽기로 한 것도 이 무렵의 일이었다. 중용을 읽고 있다가,

“사람이 한 번 읽어 알면 나는 열 번을 읽는다. 사람이 열 번 읽어 알면 나는 천 번을 읽는다. (人一能之己百之, 人十能之己千之)”

라는 구절을 읽는 순간, 몸 깊숙한 곳에서부터 솟구쳐오르는 힘을 느꼈다고 고백하고 있다.

[임성삼; 감히 비교할 존재는 아니지만, 나도 중용의 이 글을 읽으면서 동일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느낌을 받으리라 생각합니다.]

<인간 주자, 미우라 쿠니오 지음, 깅영식, 이승연 옮김, 창작과 비평사, 1996>

7월 2일 수요일

설득시키는 것은 사람의 말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인품이다. 《메난드로스/단편 斷片》

봄날 한가하여

李滉(이황)

不禁山有亂(불금산유난) : 산에 여기저기 꽃피는 것 말릴 수 없고

還憐徑草多(환련경초다) : 길가의 초목이 또한 좋아라

可人期不至(가인기부지) : 온다고 하던 이 오지 않으니

奈此緣樽何(내차연준하) : 이 술동이 어찌하나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 10편 향당(鄕黨)]

入太廟, 每事問. 입태묘, 매사문.

태묘에서 제사드릴 때는 담당관에게 모든 일을 질문하였다.

[임성삼; 큰 일을 할 때는 '아는 길도 물어가야 한다'는 것을 실천하셨습니다.]

* 7월 2일 동아일보

15세 된 한국 학생들의 과학, 읽기, 수학과목의 학습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네스코가 공동으로 OECD의 국제 학생평가 프로그램(PISA)에 따라 0ecd 회원국 등 43개국 15세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조사한 결과 한국 학생은 과학, 읽기, 수학과목의 평균 학습능력에서 각각 1, 2, 3위를 차지했다.

PISA는 2000~2001년 OECD 회원 28개국, 비회원 15개국을 대상으로 의무교육 마지막 연한인 15세 학생을 4500~1만명씩 선정해 학습능력을 평가했다. OECD와 유네스코는 30일 공동으로 PISA의 평가 내용을 담은 보고서 ‘미래세계의 학습 능력(Literacy Skills for World of Tomorrow)'을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학습능력 1~5위는

- 과학의 경우 한국, 일본, 홍콩, 핀란드, 영국

- 읽기는 핀란드, 한국, 홍콩, 캐나다, 일본

- 수학은 홍콩, 일본, 한국, 뉴질랜드, 핀란드 순이었다.

7월 1일 화요일

성실하게 사랑하며 조용히 침묵을 지키라. 성실한 사랑은 많은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F.제라인》

개울 초당 에서 (溪堂偶興)

李滉(이황)

掬泉注硯池(국천주연지) : 샘물 떠다가 벼루에 부어

閑坐寫新詩(한좌사신시) : 한가히 앉아서 시를 짓노라

自適幽居趣(자적유거취) : 스스로 만족하며 한가롭게 사는 멋

何論知不知(하논지부지) : 남이야 알던 말든 무슨 말을 하리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 10편 향당(鄕黨)]

疾, 君視之, 東首, 加朝服, 拖紳. 질, 군시지, 동수, 가조복, 타신

병이 나셔서 임금이 문안을 오면, 본인의 머리를 동쪽으로 돌려놓게 하시고, 이불 위에 조복을 펼쳐 놓게 하고 옷 위에 허리띠를 놓으셨다.

[임성삼;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내 몸이 아플 때는, 임금이 왔다고 하여 일어나서 맞는 것이 아닙니다.]

君命召, 不俟駕行矣. 군명소, 불사가행의.

임금이 부르시면, 마차가 준비되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걸어서 먼저 출발하셨다.

* [우리나라의 털 하나하나까지 정밀한 호랑이 그림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우리 조상은 2000년 전에 잔줄무늬 청동거울을 만들었습니다. 직경 21.2cm의 원 속에 0.3mm짜리 가는 선을 자그마치 13,300개나 직선과 동심원으로 넣었습니다. 이것은 오늘날 일급 제도사가 20일 동안 꼬박 작업해야 완성할 수 있는 정밀한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말합니다. 약간 일그러진 조선 백자 달항아리 같은 작품을 보면서 ‘도자기가 굿하니 큰 맛이 있어 참 아름답기는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기술적으로는 좀 문제가 있다...’ 여러분, 모자라는 기술로 이 맏며느리처럼 덕스러워 보이는 자기를 빚어 낼 수 있습니까?

수원 화성 신도시를 만들 때 작성한 보고서였던 “화성성역의궤” 같은 것을 보십시오. 아주 소소한 내용, 심지어 큰 못은 몇 개, 중간 못, 작은 못은 몇 개를 썼고, 그것이 근수로는 몇 근이었고 그 값은 얼마였다는 것까지 다 적혀 있습니다. 또 막일꾼도 반나절 일한 사람들의 이름까지 하나하나 다 적었는데, 급여로는 얼마를 주었다 하는 세부까지 정확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우리나라 정부 수립 이후 그렇게 정확한 공사 보고서는 나온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백자 같은 것은 실용 기물이었기 때문에 사용에 불편함만 없고 넉넉한 아름다움이 있으면, “그래, 애썼다”하고 선비들이 너그럽게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오주석, 솔, 2004>

[임성삼; 우리는 대충 일하는 민족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