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 1 권(전 12 권, 각권 350 - 400 쪽)

저자; Edward Gibbon (1737 - 1794)  
출판사; 대광서림(전체 12 권?)  

첫 번째로 소개한 책 "로마인 이야기"가 일본과 우리나라 등 주로 동양권에서 요즈음 인기 있는 책이라면, 이 로마제국 쇠망사는 1776 년 1 권의 발간 당시부터 지금까지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책의 하나이다.

내가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은 로마가 멸망한 원인을 알기 위함이 아니라, 로마가 광대한 영역을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려는 것이다. 이 책 1 권은 기원후 96 년 네르바 황제에서 시작하여, 5 현제(賢帝) 시기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시기의 로마는 강대하고 융성한 시기였다.  

책 1 권이 출간된 당시 프랑스의 왕이었던 루이 16 세(혁명에 의해 퇴위되고, 단두대에서 처형된 왕)는 이 책의 1 권을 자신이 프랑스어로 번역하여 출판하려 시도하였을 정도로 좋아하였다. 우리나라의 육당 최남선의 수필에 "이렇게 경치 좋은 곳에서는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는 이 방대한 분량의 책이 경치 좋고 조용한 분위기가 아니면  읽기 어렵다는 것을 말하고 있으며, 동시에 조용한 곳이 마련된다면 첫번째로 읽고 싶은 책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로마가 광대한 지역을 통치한 방법을 알기 위하여 12 권 전체를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전체 중 가장 잘 된 부분이 1 권이며, 로마가 강력한 나라가 되기 위한 조건도 어느 정도 열거되어 있다. 1 권을 읽은 후 재미를 느끼는 사람은 2 권, 그 후에도 질리지 않는 사람은 3 권의 순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다. 1 권을 읽고 좋다고 생각하여 12 권까지 한번에 구입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

좋은 문장; (모두 1 권에서)
p 36
  로마인에 의한 주된 정복은 그의 공화정 시대에 이루어졌다.

[임성삼의 주(註); 로마의 공화정은 기원전 500 년에서 기원전 100 년 경까지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제정(帝政)시대에 들어와서는 대체로 여러 황제가 ... 그 판도를 전적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었다.

[임성삼의 주(註); 로마의 영토 확장은 강력한 체제인 제정시대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의견이 달라 분열되기 쉬운 공화정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기억해두자.] 

p 38
  서력 제 1 세기 중에 로마제국이 획득한 새 영토는 브리타니아(지금의 영국) 속주 뿐이었다. ... 역대 황제중에서 도대체가 어리석기 짝이 없는 황제(제 4 대 클라우디우스; 재위 51 - 54)에 의하여 시작되고, 가장 음탕한 황제(제 5 대 황제 네로; 재위 54 - 68)에 의하여 인계됐고, 다시 가장 겁약한 황제(제 11 대 황제인 도미티아누스; 재위 81 - 96)에 의하여 종지부가 찍혀진 약 40 년 간에 걸친 이 침략전쟁의 결과로 섬의 거의 대부분이 로마제국의 지배하에 복속되었다.
[임성삼의 주(註); 시저의 기원전 50 년의 영국 침공은 완전한 점령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영국이 로마화 된 것은 기원 후 100 년 경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독일이 로마화 된 시기인 기원후 450 년 경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른 시기이다.

기원후 450 년 경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모두 야만인인 게르만 족에게 점령을 당했다. 그러나 이 각각의 땅에 살고 있던 민족이 로마에 정복된 지 몇 년이 지났었는가에 따라 그 후의 발전 방향이 달라진다.]

p 45
  로마제국의 군사체제라는 것은 앞으로 이 책이 취급할 가장 중대하고도 기본적인 제목이 되는 셈이다.
  아직도 공화정치가 이루어지고 있던 보다 좋은 시대에 무기의 사용권은 그 조건으로서

사랑하는 조국을 가지며,

보호할 재산을 소유하고, 게다가 그것들을 수호할 것을 의무와 이익으로 한다는

법체제의 제정에 당연히 관여할 자격있는 시민층에만 한정되어 있었다. ... 

[그러나 그 후의] 제국(帝國)군대는 지휘권이 대부분 상류계급 출신으로서 교육받은 장교들의 수중에 장악되어 있었던 것에는 변화가 없었고, 일반병졸에 있어서는 근대유럽에서 확립된 저 용병대와 마찬가지로 거의가 사회의 최하층계급, 그것도 가끔 불량자, 난봉꾼이라 해도 무방할 그런 무리로부터 소집되었다.
[임성삼의 주(註); 대략 기원전 50 년 경부터 로마의 멸망까지 500 년 동안 이런 군대로 로마가 유지되었다. 결코 교육을 잘 받은 정예병이었다고 말할 수 없다. 지원병으로 운영되는 지금의 미국 군대가 현대의 다른 나라 군대보다 교육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다.]

p 46
  처음 입대할 때는 엄숙한 선서가 이루어졌다(매년 1 월 1 일에 다시 선서가 이루어지곤 하였다). "절대로 도망병이 되지 않겠다. 지휘관의 명령에 절대로 복종한다. 황제 및 제국(帝國)의 안전을 위해서는 기꺼이 한 몸을 희생시킨다." 등등과 같은 것이 그것이었다.

[임성삼의 주(註); 우리에게는 형식적으로 보이는 이런 선서도 상당한 효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로마 시대에는 대체로 이 선서가 지켜졌다.] 

p 47
  백인대장은 태형(笞刑)의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장군에 이르러서는 사형선고권까지 가지고 있었다. 좋은 병사가 되려는 사람은 적보다도 자기의 상관을 겁내라는 것이 로마군 군기의 부동의 철칙이었다.

[임성삼의 주(註); 아테네의 민주정치 아래서나, 로마의 공화정에서도 군대 내부에서는 민주주의가 허용되지 않았다. 모든 시민이 군대 내에서는 위의 권한을 인정한 것이다. 로마시민은 태형을 받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었으나, 군대에서는 이 권리가 인정되지 않았다.]

 본디 로마인이란 훈련과 숙달 없이는 용무(勇武)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실지로 잘 알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라틴어로 군대라는 명사는 훈련을 의미하는 말에서 빌려온 것이다(군대라는 의미의 명사 exercitus는 훈련하다라는 동사 exerceo에서 온 파생어이다). 군사훈련이라는 것이 그들의 군기에서는 가장 중요하고도 끊임없는 요체였다. 징모병과 젊은 병사들은 밤낮 없이 끊임없이 훈련을 받았다. 제아무리 연공지식을 쌓은 노병이라 해도 완전히 습득한 것을 다시 매일 반복해서 연마하는 이런 훈련만은 결코 면제되지 않았다. 동계 주둔지 병영에는 규정에 따라 달개막사가 세워져서 비바람이 몰아치는 거친 날씨라 해도 필요한 훈련에는 일체 지장이 없도록 설비가 갖추어져 있었다. 이런 군사훈련에서 사용되는 무기류는 실제 전투에서 사용되는 것의 2 배인 무게로 만들어 놓는 세심한 배려까지 고려되었다고 한다.

[임성삼의 주(註); 현재 프로 운동선수의 훈련과 유사한 면이 많다. 군대를 마친 사람들은 본인이 제대 말년에 받은 훈련을 생각해보기 바란다. 이 사람들은 20 년을 군대에서 졸병으로 계속 위와 같은 훈련을 받았다. 그 결과 세계를 지배하는 최강의 군대를 이루게 된 것이다.] 

육체에는 힘을, 사지에는 행동성을, 그리고 움직임에는 아름다움을 가하도록 온갖 창의가 고려되었다는 점을 첨가해 둔다.

  행진, 질주, 도약, 수영을 비롯하여 무거운 짐을 휴대하고 운반하며 또 원거리 전투나 접근전을 막론하고 모든 종류의 공격용과 방어용 무기의 사용법, 또한 여러 가지로 전개 운동하는 방법, 피리에 맞추어서 추는 전무(戰舞; 전투행위를 춤으로 만든 고대 그리스 이래의 춤)를 추는 방법까지 모든 병사들이 애써 교육 및 훈련을 받아야만 하였다. 평화시기에 있어서 조차 전투행동에 익숙하도록 훈련되어 있었다. 

그들과 싸운 경험이 있는 한 고대사학가는 매우 적절히 쓰기를, 그들에게 있어 실제 전쟁터와 연습장의 차이는 다만 유혈의 유무(有無)라는 한 가지 뿐이라고 했다.

이런 군사훈련에 대해 유능한 장군들은 물론 황제 자신조차 친히 현장에 나타나 때로는 몸소 시범을 보이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임성삼의 주(註); 이점이 다른 나라와 상당한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황제가 평시에 병사에게 창 던지는 방법을 지도하였고, 전쟁터에서 병사와 같이 앉아 동일한 식사를 한 나라가 로마였다.]

p 48
  9 세기간에 걸친 긴 전쟁시대가 군대에도 점차 허다한 개량과 변화를 가져오게 하였다.
  보병 1 개 군단은 6,100 명으로 조직되었다.
[임성삼의 주(註); 로마는 이 시기에 30 개 내외의 군단을 유지하고 있었다. 즉 20 만 명 정도의 군인이 있었다. 물론 여기에는 보조군이라고 부르는 로마가 아닌 다른 나라의 군인 수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 시기에 로마의 전체 인구는 약 5000 만이었다고 추정된다.] 

  장비는 모두 한결같아 임무의 성격에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높게 장식물이 달린 개면식(開面式) 투구, 흉갑 또는 쇠사슬로 엮은 홑옷, 정강이에는 경갑, 왼팔에는 커다란 방패를 들었다. 그 방패는 세로 4 피트, 가로 2 피트 반의 타원 오목형의 가벼운 목제품이지만, 여기에 쇠가죽을 씌우고 그 위에 다시 튼튼한 놋쇠판을 씌웠다.

[임성삼의 주(註); 영화에 나오는 로마군의 방패는 흔히 직사각형이다.]

  가벼운 창 외에 군단보병은 필룸(pilum)이라고 부르는 매우 크고 긴 투창을 오른손에 가지고 있었다. 필룸의 길이는 긴 것이 약 6 피트(1.8 m)이고, 창날은 18 인치(46 cm) 정도의 커다란 삼각형 뾰족끝으로 되어 있었다(이 무기도 시대의 흐름과 더불어 변화가 있었던 것 같지만 상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이 긴 창의 비행거리는 불과 10 피트(3.05 m)나 12 피트(3.66 m) 밖에 안되며 더욱이 한 번 던지는 것으로 끝났으므로 근대화기와 비교하면 매우 빈약한 무기였다. 그러나 숙련된 명인이 이것을 던지면 도저히 그것을 사정거리 안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병(騎兵)이 없었으며, 또 어떠한 방패나 몸통갑옷도 육중한 이것의 중량에 견뎌내는 것이 없었다.

[임성삼의 주(註); 이 필룸이 로마의 독특하면서 위력적인 무기였다.

전쟁에 능한 나라는 각각 특별한 전법이 있었다. 이에 대한 고찰이 공학도에게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몽고의 전투 방법에 대한 고찰;
  몽고족은 전투원 한 사람 당 8 마리 정도의 말을 가지고 있었다. 말을 타고 적의 부대를 둘러싸고 원형으로 돌면서 멀리서 강력한 화살을 날렸다. 말이 지치면 쉬고 있던 말로 갈아타고 계속 활을 쏘았다. 적의 병력이 1/3 정도가 남게 되면 그제야 적 진영을 향해 일제 공격을 감행하였다. 어느 부대이든 자기 부대의 인원의 2/3가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는 사기가 높을 수 없게 된다. 이 몽고군의 전법은 아군의 피해를 최소로 할 수 있다. (몽고는 전체 인구 자체가 많지 않았다.) 이 전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활과 좋은 말이 여러 필 필요하다. 또한 몽고군 전령은 말 위에서 내리지 않고 기본적인 식사도 말 위에서 하며 3 일을 달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성곽(城郭)에 의지하여 싸우는 적에게는 이 전법이 통하지 않는다. 몽고군은 적의 영토로 진격시 처음 만나는 성에 대해 철저하게 정보를 미리 알아 기습을 하거나, 기습이 불가능하면 항복을 권유한다. 이 항복 요구를 듣지 않으면 최선을 다해 그 성을 공략하여 모든 사람을 다 죽이고 이에 대한 소문을 내었다. 그 다음 성부터는 이 잔혹한 소문에 거의 모두 항복하였다. 몽고군의 중요한 전법은 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미리 수집하는 것과, 적에게 이쪽이 야만적이고 매우 잔인하다는 소문을 유포하는 심리전이다.
  이상의 전법으로 몽고에서 유럽 중부까지를 짧은 기간에 점령하였다. 위의 전략이 유용하였다는 증거가 된다. 유럽의 기록에는 항상 몽고군을 야만인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1990 년대의 한 미국 학자는 적과 만나기 전에 미리 적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고, 심리전을 사용한 몽고군이 야만인이 아니라 적에 대한 정보라는 개념도 없이 소문에 의해 우왕좌왕한 유럽의 군대야 말로 야만인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아시아와 유럽은 손쉽게 점령당했으나 높은 문화를 가지고 있던 송나라는 양양성을 25 년간 방위했고, 우리나라는 강화도를 30 년 이상 수비할 수 있었다. 강화도와 육지를 구분하는 바다의 너비가 한강 하류의 너비나 대동강, 청천강, 압록강의 너비보다 넓지 않은데 불구하고 수십 년을 방어할 수 있었던 것은 위의 몽고의 전략이 유효하지 않은 데 있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청(淸)나라의 전투 방법에 대한 고찰;
  청나라가 중국 대륙을 점령할 수 있었던 전쟁 방법은 위의 로마의 전법과 비슷한 점이 있다. 청나라 군대 역시 기마병이 주력부대였으나 몽고와는 달리 적을 향해 활에 화살을 겨눈 채 직접 돌격하는 것을 주로 하였다. 그 쪽 표현을 빌리면 "적의 창이 나의 가슴에 닿으려 할 때" 화살로 적을 쏘는 것이 청나라의 기본적인 전쟁 방법이었다. 이 경우 가까운 곳에서 쏜 강력한 화살로 적의 약한 부분을 정확히 명중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로마인이 적의 달려오는 기병이 거의 3 m까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무거운 창을 던진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빗나가는 것은 거리가 멀기 때문이며 가까이서 발사하면 원하는 곳에 명중시키는 것이 쉽다. 단지 상당한 수련이 없이는 달려오는 적의 말이 이렇게 가까운 거리까지 오도록 침착하게 참을 수 있는 능력이 키워질 수 없다. 그러나 두 나라의 병사들은 이 능력을 가지도록 훈련되었다. 또한 청나라의 강희제는 하루에 200 km를 전달할 수 있는 통신 시스템을 운용하여 명나라 반란군을 무찔렀다는 기록이 있다. 

  이 전법도 역시 성 위에서 방어하는 군대에 대해서는 큰 효과가 없다. 그러므로 청나라 군이 우리나라에 침입할 때 백마산성에서 기다리던 임경업 장군과 그 밖의 우리나라 군대를 그대로 피하여 서울로 진격한 것이다. 그 후 왕이 피난한 남한산성을 포위하고 모든 물자의 공급을 끊고 항복하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로마도 동일한 방법으로 적의 중심되는 성을 포위하고, 적의 성 외곽에 다시 성을 쌓아 적의 식량이 바닥나 항복하기를 기다리는 전쟁 방법을 주로 사용하였다. 그러므로 기원후 70 년 경 로마군이 예루살렘성을 공격할 때 3 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아랍의 군대;
  역사적으로 강한 군대로서는 기원후 700 년경의 아랍군대를 들 수 있다. 이 군대는 서양에서는 처음으로 말에 등자(말을 탈 때 기수가 발을 올려놓는 것)를 도입하여 오랜 시간 피로하지 않게 말을 탈 수 있었다. 이 전의 로마 군대에서는 말 등에서 발을 늘어뜨려 놓아야 했으므로 중심을 잡기가 곤란하였으며, 어려서부터 말타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기병이 될 수 없었다. 우리나라는 이것보다 약 200 년 빨리 등자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경주 박물관에서 흙으로 된 기마상에서 등자를 확인하기 바란다. 이 등자를 사용한 아랍군대는 메소포타미아 지역, 이집트를 점령하고 북아프리카의 긴 길을 거쳐 지브로올터를 넘어 스페인을 점령하고 프랑스의 중부까지 침입하였다. 그리고 스페인을 기원후 700 년 경에서 1400 년대 까지(1492 년 스페인에서 마지막으로 철수) 점령하고 있었다.
  이 군대는 특별한 전술이 없었으나 검소한 것으로 유명하다. 모든 군대는 흙 바닥에 앉아서 무릎 위에 밥그릇을 놓고 식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였다.

강한 군대의 공통점;
  전성기의 로마 황제도 풀밭에서 병졸들과 같이 간소한 식사하였고, 위의 몽고와 청나라 그리고 아랍의 군대도 가장 기본적인 간소한 식사로 견딜 수 있는 군대였다. 전 세계의 강한 군대의 공통점은 위에 말한 전투 방법이 아니라 심한 훈련과 검소한 생활이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특히 청나라 군대가 중국 대륙을 점령할 때는 만주에서 가져온 금과 은을 싣고 다니면서 채소 한 묶음이라도 반드시 값을 치루어 적군인 청(淸)군이 온다는 소문이 들려도 중국의 시장이 그대로 열려 있었다고 한다. 청(淸)군의 음식이 소박하고 필요한 것이 없으므로 많은 돈이 들지는 않았다고 한다. 적대하지 않는 민간인을 죽이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은 물론이다. 또한 청나라에서는 중국을 점령한 후 국가의 모든 제사에 단지 돼지고기 삶은 것만 사용하도록 하였다. 명나라의 멸망이 음식 사치에 있었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이 제도는 150 년 이상 지속되었다.] 

p 49
  회전(會戰)에서는 먼저 이 필룸을 던지고 나면 다음에 곧 검을 빼들고 단번에 백병전으로 돌진하였다. 검은 비록 짧지만 훌륭한 스페인 단철의 도신(刀身)으로 만들어져 타격과 자살(刺殺; 찔러 죽임)에 모두 적합한 것이었다. 그러나 전적으로 교육받는 것은 사실 찔러 죽이는 방법이었다. 왜냐하면 그들 자신의 육체 노출면이 매우 적은데 대하여 적에게 주는 효과는 치명적이었기 때문이다.

  부대는 보통 8 열 종대로 편성되고 각 병사간의 간격은 가로 세로 모두 3 피트를 원칙으로 하였다. 이와 같이 항상 느슨하게 대형을 짜며 폭넓은 전면을 구성하고 일제히 돌격하였는데, 이것은 전황과 지휘관의 능력여하에 따라서 어떠한 전법에서도 명령대로 행동할 수 있는 대형이었다.
  병사는 자유로이 무기를 휘두르고,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주어졌다. 동시에 이 공간은 병사들이 피로하여 기진맥진해 졌을 때, 후방으로부터 급속히 보강될 수 있는 통로가 되었다. 그리스군이나 마케도니아군의 전술은 이것과는 아주 다른 원칙을 취했다. 그들은 이른바 밀집방진을 사용했으며, 이것은 16 렬 횡대의 빽빽한 장창 보병대형이었다. 실전의 결과 밀집방진 대형으로는 적군의 기동성에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이 알려졌다.

[임성삼의 주(註); 이론적으로 이 두 대형 중 어느 쪽이 우세한 가를 분석하기는 어렵다.] 

p 50
  유효한 무기의 채용을 위하여는 체면도 버리고 온갖 무기를 받아들이는 것이 로마인의 전통적인 방침이기도 했다.

p 51
  각 군단에는 오늘날의 용어로는 일종의 포병대라고 할 수 있는 것까지 있었다. 대형의 발사기 10 대와 소형의 발사기 55 대로 편성되어 있어 맹렬한 기세로 돌이나 투창을 쏘아대었다.

로마 군대가 주둔하는 병영은 흡사 요새도시와 같았다. 형태는 정확한 4 각형이다. 약 700 야드 평방의 땅을 구획 정리하면 약 2만 명의 장병을 수용하였다.

[임성삼의 주(註); 한 변이 630 m인 정사각형을 의미하는 듯하다. 대략 우리 학교의 넓이 정도가 된다.]

정연한 지형으로 방해되는 장해물은 모두 제거되었다. 내부 도로는 넓고 완전한 직선이었다. 텐트와 외벽 사이에는 200 피트[60 m] 씩의 공지가 남겨져 있었다. 외벽은 보통 12 피트[3.6 m] 높이로 구축되고, 다시 외부에 폭과 깊이가 모두 12 피트[3.6 m]나 되는 호가 파졌다.  

  이와 같은 중요한 노동을 담당한 것은 모두 병사 자신들이며 따라서 그들에게 있어 가래와 곡괭이의 사용은 투창과 검 등과 마찬가지로 아주 손에 익숙한 것이었다. 행동적인 용기라는 것은 가끔 천성(天性)의 혜택일지도 모르지만 이와 같은 인내심 강한 노동에 이르러서는 어디까지나 훈련과 습관의 성과였다고 보아야 한다.
[임성삼의 주(註); 부대가 움직일 때는 매일같이 이런 규모의 주둔지를 만들었으니 대단한 일이다. 이 숙영지의 중요성을 처음 안 것은 그리스의 왕 피로스였다. 이 왕이 로마를 거의 점령할 뻔 하였었다.]

  일단 출발신호로서의 나팔소리가 나면 막사는 순식간에 해체되고 병사들은 지체하거나 혼란없이 곧 대열을 짓는 것이었다. 무기류(물론 이것들은 그들에게 있어 아무런 고통이 아니었으나) 이외에 취사도구로부터 방색(防塞) 공사용 기구류, 그리고 10여 일분의 식량까지 짊어지고 있었다. 단련의 결과라고는 하지만 오늘날의 연약한 병사라면 당연히 녹초가 될 이런 무거운 짐을 지고 하루에 약 6 시간 동안에 거의 20 마일(약 32 km) 가까이를 정보(正步)로 행진할 수 있도록 훈련되어 있었다. 이때 만일 적과 조우하게 되면 아무런 혼란 없이 전개해 보이는 것이었다. 투석병과 궁병이 먼저 전선에서 소규모로 전투를 벌인다. 이어서 보조군이 최전선을 형성하고 배후로부터 강력한 보병대가 이것을 지원하게 된다. 기병대는 양익을 지키고, 발사하는 무기는 후방에 배치된다. 

p 71
  이방인의 피를 일체 섞음이 없이 끝까지 고대시민의 순수한 혈통을 지켜나가겠다는 편협한 정책은 일찍이 아테네와 스파르타에서도 그 융흥을 저지시켰고, 나아가서는 쇠망을 촉진시키는 결과을 가져오게 하였다. 이에 반하여 로마인의 큰 뜻은, 야망 앞에서 허영심 따위는 깨끗이 버리고, 설사 그것이 노예의 것이든 이방인의 것이든, 그리고 적이나 야만족의 것이든 일단 장점이고 좋은 것이라고 보면 적극적으로 이것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수치이기는커녕 오히려 현명한 정책이라고 생각하였다.
[임성삼의 주(註); 과거 수십 년간 우리나라 국민도 동일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대상이 되는 나라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

p 92
  로마 이전의 고대세계는 정말 불평등하게 양분되어 있었다. 동방세계는 아득한 옛날부터 예술과 사치를 즐기고 있었으나, 서방에 이르면 주민은 다만 거칠고 촌스러우며 살벌한 야만성만 발휘할 뿐이었고, 농업따위는 경멸하던가 아니면 농경 그 자체도 알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자유가 확립된 로마정부의 보호하에 유럽 서방의 나라들에도 점차 온대지방의 생산물과 좀 더 개명한 나라의 산업기술이 도입되었고, 원주민들도 유리한 상업이 열리게 됨으로써 생산증대를 도모하는 동시에 산업발달을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소아시아와 이집트에서 유럽에 들어온 동물과 식물의 신종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

 오늘날 유럽내 모든 저택의 정원을 장식하고 있는 화초와 과일류는 거의 전부가 원래 외국산이다.
[임성삼의 주(註); 유럽사람의 글에서 이 정도로 솔직한 표현은 매우 드물다. 여기서 서방세계는 현재 우리가 흔히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영국, 프랑스와 스페인을 말한다. 독일은 아직 이 야만적인 서방에 조차 들어가지 못한다.] 

p 124
 가혹하고 음험한 티베리우스 황제, 광폭한 악귀와도 같았던 칼라굴라 황제, 저능한 정신박약아인 클라우디우스 황제, 음탕하고 잔인한 네로 황제, 용렬하고 야비한 비텔리우스 황제, 그리고 소심하면서 냉혹한 도미티아누스 황제 - 모두가 영겁의 오욕에 어울리는 인물들 뿐이었다. 실로 80 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로마는 가차없는 폭정에 신음하고 있었다. 공화정시대의 구 명문가는 모두 뿌리째 뽑혀 버렸으며, 또 불행했던 이 시기에 나타났던 덕 있고 유능한 인재는 거의 한 사람도 남지 못하고 매장되어 버렸다.
[임성삼의 주(註); 위의 사람들은 기원후 10 년 경에서 100 년 정도까지의 로마 황제들이다. 이런 황제들에 의해서도 로마가 망하지 않은 것은 앞의 군대의 규율이 유지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5 현제 이후에는 군대가 지배하는 지루한 역사가 계속된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고려 때 무신정권은 그다지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후의 사항은 다음의 내용으로 대표시킨다.]

p 228
  군대는 모든 사람이 가장 좋게 하나의 의지로 통일되어 있는 유일한 집단이고, 또 그것을 다른 동포시민 모두에게 강제할 수 있는 실력까지 가지고 있는 조직이다. 그러나 원래 군인은 폭력과 예종에만 습성화 되어 있는 만큼 법체제 내지 문치체제의 방위자로서는 지극히 부적합한 존재라 할 수 있다. 정의, 인도, 또는 정치 지혜와는 그들 자신이 거의 인연을 맺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그런 감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요소는 용기이며, 그들이 표를 얻을 수 있는 요소는 자유로운 기질이지만, 원래 무용(武勇)이란 아주 미개한 야만 종족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장점이고, 또 돈쓰는 솜씨가 좋다는 것은 국가재정을 희생시킴으로써만 실행할 수 있다. 더욱이 이 두 가지는 그 어떤 무서운 경쟁상대의 야망이 언제나 이것을 이용하여 군주에 대해 반역의 칼날을 겨눌지 모르는 수단이기도 하다. 

임성삼의 이야기; 이번 것까지 3 번에 걸쳐 로마와 영국의 역사에 대한 간략한 개념을 알 수 있는 책을 추천하였다. 역사상 무력에 의해 넓은 영토를 가진 것이 꼭 옳거나 좋은 일은 아니다. 그러나 넓은 영토를 가진 나라가 세계사, 혹은 현대의 우리에게 미친 영향이 크므로 이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영토의 크기만으로는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몽고의 징기스칸이 점령한 범위가 작지 않다. 흔히 역사에서는 위의 두 사람의 나라가 후대에 미친 영향을 크게 평가하지 않는 수가 있으나 눈 여겨 보아야 할 면이 있다. 단지, 위의 두 사람에 대한 책이 적지 않으나 추천할 만한 것은 드물다.  

  역사로 살펴본 유럽의 패권(覇權)의 방향은 한마디로 "융성한 문화를 가진 바로 옆의 나라로의 이전"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바로 옆, 즉 현재 터어키의 서해안(이오니아)에 살던 그리스인이 동양 문화를 받아 문화를 이룬다. 그리스의 유명한 학자들은 거의 모두 이 터어키 서해안 사람들이다. 탈레스(밀레투스), 피타고라스(사모스 섬), 호메로스 등 문화와 관련된 사람이 모두 이 지역 출신이다. 그리스 본토 출신으로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정도 밖에 없다. 그리스 문화의 시기는 기원전 600 년 경에서 300 년 경까지이다. 실제로 이 기간의 모든 그리스 학자들은 이집트 문화도 참고로 했었다. 이 그리스 문화의 시작은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 문화의 변두리 문화에 지나지 않았다. 초기의 미술 작품에서도 이런 경향이 짙게 나타난다. 그러나 그리스 문화는 아테네에서 눈부시게 발전하였다. 미술, 음악, 문학, 철학이 모두 상당한 정도에 이르렀다. 군사력도 페르시아를 물리칠 정도였다.

  그러나 그리스가 겨우 300 년 정도의 융성을 이룬 후, 주도권은 그리스 바로 북부의 마케도니아에 넘어간다. 이것은 알렉산더라는 위대한 인물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원전 338 년 그보다 평범했던 알렉산더의 아버지 필리포스 2 세에 의해 이루어진 일이다. 이미 이 시기에는 용감했던 아테네와 스파르타군이 힘을 잃은 후에 테베가 패권을 가지고 있었던 때였다. 아테네, 스파르타, 테베군은 왜 야만적인, 그리고 문화도 별로 없는 마케도니아군에 패배하였을까? 그리고 그리스는 그 후 군사력이나 철학, 음악, 미술 등 여러 면에서 왜 아직까지 그 긴 기간동안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일까? 직접 민주정치를 만들고 유지해간 그들의 창조력은 어디로 사라져서 1832 년 이후에야 터어키에서 독립하여 상당기간을 왕정으로 남아 있었는가?

  마케도니아는 알렉산더에 의해 광대한 지역을 지배하였으나 수십 년 이내에 패권을 로마에 빼앗긴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로마 천 년 이후, 다시 천 오백 년이 지났으나 로마의 영광은 없어지고 이탈리아 반도는 여러 나라로 나뉘었다가, 현재는 가장 정치가 불안한 나라의 하나로 된 이유는 무엇인가?

  서양의 패권의 방향은 다시 이웃인 프랑스, 스페인, 영국, 심지어는 독일로 바로 옆의 덜 발전한 나라로 움직여 갔다. 드디어는 바다를 건너 미국으로 넘어간 것이 현대이다. 무엇이 나라의 힘을 살아있는 생물체가 기어가듯이 이렇게 옆의 나라로 이전(移轉)시키는가? 그리고 한 나라는 융성기를 지나면 계속 정체하는가? 

  유럽의 소설에서 현재 그리스 사람이나 이탈리아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는 좋은 것이 별로 없다. 대체로 교통 규칙을 포함한 법률을 잘 지키지 않고, 자기의 이익을 공공의 이익보다 중요시하며, 관리가 부패해 있다는 등 공통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흥륭기의 이 나라 사람들의 성격은 이렇지 않았다. 현재의 독일이나 영국, 혹은 스칸디나비아의 사람들과 같이 법률을 잘 지키고(그리스인인 소크라테스가 법을 지키기 위해 사형을 감수한 것을 생각하자), 개인의 이익보다 공공의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앞으로 영국이나 독일도 500 년 혹은 1000 년 뒤에는 현재의 이탈리아나 그리스 사람과 같이 법을 잘 지키지 않고 관리가 부패한 나라로 될 것인가? 관리의 부패라는 점에서 프랑스가 이탈리아보다는 많이 나으나 영국이나 독일보다는 모자란 것은 위의 논리의 증거가 되는 것이 아닌가?  

  역사는 한 방향으로 계속 진전하는 것인가? 미국은 마케도니아와 같이 뿌리가 없이 발전한 나라는 아닌가? 미국은 로마에 비해 짧은 기간에 형성된 만큼 빨리 해체될 것인가? 미국 다음의 패권을 잡을 나라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이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인가?

  이런 관점은 매우 단순하여 논란의 여지가 많을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인 현상을 관찰하여 일관된 방향을 찾는 것이 어느 정도의 논리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논의는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다시 계속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