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페이지 1

4월 30일 수요일

힘없는 정부는 미약하고, 정의 없는 힘은 포악이다. <파스칼>

성남에서

홍언박(洪諺博)

水際碧蕪渾欲合(수제벽무혼욕합 ); 저 수평선 푸르고 짙어 하늘에 닿고,

墻頭紅杏未全開(장두홍행미전개) ; 담장의 살구꽃 아직 활짝 피지는 않았구나

春風日日城南路(춘풍일일성남노) ; 봄바람은 나날이 길거리로 불어오고

信馬哦詩自往來(신마아시자왕래) ; 말 타고 시 읊으며 이리저리 다닌다오

오늘의 논어(論語) [제 9편 자한(子罕)]

子欲居九夷. 자욕거구이

선생님께서 동방의 이족이 사는 곳에 살고 싶어하셨다.

或曰: 陋, 如之何! 子曰: 君子居之, 何陋之有? 좁을 누

혹왈: 누, 여지하! 재왈: 군자거지, 하누지유?

어떤 사람이 말했다. “누추한 곳입니다. 어떻게 지내시겠습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군자가 머물게 된다면 어찌 누추함이 있겠느냐?”

[임성삼; 마지막 줄은 "군자가 머물고 있으니 어찌 누추함이 있겠느냐?"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즉 우리나라 사람들은 군자라는 뜻이 될 수 있습니다.]

* <예술과 과학, 엘리안 스트로스베르, 김승윤 옮김, 을유문화사, 2002>

많은 과학자들은 미적인 관조(觀照)에 커다란 만족을 느끼며 그들의 연구를 미의 탐구라고 묘사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이나 뉴턴의 광학과 같은 걸작에서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그 논리의 우아함에 매료된다.

한편 대개의 유명한 예술가들은 미적인 고려보다 규율과 방법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기성 형식’의 빛나는 조직자인 바흐(1685~1750)는 자신을 장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나는 열심히 작업해야 한다. 열심히 하는 자는 그만큼 성취한다”라고 말했다. ‘신성한 수학’을 통해 작곡을 하였던 바흐에게 미(美)는 음악의 유일한 목표가 아니었던 것 같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1882~1971)도 음악을 지극히 힘들고 구조화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목수가 들보로, 보석 세공장이 보석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음악가는 음높이와 리듬을 재료로 표현하는 장인이라고 묘사했다.

화가들 또한 규율을 중시한다. 마티스가 작품에 몰두할 때의 모습을 살펴보면, 그것을 가설을 세우는 데 깊이 빠진 과학자들의 정신적인 고통과 비슷하다. 형식을 엄격히 따지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

“각 부분의 합리적인 관계를 발견하는 그런 순간이 온다. 그때부터는 그림 전체를 다시 시작하지 않고는 붓자국 하나도 추가할 수 없다.”

<예술과 과학, 엘리안 스트로스베르, 김승윤 옮김, 을유문화사, 2002>

[임성삼; 예술가들이 보통사람들보다 내적인 규칙을 더 엄격히 준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4월 29일 화요일

다른 사람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신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톨스토이>

봄의 흥취

진화(陳澕)

小梅零落柳僛垂(소매영락류기수); 매화는 떨어져도 버들가지 늘어지고

閒踏淸風步步遲(한답청풍보보지); 맑은 바람 속을 거니니 걸음마다 한가롭다

漁店閉門人語少(어점폐문인어소); 고기점은 문을 닫고 인기척도 드물어

一江春雨碧絲絲(일강춘우벽사사); 온 강에 내리는 비에 버들은 줄기마다 푸릇푸릇

오늘의 논어(論語) [제 9편 자한(子罕)]

子貢曰: 有美玉於斯, 韞匵而藏諸? 求善賈而沽諸?

자공왈: 유미옥어사, 온가이장제? 구선가이고제?

子曰: 沽之哉! 沽之哉! 我待賈者也. 팔 고, 장사 고

재왈: 고지재! 고지재! 아대가자야.

자공이 말했다. “아름다운 옥이 있습니다. 궤 속에 깊이 간직해둘까요? 좋은 장사꾼을 찾아 팔까요?”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팔아야지! 팔고말고! 나는 단지 장사꾼을 기다린단다.”

[임성삼; 공자님도 실제 행동을 원하셨습니다.]

* 피아니스트 탈베르그는 좋은 음악회에 참가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음악회가 열리는 날자를 확인한 후 거절했다. 그 이유를 묻자 그날까지 연습을 마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주최측의 담당자는 말했다.

“제가 그 동안 교섭해 온 음악가들은 삼, 사일이면 연습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유명한 선생님께서 불가능하시다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나는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1,500번 이상 연습을 합니다. 하루 50번씩 연습을 하더라도 한 달은 걸립니다. 내 연주의 비결은 재능이 아니라 끊임없는 연습의 결과입니다.”

[임성삼; 탁구 선수가 새로운 기법 하나를 익혀 사용하는 데 적어도 7,000번의 연습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4월 28일 월요일

장부가 세상에 나서 쓰일진대, 목숨을 다해 충성을 바칠 것이요, 만일 쓰이지 않으면 물러가 밭가는 농부가 된다 해도 또한 족할 것이다. <이순신, 1545(인종 1). 4. 28~1598(선조 31)>

한산도에서

이순신(李舜臣;1545-1598)

水國秋光暮(수국추광모) : 넓은 바다에 가을 햇빛 저무는데

驚寒雁陣高(경한안진고) : 추위에 놀란 기러기 떼 하늘 높이 날아간다

憂心輾轉夜(우심전전야) : 근심스런 마음에 잠 못 자는 밤

殘月照弓刀(잔월조궁도) : 새벽달은 무심코 활과 칼만 비추네

[임성삼; 오늘이 이순신 장군의 생신입니다.]

오늘의 논어(論語) [제 9편 자한(子罕)]

子疾病, 子路使門人爲臣. 자질병, 자로사문인위신

선생님께서 병환이 위중하셨다. 자로는 문하생들을 신하로 꾸미었다.[임; 만일의 경우 군주의 예절로 장례를 지내기 위함입니다.]

病閒, 曰: 久矣哉! 由之行詐也, 無臣而爲有臣. 吾誰欺? 欺天乎? 속일 사

병한, 왈: 구의재! 유지행사야, 무신이위유신. 오수기? 기천호?

병환에 차도가 있으시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자로가 속이는 짓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신하가 없으면서 신하로 꾸미니, 내가 누구를 속이는 것이 되느냐? 하늘을 속일 수 있을 것 같으냐?

且予與其死於臣之手也, 無寧死於二三子之手乎? 且予縱不得大葬, 予死於道路乎?

자여여기사어신지수야, 무녕사어이삼자지수호? 차여종부득대장, 여사어도로호?

내가 신하들이 있는 곳에서 죽는 것을 너희 제자들 품에서 죽는 것보다 좋아할 것 같으냐? 내가 비록 성대한 장사를 받지는 못해도, 설마 길에서 죽기야 하겠는가?”

* <윤치호일기, 김상태 편역, 역사비평사, 2001>

1940년 3월 18일월요일 [75 세]

몇년 전 홍병선 군이 세계일주를 마치고 돌아와 강연을 통해, 서양을 둘러보니 사람은 악해야 잘 산다는 엄연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노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적나라한 언급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내 생각엔 그가 서양 대제국들이 모두 악해서 강성해졌다는 걸 직접 관찰하고 연구해서 이런 결론에 도달했던 것 같다. ... 사실 영국, 프랑스, 미국은 남아도는 전리품을 앞에 두고 희희낙낙하는 강도들이다. 이와는 반대로 독일과 이탈리아 등은 전리품을 찾아 헤매는 굶주린 강도들이다.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강도보다는, 이미 훔칠 만큼 훔쳐내 만족하고 있는 강도와 함께 사는 게 좀더 안전하긴 할 것이다.

1940년 3월 28일 목요일 [75 세]

이 세상은 약육강식의 원칙이 지배하는 원시 정글시대로 되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시종일관 건전한 양심과 이성을 견지하며 이렇게 험한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면도기와 이쑤시개만 들고 아프리카의 정글을 헤쳐나가겠다는 말과 똑같다. 그러므로 오늘날 확실한 성공을 거둔 개인이나 국가는 양심이나 이성이 조금도 없는 이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1940년 6월 15일 토요일 [75 세]

어제 오후 프랑스가 독일군에게 항복했다고, 조간신문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힌덴부르크, 루덴도르프, 황제가 4년 걸려 실패했던 일[역주(譯註); 1 차 대전]을 히틀러가 두 달 만에 해치운 것이다. 이로써 히틀러는 나폴레옹 이후 최고의 전사임을 입증했다.

1940년 12월 19일 목요일 [75 세]

당국이 조선인들을 만주로 이주시키려고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고향인 충남 아산면 새말에도 4세대를 이주시키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자원하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을 때에는 마을 주민들이 제비를 뽑아야 한다. 정말이지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의 농장, 공장, 광산에는 인력이 달린다. 조선조차도 인력 공급의 부족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조선에서 강제 이주를 시작하는 건가?

1941년 12월 11일 목요일 [76 세]

지금으로부터 56년 전 처음으로 상하이에 갔을 때, 잘난 체하는 영국인들의 조계 방향에 있는 수초천 다리 바로 건너편 공원 어귀에 중국어와 영어로 ‘개와 중국인 출입 금지’라는 글귀가 적힌 긴 표지판이 걸려 있는 걸 보고 난 설움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난 큰 충격을 받았다. 영국인들, 미국인들, 그리고 백인들은 자기들이 정복한 모든 대륙 입구에 이런 간판을 걸어놓았다. .....

1943년 2월 6일 토요일 [78 세]

신임 총독이 표방하는 목표는 ‘도의(道義)조선(朝鮮)’이다. 대정치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그의 의도와 목표에는 숭고한 데가 있다. 하지만 그의 부하들이 사람 목숨을 좌지우지할 만한 권한으로 무장한 채 마지막 남은 한줌의 쌀까지 빼앗으려고 가난한 농민의 초가집을 뒤지는 한, 오직 경찰관만이 자기가 원하는 모든 걸 가질 수 있는 한, 주민들이 암거래와 위법행위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는 한, 그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윤치호일기, 김상태 편역, 역사비평사, 2001>

4월 25일 금요일

세계는 진실, 법, 평화의 세 토대 위에 서있다. <탈무드>

몽뢰정춘첩(夢賚亭春帖)

정유길(鄭惟吉;1515-1588)

白髮先祖老判書(백발선조노판서) : 백발의 할아범 늙은 판서가

閑忙隨分且安居(한망수분차안거) : 한가히 분수 지켜 편안히 살아가네

漁翁報道春江暖(어옹보도춘강난) : 어부가 봄 강물이 따뜻하다고 알려주니

未到花時進鱖魚(미도화시진궐어) : 꽃도 아직 피지 않았는데, 쏘가리 잡이 나간다오

오늘의 논어(論語) [제 9편 자한(子罕)]

顔淵喟然歎曰: 仰之彌高, 鑽之彌堅; 瞻之在前, 忽焉在後. 뚫을 찬, 볼 첨

안연위연탄왈: 앙지이고, 찬지이견; 첨지재전, 홀언재후.

안연이 깊이 탄식하며 말했다. “당신을 우러러보면 너무 높으시며, 뚫어보면 더욱 굳습니다. 눈으로 보면 앞에 계시다가도 갑자기 뒤에 계십니다.

夫子循循然善誘人, 博我以文, 約我以禮.

부자순순연선유인, 박아이문, 약아이례.

선생님께서는 순순히 사람을 잘 인도하사, 나를 글로 넓게 하시고 예절로써 요약하게 하십니다.

欲罷不能, 旣竭吾才, 如有所立卓爾. 雖欲從之, 末由也已. 다할 갈, 높을 탁

욕파불능, 개갈오재, 여유소립탁이, 수욕종지, 미유야이.

깨뜨리고자 하나 되지 않고, 내 재주는 이미 고갈되었으나 선생님께서는 높이 서 계십니다. 비록 따르고자 하나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 이라크 전쟁 전비(戰費) 총 800억 달러 - 미(美) 역대 최저수준 (동아일보 2003년 4월 16일 )

- 개전 26일 만인 적은 시간과 적은 비용, 적은 인명피해로 전쟁이 마무리된 것은 앞으로 새로운 전쟁 양상을 예고하고 있다.

- 전비=부시 행정부는 모두 800억달러를 지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모두 253억 달러를 썼다. 하루 11억달러씩 들어간다.

800억달러가 모두 직접적인 전비는 아니다. 파키스탄과 필리핀 등 이라크전에 협조한 국가들에 대한 해외원조에 78억5000만달러(9.8%), 미 국토방위와 공중보건에 50억달러(6.3%)를 지출한다. 9.11테러 이후 고전하고 있는 항공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38억달러를 쓸 계획.

군사 및 정보 분야에는 624억달러(78%)를 쓸 계획. 이 중에서 작전 경비는 절반가량인 312억달러다.

인건비도 만만치 않아 134억달러를 지출하게 된다. 이라크전 참전 미군은 모두 30만명. 4성 장군인 대장은 월 기본급만 1만1875달러를 받는다. 3성 장군인 중장은 1만564달러. 소장은 1만9달러, 준장은 9051달러 수준이며 영관급 장교의 경우 대령은 7233달러, 중령은 6329달러, 소령은 5528달러로 나타났다.

43일을 끈 91년 걸프전에서는 580억달러를 썼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이라크 전비는 미국의 역대 전쟁 중에서 최저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베트남 전에서 4940억달러, 한국전에는 3030억달러의 전비를 사용했다.

- 사상자=14일 현재 이라크군 사망자 수는 미군 집계 기준으로 2320명이다. 바그다드와 인근 지역 전투만을 기준으로 집계한 것이지만 전투중 연합군 사망자 113명의 20배에 이른다. 전쟁 도중 생포되거나 항복한 이라크군 또는 민병대원은 1만2500명에 달한다.

전투 도중 사망한 연합군은 미군 105명과 영국군 8명 등 113명. 연합군간의 오인 사격과 공격, 헬기추락 등 전투 이외의 상황에서 숨진 군인은 미군 14명과 영국군 22명 등 모두 36명. 전체 사망자의 24%다.

연합군 사망건수는 2013명당 1명꼴로 91년 걸프전 당시 1780명당 1명에 비해 낮아졌다.

민간인 피해는 3일 이라크 정부 발표에 따르면 사망 1254명, 부상 5112명으로 모두 6366명이다. 민간단체 IBC에 따르면 민간인 사망자는 최대 1413명이다.

미군의 오인사격이나 공습 도중 사망한 언론인은 현재까지 모두 12명. 실종자는 2명이다.

- 동원된 군사력=연합군은 총 30만명이 동원됐다. 미군 25만명, 영국군 4만5000명, 호주군 2000명, 체코와 슬로바키아군 450명, 폴란드군 200명 등이다. 이 중 13만명이 이라크에 투입됐다.

이라크는 6만~7만명의 공화국수비대를 포함해 40만명의 정규군이 있었으나 실제 전투에 참가한 인원은 훨씬 적었다. 각국에서 몰려온 이슬람전사는 6000여명. 이라크가 보유했던 탱크 2600대, 전투기 100~300대도 대부분 연합군 공습에 궤멸됐다. 특히 이라크 전투기는 대부분 이륙조차 하지 못했다.

연합군 공군기 출격 횟수는 3만회. 750발의 순항미사일을 포함, 2만발 이상의 폭탄을 투하했다. 이 중 75%가량이 정밀 유도폭탄. 폭탄 가격만 12억달러(약 1조5000억원).

* <플루타크 영웅전 1권, 스파르타의 법을 정비한 ‘리쿠르구스’의 전기에서>

저녁을 먹은 다음 소년들의 지도자는 누워서 노래를 시키기도 하고, 잘 생각해서 대답해야만 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다.

“누가 가장 훌륭한 사람인가?”

“이러한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와 같은 지도로써 그들은 어릴 때부터 정사(正邪)를 판단하며,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왜냐하면,

“누가 좋은 사람이냐?”

“누가 평판이 나쁜 사람이냐?”

와 같은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못하면 어리석은 아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대답은 잘 생각하여 간결하게 해야 된다. 대답을 잘못하면 지도자는 그 아이의 손가락을 깨물어 벌을 주었다. 연장자나 높은 사람이 있을 때 벌을 주게 되는 일도 많았다. 정당한 이유와 방법으로 벌을 주면 말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도자가 너무 가혹하거나 잘못 벌을 주면 소년들이 나간 다음에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을 졌다.

리쿠르구스는 돈을 쇠로 만들어 분량은 많아도 가치를 적게 한 반면에, 말은 짧으면서도 의미가 심장하게 쓸도록 훈련시키기 위해, 아이들은 한참 동안 조용히 듣고 있다가 요소를 찌른 말들 하게 가르쳤다. 말이 많은 사람의 말에는 새겨둘 만한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임성삼; 아래에 계속되는 것은 짧으면서 의미 심장한 이야기의 예입니다.]

어떤 아테네인이 스파르타인의 칼은 길이가 짧아서 요술장이라면 누구나 쉽게 삼킬 수 있겠다고 말하였을 때, 스파르타의 아기스왕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러나 그 짧은 단도로 우리는 적을 찌르오."

기록에 남은 그의 말을 볼 것 같으면 리쿠르구스 자신도 그런 말을 썼나보다. 정치체체를 민주적으로 고치자고 제안한 사람에게 리쿠르구스가 한 대답은,

"당신 집안부터 민주적으로 하구료."

그리고 왜 제물은 그렇게 적게 싼 것으로 드리라고 정령(政令)을 내렸느냐고 물은 데 대한 대답은,

"제사를 지내지 않고 마는 일이 없도록요."

적을 만들지 않는 방법에 대한 대답은,

"청빈(淸貧)하게 살며, 잘난 체하지 않을 것."

성(城)이 필요하냐에 대한 대답은,

"돌담이 아니라 용기로 방비된 도읍이 견고하오."

레오니다스왕은

"이 사람, 자네는 필요한 것을 필요치 않은 때에 말하고 있소."

리쿠르구스의 조카인 스파르타의 카릴라우스 왕은 왜 스파르타에는 법령이 그렇게 적은가 물었을 때에,

"말이 적은 사람은 법이 적어도 되오."

철학자 헤카타에우스가 식사 중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을 어떤 사람이 평하였을 때, 스파르타 사람 이르키다미다스는 대답하였다.

"말할 줄을 아는 사람은 말할 때를 안다."

그들의 말은 심각하면서도 아름다웠다고 위에서 말한 바가 있는데, 다음과 같은 것이 그 예일 것이다. 사람답지 않은 사람이 물음답지 않은 물음을 자꾸 되풀이하며,

“스파르타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이 누구십니까?”

라고 하였을 때, 데마라투스는 대답하기를,

“당신과 가장 비슷하지 않은 사람이오.”라고 하였다.

엘리스 사람들이 올림픽 대회를 매우 굉장하고 공정하게 한다고 어떤 사람이 계속 강조하자

"엘리스 사람들이 오년[임; 4년?]에 한번 공정하게 행동을 하는 것이 그리 신기한가요?"

어떤 다른 나라 사람이 스파르타인을 칭찬하며, 자기 나라에서 자기는 스파르타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하였을 때 스파르타의 테오폼푸스왕이 대답하였다.

"자기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더 좋겠지요"

아테네의 한 웅변가가 스파르타인은 무식하다고 하였을 때, 스파르타 사람인 파우사니아스의 아들이 대답하였다.

"지당한 말씀이었소. 당신들로부터 나쁜 지혜를 배우지 않은 족속은 우리 뿐이니까요."

다른 시에서 온 누가 스파르타에는 인구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을 때, 스파르타의 이르키다미다스왕이 대답하였다.

"나쁜 사람을 막기에 족한 수지요"

그들의 농담도 또한 이채가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아무렇게나 말을 하거나 깊은 뜻을 지니지 않은 말을 하지 않도록 훈련되었다. 그 예로는, 꾀꼬리 흉내를 낼테니 들어보라는 말을 들은 사람은,

"나는 진짜를 들은 걸요."라고 대답하였다.

어떤 청년에게 누가 수탉을 주며 그 닭은 죽을 때까지 싸운다고 말하니 청년은 대답하였다.

"차라리 이길 때까지 싸우는 놈이면 더 좋았을 텐데"

그들은 대개 이와 같이 말하였다. 그러므로 스파르타의 특색은 운동이 아니라, 철학이었다고 누가 평한 말은 타당하다.

[임성삼; 철학을 정의하는 데 따라 이 말의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나는 위의 말들이 철학적이라는 것에 동의(同意)합니다.]

시와 노래에 관해서도 언어에 못지않은 주의로써 지도하였다. 그리고 노래는 남아의 피를 끓게 하며, 용맹심을 자아내도록 꾸밈 없는 단순한 말로 고상한 주제에 관해서 지은 것이었다.

'우리 한땐 줄기차고 낭랑한 청년이었네' [노인]

'우리 아직 강건하니 와서 덤벼라.' [장년]

'우리 곧 누구보다 강건하게 자라리.' [소년]

스파르타인에 관해서 테르판에르는 이런 시를 남겼다.

'청년들 창을 잡고 용감한 나라,

노래 소리 맑고 우렁찬 나라,

사람마다 정의를 사랑하는 나라.'

핀다르는 이와 같이 읊었다.

'노인은 현명하게 정치를 하고,

청년은 용감하게 싸우던 나라.

많은 제사와 기념일마다

노래와 춤으로 즐기던 나라.'

'군도(軍刀)와 시가(詩歌)가 아름답게 조화되었다.'

4월 24일 목요일

교사(敎師)의 중요한 사명은 모든 의미를 밝혀 주는데 있는 것이 아니고 정신의 문을 두드려 주는 것이다. <타고르>

사나이(男兒)

남이(南怡;1441-1468)

白頭山石磨刀盡(백두산석마도진) : 백두산 돌, 칼 가는데 다 없애고

豆滿江水飮馬無(두만강수음마무) : 두만강 물, 말 먹여 다 없앴도다.

男兒二十未平國(남아이십미평국) : 사나이 스무 살에 나라 평정 못 한다면

後世誰稱大丈夫(후세수칭대장부) : 후세에 그 누가 대장부라 말할까

오늘의 논어(論語) [제 9편 자한(子罕)]

子見齊衰者冕衣裳者與瞽者, 見之, 雖少必作; 過之, 必趨.

자견 제쇠자 면의상자여고자, 견지, 수소필작; 과지, 필추.

선생님께서는 상복을 입은 사람이나, 완전한 정식 복장을 차려 입은 사람이나, 맹인을 만났을 경우에는 상대가 자기보다 어리더라도 반드시 일어서서 맞으셨고, 그 앞을 지날 경우에는 반드시 종종걸음으로 지나치셨다.

* 눈치 빠른 사람은 교과를 빨리 학습하나, 둔감한 사람은 그렇게 빨리 이해할 수 없다. 전자(前者)는 항상 칭찬 받고, 후자(後者)는 보통 벌을 받는다. 그러나 슬기로운 교사는 이 양자의 성질을 신중하게 생각하여, 양자가 현재 할 수 있는 일보다도 장차 성장한 뒤에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보통 어른이 된 뒤에 가장 현명하고 가장 박학하며 가장 선량한 사람은 결코 어렸을 때에 가장 눈치가 빨랐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서재에서 독서한 바에 의해, 또 세상에 나가 인생을 경험한 바에 의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교사, 1570; 로저 애스컴 Ascham, 1515-1568>

* 교만할 수 있는 사람

(기원전 403년경) 문후의 아들 자격(子擊, 왕자)이 외출했다가 전자방을 길에서 만나자 수레에서 내려 엎드려 인사하였다. 그러나 전자방은 예(禮)를 하지 않았다.

자격이 성을 내어 전자방에게 말했다.

“부귀한 사람이 남에게 교만하게 행동하는 것입니까, 빈천(貧賤)한 사람이 남에게 교만하겠습니까?”

전자방이 말했다.

“빈천한 사람이 남에게 교만할 수 있습니다. 부귀한 사람이야 어찌 남에게 교만할 수 있습니까? 나라의 임금이 교만하면 그 나라를 잃고, 대부가 남에게 교만하면 그 집을 잃습니다. 선비인 빈천한 사람이 남에게 등용되지 않으면, 신을 신고 떠나갑니다. 어디 간들 빈천이야 얻지 못하겠습니까. 그러므로 빈천한 사람이 교만할 수 있는 것입니다.”

왕자 자격이 사과하였다.

<통감절요, 강지, 조수익 석해, 홍신신서, 1996>

4월 23일 수요일

끝나 버리기 전에는 무슨 일이든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키케로>

나그네

김시습(金時習;1435-1493)

有客淸平寺(유객청평사) : 청평사의 나그네

春山任意遊(춘산임의유) : 봄 산을 한가로이 노니노라

鳥啼孤塔靜(조제고탑정) : 탑은 고요한데 새는 울고

花落小溪流(화락소계류) : 꽃잎은 개울에 떨어져 흘러가네

佳菜知時秀(가채지시수) : 맛있는 나물 때맞춰 돋아나고

香菌過雨柔(향균과우유) : 향기로운 버섯은 비 맞아 부드럽네

行吟入仙洞(행음입선동) : 시를 읊으며 선동에 들어서니

消我百年憂(소아백년우) : 나의 백년 근심이 사라지네

오늘의 논어(論語) [제 9편 자한(子罕)]

子曰: 鳳鳥不至, 河不出圖, 吾已矣夫! 재왈: 봉황부지, 하불출도, 오이의부!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봉황새가 오지 않는다. 강에서는 하도(河圖)가 나오지 않게 되었다. 나도 어찌할 수 없다.”

[임성삼; 공자님 같은 분도 세상의 일에 대해 실망하고 포기하실 때도 있었습니다.]

* 세상을 정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폭탄이나 총을 사용하지 맙시다.

사랑과 자비심을 사용합시다.

평화는 미소로써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대가 도무지 미소짓기 어려운 사람에게

하루에 다섯 번 미소짓기 어려운 사람에게

다섯 번 미소짓도록 애쓰십시오.

평화를 위해 이 일을 하십시오.

우리는 하나님의 평화를 뿜어내는 사람이 됩시다.

그래서 사람들 안에 있는 미움들을

이 빛으로 몰아내고

사랑만을 가져오도록 합니다.

서로 미소지으십시오. <마더 테레사>

* 오동진(吳東振, 1889 평북 의주~1944)

1920년 광복군 총영장, 1926년에는 정의부 군사 위원장 겸 총사령관이 되었으며, 일본의 군사 시설의 파괴에 진력하였다. 그 결과 압록강 일대의 일본 수비대들은 오동진이란 이름만 들어도 치를 떨었다고 한다.

그가 무기형을 받고 옥고를 치르고 있을 때, 부인이 자녀들을 데리고 면회를 가자,

“나는 조선이라는 나라에 몸을 바쳤으니, 나에겐 친척도 처자도 없다.”

고 면회를 거절하였다. 부인의 처지를 동정한 전옥의 설득으로, 다시는 면회를 오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겨우 부인을 대하자,

“오동진의 아내답게 구구함을 보이지 마오.”

라는 한 마디뿐, 단 1분도 안 되어 면회를 끝냈다. 그는 복역중 옥사하였다.

<역사 속의 에피소드, 김영만 편저, 을유문화사, 1996>

4월 22일 화요일

나는 믿는다. 인간은 새로운 발견에서 악보다는 선을 끌어낸다고. <피에르 퀴리>

부벽루

기대승(奇大升;1527-1572)

錦繡山前寺(금수산전사) : 금수산 앞 영명사

大同江上樓(대동강상루) : 대동강 위 부벽루라

江山自古今(강산자고금) : 강과 산은 고금이 그대로인데

往事幾春秋(왕사기춘추) : 지나간 일 얼마나 세월이 흘렀는지

粉壁留佳句(분벽류가구) : 장식한 벽에는 좋은 시 남아 있고

蒼崖記勝遊(창애기승유) : 이끼 낀 바위에는 즐겁게 논 일 새겨 있네

경舟不迷路(경주부미로) : 배도 갈 길을 잃지 않거니

余亦沂淸流(여역기청류) : 나도 물처럼 맑게 흘러가리라

오늘의 논어(論語) [제 9편 자한(子罕)]

子曰: 吾有知乎哉? 無知也. 有鄙夫問於我, 空空如也, 我叩其兩端而竭焉.

재왈: 오유지호재? 무지야. 유비부문어아, 공공여야, 아고기양단이갈언.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아는 것이 있는가? 아는 것이 없다.

(그러나)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나에게 묻는다면, 아는 것은 없으나 나는 나의 처음과 끝, 모든 것을 들어서 최선을 다 하겠다.”

[임성삼; 이것이 공자님을 다른 사람이 따르지 못할 점입니다.]

* <어느 젊은이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 앙드레 모로와, 방곤 옮김, 범우사, 2판 7쇄, 1998>

가장 쉬운 일부터

당신은 당신 자신을 정답고 부드럽게 정성을 다해서 다루어야 됩니다.

훌륭한 기수는 훈련도 충분치 않고 지친 말을 갑자기 어려운 장해물을 넘도록 하지는 않습니다. 처음에 그는 말을 천천히 몰며 숲속을 걷게 합니다. 그리고 말의 몸이 따스해지면, 그는 넓은 잔디밭 위를 잠시 뛰게 합니다. 이러한 준비 운동을 거친 후에는 말도 몸의 상태를 회복하고 그 후부터는 무엇이나 말에게 명령할 수도 있게 됩니다. (...)

당신의 마음은 갑갑합니다. 그래도 당신이 해야 할 일이 많이 있습니다. 내가 말하는 것을 믿어주십시오. 가장 쉬운 일부터 손을 대 나가도록 합시다. 당신에게도 준비 운동이 필요합니다. 당신의 몸과 마음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길로 가십시오.

나처럼 문필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은 다음의 규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기분이 좋지 않다고 생각되면, 전신의 힘을 짜내야 하는 그런 작품을 무리하게 구상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나는 한 권의 책을 손에 들고, 몇 페이지를 읽습니다. 그리고 익혀 둘 만한 것을 다시 읽습니다.

또 언젠가 해야 될 일 중에서 가장 손쉬운 것, 다시 말해서 편지라든가 잡문 같은 것을 쓰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어느 것이든 조만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작은 일을 함으로써 미래의 방해물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괴테는 젊은 작가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을 하였습니다. “장편 서사시를 하나로 합치느니보다 어떤 감동에 영감을 받아 쓰는 짧은 시가 용이하다.”고 그는 후배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신도 처음에는 짧은 것부터 시작하도록 하십시오.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시가 억지로 만들어진 대작보다 더 아름다울 경우가 많습니다. 군말 같지만 괴테가 <파우스트>을 쓴 것은 나이가 들어 모든 면이 원숙했을 때였습니다.

<어느 젊은이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 앙드레 모로와, 방곤 옮김, 범우사, 2판 7쇄, 1998>

4월 21일 월요일

선천적으로 현명한 사람은 없다. 시간이 모든 것을 완성한다. <세르반테스>

어느 봄날 성남에서

권근(權近;1352-1409)

春風忽已近淸明(춘풍홀이근청명) : 홀연한 봄바람 이미 청명이 가깝고

細雨菲菲晩未晴(세우비비만미청) : 가랑비 보슬보슬 저물도록 개지 않네.

屋角杏花開欲遍(옥각행화개욕편) : 집 모퉁이 살구꽃은 활짝 피려 하는데

數枝含露向人傾(수지함로향인경) : 살구 몇 가지는 이슬 머금고 사람을 향하네.

오늘의 논어(論語) [제 9편 자한(子罕)]

大宰問於子貢曰: 夫子聖者與? 何其多能也? 태재문어자공왈: 부자성자여? 하기다능야?

태재가 자공에게 물었다.

“공자 선생님을 성자라고 할 수 있겠지요? 아주 여러 방면에 능통하시니까요.”

子貢曰: 固天縱之將聖, 又多能也. 자공왈: 고천종지장성, 우다능야.

자공이 말했다. “진실로 하늘이 낳으신 성인이시고, 또한 다능하시기도 합니다.”

子聞之, 曰: 大宰知我乎! 吾少也賤, 故多能鄙事. 君子多乎哉? 不多也.

자문지, 왈: 태재지아호! 오소야천, 고다능비사. 군자다호재? 부다야.

선생님께서 (이 대화를) 들으시고 말씀하셨다.

“태재는 참 나를 잘 알고 있다. 나는 젊었을 때 비천한 몸이어서 여러 가지 일에 능하다.

(그러나) 다능하기 때문에 군자라고 할 수는 없다. 군자의 본질은 다능에 있지 않다.”

牢曰: 子云, 吾不試, 故藝. 뢰왈: 자운, 오불시, 고예.

문하생 뢰가 말했다. “선생님께서는 ‘나는 등용되지 못했기 때문에 모든 예(藝, 기술)에 능통하게 되었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 내 인생의 신조

로버트 풀검

나는 지식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함을 믿는다.

신화가 역사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

꿈이 현실보다 더 강력하며

희망이 항상 어려움을 극복해 준다고 믿는다.

그리고 슬픔의 유일한 치료제는 웃음이며

사랑이 죽음보다 더 강하다는 걸 나는 믿는다.

이것이 내 인생의 여섯 가지 신조이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엮음, 열림원, 2002>

* <직업으로서의 학문, 막스 베버(Max Weber, 1864. 4. 21~1920. 6. 14), 김진욱 옮김, 1996>

학문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은, 오직 자기의 전문분야에 전념함으로써 자신은 이제 먼 훗날까지 남을 수 있는 업적을 달성했다는, 아마도 평생 동안 두 번 다시 맛볼 수 없는 커다란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오늘날 가치가 있고 또 완벽한 영역에 이르는 업적은 모두 전문가적인 차원에서 성취된 것들 뿐입니다. 다시 말해서 스스로 눈가리개를 부착할 수 없는 사람이나, 자신의 능력으로 전심전력을 다해도 어느 사본(寫本)의 일부분이나마 올바른 해석에 열중할 수 없는 사람은, 학문과는 인연이 없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즈음은 학문상의 ‘체험’이라는 말을 흔히 하는데, 이 사람들은 아마도 끝내 이러한 학문상의 ‘체험’을 몸소 경험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지금까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던, 제3자에게는 어리석게 보이는 학문에 몰입하는 삼매경, 즉 정열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어느 사본의 어느 부분을 다루면서 ‘이것이 수천 년 전부터 해석되지 못하고 있는 영원한 문제’라고 보고, 모든 것을 다 잊고 그 해석을 얻는 데만 열중할 수 있는 그러한 열정이 없는 사람은 학문에 종사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런 사람은 뭔가 다른 일을 하는 편이 낫습니다. 왜냐하면 적어도 인간으로서의 자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정열’없이 하는 일이란 모두가 무가치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아무리 정열이 있고 또 그것이 아무리 깊고 순수한 것이라도 거기서 얻어질 리가 없는 결과를 억지로 얻으려 하는 정열은 무의미한 것입니다.

따라서 정열이란 이른바 ‘영감’을 낳는 지반(地盤)이 되어야 하고, 이러한 ‘영감’이 학자에게는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런데 요즈음의 젊은이들은 학문이 마치 실험실이나 통계작성실에서 다루는 계산문제인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들은 마치 공장에서 무엇을 제조할 때처럼, 학문이라는 것은 ‘전심전력’을 기울일 필요 없이 단지 기계적으로 머리를 쓰기만 하면 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공장이나 실험실에서 어떤 일이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하나도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험실이나 공장에서도 뭔가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언제나 그 장소에 적합한 어떤 ‘착상’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이 착상은 억지로 얻으려 해도 얻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원래 그것은 단순한 기계적 계산 따위와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계산이라 하더라도 좋은 착상을 얻는 데는 불가결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사회학자가 진득한 나이에 수개월 동안 수만 개의 쓸모없는 계산문제와 씨름을 하고 있다 해도 그는 굳이 이를 후회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이 경우, 그가 계산기 따위에만 의존하고 있었다면 아마도 기대한 결과는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또 가령 얻었다 해도 거의 모두 보잘것없는 결과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더욱이 이 경우, 계산하는 도중에 거기서 얻어지는 개개의 결과가 가져올 효과에 대해 미리 무엇인가를 알아채고 있지 않았다면 실로 이 보잘것없는 결과도 생겨나지 않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착상이라는 것은 사람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 때에만 나타납니다. 물론 언제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종종 비전문가의 착상이 전문가의 그것에 비해 좋은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로 우리이 학문 영역에서 가장 좋은 문제 제시나 그 문제에 대한 가장 훌륭한 해석은 비전문가의 착상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헬름홀츠가 로버트 마이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비전문가와 전문가가 다른 점은, 비전문가는 일정하게 정해진 작업방법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주어진 착상에 의해 그 효과를 판단하고 평가하고 또 이를 실현시킬 능력이 없다는 점뿐입니다. 즉 착상이 실제적인 결과를 낳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작업이 착상을 대신하거나 이를 강화시킬 수도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정열만으로도 착상을 낳을 수 없습니다. 작업과 정열이 - 그리고 이 양자가 합해져서 - 착상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착상은 그것이 원할 때에 나타납니다. 우리의 마음대로는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좋은 착상은, 이를테면 예링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소파 위에서 담배를 피고 있을 때나 또 헬름홀츠가 자연과학자다운 정확성으로 말하고 있는 것처럼, 길게 뻗은 완만한 길을 산책하고 있을 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하튼 착상은 사람이 책상 앞에 앉아 탐구에 열중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오히려 사람이 그것을 기대하고 있지 않을 때 별안간 나타나는 것입니다.

하지만 탐구를 게을리하고 있을 때나, 열중하고 있는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을 때에 착상이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이러한 ‘영감’이 주어지느냐의 여부는 운에 달려 있다고 보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학문에 종사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이런 점에서도 요행에 의해 지배된다는 것을 감수해야 합니다. 빼어난 학자이면서도 좋은 착상을 가질 수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학문의 경우에만 해당되고, 실험실과 달리 비즈니스 사무실에서는 착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입니다. 이른바 ‘취향’이 모자라서 착상 - 특히 독창적인 착상 -이 결핍된 사람들은, 상인이 되거나 실업가가 되어도 평생 동안 겨우 지배인이나 기사(技師)밖에 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이 뭔가 독창적인 계획이나 생각을 도출해내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학자의 생활이 사회의 여러 문제에 직면하는 사업가의 생활에 비해 훨씬 더 영감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학자들의 생활은 예술가의 경우처럼 영감을 필요로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기도 쉽지만, 이것도 잘 못된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수학자는 단지 책상 앞에 앉아 계산기 따위만을 사용하여 학문상의 가치 있는 결과에 도달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어린애 같은 상상일 것입니다. 바이에르쉬트러스의 착상은 원래 그 의의나 효과 면에서는 예술가의 그것과 다르고 또한 그 종류도 다르지만 그것이 머리에서 떠오르는 과정은 똑같은 것입니다. 즉 어느 쪽이나 플라톤이 말하고 있는 ‘매니아’에 해당하는 일종의 삼매경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그런데 학문상의 영감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잠재적 숙명을 안고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다를 뿐만 아니라 특히 자질을 타고 났느냐의 여부에 따라서도 다른 것입니다.

<직업으로서의 학문, 막스 베버(Max Weber, 1864. 4. 21~1920. 6. 14), 김진욱 옮김, 1996>

4월 18일 금요일

술은 입을 경쾌하게 한다. 술은 마음을 털어놓게 한다. 이리하여 술은 하나의 도덕적 성질, 즉 마음의 솔직함을 운반하는 물질이다. <칸트>

금강산(金剛山)

송시열( 宋時烈;1607-1689)

山與雲俱白(산여운구백) : 산과 구름이 함께 희어

雲山不辨容(운산부변용) : 구름 낀 산 모양을 모르네

雲歸山獨立(운귀산독립) : 구름이 걷히고 산만 홀로 우뚝하니

一萬二千峰(일만이천봉) : 봉우리가 일만 이천 개로다

오늘의 논어(論語) [제 9편 자한(子罕)]

子畏於匡. 자외어광

공자님께서 광 땅에서 조난을 당하셨을 때 말씀하셨다.

曰: 文王旣沒, 文不在茲乎? 왈: 문왕개몰, 문부재자호?

“문왕께서 돌아가신 후 문(文)이 나에게 전달되어 있지 않은가?

天之將喪斯文也, 後死者不得與於斯文也; 天之未喪斯文也, 匡人其如予何?

천지장상사문야, 후사자부득여어사문야; 천지미상사문야, 광인기여여하?

하늘이 장차 이 문(文)을 없애려 했다면, 어째서 후대에 태어난 나에게 문(文)을 주었겠는가. 천지가 이 문(文)을 없애려 하지 않는다면, 광인이 나를 어쩌겠는가?”

* <4.19 혁명 선언문, 서울대학교 학생회, 정치학과 재학생 이수정이 초안을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상아의 진리탑을 박차고 거리에 나선 우리는 질풍과 같은 조류에 자신을 참여시킴으로써 이성과 진리, 그리고 자유의 대학 정신을 현실의 참담한 박토(薄土)에 뿌리려 하는 바이다. ....

근대적 민주주의의 기간(基幹)은 자유다. 우리에게서 자유는 상실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아니 송두리째 박탈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성의 혜안(慧眼)으로 직시한다. 이제 막 자유의 전장엔 불이 붙기 시작했다. 정당히 가져야 할 권리를 탈환하기 위한 자유의 투쟁은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가고 있다. 자유의 전역(戰域)은 바야흐로 풍성해가고 있는 것이다.

... 보라! 우리는 기쁨에 넘쳐 자유의 횃불을 올린다. 보라! 우리는 캄캄한 밤의 침묵에 자유의 종을 난타하는 타수의 일익(一翼)임을 자랑한다. 일제의 철퇴 아래 미친 듯 자유를 환호한 나의 아버지, 나의 형들과 같이-.

양심은 부끄럽지 않다. 외롭지도 않다. 영원한 민주주의의 사수파는 영광스럽기만 하다.

보라! 현실의 뒷골목에서 용기 없는 자학을 되씹는 자까지 우리의 대열을 따른다. 나가자! 자유의 비밀은 용기일 뿐이다.

우리의 대열은 이성과 양심과 평화, 그리고 자유에의 열렬한 사랑의 대열이다. 모든 법은 우리를 보장한다.

1960 년 4 월 19 일

<한국의 명문, 조갑제, 월간조선사, 2001 년 7 월>

4월 17일 목요일

이 세상에는 흥미 있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 <A. 카네기>

금강산

성석린(成石璘;1338-1423)

一萬二千峰(일만이천봉) : 금강산 일만 이천 봉우리

高低自不同(고저자불동) : 높고 낮음이 각기 다르구나

君看初日出(군간초일출) : 그대는 보았는가! 금강산 처음 해돋이를

何處最先紅(하처최선홍) : 그 어느 곳이 가장 먼저 붉어지든가

오늘의 논어(論語) [제 9편 자한(子罕)]

子絶四: 毋意, 毋必, 毋固, 毋我.

자절사: 무의, 무필, 무고, 무아.

공자께서는 다음 네 가지를 절대 하지 아니 하셨다.

그것은 독선, 집착, 고루, 이기이다.

[임성삼; 나는 이렇게 해석합니다.

의; 미리 확정된 자기의 생각

필; 반드시 이래야 한다고 고집부리는 것

고; 자기의 뜻을 바꾸지 않는 것

아; 나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 깐쑤(甘肅)의 한 여관에 들렀을 때 꼭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치솟았다. 그 원인은 이러했다. 내가 몹시 가보고 싶던 고장들에는 모두 고대문화와 문인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들이었고,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던 산수(山水)는 결코 자연산수가 아니고 ‘인문산수’였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문화의 유구한 매력과 그것이 나에게 오랫동안 끼쳐준 영향력으로 이룩된 것으로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었다.

나는 옛사람들이 꼭 서 있었으리라 생각되는 자리에 지켜서서, 조상들과 별로 다를 바 없는 까만 눈동자로 거의 변화가 없는 자연 경관을 만끽하며, 천백년 전에도 이러했을 바람 소리, 새 소리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는 했다. 그러면서 마음속에서는 내가 오랫동안 거주한 대도시에는 수많은 고적들이 간직되어 있는 도서관도 있고, 고문화를 강의하는 대학교도 있지만, 중국문화의 진실된 발자취는 이렇듯 첩첩산중, 창망한 대지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중국문화답사기, 위츄위, 한정현 김명학 옮김, 명지사, 2000>

4월 16일 수요일

부드러운 말로 상대를 설득하지 못하는 사람은 위엄 있는 말로도 설득하지 못한다. <안톤 체홉>

인운 스님에게

이달(李達;1561-1618)

山在白雲中(산재백운중) : 산은 흰구름 속에 있는데

白雲僧不掃(백운승부소) : 스님은 구름을 쓸지 않네

客來門始開(객래문시개) : 손이 와서야 문이 비로소 열리고

萬壑松花老(만학송화로) : 온 골짜기에 송홧가루 가득하다

오늘의 논어(論語) [제 9편 자한(子罕)]

拜下, 禮也; 今拜乎上, 泰也. 雖違衆, 吾從下.

배하, 예야: 금배평산, 태야. 수위중, 오종하.

신하는 전각 아래서 임금께 배례하는 것이 예법에 맞지만, 지금에는 전각 위에서 배례하는 풍습이 되었다. 이것은 신하가 교만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러분이 하는 방법과 틀리지만 역시 전각 아래서 배례하기로 하였다.”

[임성삼; 공자님은 무조건 과거에만 집착하는 분이 아니었습니다. 새로 바꾸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셨습니다.]

* 어떤 사람이 아인슈타인 부인에게 물었다.

“당신은 상대성 원리를 이해하세요?”

“아뇨, 하지만 난 아인슈타인을 잘 이해하고 있어요.”

<웃으며 사는 지혜, 김덕문 엮음, 출판시대, 1999>

4월 15일 화요일

지혜는 경험의 딸이다. 경험에 근거하지 않은 사색가의 교훈을 피하자. 이왕 겪을 일이라면 매도 먼저 맞는 편이 낫다. 인간의 경험은 자연의 모든 움직임이 필연성에 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그 지혜의 명령이 아니고서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경험을 바탕으로 지혜의 탑을 쌓아 가도록 하자. <레오나르도 다빈치>

[임성삼; 오늘은 1452년에 다빈치가 태어난 날입니다.]

퇴계에서

퇴계 이황

벼슬에서 물러나니 내 분수 편안해라.

학문까지 물러설까 느즈막이 걱정되네.

이제야 이 시냇가에 머물 곳 마련했으니

맑은 흐름 굽어보며 날마다 깨달으리라. 臨流日有省

오늘의 논어(論語) [제 9편 자한(子罕)]

子曰: 麻冕, 禮也; 今也純, 儉. 吾從衆. 재왈: 마면, 예야; 금야순, 검. 오종중.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삼실로 만든 관을 쓰는 것이 예법에 맞지만, 지금에는 명주실로 만든 걸 쓰는 풍습이 이 되었다. 이것은 간편하기 때문이다. 나도 여러분이 하는 대로 따르겠다.”

[임성삼; 공자님께서는 예절을 중히 여기셨으나, 예절보다 실용의 편함을 더 우선으로 생각하셨습니다.]

* 오늘날까지도 경험이라는 기준으로 보아, 참이지만 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명제들이 많다. 가장 유명한 것 중의 두가지는 골드바흐의 추측과 네가지 색의 문제이다.

- 1742년 골드바흐가 오일러에게 보낸 편지에서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이라고 제안하였다. (예: 8=5+3, 24=19+5, 64=23+41) 아직 그의 추측에 맞지 않는 짝수를 발견하지 못했으나, 증명도 하지 못하였다.

- 평면이 겹치지 않게 나누어지면 어떻게 나누었어도 언제나 네 가지 이하의 색으로 이웃하는 면을 서로 다른 색으로 구별해 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꼭지점을 공유한 경우에는 이웃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모든 지도 제작자들은 경험으로 이 사실이 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π의 역사, 페트르 베크만 지음, 박영훈 옮김, 실천문학사, 1994>

[참고; 오늘은 오일러의 생일이기도 합니다.]

4월 14일 월요일

무엇이라도 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잘 할 가치가 있다. <체스터필드>

비내린 봄 들판-원천석(元天錫)

一雨洗殘春(일우세잔춘) : 비 내려 잔설이 씻기니

山川面目眞(산천면목진) : 산천이 진면목이 드러난다

爛漫纔減昔(난만재감석) : 활짝 핀 꽃들이 조금 수그러들고

嫩綠又增新(눈록우증신) : 새싹은 더욱 새로워지고

松嶺嵐猶礙(송령람유애) : 소나무 언덕에 푸른 기운 서려있고

蔬畦碧已均(소휴벽이균) : 언덕의 나물들은 이미 다 파래졌도다

製詩報晴霽(제시보청제) : 시를 지어 갠 날씨 알리니

誰道負良辰(수도부양진) : 누가 좋은 시절 저버렸다고 말할까

오늘의 논어(論語) [제 9편 자한(子罕)]

巷黨人曰: 大哉孔子! 博學而無所成名.

항당인왈: 대재공자! 박학이무소성명.

달항 마을 사람이 말했다. “공선생님은 위대하신 선생님이다. 박학이고 무엇에나 능통하시므로 이렇다할 특징이 눈에 띄지 않고, 그 때문에 오히려 유명하게 되지 않는다.”

謂門弟子曰: 吾何執? 執御乎? 執射乎? 吾執御矣.

위문제자왈: 오하집? 집어호? 집사호? 오집어의.

선생님께서 들으시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무엇으로 유명해질까? 마부로 이름을 날릴까, 궁수로 이름을 날릴까? 역시, 가장 쉬운 마부 정도로 해 두는 게 좋겠네.”

* 1953년 1월 5일 이승만은 일본에 가서 요시다 수상과 회담하였다. 평소 ‘일본은 결코 믿을 만한 이웃이 아니다’라고 말하곤 하던 그가 일본 수상을 만나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미스터 요시다, 당신이나 나나 앞으로 50년을 더 살지는 못할 것 아니오. 그러니 우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서 우리 자손과 당신 자손이 서로 평화스럽게 살아가도록 해줍시다. 그러니 우리 흉금을 떨어 놓고 이야기를 해봅시다.”

이 후, 70분 간 회의가 진행되었는데, 이승만은 이 중 50분을 혼자 사용하며 평화적으로 한일문제를 해결하자고 강조했다. 이 회의에는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 일본 요시다 수상, 오카사키 외상, 머피 주일대사, 김용식 주일대사 등이 참석했다.

<역사 속의 역사, 진정한 영웅과 함께하는, 박한실 지음, 박우사, 1997>

* <사막의 전사, 칼레드 빈 술탄/패트릭 실, 민예원, 1997> [임; 걸프전 이야기]

슈와츠코프는 자신의 군수참모인 데인 스탈링 소장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100 번째인 듯 하지만 ... 사우디 측은 아직까지 우리의 어떠한 청구서에 대해서도 지불하지 않고 있다.” 그의 언급은 사우디 측이 불량 지불인이라는 의미를 명백히 함축하고 있다. 이는 사우디 측이 후하게 베풀었기 때문에 걸프전에서 자기의 임무를 매우 수월하게 수행한 한 명의 장군으로부터 나온 세계에서 가장 인심이 후한 국가 가운데 하나에 대한 경악할만한 논평이다.

지원 협정 체결이 지연된 주요 이유는 우리에게 제시된 26억 달러의 계산서가 너무 엄청났다는 것이다. 나는 양측이 이에 대해 상세하게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의했다. 후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그들이 지불해야 할 사우디로 보내는 인력과 보급품의 공중 및 해상 수송비용이 포함된 19억 달러를 합산해서 계산서를 부풀리려고 했다. 파드 국왕은 이 비용에 대한 지불을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왕국 내부에서의 수송 및 제반 경비에 대해서만 미국에 지불하겠다고 했었다.

비록 슈와츠코프는 자신이 재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었지만, 그는 거의 매일 돈을 받아 내기 위해 우리에게 2성 장군들을 보냈다. 하지만 나는 그로부터 그가 계산서를 부풀리지 말라고 국방부에 조언했었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 생각난다. 그러나 그는 국방부가 실제로 다음과 같이 응답했다고 부연했다. “계속 합시다. 만약 제대로 된다면 좋은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가 그것을 부담할 것이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부담했다. 내 참모 덕분에 잘못이 정정되었으며 11월 중순 협정이 조인되었다. (...)

다행스럽게도 나는 사우디 재무부로부터 사우디 내에서 미국 정부가 1990 년 8 월에서 10 월 사이에 지출한 비용인 7억 6천만 달러를 상환하는 수표를 받아 그에게 넘겨줌으로써 그의 근심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최초의 이 3 개월간 미국 정부는 파고니스 중장을 대표로 하여 흥청망청 소비의 주연을 벌였다.

<사막의 전사, 칼레드 빈 술탄/패트릭 실, 민예원, 1997>

4월 11일 금요일

이 세상의 모든 훌륭한 것들은 모두가 독창성의 열매이다. <존 스튜어트 밀>

서재에서

유성룡

외로운 마을이 가랑비에 저무는데

쌀쌀한 강가에 낙엽이 지네.

서재의 벽에는 푸른 산빛 서려

하늘 멀리 흐르는 기러기 울음.

도(道)를 배움에 전력을 못해

기로에 임하면 때 늦은 근심일세.

나라와 백성 위할 꿈을 지니고

자연 속 한 구석에 돌아와 쉬네.

유성룡: 1542(중종 47)-1607(선조 40). 이황의 문인. 사마시를 거쳐 별시 문과에 급제. 대제학을 거치고 임진왜란에 영의정. 도학, 문장, 덕행, 글씨로 이름남. 서애집과 징비록.

오늘의 논어(論語) [제 9편 자한(子罕)]

子罕言利與命與仁. 자한언리여명여인

공자께서는 전혀 이익에 관한 문제는 말씀하시지 않았다. 때때로 여쭈어 보면 반드시 천명이나 인이라는 걸 결부시켜서 말씀하셨다.

[임성삼; 선생님께서는 이익, 천명, 어짊에 대해서는 드물게 말씀하셨다. 김성원 역도 동일함.]

정자의 주; 이익을 챙기는 것은 의를 해롭게 하는 것이며, 천명은 알기 어려우며, 인은 큰 도이다. 그러므로 선생님께서는 드물게 말씀하신 것이다.

* 아랍사람들은 시간을 메우기 위해 즉흥시를 짓거나 커유니케이션의 수단으로써 시를 인용한다. 시를 짓는 것은 모든 계급의 사람들이 다 즐겨하고,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도 대개 유명한 시 몇 편 정도는 알고 있으며 가끔 그것을 읊는다. 옛 시대의 시인은 아랍인들 사이에서 높은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 시인은 마력과 불가사의한 지식을 갖춘 사람이라고 믿어졌다. 시인은 부족을 지키기 위해 적을 쳐부수며 부족의 공격을 예찬하는 일종의 무기로써 영향력이 강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유목의 시인은 부족의 성자, 평화의 지침, 전쟁의 왕자로서 부족민들은 모든 것을 그와 의논해 왔다.’

‘아랍에서는 가족 중에서 시인이 나오면 주위의 부족이 그 가족 있는 곳으로 몰려와 축복해 준다. 축제의 준비가 갖추어지고 여자들은 마치 신부를 축복해 줄 때와 마찬가지로 악기를 울리게 하고 행렬을 이룬다.’

<아랍인의 의식구조, 사니아 하마디 지음/ 손영호 옮김, 큰산, 2000>

* <천사들의 제국, 베르베르,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2000>

“사랑의 빛을 더 강하게 쏘아야 할 텐데 어떻게 하지?”

“잠시 눈을 감아.”

프레디가 이렇게 말하면서 어떤 이미지들을 우리에게 보낸다. 강렬한 섬광처럼 우리에게 전해져 온 그것들은 인류가 이룩한 가장 아름다운 것들의 이미지다.

라스코 동굴의 벽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바빌론 여왕 세리라미스의 고가(高架) 정원,

로도스 섬의 초대형 조각상, 이집트의 이우니트 텐토레 유적지, 페루의 쿠스코 시,

마야의 도시들, 구약성서, 신약성서, 피아노 건반의 원리,

앙코르의 사원들, 샤르트르 대성당,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토카타’,

비발디의 ‘사계’, 피그미들의 다성 음악, 모차르트의 ‘레퀴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마요네즈, 선거권,

몰리에르의 연극, 셰익스피어의 연극,

발리 섬의 타악기 연주단, 에펠탑, 인도의 탄두리 요리, 일본의 스시,

자유의 여신상, 간디의 비폭력 혁명,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민간 구호 단체 ‘세계의 의사들’, 프랑스의 영화감독 멜리에스의 영화,

모차렐리 치즈,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미니스커트의 유행,

로큰롤, 비틀즈, 제네시스, 예스, 핑크 플로이드, 몬티 파이선의 개그,

영화 ‘갈매기 조서선 리빙스턴’과 닐 다이아몬드의 영화 음악,

해리슨 포드가 주영한 ‘스타워즈’의 첫 번째 3부작, 필림 K. 딕의 소설,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듄’, 톨킨의 ‘반지의 전쟁’, 컴퓨터, 시드 메이어의 게임 <시빌리제이션> .........

수많은 이미지들이 쏟아져 나온다. 모두 인간의 재능과 우주에 대한 인간의 기여를 증명하는 것들이다.

4월 10일 목요일

만약 여러분이 인생에 성공하기를 바라거든 견인불발( 堅忍不拔 )을 벗삼고, 경험을 현명한 조언자로 하며, 주의력을 형으로 삼고, 희망을 수호신으로 하라. <에머슨>

저녁에 길을 떠나

이산해

바람 멎은 바다 위에 노을이 지더니

물가의 부들, 갈대에 저녁 이슬 내리네,

여읜 말 채찍질해도 모랫길 멀어

밤 깊어서 달 밝은 어촌에서 묵네.

이산해: 1538(중종 33)-1609(광해군 1). 진사시를 거쳐 식년 문과에 합격. 영의정. 대북의 영수.

오늘의 논어(論語) [제 8편 태백(泰伯)]

子曰: 禹, 吾無間然矣. 菲飮食, 而致孝乎鬼神; 惡衣服, 而致美乎黻冕; 卑宮室, 而盡力乎溝洫. 禹, 吾無間然矣.

재왈: 우, 오무간연의. 비음식, 이치효호귀신; 약의복, 이치미호불면; 비궁실, 이진력호구혈.

우, 오무간연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우왕을 나는 조금도 흠잡을 수 없다.

자기의 음식은 보잘 것 없이 먹으면서, 신에 대한 제사는 풍성하게 하였고,

자기의 옷은 누추하게 입으면서, 제복은 아름답게 갖추어 입었다.

궁궐을 허술하게 하면서, 농사에 물 댈 도랑에는 힘을 다했다.

우임금을 나는 흠잡을 수 없다.”

* <아랍인의 의식구조, 사니아 하마디 지음/ 손영호 옮김, 큰산, 2000>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예언자 마호메트는

‘당신에게 평화가 있도록’하고 인사한 사람에게는 열 가지의 선행을 한 것으로 신이 기록하며,

‘신의 은총을’하는 인사에는 스무 가지의 선행을,

더욱 정중하게 ‘신의 축복을’하는 인사에는 서른 가지의 선행을 한 것으로 기록해 준다고 말했다 한다.

종교상의 기쁨을 구하는 이러한 소망은 이슬람 교도에게만 주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비이슬람 교도는 지옥으로 내던져질 운명에 있으며, 그들에 대한 인사는 종교적인 의미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 나노과학이 세상을 바꾼다, 국양 교수(서울대학교 물리학부)

- 1960년 미국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파인만 박사는

원자나 분자 크기로부터 물질의 성질을 조절해, 그때까지 만들어진 것보다 1만분의 일의 크기의 기계적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이런 개념이 미래 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그때에는 실험적 능력의 한계로 인해 그 현실성을 믿지 않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 1980년 스위스의 두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로러와 비닉이 발명한 주사형검침 현미경이라는 새로운 현미경은 물체를 나노미터 배율로 관측할 수 있고, 파인만 박사가 예측했던 새로운 과학기술영역이 현실로 다가오게 되었다.

나노과학은 1백 nm 이하의 크기의 무기물, 유기물, 생물체의 물리, 화학, 생물학적 현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과학 분야로, 이를 응용하여 새로운 소재, 구조, 기구, 기계 소자를 창출하는 새로운 기술을 나노기술이라 한다.

나노미터 크기에서는 물질의 성질이 달라진다. 즉 소재의 입자, 센서의 센서 부위, 반도체 소자의 단위 소자들의 크기가 마이크로미터에서 나노미터로 줄어들면, 단순한 크기의 소형화 이외에 여러 물리, 화학적 성질이 변화한다.

즉 소재의 강도와 화학적 반응성이 강해지며, 내연성(열이 견디는 성질)[임; 내열성?]이 생기고, 열전도도와 광학적 성질이 변화하며, 마모성이 약해진다.

또한 소자나 센서로 만드는 경우 소자의 작동속도가 빨라지고, 전기전도도가 좋아지며, 센서의 민감도가 높아진다.

이런 물리적인 성질을 산업에 응용할 수 있다. 또한 소재나 소자의 기본 단위가 작아지면 나노 기술은 물질을 적게 사용하고, 자원 및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다.

- 모든 기술은 개념의 창출, 관련 과학의 발달, 공정기술의 개발, 산업화 과정이라는 전개과정을 거친다. 나노과학기술의 발전은 현재까지 산업화 정도로 평가될 수 있을 만큼 구체화되지 못했다고 여겨진다.

많은 과학자들은 나노과학기술을 크게 2가지로 분류한다. 첫 번째는 ‘분자로부터 합성되는 나노과학기술’이 있다. 이 경우 응용방향이 확실하지 않고, 산업화에 성공할 확률이 불명확하나, 성공한 경우 엄청난 사회, 경제적 효과를 줄 것이며, 부가가치가 크다. 이러한 나노과학기술의 연구는 과학자들의 창의적 능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1980년대에 그 기본 개념이 제시되어 관련 기술이 상당히 발달했고, 현재 공정개발 단계에 있는 ‘소형화에 의한 나노과학기술’이다. 이러한 기술은 유사한 기존의 산업기술에 나노 기술의 개념을 가미하여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초기에는 산업화에 대한 경제적 환원이 크고, 기술이 널리 알려져 자본집중이 가능하지만, 노동력에 의존하게 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수익성이 줄어들고, 장기적 안목에서는 부가가치가 그다지 높지 않게 된다.

- 새로운 패러다임인 분자로부터의 합성개념이 사용되는 혁신적 나노과학기술은 아직 개념정립 단계이며, 합성방법, 조립방법, 물질의 성질, 응용방법이 정확히 정립되지 않았다.

이중 제일 먼저 활발히 연구되는 분야로는 새로운 (계산) 소자 개념의 제시를 들 수 있다. 지난 30년 간 전자산업의 발전과 계산능력의 향상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경지에 이르게 했다. 1971년 인텔사의 첫 4004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은 실리콘으로 만들어져, 10와트의 전력으로 약 5천 개의 이진법 코드 합산을 할 수 있었다. 현재는 1W로 300만 개의 이진법 합산이 가능하고 이 효율은 2012년에는 현재의 1만 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칩 내부에는 기본 소자인 트랜지스터가 무수히 들어 있고, 과학기술자들은 이를 소형화하여 발전을 가능하게 하였다. 그러나 이 소형화는 기술적, 개념적 한계를 맞게 되고, 소형화 기술을 지원하기 위한 투자도 너무 커서 현실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분자를 이용한 새로운 소자가 제시되고 있다.

분자 소자는 현재 자기조합(self assembly)이 가능하여 제작비용이 작을 것으로 예측되므로, 가장 유망한 미래 소자의 후보로 인식되고 있다. 분자 소자에서는 체인 형태의 긴 분자를 사용하여 그 전기저항을 전기장, 전기역학적, 빛, 전기 화학적으로 조절한다. 최근 체인 형태의 분자 중 나노튜브를 이용한 분자 소자의 개발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소자 개념은 양자역학의 기본 개념을 이용한 양자 컴퓨터, DNA를 이용한 연산 방법들과 함께 주목 받고 있다.

두 번째의 응용으로는 나노 소재의 연구를 들 수 있다. 지금까지의 구조의 형성기술이 덩어리 형태를 깎아서 제작하는 과정이라면, 이러한 나노 소재의 경우는 분자의 크기에서 조립하는 과정에서 얻어진다. 이는 분자로부터 작은 입자의 형성, 박막의 형성, 자기 조립방법의 연구 등이다.

- 소형화에 의한 나노 기술 중 활발히 연구되는 것은 ‘영리한 약 폭탄’으로 약의 입자 크기를 나노미터로 줄여 입, 혈관, 피부를 통해 주입하고 이들 약이 몸 내부의 일정 부위를 찾아 그 부분만 진단, 치료하는 것이다.

두 번째 소형화에 의한 적용은 반도체 소자에의 응용이다. 앞의 분자 소자와는 달리 현재 소자 제작과정을 그대로 유지하며, 소자의 소형화를 계속 유지하는 접근방법을 택한다. 또는 값싼 공정방법을 개발하여 현재의 소자형태를 발전적으로 소형화하는 것이다.

<과학 그 위대한 호기심, 서울대 자연대 교수 지음, 궁리출판, 2002>

4월 9일 수요일

당신이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세네카>

부벽루

기대승

금수산 앞에는 절이 있고

대동강 위에는 누각이 있네

강산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세상 일들은 얼마나 변했는가.

단장한 벽에 남은 훌륭한 글귀 粉壁留佳句

부른 벼랑에 새겨진 거쳐 간 이름들. 蒼崖記勝遊

조각배는 거침없이 오고 가는데 扁舟不迷路

나도 맑은 물을 저어가노라. 余亦척淸流 (물 수 변에 斥)

기대승: 1527(중종 22)-1572(선조 5). 호는 고봉, 본관은 행주. 사마시를 거쳐 식년 문과에 급제. 벼슬이 정 3 품 대사간.

오늘의 논어(論語) [제 8편 태백(泰伯)]

三分天下有其二, 以服事殷. 周之德, 其可謂至德也已矣.

삼분천하유기이, 이복사은. 주지덕, 기하위지덕야이의.

주나라 문왕은 천하의 3 분의 2를 가졌으나 은나라를 섬겼다. 주나라의 덕은 참으로 지덕(至德)이라고 할 수 있다.

* <아랍인의 의식구조, 사니아 하마디 지음/ 손영호 옮김, 큰산, 2000>

아랍인들이 인간으로서 해야 할 최저의 의무는 친족을 위로하고 친족에게 봉사하는 데 있다. 이러한 이유로 중요하고 권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업무상의 요청, 적응성, 자질 등에 관계없이 우선적으로 친척을 자기 부하로 채용한다. 관리들도 이와 같은 <자선사업>의 지도에 임한다. 친척들은 높은 지위의 사람이 자기들과 함께 있는 것을 바라며 그를 통해 자기들도 우위에 서기를 바란다. 이와 같이 가족에 둘러싸인 공동사회 정신이 이기적인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그것이 전사회로 확대되어 갈 수는 없다.

명문 가족은 전통과 혈통 그리고 집안의 재산을 자랑할 수 있었다. 정부 내의 직책은 주로 그러한 가족 구성원에게 할당된다. 선거 때가 되면 명문끼리는 선거구로 서로 대립하는 정치조직의 역할을 했다. 그 결과 당선자는 필연적으로 어느 쪽인가의 명문 출신자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 <패관잡기; 조선사람을 겁내던 조선족>

중종 초년에 여진족이 요동 애양보를 습격하였다. 그때 애양보를 지키고 있던 중국관리는 고려에서 수백명의 구원병이 와서 지금 성안에 있다고 하면서 편전[片箭; 조선에서만 쓰던 짧은 화살인데 통에 넣어서 쏘기 때문에 통사(筒射)라고도 하였다]과 같은 짧은 화살을 만들어서 쏘았다. 또 군인들에게 흰 옷을 입혀서 성위에 올려보내서 마치 우리나라의 병사처럼 보이게 하였다. 여진족이 흰옷을 보고 의심이 들던 차 화살을 보고는 참말로 고려군대라고 해서 그만 돌아가 버리었다.

4월 8일 화요일

국민이 통제하지 않으면 어떤 정부도 계속 좋은 일을 할 수 없다. <T. 제퍼슨>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

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 1930. 6 시문학 2 호

오늘의 논어(論語) [제 8편 태백(泰伯)]

舜有臣五人而天下治.

순임금은 다섯 신하로 천하를 다스렸다.

[임성삼; 나라를 다스리는 데 유능한 신하가 많아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武王曰: 予有亂臣十人. 무왕왈: 여유난신십인.

무왕이 말했다. “나는 어진 신하가 열 사람 있다.”

孔子曰: 才難, 不其然乎? 唐虞之際, 於斯爲盛. 有婦人焉, 九人而已.

공자왈: 재난, 불기연호? 당우지제, 어사위선. 유부인언, 구인이이.

공자님이 말씀하셨다. “인재를 얻기 힘들다고 한다. 실제로 그렇지 않은가? 요순 시절을 제외하고는 주나라가 가장 인재가 많았다. 그런데도 부인을 제외하면 아홉 사람에 불과했다.

* <아랍 사회와 문화, 하병주, 부산 외국어대학교 출판부, 1996>

압바스조의 수도 바그다드는 수세기 동안 중세 이슬람세계의 문화적 중심지였다. 문화적 발전의 중심기관들은 학술원, 학원, 도서관, 박물관, 번역원 등이었다. 이 중 학술원은 칼리파 마운이 서기 830년에 설립하였으며, 기원 전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설립 이후로 가장 중요한 기관의 역할을 했다. 서구보다 앞서 다마스커스, 알렉산드리아, 페즈, 코르도바, 그리고 팔레르모 등지에 학교와 도서관들이 설립되었다. 예를 들면 코르도바에만 70여 개의 도서관이 있었으며, 그 중 한곳에는 4십만 권의 책이 소장되어 있었다.

[임성삼; 지금 서양 음식을 차려내는 순서를 비롯한 서양의 대부분의 문화와 예절은 아랍인이 스페인을 700년 동안 점령하는 동안 가르쳐 준 것입니다.]

* 한글 고사성어 <박서방 힘세지>

은근히 제 자랑하는 사람을 꼬집는 고사성어에 “박서방 힘세지”도 있다.

어떤 사람이 여러 친구 앞에서 말하기를, “저 건너 박서방 참으로 힘이 세데. 그렇게 힘센 사람 나는 처음 보았어. 엊그제 박서방이 나보고 씨름 한판 하자고 해서 내가 속으로 박서방쯤이야 하고 한판 붙었더니 어찌나 힘이 센지 죽을 힘을 다해서 겨우 이겼어” 했다는 이야기다.

평안도에서는 은근히 자기 아내나 자식 자랑을 하면 “우리 처제 예쁘지” 하며 꼬집는다고 한다. 그 어원의 설화는, 어떤 사람이 친구들에게 “우리 처제 참으로 예뻐, 그만한 미인도 드물 거야. 어떤 사람은 제 언니가 더 예쁘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처제가 더 예쁜데 그래” 했다는 이야기다. 처제의 언니는 자기 아내이니 결국 남들은 자기 아내가 더 예쁘다고 한다는 표현이다.

<잔잔한 웃음, 김준영 지음, 학고재, 2001.>

4월 7일 월요일

위(衛) 나라 현인 거백옥(遽伯玉)은 나이가 육십이 될 때까지 그 사상과 태도가 육십 번이나 변했다. 그는 일진월보(日進月步)하여 정지하지 않고 나이 육십에서 오십구 년의 비(非)를 깨달았다. <장자>

이황

청산은 어찌하여 만고에 푸르르며

유수는 어찌하여 주야에 그치지 아니는고,

우리도 그치지 말아 만고 상청하리라.

[임성삼; 잘 알고 있는 시조입니다. 전에 산책에서도 소개했으나, 다시 싣고 싶었습니다.]

오늘의 논어(論語) [제 8편 태백(泰伯)]

子曰: 大哉堯之爲君也! 巍巍乎! 唯天爲大, 唯堯則之. 蕩蕩乎! 民無能名焉. 巍巍乎! 其有成功也; 煥乎, 其有文章!

재왈: 대재요지위군야! 위위호! 유천위대, 유요칙지. 탕탕호! 민무능명언. 위위호! 기유성공야; 환호, 기유문장!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요임금의 임금됨이 크도다! 높고 크도다! 하늘만이 큰 것이나, 요임금만은 그 하늘과 같이 크다. 그 광대 무변함이여! 사람들은 그 큰 것을 이름을 지을 수도 없구나. 높고 높도다. 그 공을 이룸이여. 빛나도다. 그 문장이여!”

[임성삼; 공자님이 과거의 가장 뛰어난 사람에 대해 알맞는 칭찬을 하여 그 덕을 기리는 것입니다.]

* 다른 아랍도시에 사는 사람도 마찬가지이지만, 그 중에서도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명문가정의 예를 들 수 있다. 그들은 자녀를 1 년 내지 2 년 동안 시리아 사막에 사는 낙타를 기르는 부족(베드윈)에게 보내 베드윈의 가치관과 태도, 심성과 경험을 배우게 한다. 젊은이들에게 그 나라 전통에서 가장 좋고 고귀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도록 하는 것이다. 아랍 도시에 사는 젊은이들은 베드윈에게서 순화된 아랍어와 품위 있는 태도와 관습을 배운다. <아랍문화의 이해, 공일주(요르단 복음주의 신학대학교 교수), 대한 교과서, 1999, 제 2판>

* 수필가이며 출판업자 엘버트 허바드로부터 지혜로운 충고를 들어보자.

“밖으로 나갈 때마다 턱을 안으로 당기고 머리를 꼿꼿이 세운 다음 숨을 크게 들이마셔라.

햇살을 바라보며 친구를 미소로 맞고, 악수를 나눌 때마다 정성을 다해라.

오해를 받을까 두려워 말고, 적에 대해 생각하느라고 단 1분 1초도 허비하지 말라.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 마음 속에 확실히 심어 두라. 그리고 나서 옆길로 새지 말고 목표를 향해 곧장 전진하라.

당신이 하고 싶은 위대하고 찬란한 일들에 대해 생각하라. 그러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기회를 잡고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이는 마치 산호충이 흐르는 조류 가운데 자기가 필요로 하는 것을 취하는 것과 같다.

마음 속에 당신이 되고 싶어하는, 유능하고 정직하고 쓸모 있는 사람을 그려 보라. 그러면 당신이 품고 있는 그러한 생각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당신으로 하여금 바로 그런 인물이 되게 해 줄 것이다.

생각이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올바른 정신 자세를 갖도록 하라.

용기, 정직, 그리고 명랑한 정신 자세를 가져라.

올바르게 생각하는 것은 창조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욕망으로부터 얻어지며, 모든 진지한 기도는 응답된다. 우리는 우리가 마음을 먹은 그대로 된다.

턱을 안으로 잡아당기고 고개를 꼿꼿이 세워라. 우리 인간은 미완성의 신들이다.”

<카네기 인간관계론, 데일 카네기, 최염순, 카네기 연구소, 초판 15쇄, 2001>

* 2003년 4월 5일 동아일보 "횡설수설"

1980년 3명의 과학자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암젠(Amgen)’이란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이후 10년간 이 회사는 연구에만 매달렸다. 당연히 매출은 제로(0)였다. 첫 제품은 1989년 나온 빈혈치료제 ‘에포겐’. 이어 항암 보조제 ‘뉴포겐’을 내놓았다. 단 2개의 제품으로 암젠은 짧은 시간에 세계 1위 비이오기업으로 성장했다. 작년에는 세계 3위 바이오기럽 이뮤넥스를 110억 달러(약 13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직전 시가총액은 595억달러(약 74조원), 연간 세후순익은 10억달러(약 1조2500억원)를 넘는다. 제품 2개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암젠의 역사는 신약(新藥)의 경제적 폭발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미국제약협회에 따르면 신약 1개를 개발하려면 평균 10년, 연구개발비 8억달러가 들어간다. 워낙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업체들도 공동개발을 하거나 신약 후보물질을 갖고 있는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전략을 쓴다. 신물질을 개발해도 동물실험을 거친 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1, 2, 3차를 통과해 신약이 될 확률은 5000~1만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단 개발에 성공하면 돌아오는 보상은 천문학적이다. 신약 1개는 최소 50억 달러의 세계시장을 형성한다고 한다. 이래서 신약은 고부가가치산업의 꽃이라 불린다.

한국은 제약 역사가 100년이라고 하지만 신약 개발은 1987년 물질특허제가 도입되면서 비로소 시작됐다. 국내 최초 신약은 1999년 SK케미칼이 개발한 항암제 ‘선플라주’로 1회 분양에 50만원이나 하던 수입 항암제를 대신해 연간 8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뒀다. 이후 속속 개발이 이어져 지금까지 8개의 신약을 선보였다. 그러나 국내용일 뿐 외국에서는 판매할 수 없다. 제약업체들이 영세해 해외에서 임상을 거쳐 판매허가를 받을 때까지 소요되는 엄청난 경비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LG생명과학이 개발한 제4세대 퀴놀론계 항생제 ‘팩티브’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을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이다.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알았던 세계적 신약을 처음으로 갖게 되는 것이다. 개발이 워낙 어려워 FDA에 등록된 신약을 보유한 국가는 9개국에 불과하다. 한국은 10번째 국가가 되는 셈이다. 예상대로 FDA의 승인을 받으면 LG는 이 약 하나로 연간 5000억원의 매출과 800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90년 개발을 시작해 도중에 팀장이 암으로 사망하는 등 숱한 난관을 뚫고 12년 만에 한국 제약사에 이정표를 마련한 개발팀에 박수를 보낸다.

[임성삼; 오늘 신문에 의하면 팩티브가 FDA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고 합니다.]

4월 4일 금요일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혼자 힘으로 설 수 있는 사람이다. <입센>

서강(西江)의 한식

남효온

흐린 하늘 울타리 밖 쌀쌀한 저녁

한식날 봄바람에 강물이 맑아.

배에 가득 장사꾼들 하는 이야기

버들꽃 피는 시절 고향이 그리워라.

남효온; 1454(단종 2)-1492(성종 23). 생육신. 1504 년 연산군 10 년에 부관참시. 만년에 <육신전>을 저술.

오늘의 논어(論語) [제 8편 태백(泰伯)]

子曰: 巍巍乎! 舜禹之有天下也, 而不與焉. 높을 위; 높고 큰 모양

재왈: 위위호! 순우지유천하야, 이불여언.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장엄한 일이다. 요임금과 순임금이 천하를 다스린 그 모습은. 더구나 두 분이 모두 정치에 관여하지 않으신 것처럼 하였다.”

* 참고;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2002년 11월 중국 광동성에서 첫 환자가 발생했다. 아직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2~6일의 잠복기를 거친 후, 고열, 마른기침, 호흡곤란 등의 주요 증세가 나타난다.

중환자가 될 확률은 10%이며, 치사율은 4%이다. 폐렴의 치사율이 3~5%이므로 아주 높은 치사율은 아니나 전염 속도가 매우 빠르므로 문제가 된다.

[급성은 scute, 만성은 chronic이다]

* <아랍 사회와 문화, 하병주, 부산 외국어대학교 출판부, 1996>

“당신은 이 사무실에서 정말로 필요한 우수한 종업원입니다”와 같은 직접적인 칭찬은 서양인에게는 조금 난처하게 들릴지 모르나 아랍인에게는 자주 있는 일이다.

“당신은 아주 멋진 사람입니다. 당신이 내 친구라는 것이 너무 기쁩니다.” 혹은 “당신은 아주 지적이며 지식이 많습니다. 나는 정말로 당신을 존경합니다.”와 같은 말은 아주 일반적인 것이며, 진심어린 표현이다.

서양인들의 칭찬을 아랍인 직원들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불충분하게 느낄 가능성이 있다.

* <뇌, L'ultime Secret,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2002>

“만일 세상의 모든 컴퓨터를 연결해서 하나로 합친다면, 그것이 몇 사람의 뇌를 연결한 것에 해당할까요?”

“천만 명이나 일억 명쯤의 뇌를 합친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한 사람의 뇌에 해당합니다.”

두 기자는 그의 말뜻을 이해하려고 애쓴다.

“그렇다니까요. 사람의 뇌는 세상의 모든 컴퓨터를 합친 것만큼이나 복잡한 네트워크를 지니고 있어요. 사람의 뇌에는 2천억 개의 뉴런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은하수에 있는 별만큼이나 많죠. 그리고 각각의 뉴런은 천 갈래로 접속될 수 있습니다.”

그 말에 두 기자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러니까, 컴퓨터는 인간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군요.”

“그렇게 간단히 말할 수는 없죠. 그 대신 우리는 천천히 사고하니까요. 신경 자극은 시속 3백 킬로미터 정도의 속도로 전달됩니다. 컴퓨터 신호는 그보다 천 배나 빨리 전달되죠.”

뤼크레스는 수첩을 꺼내어 맥킨리의 말을 적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컴퓨터가 우리를 능가한다는 말이군요.”

“그렇다고 간단히 말할 수는 없죠. 우리 인간은 상대적인 <느림>을 사고의 <다양성>으로 벌충하니까요. 우리는 1초당 수백 가지 연산을 동시에 실행합니다. 그에 비해서 컴퓨터는 기껏해야 열 가지 정도의 연산을 동시에 실행할 뿐입니다.”

뤼크레스는 앞서 적은 것을 지우기 위해 줄을 긋는다.

“그러니까, 우리 인간이 컴퓨터보다 강하다는 얘기군요.”

“그렇다고 볼 수도 있죠. 뇌를 많이 쓰고 공부를 많이 하면 우리 뉴런의 접속 상태가 점점 좋아지죠. 뇌에 지식과 정보라는 영양을 많이 공급하면 할수록, 뇌는 점점 강해지는 겁니다.”

“그러니까, 인간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우위에 설 거라는 얘기로군요.”

그는 아니라는 뜻으로 고개를 젓는다.

“그렇게 간단히 말할 수는 없죠. 인간의 지식은 십 년마다 배로 늘어나지만, 컴퓨터의 성능은 18개월마다 배로 좋아지니까요. 인터넷으로 말하자면, 해마다 네트워크가 배로 확대되고 있어요.”

“그러니까 시간은 컴퓨터의 편이라는 건가요? 결국엔 컴퓨터가 우리를 이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로군요.”

“그렇게 간단히 말할 수는 없죠. 컴퓨터는 아직 중요한 정보와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선별할 줄 모르니까요. 처리하는 정보의 양에 있어서는 컴퓨터가 우리를 능가하지만, 좋은 정보를 걸러내는 데에 있어서는 우리를 따라올 수가 없습니다. 컴퓨터는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느라고 시간을 많이 허비하지만, 우리는 오로지 중요한 요소들만 선별하지요. 예컨대 체스를 둘때, 컴퓨터는 수천 가지의 불필요한 조합을 검토하지만, 사람은 금방 최선의 조합 서너 가지를 골라냅니다.”

“그러니까..... 인간이..... 변함없이....”

“그렇게 간단히 말할 수는 없죠. 프로그램들 역시 아주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니까요. 프로그램은 컴퓨터의 사유 양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신 세대의 인공 지능 프로그램들은 저희의 성공이나 승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또는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만나면서 저희 자신의 프로그램을 변화시킵니다. 경험을 자꾸 쌓아 나가고, 다른 프로그램들과 계속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쓸모 없는 정보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법을 배우고 저희들 자신의 분석 능력을 키워 나가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맥킨리는 뤼크레스의 말을 자르기라도 하듯 두 손을 모아 손가락 끝을 맞댄다.

“사실, 이건 막상막하의 싸움입니다. 컴퓨터의 지능이나 인간의 지능이 어디까지 나아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이 두 분야에서는 앞으로 나아가면 갈수록 모르는 게 점점 많아지요.

그나마 저 체스 경기가 있어서 도움을 받습니다. 이 체스 경기가 결국은 유일한 객관적 척도인 셈입니다. 인간의 뇌와 컴퓨터 프로그램을 대결시켜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죠.”

맥킨리는 넥타이의 매듭을 고치면서 잠시 생각한다.

이들은 기자다. 귀에 쏙쏙 박힐 만한 간명한 문구를 제시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그대로 옮겨 쓸 수 있을 것이다.

“요즈음 우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 컴퓨터는 현재 여섯 살 난 아이의 의식 수준을 지니고 있다고 말입니다.”

“<의식>이라고요?”

“물론입니다. 이제는 인공 지능 프로그램이 아니라 인공 의식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것은 컴퓨터로 하여금 제가 기계라는 것을 깨닫고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죠.”

[임성삼; 현재 컴퓨터가 인간을 이기는 것은 인간 참피온의 방법을 분석하여 프로그램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만일 인간이 이미 구성되어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연구한다면 그 컴퓨터를 이기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간단한 바둑 소프트웨어에서는 결함이 쉽게 발견됩니다.]

4월 3일 목요일

분별 없이 행동하지 말고 산처럼 무겁고 조용하게 일을 해야 한다. <이순신>

봄날에

김종직

따뜻한 진흙으로 제비는 즐겁고

어렵게 내린 비에 복사꽃 피네.

홀로 쓸쓸히 노래하는 춘흥(春興),

술잔에 불어오는 봄바람이여.

김종직; 1431(세종 13)-1492(성종 23). 정 2 품 지중추부사. 영남학파의 종조(宗祖).

오늘의 논어(論語) [제 8편 태백(泰伯)]

子曰: 學如不及, 猶恐失之. 오히려 유

재왈: 학여불급, 유공실지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배움이라는 것은 쫓아가서 미치지 못할 듯이 해도, 오히려 놓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임성삼; 나는 다음과 같이 해석했습니다.

자기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자세로 배우지 마라.

또한 배운 것을 잃을까 늘 걱정하라.]

* [임성삼; 다음은 11년 전 걸프 전쟁의 아랍군 총 사령관 칼레드가 걸프전의 목표에 대해 적은 내용입니다.]

내가 기억하기로, 부시 대통령과 베이커 국무장관은 각자 다른 시간대에 다른 내용의 전쟁 목표를 발표함으로써 일부 미국과 서방 논평가들의 비판을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 방어가 주요 목표였던가? 아니면, 쿠웨이트 합병을 원상태로 돌리는 것이 목표였던가? 아니면, 중동 원유에 대한 서방의 접근을 보장받는 것이 목표였던가? 아니면, 미국인의 일자리를 보호하는 것이 목표였던가? 아니면 사담의 전쟁무기, 특히 그의 핵 및 생화학 능력을 파괴시키는 것이 목표였던가? 그것도 아니면 단순히 침략자를 응징하고 유엔의 권위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였던가? 이러한 모든 목표들이 따로따로 발표되었다는 사실은 혼란을 초래하고 심지어는 정직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비난을 받게 되었다.

<사막의 전사, 칼레드 빈 술탄/패트릭 실, 민예원, 1997>

* 3.1 운동 후 상해의 임시정부가 서고 외무부장 김규식이 파리 강화회담에 한국 전권대표로 출발하게 되자, 그 대표단의 일원으로 조소앙도 뒤좇아 파리에 가게 되었다. 영국에서 황기환이 오고, 스위스에서 이관용이 와서 한국 대표단도 제법 활기를 띠게 되었다.

파리 강화회담에서의 활동이 끝날 무렵 조소앙은 당시 이름 높던 철학가 베르그송을 방문하였다. 이 석학 앞에 돌연히 나타난 젊은 내객(內客) 조소앙은 간단한 자기 소개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대뜸 질문의 화살을 던졌다. 제1문은 이러했다.

“선생님은 시간의 처음을 아십니까?”

베르그송은 어안이 벙벙하여 대답은커녕 얼굴만 보고 있었다. 그러자 연달아서 조소앙의 제2문이 던져졌다.

“그럼, 선생은 공간의 끝을 아십니까?”

베르그송은 역시 말이 없었다. 젊은 내객(內客)의 당돌이 흥미가 있었을까 아니면 그 무례에 노여웠을까, 아니면 대답을 안 하는 것이 대답이었을까. 이는 그 당시의 베르그송의 표정을 내가 못 봤으니 알 길이 없다.

어쨌든 두 마디 질문을 던져도 아무런 대답이 없는 것을 본 조소앙은 베르그송에게 그대로 작별을 고하고 그의 방을 나오고 말았다. 문을 닫고 나와서 하는 말이 걸작이었다.

“베르그송이 뭐 그리 대단한 학자야, 한마디도 대답 못하잖아.”라고. 하하.

<수필의 미학, 조지훈, 조지훈 선집, 나남출판, 1996>

4월 2일 수요일

친절한 행동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결코 헛되지 않다. <이솝>

의고(擬古) 4

<상촌(象村)집, 신흠(申欽 1566~1628(명종 21~인조 6))>

풀을 심으려든 난초를 심고

나무를 키우려거든 대를 키우며

새를 기르려거든 학을 기르고

보배를 간직하려면 옥을 간직해야지

오늘의 논어(論語) [제 8편 태백(泰伯)]

子曰: 狂而不直, 侗而不愿, 悾悾而不信, 吾不知之矣.

재왈: 광자부직, 동이불원, 공공이불신, 오부지지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열정적인 사람은 곧은 법인데 곧지 않고,

무식한 사람은 성실한 법인데 성실하지 않고,

재주가 없는 사람은 신의가 있는 법인데 신의가 없다.

나는 도대체 어떻게 고쳐주어야 할지 알지 못하겠다.”

[임성삼; 그 당시도 지금과 같았습니다.]

* 아랍인은 이야기 속에 자기의 감정이나 행동을 나타내려고 하는 경우가 많으며, 외국인에게는 자기의 생각을 전달하려고 애쓴다. 그 때문에 아랍인은 큰 소리로 소리치며 흥분하고 과장하며 상대방을 위협하고 견책을 가한다. 이때 외국인은 당연히 사태가 긴박하다고 받아들인다. 그 장소의 공기는 노여움과 적의로 가득찬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이같은 일은 아랍인이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눌 때의 극히 자연스러운 어법이다.

<아랍인의 의식구조, 사니아 하마디 지음/ 손영호 옮김, 큰산, 2000>

* 1904년 30세에 이승만은 민영환의 주선으로 감옥생활 6년만에 석방되었다. 1904년 11월 4일 이승만은 유학생 자격 여권으로 미국 선박인 <오하이오>호로 출발했다. 그는 일본 고베항에서 한국 이민 집단이 타고 있던 미국 선박 <시베리아>호로 갈아타고 11월 29일 호놀룰루에 도착하였다.

12월 31일 워싱턴에 도착한 이승만은 백방으로 노력하여 루즈벨트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어렵게 만나 진정서를 보였으나 한국 공사를 통해 미 국무성에 제출하라는 대답을 들었다. 한국 공사관 주미공사는 일본과 내통하고 있어서 협조해 주지 않았다. 계속 공사관을 찾아갔으나 수위에게 공관 밖으로 내쫓겼다.

미국에 머무르는 동안 이승만은 31세 때인 1905년 2월에 조지 워싱턴 대학에 들어가 수업을 받았다. 대학 시절 이승만은 한국에서의 대중 연설가로 쌓은 경험으로 대학 내에서 한국의 사정을 토로하는 강연을 여러 차례 하여 그 강연료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였다. 그가 그 때 했던 강연은 170여회가 넘었다.

1907년 6월 5일[임성삼; 2년에 졸업] 조지 워싱턴 대학을 졸업한 이승만은 1908년 봄 하버드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임성삼; 석사에 1년이 안 걸렸음]. 1910년 6월 14일에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미국의 영향을 받은 영세중립론>이란 논문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임성삼; 박사에 2년, 학사 석사 박사에 5년].

1910년 10월 고국에 돌아와 YMCA 일을 맡아, 주로 한국 청년의 조직적 교육 및 전도 사업에 열중했다. 1911년 말 105인 사건으로 체포되었으나 미국으로 떠날 수 있었다.

<역사 속의 역사, 박한실 지음, 박우사, 1997>

4월 1일 화요일

책을 볼 때는 대의(大義)에 따라 그 맛을 즐겨야 한다. <퇴계 이황>

임진강을 건너며

강희맹

나룻배로 맑은 강을 건너노라니

강가의 꽃들에 봄이 저무네.

조수가 돌아 나가 모래밭에 자취 남고

바람이 솔솔 불어 물 위에 돋는 비늘.

강희맹; 1424(세종 6)-1483(성종 14). 호는 운송거사(雲松居士), 강희안의 아우. 벼슬이 정 2 품 좌찬성에 이름. 문장이 당대의 으뜸이고 서화에도 뛰어난 재능.

오늘의 논어(論語) [제 8편 태백(泰伯)]

子曰: 師摯之始, 關雎之亂, 洋洋乎! 盈耳哉.

재왈: 사지지시, 관저지란, 양양호! 영이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악사 지가 연주를 시작했을 때 관저라는 곡의 끝 부분이 양양하게 귀에 찼다.”

* 이슬람교에는 어떠한 형태의 귀족 계급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슬람의 평등주의 원칙은 신 앞에서는 칼리프도 노예도 구별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 종교는 이슬람 사회가 높은 인간애를 발휘하도록 촉구했으며, 그 밑에서는 가장 가난한 농민이나 상인의 자손이라 할 지라도 행운과 노력 여하에 따라 그 고장의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였다. 평등은 현실적으로도 있었다.

<아랍인의 의식구조, 사니아 하마디 지음/ 손영호 옮김, 큰산, 2000>

* 한양의 정기를 한몸에 지니고 있는 백악에는 봄이 이르렀다. 필운대의 살구꽃과 북문의 복숭아꽃과 흥인문 밖의 버들을 화류장(花柳場)으로 꼽고, 봄이 되면 삼삼오오 떼를 지어 그리로들 놀러 가지만,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백악 바위 틈에도 진달래는 송이송이 봄빛을 자랑하고 있었다.

《김동인 金東仁/운현궁(雲峴宮)의 봄》

[임성삼; 본관 뒤쪽에 진달래가 많이 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