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 목요일

   나는 짧은 기간 동안 중요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뽑혔다. 그리고 지금 나는 곧 사라져 버릴 영향력을 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 행정부가 악정이나 우매한 정치(愚政)를 편다 하더라도 여러분이 자신과 헌법에 충실한다면 나는 국민에게 별로 해를 미치지 못할 것이다. 《A.링컨》

  청감당에서 중온의 시에 차운하여

                                        이이(1560, 26 세)

나아가면 재상이요

물러나면 산에 살아

분주한 것도 싫다 않고

한가로움도 싫다 않네.

하나의 근본이 만 가지로 달라짐을

그대가 믿는다면

솔개와 물고기를

두 가지로 보지 말게.

* 시경 대아 편에 <솔개는 나아 하늘에 닿고, 물고기는 연못에서 뛰네>라는 구절이 있다. 어디 살든 자유로움은 한 가지라는 의미이다.

  오늘의 논어(論語) [제 6편 옹야(雍也)]

子曰: 不有祝鮀之佞而有宋朝之美, 難乎免於今之世矣!

재왈: 불유축타지녕이유송조지미, 난호면어금지세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축타만큼 말 재주가 있고, 송조만큼 미남자가 아니면, 이 세상을 제대로 살아나가기 어렵다.”

[임성삼; 그때도 지금과 같이 경쟁이 심했던 것 같습니다.]

  * 후일 영국 수상이 된 디즈레일리가 하녀를 채용하기 위해 고안한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스무 장의 접시를 포개어 들고 이 방에서 나가다가 문턱에 발이 걸리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한 여자는 “그 순간 턱으로 접시를 단단히 누르고, 얼른 무릎을 꿇겠습니다. 만약 그것이 불가능하면 몸을 굴려서라도 접시를 한 장도 깨지 않게 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 다음 날, 두 번째 여자는 대답하였다.

“저는 아직 그런 일을 겪어보지 못해서 뭐라고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발이 문턱에 걸리지 않도록 미리 조심하겠습니다.”

디즈레일리는 이 여자를 하녀로 채용하였으며, 그 후 그녀와 결혼하였다.

<재치 유머 이야기, 이득형 편저, 진리탐구, 2000>

  12월 18일 수요일

    마음이 후한 사람은 충고보다는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L.C.보브나르그》

  승군을 이끌고 상원(평남 중화군)을 건너며

                                         사명대사

시월 의승병이 상원을 건너갈 제

나팔 소리 깃발 그림자 강성(江城)을 움직이네

칼집 속의 보검은 깊은 밤 울부짖나니

원컨대 요사(妖邪)를 베어 임금 은혜 갚으리라 

<사명대사 유정 시집, 경희대학교 인문학 연구소, 1999>

  오늘의 논어(論語) [제 6편 옹야(雍也)]

子曰: 孟之反不伐, 奔而殿. 將入門, 策其馬, 曰, ‘非敢後也, 馬不進也’.

재왈: 맹지반불벌, 분이전, 장입문, 책기마, 왈, ‘비감후야, 마부진야’.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맹지반은 자기의 공을 자랑하지 않는 사람이다. 

 전장에서 퇴각할 때 가장 뒤에 오며, 성 문을 들어올 때 자기의 말을 채찍으로 치며 말했다. ‘일부러 뒤에 처진 것이 아니다. 말이 달리지를 못해서...’”

[임성삼; 소크라테스도 전장에서 후퇴할 때 가장 뒤를 호위했었다는 이야기가 플라톤의 대화편에 나옵니다.]

 * 윈스턴 처칠의 어느 해 생일, 사진을 찍으러 모두 모여 있을 때 사진사가 그에게 말하였다. 

「각하, 제가 각하의 백 회째 탄신일 사진을 찍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처칠은 사진사를 한 번 쳐다보고 나서 대답하였다. 

「젊은이, 충분히 가능하네. 자네를 보니 적격이야, 젊고 건강하니 내 백살 생일까지는 충분히 살겠구먼. 참으로 경우가 밝은 사람이야.」 《W.L.S.처칠/위트》

  12월 17일 화요일

    “나의 나라는 대기 속에 존재한다. Mein Reich ist in der Luft.” <베에토벤 1770. 12. 17 독일 본에서 세례받음~1827. 3. 26 오스트리아 빈> [베에토벤의 생애, 로망 롤랑 저(著), 정성호 역, 양영각, 1984]

  그것도 또한 은총이어라    放言 2 

                                  김시습

고요한 마루 앞에 대나무 두어 줄기   幽軒竹數竿  장대 간

자그마한 뜰에는 꽃이 일만 가지.   小庭花萬種

대나무 보고 또 꽃을 보면            看竹復看花

그것도 하나의 은총이어라.          亦是一榮寵

동구 밖에선 구름 저절로 일어나고    洞口雲自生

돌 틈에선 샘물이 저절로 솟아나네.   石眼泉自涌

하늘을 보고 땅을 보며 오락가락 거닐면서,

팔장끼고도 정치하던 옛 시절을 노래하네.

  오늘의 논어(論語) [제 6편 옹야(雍也)]

子游爲武城宰. 子曰: 女得人焉爾乎? 曰: 有澹臺滅明者, 行不由徑. 非公事, 未嘗至於偃之室也.

자유위무성재. 재왈: 여득인언이호? 왈: 유당대멸명자, 행불유경. 비공사, 미상지어언지실야.

자유가 무성의 재가 되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쓸만한 사람을 얻었느냐?”

“담대멸명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좁은 지름길로 다니지 않으며, 공적인 일이 아니면 제 방에 들어온 일이 없습니다.”

[임성삼; 우리 조상님들은 조금 멀어도 큰 길로 다니셨습니다.(君子大路行)]

  * 강철왕 카네기가 공장을 순시하다가 자신감에 넘친 표정으로 열심히, 능숙하게 일하는 철공을 보았다. 카네기는 사장실로 그를 부른 후, 공장의 장으로 임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철공은 “지금 하는 일에서는 세계 제일이라고 자신이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카네기는 잠시 생각해 본 후 말했다.

“자네는 철공 분야에 대통령과 같으니 이달부터는 자네에게 미국 대통령과 같은 봉급을 주겠네.”

카네기의 비석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 여기 자기보다 훌륭한 사람들을 자기 주위에 모을 줄 아는 사람이 고이 잠들다 -

<재치 유머 이야기, 이득형 편저, 진리탐구, 2000>

  12월 16일 월요일

    국가의 가치는 결국 그것을 구성하는 개개인의 가치이다. <존 스튜어트 밀>

풀잎 단장(斷章)

 조지훈

무너진 성터 아래 오랜 세월을 풍설(風雪)에 깎여 온 바위가 있다.

아득히 손짓하며 구름이 떠 가는 언덕에 말없이 올라서서

한 줄기 바람에 조찰히 씻기우는 풀잎을 바라보며

나의 몸가짐도 또한 실오리 같은 바람결에 흔들리노라.

아 우리들 태초의 생명의 아름다운 분신으로 여기 태어나,

고달픈 얼굴을 마주 대고 나직이 웃으며 얘기하노니

때의 흐름이 조용히 물결치는 곳에 그윽이 피어오르는 한떨기

영혼이여.

(시집 {풀잎 단장}, 1952)

  오늘의 논어(論語) [제 6편 옹야(雍也)]

子謂子夏曰: 女爲君子儒, 無爲小人儒.   자위자하왈: 여위군자유, 무위소인유

선생님께서 자하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군자다운 학자가 되어라. 소인적인 학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임성삼; 중요한 말씀입니다.]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 김영사 이덕일, 이희근, 1999>

문익점(文益漸 1329∼1398, 고려 충숙왕 16∼조선 태조 7)

1363 년 공민왕 12 년 사신으로 연경에 가는 길에 길가의 목면 나무에서 씨 10여 개 따서 들여왔다.

1364 년 공민왕 13 년 고향 진주로 돌아옴.

공민왕 16 년 같은 고을에 목화씨를 나누어 줌.

10 년이 채 안되어 전국에 목화씨 보급하였다.

이전에는 지배층만 비단을 입었고, 일반 백성은 모시, 삼베를 입었다.

덕흥군 사건에 연루되어 파면되었다. - 1364 년

우왕 때 정 6 품인 전의주부로 임명되었으나, 사전(私田) 개혁에 반대하는 보수파의 입장을 지지하였다. 역성혁명파인 신흥 사대부였던 조준의 탄핵으로 파면당해 고향에 낙향하다.

태조실록의 문익점 졸기(卒記) (태조 7년, 1398) [조선실록]

전 좌사의대부 문익점이 졸했다. 익점은  ... 계품사인 좌시중 이공수의 서장(書狀)관이 되어 원나라 조정에 갔다가, 장차 돌아오려할 때 길가의 목면 나무를 보고 그 씨 10여 개를 따서 주머니에 넣어 가져왔다. 갑진년에 진주에 도착하여 그중 반을 본 고을 사람으로 전객 영 벼슬을 한 정천익에게 심어 기르게 하였는데, 다만 한 개만이 살게 되었다.

태종 1 년 (1401) [조선실록]

이 때문에 목면의 일어남이 진양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온 나라에 널리 퍼지게 되어, 모든 상하 백성들이 이를 입게 되었으니, 이것은 모두 문익점이 준 것입니다. 

시험 재배 37 년 만에 모든 백성이 무명옷을 입을 정도로 크게 성공하였다.

도입과 각지에 골고루 나누어 준 것이 큰 공이다.

사후 태종에게서 정 2 품직인 참지정부사와 강성군의 공신 칭호를 추증,

세종에게서 영의정과 부민(富民)후를 추증, 신성공이라는 시호를 받음.

세조는 그의 공적을 후세에 기리기 위해 고향에 사당을 세우고, 그 유지비용에 충당하도록 제전(祭田)을 내려주고, 그 자손들에게 공신의 칭호를 이어받도록 조치.

 정치적으로 굴절의 삶을 살았던 문익점이 부활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과학정신의 승리라 할 것이다.

  12월 13일 금요일

   자존심이야말로 의식주보다 고귀한 것이다. <제퍼슨>

 산산산

                        신석정

지구엔

돋아난

산이 아름답다

산은 한사코

높아서 아름답다

산에는

아무 죄 없는 짐승과

엘레나보다 어여쁜 꽃들이

모여서 살기에 더 아름다웁다

언제나

나도 산이 되어 보나 하고

기린같이 목으 길게 늘이고 서서

멀리 바라보는

山

山

山

  오늘의 논어(論語) [제 6편 옹야(雍也)]

冉求曰: 非不說子之道, 力不足也. 子曰: 力不足者, 中道而廢. 今女畫.

염구왈: 비불열자지도, 역부족야. 재왈: 역부족자, 중도이폐. 금여획.

염구가 말했다. “선생님의 학문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저의 힘이 부족할 뿐입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힘이 부족한 사람은 열심히 하다가 중간에서 그치는 법이다. 지금 너는 아예 단념하고 있다.” 

[임성삼;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조선 국왕 이야기, 임용한 지음, 혜안, 1998> 

 조선의 국왕이 불교 문제로 유신(儒臣)들과 언쟁을 벌인 기록을 모아 보면 저마다 개성이 잘 드러난다.

* 훌륭한 무장이었으나 학문이 부족했던 태조: 문자를 써가며 척불론을 주장하는 젊은 문신에게 아주 간결하게 그러나 효과적으로 대응한다. <목은 이색도 불교를 믿었다. 네가 이색보다 잘났느냐?>

* 순진하고 우직했던 정종: <불교의 원리는 자비인데, 자비가 나쁜 것은 아니지 않느냐, 귀신이 허망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효험은 있다. 내가 전에 부처에게 기도하던 사람이 신이 들리는 것을 보았다.>는 식의 초보적인 논리를 펴다가 문신에게 깨진다.

* 술수를 좋아했던 태종: 절묘한 핑계를 대며 빠져나간다. <나도 불교가 허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중국이 불교를 신봉하고 있으니 우리가 아주 탄압할 수는 없다.>

* 터프가이를 지향했던 세조: 신하[임성삼; 홍일동]가 부처를 비난하자 <칼을 가져와라. 내 저놈을 죽여 부처에게 사죄하겠다.>

* 세종: 학구적인 자세와 논리로 사람을 복잡하게 하고,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져 입을 막는다. <석가의 설교는 진위를 알 수 없는 것인데, 역대의 호걸스러운 임금들이 지금까지 불교를 다 없애지 못한 까닭은 무엇인가? 마음을 깨끗이 하고 탐욕을 적게 내는 것을 도로 삼는다는 것은 유학과 비슷한 논리이지만, 바른 도는 배우지 않고 그른 도를 근본으로 내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 그 교리란 이치에 가까운 듯하면서도 진리를 크게 어지럽히는 것이다.> 불교를 공격하는 말 같으나 세종의 숨은 뜻은 불교에는 이런 문제가 있으니, 불교를 공격하려면 이런 수준에서 연구를 해서 공격하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정도로 연구해서 대답하려면 유학공부를 그만두고 불교학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12월 12일 목요일

   대체로 진실에는 두 가지 면이 있다. 따라서 우리들은 어느 한 쪽에 치우치기 전, 먼저 그 양면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이솝>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팔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께로 흘러간다.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한국의 명문, 조갑제, 월간조선사, 2001 년 7 월>

  오늘의 논어(論語) [제 6편 옹야(雍也)]

子曰: 賢哉, 回也! 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 賢哉, 回也!   대광주리 단 

재왈: 현재, 회야! 일단사, 일표음, 재누항. 인불감기우, 회야불개기락. 현재. 회야!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안회는 참으로 현명하다! 대광주리의 밥을 먹고, 표주박의 물을 마시며, 누추한 곳에서 살고 있구나. 사람들은 그 걱정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나, 회는 그 즐거움을 바꾸려하지 않는구나. 현명하도다, 안회여!”

  <로마인 이야기 10: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시오노 나나미>    

 그런데 로마 시대의 수도 공사 관계자는 수원을 어떻게 결정했을까. 수질 검사에 필요한 화학 지식이나 수단도 없었던 시대다.

  우선 산지에 많은 샘이나 호수에서 물을 길어다 육안으로 검사한다. 이 단계에서는 물이 맑고 색깔도 없고 불순물도 없으면 합격이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수원 주변 지역을 조사한다. 초목의 생장 상태는 어떤지, 토양 색깔은 어떤지, 주변에 사는 사람들까지 조사한다. 안색은 좋은지, 눈빛은 맑은지, 골격은 어떤지, 병자나 불구자가 눈에 띄게 많지 않은지 등등.  

 그와 동시에, 길어온 물은 청동 항아리에 넣어 며칠 동안 방치해둔다. 썩기 쉬운 물은 아닌지 조사하기 위해서다. 그밖에 물을 끓이면 거품이 나지는 않는지, 불순물이 표면에 떠오르지는 않는지도 조사했다. 어쨌든 소독약이 없었던 시대다. 수원을 결정할 때까지 조사나 검사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로마인은 수원을 결정해도 그 호수나 샘의 수면 근처에서 물을 끌어올리기를 꺼렸다. 수면이 아니라 수면보다 훨씬 밑에 있는 맑은 물을 끌어내려고 호수나 샘 옆에 닿는 갱도를 팠을 정도이다.

  12월 11일 수요일

    기적을 보기 위해 힘들게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고, 가냘픈 풀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작은 도토리가 커다란 참나무로 자라는 것, 이보다 더욱 놀라운 기적이 또 어디 있겠는가? 자연의 법칙을 거슬러 일어나는 희한한 일은 기적이 아니라 재앙이다. <이드리스 샤흐>

 겨울 강에서 낚시하다

                        당숙

고기를 잡자는 게 아니고 호기심 때문인데

강 바람 추위에 수염이 꽁꽁 얼어붙었네

봉창에 쌓인 눈으로 날이 밝은 것 알았거니와

고기는 싣지 않고 시만 싣고 돌아오네

  오늘의 논어(論語) [제 6편 옹야(雍也)]

伯牛有疾, 子問之, 自牖執其手, 曰: 亡之, 命矣夫! 斯人也而有斯疾也! 斯人也而有斯疾也!

백우유질, 자문지, 자유집기수, 왈: 망지, 명의부! 사인야이유사질야! 사인야이유사질야!

염백우가 병에 걸렸다. 선생님께서 문병을 가셔서 창너머로 손을 잡고 말씀하셨다.

“이럴 수가 있나. 운명이라고 할 수 밖에! 이런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이런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 <윤치호일기, 김상태 편역, 역사비평사, 2001>

1933년 6월 26일월요일  [윤치호 68 세]    

 12시 30분 조선호텔에 가서 오찬구락부가 마련한 오찬모임에 참석했다. 만주에 가는 길에 서울에 들른 니토베 박사[주(註); 동경대 교수]를 환영하기 위한 모임이었다. 그는 이런 취지의 말을 했다. “여러분들이 우리일본인들을  좀더 이해하게 되면, 우리를 좋아하게 될 겁니다.” 대부분 선교사들로 이루어진 청중들은 감명을 받은 것 같았다. 그러나 이 노신사는 만주인들이 쉽게 약을 삼킬 수 있도록 사탕발림으로 그들을 꾀는, 어려운 임무를 맡은 것 같다. 

그가 두 가지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1)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면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첫 번에 웃는다. 영국인들은 같은 이야기를 두 번 들었을 때 비로소 웃는다. 미국인들은 같은 이야기를 세 번 들었을 때 비로소 웃는다. 그런데 그들은 재미있어서 웃는 게 아니라 전에 들어본 얘기이기 때문에 웃는 것뿐이다. 

(2) ‘코끼리’를 주제로 주면, 영국인은 ‘남아프리카의 왕 코끼리’라는 제목의 책을 쓴다. 프랑스인은 ‘코끼리들의 사랑 만들기’, 이탈리아인은 ‘코끼리에 대한 서정시’라는 제목의 책을 쓴다. 독일인은 ‘코끼리 연구 입문’이라는 제목으로 빽빽하게 인쇄된 600 쪽짜리 책을 쓴다. 폴란드인은 ‘코끼리와 폴란드의 관계’, 미국인은 ‘코끼리,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일본인은 ‘코끼리의 의무’라는 제목의 책을 쓴다.

 12월 10일 화요일

   선비가 의리를 말함은 농부가 농사일을 말하는 것과 같다. <퇴계 이황>

 교외(郊外)에 살면서

                        유방선

도시 가까운 교외에 살면서

기분대로 지내니 즐겁기 그지없네.

고요한 대숲에 미풍이 스쳐 가고

향기로운 꽃잎을 적시는 보슬비.

낚싯배를 찾아 고기를 사고

술을 받으러 주막 찾는 봄날.

하루 종일 찾는 이 적어

청산만 주렴에 가득하여라.

유방선; 1388-1443(세종 25). 권근, 변계량 등에 배워 문명(文名)을 떨쳤으며, 산수화를 잘 그렸음. 그의 문하에서 서거정, 이보흠 등의 학자가 배출됨.

  오늘의 논어(論語) [제 6편 옹야(雍也)]

季氏使閔子騫爲費宰. 閔子騫曰: 善爲我辭焉. 如有復我者, 則吾必在汶上矣.

계씨사민자건위비재. 민자건왈: 선위아사언. 여유부아자, 즉오필재문상의.

계씨가 민자건을 ‘비’라는 고을의 재상으로 삼으려고 하였다.

민자건이 (사자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사양하겠다고 말해주시오. 다시 나를 부르러 오면, 나는 반드시 문수 근처 먼 곳에 숨어 있을 것입니다.”

 * 링컨의 친구들이 모여 상원의원 후보로 함께 나온 더글러스와 링컨을 비교하고 있었다.

 링컨이 나타나자 친구 한 사람이 물었다.

 “링컨 자네는 보통 사람보다 키가 유달리 크고, 반대로 더글러스는 키가 작은데, 사람의 키는 대체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

 링컨은 잠시 생각하다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의 키는 다리의 길이에 달려 있지. 다리의 길이는 땅에서 몸통까지 닿을 만큼만 길면 적당하지 않을까?”

 링컨은 자기의 큰 키를 자랑하지도 않고 상대방을 헐뜯지도 않는, 겸손하고 통이 큰[임; 상대방을 생각하는] 성품이었다.

<재치 유머 이야기, 이득형 편저, 진리탐구, 2000>

 12월 9일 월요일

  나는 열 네 번 선거에 출마해서 싸웠다. 한 번의 선거는 사람의 목숨을 한 달씩 감수시킨다. <윈스턴 처칠>

 반야사에 자며

        사명당 유정(惟政 1544∼1610(중종 39∼광해군 2))

옛 절의 맑은 가을, 단풍잎은 하 많고

절벽에 달이 비쳐 자던 까마귀 흩어지네

안개 걷힌 호수는 비단처럼 고운데

한밤중의 찬 종소리 옥 물결에 떨어지네

  오늘의 논어(論語) [제 6편 옹야(雍也)]

季康子問: 仲由可使從政也與?   계강자문: 중유가사종정야여?

子曰: 由也果, 於從政乎何有?   유야과, 어종정호하유?

曰: 賜也, 可使從政也與?   왈: 사야, 가사종정야여?

曰: 賜也達, 於從政乎何有?   왈: 사야달, 어종정호하유?

曰: 求也, 可使從政也與?   왈: 구야, 가사종정야여?

曰: 求也藝, 於從政乎何有?   왈: 구야예, 어종정호하유?

계강자가 질문하였다. “자로에게 정치를 맡기어도 될까요?”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자로는 과감합니다. 정치를 하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계강자가 말하였다. “사(자공)에게 정치를 맡기어도 될까요?”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사(자공)는 통달했으니 정치하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구는 정치를 담당할 만한 사람입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구는 다재다능합니다. 결코 정치를 못한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임성삼; 과감하거나, 논리적이거나, 상식이 있는 것. 이 가운데 한 가지만 갖추고 있어도 정치를 할 수 있다고 공자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지금 논의되는 대통령 후보들은 적어도 이 범위에 든다고 생각합니다.]

 * 상원의원 합동 선거 유세장에서 상대방인 더글러스가 말했다.

“링컨후보는 아주 교활하고 부도덕하여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입니다.”

이에 링컨은 차분한 음성으로 응대하였다.

“지금 더글러스 후보께서는 제가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유권자 여러분 생각하여 보십시오. 만일 제가 또 다른 얼굴을 가졌다면, 오늘과 같은 중요한 날에 여러 유권자 앞에 하필이면 이렇게 못생긴 얼굴을 가지고 나왔겠습니까?”

이 말이 떨어지자 청중들은 박장대소하며 “링컨, 링컨!”을 외치며 한참 동안이나 아우성이 그치지 않았다. 링컨은 무난히 당선되었다.

<재치 유머 이야기, 이득형 편저, 진리탐구, 2000>

[임성삼; 상대방의 인신공격에 이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대응할 수 있는 정치가가 돋보입니다.]

  12월 6일 금요일

   시대를 움직이는 것은 주의(主義)가 아니고 인격이다. <오스카 와일드>

 밀성 영남루 시에 차운하다

                                권근 

백척 높은 다락이 넓은 하늘에 닿아

온갖 풍경이 책상 앞에 펼쳐졌네

시내가 가까워 난간 밖에 물소리 들리고

구름 열리자 산의 푸른 기운이 처마끝에 듣는구나

천 이랑 밭두둑에선 벼가 비를 맞고

십리 마을엔 나무가 연기에 둘렸네

말 한 마리 타고 귀양길에 명승지를 지나다

구경하러 올라서 손님들 모임에 끼어들었네

[임성삼; 평시에 지은 시에는 약간의 우울함이 있으나, 귀양길에 지은 이 시는 명랑합니다. 이 명랑한 자세를 배우고 싶습니다.]

<양촌 권근 시집, 한국의 한시 46, 평민사, 1999>

  오늘의 논어(論語) [제 6편 옹야(雍也)]

子曰: 回也, 其心三月不違仁, 其餘則日月至焉而已矣.

재왈: 회야, 기심삼월불위인, 기여즉일월지언이이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안회는 석달 동안 그 마음이 인(仁)을 떠나지 않는다. 나머지 제자들은 하루나 한 달밖에 인(仁)을 지탱하지 못한다.” 

[임성삼; 안회를 평할 때 자공은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아는 사람이라고 하여 그 총명함을 칭찬했습니다. 그러나 공자님은 안회의 지구력을 높이 평가하셨습니다.

사람의 지력(知力)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지구력의 차이는 대단히 큽니다.]

* 세종은 체구만큼 뚝심이 있어서 공부도 무섭게 했다. 유학의 경전만 아니라 역사, 법학, 천문, 음악, 의학 다방면에서 전문가 이상의 실력을 보유했다. 본인 스스로 경서는 모두 100번씩 읽었고, 단지 한 책만 30번을 읽었다고 하였다. 경서 외에 역사와 기타 책들도 모두 30번씩 읽었다고 한다. (...)

때로 세종의 언변은 부친 태종처럼 신랄하기도 하고, 한 마디로 상대의 말을 막아 버리기도한다. 부친처럼 연기력이 섞인 표현도 곧잘 했다.

<조선 국왕 이야기, 임용한 지음, 혜안, 1998>

 12월 5일 목요일

   상처 입은 굴이 진주를 만든다. <에머슨>

 내게 좋다 하고

                        변계량

내게 좋다 하고 남 싫은 일 하지 말며

남이 한다 하고 의(義) 아니면 좇지 마라.

우리는 천성을 지키어 생긴 대로 하리라.

변계량: 1369-1430(세종 12). 호는 춘정(春亭). t세종 대왕 때 대제학 20 년.

  오늘의 논어(論語) [제 6편 옹야(雍也)]

子謂仲弓曰: 冢牛之子騂且角, 雖欲勿用, 山川其舍諸?

자위중궁왈: 총우지자성차각, 수욕물용, 산천기사제?

선생님께서 중궁에 대해 말씀하셨다. “얼룩소가 나은 송아지라도, 털이 붉고 뿔이 단정히 생겼다면 제물로 사용할 수 있다. 산천의 신들이 (제사를 받지 않고) 그것을 버릴 것[받지 않을 것] 같은가?”

 [임성삼; 중궁은 낮은 가문 출신이었다고 합니다. 공자님께서는 가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됨됨이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적은 재산에 만족하며 살고, 

사치보다는 우아(優雅)를, 

유행보다는 세련을 구하며, 

존경 받기보다는 가치 있기를, 

부유하기보다는 넉넉하게 되기를 바라며, 

열심히 노력하고, 

조용히 생각하고, 

부드럽게 이야기하며, 

솔직하게 행동하며, 

별들과 새들과 유아(幼兒)들과 현인들을 솔직한 마음으로 경청하며, 

모든 것을 즐겁게 참고, 

모든 것을 용감히 행하며, 

기회를 기다리며, 

결코 서두르지 않는 것. 

한 마디로 말해서, 정신적이며, 자발적이며, 무의식적인 것들이 

평범한 것을 통해서 자라나도록 하는 것, 이것이 나의 교향악(交響樂)이다.  

<W. H. 체닝/ 나의 교향악>

 12월 4일 수요일

   과거는 모두 잊었다. 나는 미래만 보고 있다. <에디슨>

 비온 뒤에 송대립이 보낸 시에 차운하다

                                        이이(1578, 42 세)

비 그친 빈 산에 낮 햇살이 어지러운데

어린 아이가 풀을 베고 사립문으로 들어오네.

맑은 향 하나 피우고 다른 벗도 없이

한가한 구름이 산봉우리에 날아오르는 것을 본다네.

  오늘의 논어(論語) [제 6편 옹야(雍也)]

原思爲之宰, 與之粟九百, 辭.   원사위지재, 여지속구백, 사.

원헌이 (공자님 영토의) 관리가 되었을 때 그에게 봉록미를 900 석 주었다. 원헌이 사양했다.

子曰: 毋! 以與爾 里鄕黨乎!  왈: 무! 이여이 리향당호!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사양하지 말라. 남거든 이웃사람에게 나누어주거라.”

 12월 3일 화요일

   걱정 없는 인생을 바라지 말고, 걱정에 물들지 않는 연습을 하라. <알랭>

 대추 볼 붉은 골에

                        황희

대추 볼 붉은 골에 밤은 어이 떨어지며

벼 벤 그루에 게는 어이 내리는고,

술 익자 체 장수 돌아가니 아니 먹고 어이리.

  오늘의 논어(論語) [제 6편 옹야(雍也)]

子華使於齊, 염子爲其母請粟. 子曰: 與之釜. 請益. 曰: 與之庾. 염子與之粟五秉.

자화사어제, 염자위기모청속. 재왈: 여지부. 청익. 왈: 여지유. 염자여지속오병.

자화가 제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염구가 자화의 어머니를 위해 곡식 주기를 청하였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여섯 말 너 되를 주어라.”

염구가 더 주기를 청하자 말씀하셨다. “열 여섯 말을 주어라.”

염구는 80 석을 주었다.

子曰: 赤之適齊也, 乘肥馬, 衣輕구. 吾聞之也, 君子周急不繼富.

재왈: 적지적제야, 승비마, 의경구. 오민지야, 군자주급불계부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적[자화]이 제나라로 떠날 때 살진 말을 타고, 가벼운 모피 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군자는 급한 사람을 보살펴줄 뿐, 부유함을 불려주지 않는다고 들었다.”

 12월 2일 월요일

   큰일이건 작은 일이건 네가 하는 일을 정성껏 하여라. <안창호>

샘물이 혼자서

            주요한(朱耀翰, 1900∼1979)

샘물이 혼자서

춤추며 간다.

산골짜기 돌 틈으로.

샘물이 혼자서

웃으며 간다.

험한 산길 꽃 사이로.

하늘은 맑은데

즐거운 그 소리

산과 들에 울리운다.

     ({학우} 창간호. 1919.1)

  오늘의 논어(論語) [제 6편 옹야(雍也)]

哀公問: 弟子孰爲好學? 애공문: 제자숙위호학?

孔子對曰: 有顔回者好學, 不遷怒, 不貳過. 不幸短命死矣! 今也則亡, 未聞好學者也.

공자대왈: 유안회자호학, 불천노, 불이과. 불행단명사의! 금야즉무, 미문호학자야.

[노나라의 군주인] 애공이 물었다.  “제자 중에서 누가 학문을 좋아합니까?”

공자님이 대답하셨다. “안회라는 제자가 있어 배우기를 좋아하였습니다.

자기의 성냄을 남에게 옮기지 않고,

같은 잘못을 두 번 반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불행이 단명하여 죽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없으니, 그 뒤로는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임성삼; 공자님의 3천 명 제자 중에서 배우는 것을 좋아한 사람은 안회 하나 뿐이었습니다. 그 안회의 장점을 나타내는 말이 “불천노 불이과”입니다. 이 말이 학문을 좋아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를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