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선의 조선 상식 문답

최남선의 조선 상식 문답(朝鮮常識問答)

나는 1972년 발간된 삼성 문화문고 16 권으로 정리하였으나 이 책은 구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다음의 책들을 권한다.

조선상식문답(전편)
저자 : 최남선
출판사 : 민속원
출판일 : 1997년 02월 25일
페이지수 : 300
판형 : A5
정가 : 20,000원

조선상식(풍속 지리 제도)
저자 : 최남선
출판사 : 민속원
출판일 : 1997년 02월 25일
페이지수 : 300
판형 : A5
정가 : 30,000원

저자 최남선은 삼일운동 때의 독립선언문을 작성한 사람이다. 후에 잘못된 일로 많은 비난을 받는 사람이나 그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 우리나라에 대한 여러가지 연구를 한 사람이므로 여기에 소개하는 내용은 대부분 옳다고 생각하나, 그릇된 점이 아주 없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와 민족의 기본적인 사항을 정리해 두기 위해 이 책을 소개한다.

참고; 이 책이 저술된 것은 1946 년이어 그 때에는 대한민국이라는 국호가 제정되지 않았었다. 원문에는 우리나라를 말할 때 ""조선이라고 불렀으나 이 소개에서는 임의로 "우리나라"라고 고쳐 적었다.

최남선(崔南善) [백과사전 브리태니커의 내용]

1890(고종 27). 4. 26 서울~1957. 10. 10 서울.

시인·수필가·사학자.

전통적인 시조 문학의 진흥과 계몽성을 드러낸 창가·신체시·기행수필 등을 썼고,

단군조선을 비롯한 민족의 상고사 연구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말기에 학병권유 등의 친일 행위를 하여 전반기에 보여주었던 민족주의자로서의 활동에 오점을 남겼다.

본관은 철원(鐵原). 아명은 창흥(昌興). 교명은 베드루. 자는 공륙(公六), 호는 육당(六堂)·육당학인(六堂學人)·한샘·남악주인(南嶽主人)·곡교인(曲橋人)·축한생(逐閑生)·대몽(大夢).

생애와 활동

관상감 기사로 근무하면서 한약방을 경영했던 아버지 헌규(獻圭)의 3남 3녀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때 한글과 한문을 깨쳤으며 1901년 3살 연상의 현씨(玄氏)와 결혼했다. 1902년 경성학당에 입학하여 일본어를 배웠고, 1904년 황실 유학생으로 뽑혀 도쿄부립제일중학교[東京府立第一中學校]에 입학했으나 3개월 만에 자퇴하고 귀국했다.

이듬해 〈황성신문〉에 투고한 글로 필화를 입어 1개월간 구금되었고, [임성삼의 주; 만 15 세]

1906년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와세다대학[早稻田大學] 고등사범학부 지리역사과에 입학, 유학생 회지인 〈대한흥학회보〉 편집에 참여했다. 그러나 입학 3개월 만에 모의국회(模擬國會)사건에 반발하는 한국인 학생 총동맹휴학으로 중퇴하고, [임성삼의 주; 만 17 세]

이듬해 가을 인쇄기를 구입하여 귀국한 후 자택에 신문관(新文館)을 설치하고 인쇄·출판업을 시작했다. 신문관에서 발행한 〈소년〉(1908)은 근대적 종합잡지의 효시이며 후에 이 잡지가 창간된 11월 1일이 잡지의 날로 정해졌다.1909년 청년학우회(靑年學友會)의 설립위원으로 순회강연을 다녔으며, 당시 민족주의자로서 무실역행(務實力行)의 준비론과 계몽주의를 추구했다.

1910년 조선광문회(朝鮮光文會)를 설립하여 옛 문헌 보전에 힘썼고, [임성삼의 주; 만 20 세]

1911년 〈소년〉이 폐간되자 이어 〈붉은 저고리〉(1912)·〈아이들 보이〉(1913)·〈새별〉(1913)·〈청춘〉(1914) 등의 월간지를 발행하여 계몽운동에 힘썼다.

1919년 3·1운동 때는 〈독립선언문〉을 작성하여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가 1921년 가출옥으로 석방되었다. 1922년 신문관을 해산한 뒤 동명사(東明社)를 설립하여 주간 시사잡지 〈동명〉을 펴내고 이 잡지에 〈조선역사통속강화〉를 연재했다. 이어 1924년 3월 〈시대일보〉를 창간하여 사장에 취임했다가 9월 사임하고, 이듬해 〈동아일보〉의 객원으로 논설을 썼다. 1921년 박승빈과 함께 계명구락부를 만들어 학술지 〈계명〉을 발간했다.

1928년 조선총독부 조선사편수회의 촉탁이 되면서 본격적인 친일행위를 했으며 1944년에는 친일 업적이 인정되어 중추원 참의에 임명되었다. 1938년 만주의 어용신문인 〈만몽일보〉 고문을 거쳐, 이듬해 일본이 만주에 세운 건국대학교 교수로 취임했다.

1942년 서울로 돌아와 우이동에 소원(素園)이라 이름 지은 집에서 사료수집과 조선역사사전 편찬작업에 몰두했으며, 이런 학문적 관심은 1943년에 펴낸 〈고사통 故事通〉에 잘 나타나 있다.

1943년 재일조선인 유학생들의 학병지원을 권유하기 위해 이광수·김연수 등과 일본에까지 건너가 순회강연을 했는데, 8·15해방 후 이런 친일행위로 인해 반민족행위자로 기소되어 수감되었다가 병보석으로 출감했다. 다시 동명사를 설립하여 책을 펴냈으며, 6·25전쟁 때는 해군전사편찬위원회 촉탁을 거쳐 서울시사편찬위원회 고문을 역임했다. 1957년 필생의 사업인 조선역사사전을 집필하다 뇌일혈로 죽었다. 1959년 우이동 소원에 기념비가 건립되었고, 1975년 15권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전집이 발행되었다.

역사학
그는 다양한 방면에 걸쳐 한국역사를 탐구한 역사학자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 친일행위를 한 것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일관되게 민족문화의 실체를 밝히려 노력했고, 전생애에 걸친 역사연구를 통해 초기의 계몽주의와 준비론으로 무장한 민족운동가에서 조선주의를 표방하는 민족주의자로 변모하게 되었다. 그의 역사연구의 공적은 크게 2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논문 〈불함문화론〉을 통해 우리문화의 사상적 기반을 '밝[임성삼의 주; 원래는 아래아를 사용하였음]' 사상이라고 주장했다. 수필 〈백두산근참기〉[임성삼의 주; 출판되어 있음]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런 관점은 우리 문화가 백두산을 중심으로 발생하여 주체적이고 독창적인 문화로 발전했음을 설명하고 있다. 또 〈단군론〉·〈아시조선〉 등을 통해 우리 역사의 시작을 건국신화에서 찾고 정사(正史) 중심의 사관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이로써 민족상고사 연구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으며, 한 민족의 근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조선상고사를 보완하기 위해 옛 문헌을 수집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조선과 만주 일대의 답사를 통해 고대사를 실증적으로 연구했다. 그밖에 〈조선역사강화〉·〈고사통〉 등의 한국사 개설서나 〈살만교차기〉·〈조선불교〉 등의 종교·민속 연구서에는 조선주의에 입각한 역사연구의 태도가 잘 드러나 있다. 특히 그가 발견한 이원(利原)의 진흥왕순수비는 한국 고대사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했다.

둘째, 그는 옛 문헌이나 고전문학 작품을 출판하여 널리 보급시키는 문화사업을 실천했다. 일찍이 신문관이라는 인쇄소를 설립하여 사라져가는 문화유산을 소개함으로써 우리 문화의 우수함을 입증했고, 민족문화의 위대함을 상기시키려 한 이런 노력은 1910년에 설립한 조선광문회의 활동으로 집약된다. 즉 조선광문회에서 〈동국세시기 東國歲時記〉·〈열양세시기 洌陽歲時記〉(1911)·〈열하일기 熱河日記〉(1912)·〈삼국사기 三國史記〉(1914) 등의 옛 문헌과, 〈춘향전〉·〈사씨남정기〉·〈심청전〉·〈조웅전〉 등의 고전문학 작품을 새롭게 정리하여 펴냈다. 출판을 통한 역사연구와 보급은 8·15해방 후에도 이어져 동명사를 통해 〈조선독립운동사〉·〈조선상식문답 朝鮮常識問答〉·〈국민조선역사〉 등을 펴냈다. 그의 옛 문헌에 대한 관심은 전통문화의 소생과 여기에 기초하여 새로운 신문화를 수립하려는 노력이었다고 평가된다.

COPYRIGHT (C)한국브리태니커회사, 1999

조선상식문답 서(序)

상식이라 함은 일상필수의 지식을 이르니 자기 신변의 사물을 인식하는 것 이상으로 필요 요긴[要緊; 원문에는 끽긴(喫緊, 마실 끽, 굳게 얽을 긴)]한 일이 또 어디 있으랴.

자래(自來)로 우리나라 사람에게 가장 결핍한 것은 우리나라에 관한 상식이어서 앉아서 천하를 이야기하되 자기의 생활을 의탁하고 있는 사회, 문화, 품물(品物)에 대하여는 다만 몽연(蒙然)매여(昧如)[몽매]하여 맹(盲; 소경 맹)이요, 농(聾; 귀머거리 롱)이요, 또 아(啞; 벙어리 아)임을 면(免)치 못한 것이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

한갓 고국(古國)의 부활을 떠들지 말라. 그 전통의 멀고 깊고 또 아름다움을 분명히 아는 이만이 그가 조선 사람일 것이다.

27 회 선언기념일 식(識)
[임성삼의 주(註); 1946 년인가?]

I. 국호(國號)

문; 조선(朝鮮)이란 이름은 언제 생겼습니까?
조선이란 말은 ... 아득한 옛날부터 있었습니다. 본래는 대륙의 동방(東方)에 있는 땅을 가리키는 이름으로서 차차 그 땅에 사는 백성을 부르는 이름이 되고 나라를 나타내는 이름이 되었는데 나라 이름이 되기는 지금으로부터 4천 몇백 년 전 단군(檀君)께서 처음 우리나라를 배포[반포]하실 때에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조선은 우리 땅과 백성과 나라를 가리키는 가장 오랜 이름인 것입니다.

문; 조선이란 무슨 뜻의 말입니까?
조선이라 함은 땅이 동방에 있어 날이 샐 때 햇볕이 맨 먼저 쏘이는 곳이라는 의미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본래는 우리 옛말로 "첫"이란 말과 "샌다"는 말을 합하여 생긴 이름이었는데 뒤에 한문이 들어오면서 소리도 같고 뜻도 비슷한 "아침 조(朝)", "밝을 선(鮮; [현재는 고울 선])" 두 자를 빌어다가 이 음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문; 조선이란 말이 몇 번이나 나라 이름으로 쓰였습니까?
단군께서 맨 처음 만드신 나라를 조선이라고 이름하신 뒤에 천 년이 넘는 동안 단군의 자손이 임금 노릇을 하시고 그 뒤를 이어서 "개아지"라는 성을 가진 집안이 들어서서 또 천 년쯤 임금노릇을 하는데 이 때에도 나라 이름은 또한 조선이라고 일컬었고 개아지씨의 뒤를 이어서 80여 년 임금 노릇 한 이는 위만과 그 아들 및 손자 3 대인데 이 위씨도 나라 이름은 그냥 조선이라고 일컬었습니다. 그런 때문에 조선에 나라가 있어온 지 2천 년이 더 뒤는 장구한 동안에 나라 이름은 단지 조선 하나만으로 내려온 것입니다. 그러나 ...

고려의 뒤에 일어난 이(李)씨의 나라가 1500 년 숨겨 있던 옛이름을 다시 끄집어내어 다시 조선이란 이름으로서 5백 년 넘어 나라 노릇을 하니 이는 실로 네 번째의 일이요, 조선이란 이름이 어떻게 우리 마음에 깊이 박혀서 결코 잊어버려지지 않는 표적이 되는 일입니다.

문; 대한(大韓)이란 말은 어떠한 내력이 있습니까?
옛날 조선반도의 북방이 먼저 개명(開明)하여 조선이라는 나라가 번듯하게 생겨 있었을 때 반도의 남방은 아직 무무한 채로 있고 거기에 작은 촌락들이 무수하게 벌려져 있어서 각각 한 나라를 만들고 있었는데 이 작은 나라를 다스리는 어른은 "한"이라고 부르고 한이란 어른이 다스리는 나라라 하여 그 나라들을 무슨 한, 무슨 한이라고 불렀습니다. 한이라 함은 그 때에 웃어른이나 큰 사람을 나타내는 말이었습니다.

[임성삼의 주(註); 신라의 박혁거세를 마립간이라고 부른 그 "간"도 "한"이라고 생각한다. 기원전 200 년 중국의 북방 민족인 흉노는 왕을 "선우"라고 불렀다. 기원 후 600 년 경 거란의 왕을 "칸"이라고 부른 것이 중국에서 처음 나오는 우리와 비슷한 호칭이다. 그 후 1100 년 경부터 이후 몽고의 왕을 칸이라고 불렀다. 칭기즈 칸을 한자로는 成吉思汗(성길사한)이라고 적는다.

이제현의 역옹패설에 의하면 고려 이전에는 사람들이 서로 부를 때 높임말로 무슨무슨 "한"이라고 말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사용하여 900 년 이전에 왕이라는 의미를 잃고 높임말이 된 것이 몽고에서는 그 의미를 유지했었다고 생각한다.]

이 <한>을 뒤에 한문(漢文)으로 기록할 때에 한(韓)이란 글자를 빌어 쓰고 다시 내켜서 허다한 한(韓)의 나라가 있는 반도 남방을 한(韓)이라고 일컫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작달막한 한(韓)의 나라들이 사회발달의 필요로써 차츰 한 방면에서 서로 단합하여 마침내 서방에서는 마한(馬韓), 동방에서는 진한(辰韓), 남방에서는 변한(弁韓)의 세 덩어리를 이루니 이렇게 된 모양을 역사상에 삼한(三韓)이라고 일컬었습니다. 그런데 후세의 한문학자들이 우리나라를 문학적으로 너그럽게 변통하여 기록하는 때에 한(韓)이니 삼한(三韓)이니 하는 말을 반도 남방뿐 아니라 조선 온나라를 가리키는 이름으로 늘려서 쓰기도 하여서 한이 조선이나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문학적 이름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조선말년 고종임금의 을미년에 조선이 청국의 세력을 벗고 독립국이 되어서 그 다음 다음해 정유년에 나라의 모든 규모를 제국(帝國)으로 고칠 때에 506 년 써 오던 조선이란 이름을 버리고 새로 대한제국(大韓帝國)이라는 이름을 쓰기로 하였습니다. 대한(大韓)이라 함은 한(韓)은 한(韓)이지만 옛날 같은 작은 한(韓)이 아니라 지금은 커다란 한(韓)이라는 뜻을 보인 것입니다.

이렇게 대한이란 것은 두 자가 다 합하여 나라 이름이 되는 것이요, 결코 대명(大明)이나 대영(大英)과 같이 높이는 뜻으로 대(大)자를 붙인 것이 아니며 한국이라 함은 실제 대한(大韓)을 간단하게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임성삼의 주(註); 백과사전 브리타니카에 의하면 영국의 공식 이름은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이다. 그러므로 육당이 대영제국에 대해서는 잘 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대영제국과 대한민국의 개념은 동일하다.]

요컨대 대한(大韓), 한국(韓國)은 이씨 조선이 황제 노릇한 14 년 동안의 나라 이름인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독립운동시기에 대한이란 이름을 그대로 눌러 쓴 것은 일본의 새 제도를 모르는 체하고 옛 나라를 그대로 지키노라 하는 의기(意氣)를 보여온 것입니다.

문; 서양 각국에서 코리아와 또 그 비슷하게 부르는 이름들은 어떤 내력입니까?
우리 조선을 영어로는 코리아(Korea)라 하고 불어로는 코레(Coree)라 하고 독일어로는 코레아(Korea)라 하고 러시아어로는 코레야라고 하는 것은 대개 조선 역사상에 있어 가장 강대한 나라인 고구려에서 나온 것입니다. 대체로 고구려는 동방에서 일어난 여러 나라 가운데 세력이 가장 강하고 문화가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그 땅이 가장 서쪽에 있었기 때문에 고구려의 인상이 이웃나라에 깊이 박히고 더욱 중국 사람들이 동방의 나라를 통틀어 거우리라고 부르게 되니 거우리는 고구려와 또 그것을 간단히 부르는 고려 혹은 구려(句麗)의 음을 쓴 것이요, 먼 서방 나라들은 중국사람에게 거우리라는 이름을 들여다가 다시 코레, 또는 코리라고 변하여 일컫게 되어서 뒤에까지 내려오는 것입니다.

지금 남아있는 문헌으로는 지금부터 7백 년쯤 전에 프랑스의 루이 왕의 심부름으로 몽고의 조정에 왔던 루브룩이라는 사람이 돌아가서 동방의 사정을 전한 가운데 중국의 동쪽에 카울레(Caule)라는 나라가 있더라고 한 것이 가장 오랜 것이며 그 뒤 20 년 넘어서 원나라에 와서 벼슬 살다가 돌아가서 자세한 견문록을 저술하여 유명한 이탈리아 사람 마르코 폴로의 책에는 카울리(Cauly)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으니 대개 이 두 말이 오늘날 서양 각국에서 우리를 부르는 말의 시초라 할 것입니다. 그네들은 원나라 서울에 많이 가 있던 고려 사람과 물건을 보기도 하고 또 거기서 거우리라는 이름을 많이 들었을 것입니다.

문; 중국말고 다른 이웃나라 사람들은 우리를 무엇이라고 불렀을까요?
이것 저것 수다스러운 것을 번거롭게 말할 것은 없거니와 몽고에서는 우리를 "솔롱곳"이라 부르고, 만주 곧 여진 사람은 우리를 "솔호"라고 부르니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으나 아마 신라라는 음이 변하여 생긴 말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후세의 몽고와 여진에서는 또 조선이란 말을 그대로 옮겨다가 "초한"이라고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문; 무궁화 나라라고 일컬음은 어떤 까닭입니까?
지금부터 2천 년 내지 3천 년 전에 중국 사람이 산해경이라는 지리책을 지었는데 그 가운데 우리나라에 해당하는 곳을 군자(君子)의 나라라 이르고 거기에 목근화(木槿花)가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이면 진다는 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기록에 빙거(憑據)하여 우리나라를 군자국이라고도 하고 근화(槿花)의 동네라고도 하다가, 짧게 이름하여 근역(槿域)이라고 하게도 되었습니다. 미상불 우리나라에는 어디를 가든지 무궁화가 흔히 있으니까 무궁화 나라라고 함이 이유없다 할 후 없으며 또 무궁화는 꽃으로 가장 좋은 것일 지 모르지만 그 밝으레한 고운 빛이 미인의 얼굴을 형용하는데 쓰이는 것이며 또 날마다 새 꽃이 피어가면서 봄 여름 가을을 지내는 긴 동안에 중기차고 씩씩하게 피기를 말지 아니하는 점이 왕성(旺盛)한 생명력을 나타내는 듯 하여서 나라를 대표하는 꽃(National Flower)을 삼기에 부족한 것이 없다 할 만합니다.

문; 청구(靑丘)라는 말은 무슨 의미입니까?
청구라는 것은 본래 바다 밖에 있는 신선이 사는 세계의 이름이요, 또 하늘에 청구라는 별이 있어 그 별이 우리나라땅을 맡고 있다는 신앙이 있으니 이로 인하여 우리나라를 청구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또 글자 뜻을 볼지라도 청(靑)은 5색 중 동방을 나타내는 빛이요, 구(丘)는 땅을 나타내는 말이니 청구는 동방의 세계를 의미하게 생겼습니다.

II 지리

문; 우리나라의 지도상의 위치는 어떠합니까.
반도만으로는 동경 130 도 41 분 22 초로부터 124 도 18 분 35 초까지
북위 34 도 17 분 16 초로부터 43 도 0 분 36 초까지요,

도서(島嶼; 섬 서, 작은 섬)를 넣으면
동경 130 도 56 분 23 초로부터 124 도 11 분 00 초까지
북위 33 도 6 분 40 초로부터 43 도 0 분 36 초까지입니다.

[임성삼의 주(註); 적도에서 극까지의 거리를 1만 km로 정하였고, 이것의 위도 차이가 90 도이므로 1 도에 111 km가 된다. 그러므로 이것만으로 계산하면 남과 북의 차이가 약 1100 km 정도 된다. 이 정도이면 하나의 나라로서는 상당히 긴 거리이다. 그러나 경도 1 도의 거리 차이는 위도에 따라 다르다.]

문; 우리나라의 동서남북 극단은 어디입니까?
반도에서는 극동은 함경북도 경흥군 노서면, 극서는 평안북도 용천군 용천면, 극남은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극북은 함경북도 은성군 유포면이요,
도서를 넣어서는 극동은 경상북도 울릉군 죽도[독도], 극서는 평안북도 용천군 신도면 마안리, 극남은 전라남도 제주도 대정면 마라도, 극북은 극북은 함경북도 은성군 유포면입니다.
[임성삼의 주(註); 현재의 행정구역과는 약간 다르다.]

문; 우리나라의 땅은 얼마나 됩니까?
우리나라의 반도 및 도서를 합한 면적은 대략 22만 평방 km이니 여러 나라 가운데 물론 큰 나라는 아니지만 영국의 본토 24만 5천 평방 km에 비하면 약간 작을 뿐이요, 프랑스의 본토 55만 평방 km에 비하면 2분의 1과 반이요, 이탈리아의 본토 31만 평방 km에 비하면 장리도 틀리지 못하는 것이요, 벨기에의 본토 3만 평방 km에 비하면 실로 7 배도 넘는 셈이며 결코 작다고 할 것까지는 없습니다. 일본은 약 38만 평방 km이며 우리보다 장리가 좀 더 되며 중국은 약 1천 1백 10만 평방 km로서 우리의 약 50 배이며 중국에서 만주만을 따로 뗀 면적은 약 1백 42만 평방 km이며 우리의 7 배가 좀 못됩니다.
[임성삼의 주(註); 남북통일되면 한 나라로서의 면적은 결코 작지 않다. 통일 되기 전의 서독의 면적은 25만 평방 km였다. 이 면적으로 세계의 경제 대국이 되는 데 부족하지 않았다. 물론 평야의 면적은 비교할 수 없지만.
참고; 장리[長利]; 곡식을 대차하는 데 붙는 1년에 본 곡식의 절반이 되는 변리, 물건의 길이, 수효에 대해 본래의 것보다 절반이 더한 것]

문; 3천 리 강산이라는 이수(里數)는 무엇입니까?
옛날에 서울서 함경북도 끝 온성 고을이 약 2천 리요, 전라남도 해남 고을 이 약 천리로 치니 이것을 합하여 3천 리라고 이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명사처럼 3천 리 강산이라는 말을 함부로 씀은 마치 우리나라가 언제고 3천 리 속에 갇혀 있으란 것 같으니까 아무쪼록 그런 말을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임성삼의 주(註); 육당의 깊은 생각을 알 수 있다.]

문; 우리나라의 폭원은 얼마나 될까요?
우리나라를 겉테 밖으로 도는 이수는 대략 만리가 된다고 일러 옵니다.
곧 함경북도 경흥 끝으로부터 경상남도 기장 끝까지의 동해안이 3천 6백 15 리요,
경상남도 동래로부터 전라남도 영암까지의 남해안이 1천 80 리요,
전라남도 해남으로부터 경가도 통진(지금의 김포)까지 서해안 남반이 1천 6백 리요,
통진의 조강목으로부터 평안북도 의주 압록강끝까지 서해안 북반이 1천 6백 86 리로서
동남서 3 해 연안을 휘도는 길이가 총계 8 천 43 리요,
여기 압록강 가장자리 2천 3백 3 리와 두만강 가장자리 8백 44 리의 합 2천 8백 77 리를 넣으면 모두 1만 9백 20 리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런데 최근의 실측을 거(據; 의거할 거)하건대 우리나라반도 본토의 해안선 연장이 8천 6백 93 km, 압록강 유로 연장이 7백 90 km, 두만강은 5백 20 km, 합하여 총 1만 3 km인데 이것을 우리나라리수로 치면 대략 2만 4천 리나 됩니다. 이 실측은 해안선이나 강물 흐르는 물의 꼬불꼬불한 것을 세세히 계산한 것이며 도리에 실제에 멀고 그 직선적 주위는 역시 예부터 일러오는 만리라는 말이 근사(近似)할 것입니다.
[임성삼의 주(註); 여기서 fractal의 기본이 되는 개념을 볼 수 있다.]

문; 우리나라의 섬은 몇이나 있습니까?
우리나라의 세 쪽은 바다요, 바다 위에는 크고 작은 무수한 섬이 있으니 그 가운데 주위가 3백 m되는 것만을 쳐도 약 3천 3백이나 됩니다.

그 깔려있는 형편을 살피면 동해상에는 불과 1백 70 밖에 못되고 남해안엔 전체의 약 3분의 2인 2천 2백여 개가 있어 가장 총총 깔린 서남쪽에는 다도해라는 이름이 있고 서해상에는 약 9 백이 흩어져 있습니다. 그중의 동해의 울릉도, 남해의 제주도, 서해의 강화도를 3대 도(島)라고 합니다.

문; 각도(各道)의 이름은 어떻게 지은 것입니까?
함경도는 함흥과 경성의 머릿자를 딴 것이요, 평안도는 평양과 안주의 머릿자를 딴 것임과 같이 다른 모든 도의 이름도 다 각각 그 도 안에서 으뜸가는 고을 이름의 한 자씩을 떼어서 지은 것입니다. 다만 경기는 수도(서울)을 모시고 있는 특별지구라고 하는 뜻으로 따로 이렇게 부르는 것입니다.
[임성삼의 주(註); 충청도는 충주와 청주, 전라도는 전주와 나주, 경상도는 경주와 상주, 황해도는 황주와 해주의 이름을 딴 것이다.]

문; 도(道)라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도라 함은 무슨 방면으로 나가는 길이라는 뜻인데 이를테면 함경도라 함은 함흥, 경성 쪽으로 나가는 길이라함이요, 경상도라 함은 경주, 상주쪽으로 나가는 길이라 함입니다. 빨리 말하면 도는 곧 방향이라고 하는 셈입니다.

문; 우리나라의 산에 수효가 있다 하겠습니까?
우리나라는 세계에 유수한 산악국이니까 비행기 같은 것을 타고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온 나라 안이 콩멍석 편 것 같아서 그 수효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고 하겠지요. 그러나 어떤 표준을 가지고는 수효를 말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그전 토지조사 때의 결과를 보건대 원래 높은 산이 많은 함경도와 평안도에서는 실지(實地)의 높이가 1천 m 이상되는 것과 다른 도에서는 5백 m 이상되는 산과 묏부리를 추린 것이 대강 3천 개 가량 됩니다.

문;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은 어딥니까?
첫째는 백두산(2744 m)이요, 둘째 관모산이요, 셋째 설령(雪嶺)인데 모두 함경도에 있으며 이 밖에도 함경도에는 이와 비슷한 높은 산이 수북하고

특히 관모산(2451 m)를 중심으로 하여 북으로 도정산(2201 m), 입석산(1982 m), 남으로 올산봉(2271 m) 등 2천 m 이상의 산악이 72나 되는 장백산맥(백두산의 장백산맥과 구별하기 위하여 소(小)장백산맥이라고도 함)은 천부(天府) 웅성(雄城)이 삼연(森然)히 나열한 것같아서 진실로 일방의 위관(偉觀)입니다. 근래 여기를 우리나라의 알프스라 일컫고 주을온천 계곡을 등산 입구로 하여 반도에 있는 산악 등산의 왕자적 코스를 삼는 풍(風)이 있습니다.

[임성삼의 주: 중국의 중원에서 높다는 산은 다음과 같다.

태산 1542 m, 화산 2200 m, 숭산 1688 m, 항산 2219 m

영국에서 가장 높은 산은 Ben Nevis산이며 높이는 1343 m이다.]

문;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명산을 말하자면 어디 어디라 하겠습니까?
옛날에 8 도 산맥의 조종(祖宗)이 되는 산이라 하여 12 종산(宗山)이라는 것을 정하니 다음과 같습니다.
삼각산; 서울의 북방, 일명 북한산, 836 m, 오악의 중악
백두산; 2744 m, 오악의 북악
금강산; 1238 m, 오악의 동악
지리산; 1915 m, 오악의 남악
오대산; 강원도 정선과 평창 사이, 1563 m
속리산; 충북 보은과 경북 상주 사이, 1057 m
원산; 함경북도 길주와 함남 단천, 2309 m
낭림산; 평남 영원과 평북 희천 사이, 2014 m
두류산; 평남 양덕과 함남 문천 사이, 1324 m
분수령; 강원도 평강의 서북, 1128 m
태백산; 강원도와 경북 사이, 1561 m
장안산; 전북 장수, 1237 m

12 종산 외의 것
묘향산; 평북 영변과 희천 사이, 1909 m, 오악의 서악
한라산; 1950 m
구월산; 황해도 은율과 신천 사이, 954 m
설악산; 1708 m

문; 4대 명산이란 것은 무엇입니까?
우리나라의 동서남북 사방에서 경치로써 대표되는 명산을 뽑아서 동 금강, 남 지리, 서 구월, 북 묘향을 4대 명산이라고 일컫는 일이 있습니다.

이 4대산을 두루 보고서 마지막 묘향산에 들어가서 산 서산(西山)대사(大師)가 이 4대산의 우월을 판정하기를

금강은 수이부장(秀而不壯; 빼어나게 아름답되 웅장하지 못함)하고,

지리산은 장이불수(壯而不秀)하고,

구월은 불수부장(不秀不壯)한데

묘향은 역수역장(亦秀亦壯; 빼어나게 아름답고 또한 웅장함)하니라 하였다는 말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임성삼의 주(註);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잘 기억해두었다가 직접 가서 확인하기 바란다. 서산대사의 안목과 자기의 안목을 비교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문; 우리나라에서 대표적 대천(大川)이라고 할 것은 어디 어디이겠습니까?
옛날에 5대강이니 9대강이니 12대수니 하던 것도 있지만 이것보다 근래 하천령으로써 중앙에서 직접 관리하기로 결정한 이른바 직할하천의 본류 20을 대표적 대천이라 함이 적당할 것입니다. 그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역면적             유로연장         주팩구역(舟區域)
압록강      62639 ㎢             790 km           989 km[유로연장보다 긴 것이 이상하다]
두만강      41243 ㎢             521 km           303 km
한강        34473 ㎢             482 km           302 km
낙동강      23860 ㎢             526 km           419 km
대동강      20136 ㎢             431 km           395 km
..........                                                [임성삼의 주; 아마도 작은 배의 항해 가능 거리인 듯]

III. 물산(物産)

문; 우리나라에는 얼마나 많은 동물이 삽니까?
우리나라의 지형이 길고도 변화가 많은 까닭에 동물의 수가 퍽 많은 편입니다. 척추동물이 모두 8백 71 종, 59 아목 가운데 포유류 89 종 4 아목, 조류 3백 50 종 48 아종, 파충류 21 종 3 아종, 양서류 11 종 4 아종, 어류 412 종이 있습니다. 이 척추동물이 모두 9 백 30 종류 가운데 아직 조선의 특산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85 종이니 조선 호랑이가 그 하나입니다.
곤충류는 9백여 종, 연체동물은 1백여 종이 조사에 들었는데 이 방면은 앞으로 차차 더 발견되리라고 생각됩니다.

문; 우리나라의 쌀에 대하여 말씀해 주시오.
우리나라는 어디든지 농업에 알맞아 예부터 농업입국으로 내려 오고 가히 개간함직한 땅은 벌써 경지화하여 산악국인 조선에서 경지의 전면적에 대한 비가 중부지방에 약 3 할, 남부지방에 약 2 할, 북부지방에 약 1 할에 달하며 전인구의 약 8 할 이상이 농민에 속하는 형편입니다.
[임성삼의 주(註); 현재 우리나라의 농민의 비율을 아는 사람은 나에게 알려주기 바란다. 2 할이 안될것이라고 생각된다.]
전 경작지의 3 할 6 푼이 논인데 기후와 모든 조건이 논 농사에 맞고, 또 농민도 거의 전력을 여기에 집주하다시피 하므로 쌀이 농업생산액 중의 첫 자라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쌀의 산출은 평년이면 약 2천 5백만 섬 가량이 되고 근년에 3천만 섬을 표준으로 하여 증산에 대한 계획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수리설비가 좀 더 완전하고 비료 생산이 제대로 되면 아마 이만한 정도는 난사(難事)가 아닐 듯도 합니다.
[임성삼의 주(註); 현재는 남한만으로 4천만 섬 내외를 생산하고 있다. 그당시의 인구와 지금의 인구를 비교하면 인구 일인당 생산량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가운데 3분의 2는 우리가 잡곡을 섞어 낭비(浪費)하고 3분의 1을 일본을 주로하는 외국에 팔 수가 있는데 이 밖에 시원한 수출품을 갖지 않은 우리로서는 이만한 분량을 수출함이 국가경제상 절대로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 즉 우리는 금후에 누가 시키기를 기다릴 것 없이 힘껏 쌀을 증산하고 또 그 소비를 절약하여 외국에서 생활상 절대 필수품을 사들이는 밑천을 삼아야 할 것입니다.
[임성삼의 주(註); 우리가 쌀을 먹는 것에 낭비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주목하라. 잘 못된 표현이다. 그러나 이런 표현이 당시의 지식인의 글에서 나올 정도로 우리의 외환 사정이 급박하였을 수 있다. 그 당시 일본은 전쟁에 진 후 1 년도 안되었으나 우리나라에서 쌀을 수입하여 먹고 있었다.]

문; 인삼에 관한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 중국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우리의 인삼의 가치가 다른 것에 비해 단연 높아서 보통 미국 인삼의 약 5 배, 동양삼(일본 인삼)의 약 10 배, 만주 인삼의 약 15 배가 표준이 된다고 합니다. ...

문; 석유는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습니까?
석유가 현대국가의 생명에 얼마나 중대한 관계를 가지는가 하는 것은 두 번 세계대전의 이면이 사실상 석유 쟁패전에 불외(不外)하느니라 하는 설까지 있음으로써 그 대강을 짐작할 것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석유가 우리나라에 없다 하면 어떻게 섭섭하고 있다 하면 어떻게 든든할는지 진실로 궁금하기 짝이 없는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안에서 유전을 발견한 사실은 물론 없습니다. 다만 조선에 석유가 있다는 소문은 벌써 옛날에 중국에 퍼졌었는데 송대의 저술인 "작몽록"이란 책에 "고려의 동방 수천리에서 맹화(猛火)유가 나니 뜨거운 볕에 돌이 달아서 나는 액이라 물에 들어가면 불길이 뻗치고 고기들이 다 죽느니라."한 것이 있으며 이런 것들을 받아서 명대의 박물학자 이시진은 그 "본초강목"이란 책에 쓰기를, "석유는 고려에서 나니 석암(石巖)에서 솟아서 샘물과 섞여 흐르며 빛이 검고 유황기운이 있는데 그곳 사람이 떠다가 등을 켜니 대단히 밝으며 그 그을음은 먹을 만드니 윤기가 송연(松烟)보다 낫더라."하여 분명한 말을 하였습니다.
이 말의 출처를 지금 밝힐 수 없고 본래 제동야인의 낭설일지 모르지만 혹시 무슨 근거가 있어서 다른 날 우리가 그 실물을 붙잡게 된다면 얼마나 다행이겠습니까?

IV. 풍속

문; 백의(白衣)를 입는 버릇은 언제 어떻게 생긴 것입니까?
우리 민족이 백의를 입는 것은 아득한 옛날부터 그러한 것으로 언제부터 임을 말할 수가 없습니다. 수천 년 전의 부여 사람과 그 뒤 신라, 고려와 조선의 모든 왕대에서 한결같이 흰옷을 입은 것은 그 때마다 우리나라에 와서 보고 간 중국사람의 기록에 있는 바입니다.
[임성삼의 주(註); 고구려의 벽화에 나오는 사람이 입은 것은 모두 무늬가 있는 옷이다. 점박이 무늬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무늬를 기억해 보자. 또한 바탕색도 있었다. 고구려만 독특하였던가? 백제의 경우는 어땠었는지? 부여와 직접 관계있는 나라는 고구려였는데 흰옷은 왜 신라가 이어받았었는지? 역사상의 이러한 의문에 대하여는 가볍게 대답하려 하지 말고 오랜 시간 질문을 가지고 있으면서 진실에 접근하려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질문이 우리가 가진 자료로 해결이 안되면 후대(後代)로 넘길 수도 있다.]

그러면 이러한 풍속이 어찌 생겼느냐 하건대 대개 우리 민족은 옛날에 태양을 하느님으로 알고 자기네들은 이 하느님의 자손이라고 믿었는데 태양의 광명을 표시하는 의미로 흰빛을 신성하게 알아서 흰옷을 자랑삼아 입다가 나중에는 온 민족의 풍속을 이루고 만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어디서고 태양을 숭배하는 민족은 모두 흰빛을 신성하게 알고 또 흰옷을 입기 좋아하니 이를테면 애급과 바빌론의 풍속이 그것입니다.
[임성삼의 주(註); 이런 접근 방법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집트와 바빌론의 일부 국가가 흰옷을 입은 것은 인정하나 그것을 태양 숭배와 결부시키는 것은 모순이 있다. 태양숭배의 거석(巨石) 기념물이 남아있는 영국이나 그 외의 나라에서 흰옷을 입었다는 증거는 없다. 그리고 이집트나 바빌론 같이 햇볕이 강하고 더운 나라에서 햇볕의 영향을 덜 받기 위해 흰옷을 입는 것은 당연하다. 태양 숭배의 개념으로는 태양의 아들이라고 스스로 일컫는 일본(日本; 글자 그대로 해의 근원)이 흰 옷을 입지 않은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
우리의 경우는 오히려 깨끗함을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간단히 설명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전 세계의 민족 중 깨끗함을 좋아하여 옷을 빨 때 바느질한 것을 떼어내고 분해한 후 세탁한 민족은 우리가 유일할 것이다. 흰 색깔은 또한 고귀함을 나타낸다. 로마의 원로원 의원의 옷은 항상 흰 색이었다.]

문; 흰 옷은 이 뒤에도 입는 것이 좋을까요?
풍속은 시대를 따라서 마땅하도록 변화하는 것이 원칙이니까 옛날에는 자랑삼아 흰옷을 입었다 할지라도 이미 흰옷이 경제적이 아니고 활동하기에 불편한 날에는 단연 그것을 버리고 더러움을 타지 않는 무색옷을 입어야 할 것입니다. 종교적이나 예식상으로 입는 옷은 따로 생각하려니와 일반으로 때를 가리지 않고 희게 함은 첫째 시대를 맞출 줄 모르는 어리석은 일이라 할 것입니다.
[임성삼의 주(註); 무색옷이 색이 없는 옷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둘 것. 사전적인 정의는 아래와 같다.

무색옷[-色-]【명】물감을 들인 천으로 지은 옷]

문; 두루마기란 웃옷의 내력은 어떠합니까?
우리나라에서는 그 전에는 사내의 웃옷은 소매가 넓고 엽구리를 터서 세 자락 혹 네 자락이 따로 돌게 지은 것이니 세 자락은 창옷이요, 네 자락은 중치막과 도포(道袍)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옷은 사방이 터져서 속옷을 가릴 수 없으므로 다시 사방을 둘러 막은 옷을 만들어서 웃옷의 밑받침으로 입고 또 집에 있을 때 간단한 웃옷으로 입기도 하니 이 옷은 사방이 막혔다 해서 두루마기라고 불렀습니다. 이렇게 두루마기는 밑받침옷이요, 웃옷이 아니었으며 다만 중치막이나 도포를 입지 못하게 한 상민계급에서나 할 수 없이 웃옷으로 입었던 것입니다.

고종 갑신년에 개화의 한 가지로 옷제도를 변통하여 넓은 소매와 너털거리는 자락있는 창옷, 중치막, 도포 등이 폐지되고 홀가분한 둘루마기가 밑받침 옷으로부터 웃옷으로 나오게 되고 이 뒤 약간의 연혁(沿革)이 있다가 갑오경장의 뒤에 확 퍼져서 누구나 다 입는 웃옷이 되었습니다.
[임성삼의 주(註); 위의 말이 옳다면 현재 사극(史劇)에서 나오는 고종 이전의 남자의 옷차림은 거의 틀리다는 말이 된다. 비교하기 위해 백과사전의 두루마기 항목을 첨가한다. 이것은 위의 설명과는 달리 좀 더 넓은 의미의 두루마기이다.

두루마기 COPYRIGHT (C)한국브리태니커회사, 1999
조선시대 사람들이 가장 오랫동안 보편적으로 입어온 저고리와 바지 위에 걸치던 겉옷의 일종.
북방계 민족이 방한(防寒)을 위해 상고시대부터 입던 옷에서 비롯되었으며, 〈삼국지〉 부여전의 기록으로 보아 부족국가시대부터 입었음을 알 수 있다. 고구려 벽화에 의하면 두루마기의 형태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소매가 넓고 길며 여밈이 직령교임식(直領交式 : 깃은 곧고 섶은 겹치도록 옷을 여미는 방식)인 것과 소매가 좁고 길이가 짧은 것이다.

삼국시대의 두루마기는 〈백제국사도〉·〈삼국사신도〉에서도 볼 수 있는데 여기에 나타난 삼국시대의 두루마기 형태는 비슷하다. 상하에 모두 두루마기를 착용한 데에는 방한 이외에도 의례가 더 크게 작용한 듯하다. 고려시대에는 백저포(白苧布)로 이어져 착용되었고 조선시대까지 이어져 철릭·창의(衣)·도포(道袍)·중치막·학창의(鶴衣)·심의(深衣)·답호처럼 다양하게 발전했다. 조선시대 초기의 두루마기는 목판깃·칼깃·옷길이가 종아리에 오고 소매도 좁고 품이 상당히 넓은 두루 막힌 옷이었는데 둥그레깃이 되고 무와 옷고름이 첨가되어 오늘날과 같은 두루마기로 정착되었다. 여름에는 모시홑단두루마기, 봄과 가을에는 목면두루마기, 겨울에는 솜을 두어 만든 솜두루마기와 누비두루마기를 흔히 입었다. 두루마기는 매우 널리 입혀졌고,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하층민까지 보편화되었다. 그후 고종(高宗)대에 도포가 비활동적이라는 이유로 좀더 단순화된 두루마기가 평상시의 예복이 되었다. 개화기에 착용하기 시작한 두루마기는 이미 복제에 대한 신분상의 구분이 없어졌다.]

문; 조선의 음식만드는 법에 무엇이 가장 유명합니까?
첫째 고기 구이가 예부터 유명하며 요즘 말로 하면 방자 고기, 산적, 섭산적 같은 것이 부여, 고구려 시대에 크게 발달하여 중국으로 들어가서 중국의 음식내용에 혁명을 일으켰다고 하는 터입니다.
원래 부여, 고구려는 북방 추운 지방의 나라로 기름기를 많이 먹게 된 관계가 있기에 저절로 짐승을 많이 잡고 또 그 고기를 다루는 솜씨가 특별히 발달했던 모양입니다.

둘째는 고기나 생선이나 다른 물건에 밀가루와 계란을 씌워서 지지는 전유어(煎油魚; 근래 튀김이라고 하는 것 따위)의 종류니 중국에서는 이 법이 조선에서 시작하여 저의 나라로 들어간 줄 믿어서 지금 중국말에 전유어를 "거우리"라고 하니 이는 고려 곧 우리나라라는 말입니다.

이밖에 취나 상치 같은 나물 잎에 밥을 싸 먹는 쌈이란 것도 우리나라에서 난 독특한 것으로 고려시대에 이 법이 원나라로 전하여 크게 유행한 일이 있습니다.

문; 약주(藥酒)라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술을 대접하여 말할 때 약주라 하고 특별히 다른 술에 대하여 맑은 술을 약주라고 함은 얼른 보기에 이상합니다. 그러나 물건 이름에 약(藥)자를 붙이는 실례를 보건대 약밥이란 것은 여러 가지 재료로써 가장 별미(別味)로 지은 밥이요, 약과(藥果)란 것은 귀중한 감을 써서 훌륭하게 만들어낸 과자를 말하는 것처럼 약주란 것은 술 가운데 좋고 맛난 것이라는 의미를 나타내는 말로 보면 맨 술을 가지고 약주라고 하게 된 까닭을 깨달을 것입니다.

문; 우리나라 술의 유명한 것은 무엇이 있습니까?
가장 널리 퍼진 것은 평양의 감홍로(甘紅露)니 소주에 단맛나는 재료를 넣고 홍곡(紅穀)으로 밝으레한 빛을 낸 것입니다.
[임성삼의 주(註); 나도 잘 모르는 술이다.]
그 다음은 전주의 이강고(梨薑膏; 생강 강, 살찔 고)니 뱃물과 생강즙과 꿀을 섞어 빚은 소주입니다.
[임성삼의 주(註); 여기 언급되는 술 중 이것만이 현재 시판되고 있다.]
그 다음은 전라도의 죽력고(竹瀝膏; 거를 력)니 푸른 대를 숯불 위에 얹어 뽑아 낸 즙을 섞어서 고은 소주입니다.

이 세 가지가 전날에 전국적으로 유명하던 것입니다. 이 밖에 금천의 두견주, 경성의 과하주처럼 부분적으로 또 시기적으로 좋게 치는 종류도 여기저기 꽤 많으며 뉘집 무슨 술이라고 비전(秘傳)하는 법도 서울, 시골 퍽 많았습니다마는 근래 시세에 밀려 대개 없어지는 것이 매우 아깝습니다.

문; 떡 이야기를 하여 주십시오.
떡의 종류가 많고 또 솜씨 좋기로는 서울만한 데가 없으며 첫째 대궐을 갖고 있고 크나큰 집들이 솜씨를 경쟁하는데서 저절로 발달한 것입니다. 그러나 천연(天然) 자료(資料)와 기후 등의 관계로 특별히 이름을 얻은 것이 각지방에 더러 있으나 우선 연안의 인절미가 그 하나입니다. 대저 연안, 배천에서는 좋은 찹쌀이 나는데 이것을 정성들여 만들어서 남다를 풍미를 갖게 된 것입니다.
금강산에서는 석이(石耳)와 잣을 두어 만드는 꿀편은 서울서도 따라 가지 못한다 하고 함경도 깊은 두메로 들어가면 귀리를 섞어 만든 절편이 유난히 매끄럽고 질겨서 먹을 만하니 이런 것은 다 풍토에 맞춰 생긴 것이요, 다른데서 흉내내기 어려운 것입니다.

문; 지방적으로 유명한 음식은 어디 무엇입니까?
이루 다 말하겠습니까만 서울은 그만 두고 개성의 엿과 저육( 肉), 해주의 승가기, 평양의 냉면과 어복장국, 의주의 대만두, 전주의 콩나물, 진주의 비빔밥, 대구의 육계장, 회양의 곰의 기름정과, 강릉의 방풍죽, 삼수갑산의 돌배말국, 차호의 홍합죽 등이 다 사방에 이름난 것입니다.

문; 편쌈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보통으로는 돌을 던져 승부내는 장난을 편쌈이라고 하게 되었습니다. 한자로는 석전(石戰), 또는 척석희라고 부르며 옛날에는 무예연습의 하나로 힘쓰던 것이었습니다.

돌 편쌈은 고구려 옛날에 세초마다 나라의 설도로 이를 거행하여 사기를 격동하기에 이바지한 사실이 그때 사기에 적혀 있으니 유래가 오래고 또 의미가 깊은 것입니다. 고려시절과 이씨조선 전기에는 단오의 놀이로 시골이나 서울서 이를 거행하였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다시 세초로 치켜 올라가서 근세 서울에서는 온 서울을 동서 두 편으로 갈라서 큰 성벽으로써 해마다 굉장한 편쌈을 거행하고 나중에는 돌 싸움 끝에 몽둥이 싸움까지 하여 용장(勇壯) 쾌활(快活)하게 승부를 내어 일년 동안의 화제를 만들어 내곤 하였습니다. 러일 전쟁 후 일본인의 간섭으로 말미암아 차츰 싱거워지다가 한일합방과 함께 아주 없어졌습니다.
평양 지방에서는 편쌈이 없어진 뒤에도 오랜 전통이 있기 때문인지 돌팔매질이 숭상되고 신기(神技)에 가깝다 할 만한 능수(能手)가 끊이지 않아 지금도 예와 같음은 재미있는 일입니다.

편쌈은 얼마큼 잔인한 의사도 있을 법한데 국민의 용기를 일으킴에 큰 도움이 되었으며 임진왜란 중에는 팔매질꾼의 힘으로 적을 물리친 일이 종종 있어서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는 국민(國民) 연성(鍊成)의 일면을 짓던 것입니다.

V. 명일

[우리의 모든 명절, 즉 설, 대보름, 2 월 초 하루, 한식, 삼 월 삼질, 4 월 파일, 단오, 유두, 백중, 한 가위, 9 월 9 일, 10 월 상달, 개천절, 동지에 대한 어원(語源)과 그 날 즐기는 방법을 알려준다.]

VI. 역사

문; 우리나라 역사는 어떠한 것입니까?
우리나라의 민족과 사회와 문화가 언제부터 어떻게 발전하여 오고 생장하여 나가는가를 조리있게 연구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역사입니다. 옛날에는 역사라 하는 것이 제왕과 특권계급과 정치와 전쟁과 문학의 기록밖에 되지 않았으나 지금 역사에 있어서는 이런 것도 모르는 체하지 않아 대개는 뒷줄로 세우고 민족의 생활과 문화의 변천에 관한 사실이 앞줄로 나서게 되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그전에 바로 큰 일삼아 기록하던 사실을 지금은 하찮게 대접하거나 또 아주 모르는 체하고 말기도 하며 그 전에 돌아보지 않던 상스러운 일을 도리어 소중하게 떠받드는 것도 많습니다. 한편 갸륵하다던 일이 싱거워지기도 하고 그르다던 일이 옳아지기도 하는 것처럼 비판의 표준이 아주 달라지는 예도 무수합니다.

또 시속(時俗)에 이것저것 옛일을 많이 아는 것을 역사지식이라고 하는 일이 있지만 이것은 군더더기 이야기지 역사라는 것이 아니요, 역사라고 하자면 반드시 그 사실의 원인과 결과를 실제로 밝혀서 조리가 분명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역사라는 것은 우리나라의 모든 것의 발달에 대한 조리있는 기록이라야 하는 것입니다.

문; 우리나라 역사의 큰 줄기를 간단하고 알기 쉽게 말씀하여 주시오.
[임성삼의 주(註); 네 쪽으로 우리나라의 역사를 요약하였다.]

문; 일본 사람이 또한 그 기업[실제로는 역사]의 장구(長久)함을 자랑하는데 거기 비교해 말하면 어떻습니까?
[임성삼의 주(註); 이 분은 일본 점령하에서 오랜 기간을 살았으니 일본 사람과 문화와 생각에 대하여는 거의 완전히 알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일본은 치우친 바다 위의 외로운 섬으로서 그 역사란 것이 마치 그네들의 만드는 "목판위의 석가산(石假山; 정원 등에 돌을 모아 쌓아서 만든 산)과 같고 그네들 상담의 "상자에 담아 둔 색시"와 같으니 그들의 자랑과 욕이 한 가지 궤짝 속의 것이요, 인류적 흥미와 세계적 의미로써 의논할 가치가 없습니다만 그네들이 말하는 바 국토가 남의 발길에 짓밟혀 본 일이 없다는 등 왕실의 계통이 하나로 내려왔다는 등 하는 것이 사실이라 하여도 그것이 그리 대단할 것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을 뺏어야 보탬이 될 것 없고 그것을 안 가져야 결함될 것 없으니까 대륙의 풍운이 거기까지 미칠 리가 없어서 비교적 온전하게 지낸 것이지 제법 천하의 득실에 긴절(緊切)한 관계가 있으면 누가 무서워서 손을 대지 못하였겠습니까? ... 비꼬아서 말하면 역사무대의 버림치가 돼서 한 구석에 무사히 남아 있었다는 것이 무슨 자랑이겠습니까? 혹시 원나라가 두 번 침입하였으나 이(利)를 보지 못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지만 원나라 군사가 상륙하였던 지방에서 [일본이] 참혹하게 패한 자취를 보면 원나라가 약하거나 일본이 강한 것 아님을 알 것이며 더구나 원나라의 실패가 일본사람 때문이 아니라 공교로이 큰 바람에 배가 다 엎어져서 후방연락이 끊겨진 것에 불과하니, 오죽해야 저희 깐에는 신령님의 주신 바람[신풍; 가미가제]으로 이겼다고 하지 일본이 강했다는 말은 감히 옮기지 못하지 않습니까?

조선은 땅이 천하의 요충에 처하여 무릇 대륙에서 큰 활동을 하는 민족이나 나라는 먼저 여기를 조처하여 놓지 않으면 안되므로 그런 때마다 우리나라는 사나운 무리의 흉악한 짓밟음을 당한 운명에 처하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4천 년의 역사란 것이 실상 대륙의 모든 강대하다는 민족과 쉴새 없는 씨름을 해 나온 기록입니다. 만일 우리민족이 웬만큼 약했다고 하면 그 동안 몇 번 없어졌거나 아주 사라져버리고 말았을지 모를 것이지만 이 가운데서 온갖 풍운을 다 겪으면서 나라와 백성이 제대로 지녀 나왔다고 하는 것은 진실로 세계역사에 유례를 찾아보지 못하는 일대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페르샤도 결딴나고 로마도 망하고 청나라 같은 민족조차 녹아 없어진 것을 보시오. 더 핍절하게는 유럽의 발칸 반도가 어떻게 흥망무상한 운명에 울고 있음을 보시오. 우리나라가 남은 것이 심상한 일이라 하겠습니까?

가령 일본으로 하여금 우리나라와 같은 처지에 서게 한다면 그 접시굽 같은 소견과 팩한 성미에 나라와 백성이 벌써 어느 옛날에 없어졌을는지 모를 것입니다.
[임성삼의 주(註); 여기의 "접시굽 같은 소견과 팩한 성미"의 의미와 요즈음 우리가 우리를 스스로 비하하여 "남비 근성"이라고 하는 내용이 동일한 것이 아닌가 한다. 남비라는 말은 일본어에서 온 것이다. 이 "남비 근성"은 일본 사람의 근성에 가깝고 우리의 근성은 "은근과 끈기"라고 생각한다. 우리 스스로가 자기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는가? 벌컥 배를 가르는 것을 자랑으로 삼는 나라가 남비 근성이지 어찌 우리가 남비 근성인가? 스스로 남비 근성이라고 생각하는 소수의 몇몇 사람이 스스로 남비같이 소리를 내고 다녀도 가만히 멋대로 떠들도록 놓아두는 우리는 은근과 끈기를 가진 민족임에 틀림없다.]
...
일본의 만세일계(萬世一系)를 천이나 만을 곱쳐 가지고 와도 우리나라의 백절불굴(百折不屈)하는 가운데 의연히 자주독립하여 왔음에는 비하지 못할 것입니다.

문; 우리나라 역사의 그 다음 특점은 무엇입니까?
우리나라 역사에 보이는 또 한가지 큰 특점은 운명에 굽히지 않는 끈덕짐으로 이러한 성격은 갖가지 사상(事象)에 나타나 있거니와 더욱 국민적 지조를 굳이 지키는 위에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하나는 나라가 멸망한 경우에 새 정권에 굴복하지 않고 기어코 옛나라의 부흥을 생각하며 아무리해도 도리없는 경우에도 여전히 그 전 나라의 백성이라는 생각을 갖고 나가는 태도입니다.

저 백제와 고구려가 신라와 당의 연합군에 멸망당한 뒤에 두 나라 백성의 고국흥복운동이 오래도록 끊이지 않다가 고구려의 유민은 발해의 새 나라를 만든 뒤에 그만 둔 것이 그 일례이며, 또 발해가 거란에 멸망당한 뒤에도 발해 유민(遺民)의 부흥운동이 기회있는 대로 고개를 쳐들어 정안국, 흥요국, 대원국 등이 서로 이어 일어난 것도 그 일례며 또 그 방향을 바꿔서 고려가 흥망된 뒤에 송도의 백성이 5백 년 일관으로 이씨조선에 대하여 불복하는 태도를 지니고 왔었음과 최근 일본의 도적질 정권이 궁흉(窮凶) 극악(極惡)한 방법으로써 탄압을 더하고 동화를 강요하였으나 조선인의 저항이 조금도 쇄한 일이 없고 그대로 반발하여 나왔음 등이 또한 그 일례입니다.

또 하나는 외국의 어떠한 강압이 닥쳐 올지라도 결코 겁을 먹거나 기운이 꺾여지지 않고 어디까지 내어 받아서 도리어 그를 꺾으며 하는 수 없이 형식으로 굽히게 될지라도 반항정신은 갈수록 날카로와지는 태도입니다.

고구려의 을지문적이 수에 대하여, 개소문이 당태종에 대하여서는 ... 기어코 되받아서 거꾸러뜨린 것이 그 일례며,

고려의 요와 금에 대한 것도 그러려니와,

더욱 몽고가 천하를 석권하는 형세로 반세기 가깝게 탄압을 더 했지만 끝내 무력에는 굽히지 않고 도리어 평화로운 방법으로 서로 친화하게 되었음이 그 일례며,

[임성삼의 주(註);

정말 그 당시 전 세계를 제패한 몽고군을 수 십년 간 막아낸 것은 우리 한민족으로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몽고는 이 기간의 4 분의 1의 기간으로 몽고에서 서양의 폴랜드까지 점령하였다.
이러한 항전을 단지 몽고가 바다에 약해서 막아낼 수 있었다고 해석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 구(舊) 강화대교의 길이는 694 m이다. 다리의 길이는 강화도와 육지 사이의 바다의 너비보다는 길므로 이 거리 이내의 강을 몽고가 건너지 못하였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청천강은 빼고도 강화도 대안까지 다다르기 위하여는 압록강, 대동강을 넘어야 하고 이 강의 도강(渡江)점에서의 너비는 1 km를 넘는다. 이 강 외에도 몽고군은 중국의 황하와 양자강을 건넜다. 이런 몽고군을 막은 것은 우리의 무력이 몽고군을 막을 만큼 강했기 때문이지 단순히 강화도가 섬이기 때문인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우리의 항전으로 많은 백성이 몽고군에게 살해당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강화도에서 술과 사치와 안일로 일관했던 것처럼 말하나 이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만일 그런 안일한 태도로 몽고군에 대항하여 수십 년을 저항할 수 있을 정도로 약한 몽고가 유럽까지 모두 점령한 것이 된다.

또한 몽고에서 유럽까지의 수 많은 나라들은 강화 해협의 600 m보다 더 큰 강이 없어 점령당하였다는 논리가 되거나, 큰 강이 있은 경우 우리보다 더 부패해 있어서 몽고에게 점령을 당하였다는 논리가 된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보다 더욱 격렬하게 저항하여 몽고군이 그 나라 사람들의 해골로 산을 만들 정도로 보복을 했다는 말이 된다.]

조선시대에 들어온 뒤에도 임진왜란에 활로써 총을 막아 나라의 목숨이 압록강을 한금 밖에 안 남겼으면서도 7, 8 년 악전을 견디면서 최후의 승첩을 거두고 말았음이 그 일례며,

더욱 정묘, 병자의 두 번 호란에 적약한 나라로서 신흥한 세력을 대항하는 처지에서 조금도 의기가 꺾이지 않고 나중에 임금은 부득이한 굴복을 면하지 못하였으나 일반 민심의 만청(滿淸)에 대한 반항심은 수백 년에 변함이 없었음이 또한 그 일례입니다. ...

비록 대세가 결정하여 가히 피치 못할 운명임을 인식하면서도 불의(不意) 무리(無理)한 압력에 대하여는 초(超)이해(利害)적 반항을 항구히 계속하여 염증낼 줄을 모름이 조선인의 집요(執拗)한 일면이요, 이것이 역사위에서 일종의 독특한 국민정신적 강인(强靭)력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임성삼의 주(註); 만일 우리 모두가 남비와 같이 쉬 끓고, 변하는 특성을 가졌다면 남비론에 대해 별 감응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특질이 그렇지 않고 집요한 면이 있어 쉽사리 움직이는 것을 지극히 싫어하므로 남비론을 들먹이면 우리의 자존심이 크게 상하는 것이다.]

문; 우리나라의 민족성을 말씀하여 주십시오.
역사를 통하여 우리나라 사람의 민족성을 살피면 그 장점이라 할 것은 낙천적이요, 결벽성이요, 내로(耐勞), 결핍하고, 견인(堅忍)지구(持久)하고, 무용(武勇) 선투(善鬪)함 등이요, ...

VII. 신앙

VIII. 유학

IX. 여러 가지 종교

X. 어문(語文)

문; 우리나라 말은 언어학상 어떤 종류에 속합니까?
세계인류의 언어는 수백 가지가 넘지만 그 생김새의 유표한 점을 살펴 보면 대강 세 종류로 갈라 붙일 수 있다고 학자가 말합니다.

하나는 말이 하나하나 따로 떨어져서 말 그것에는 성질이 나타나지 않고 글을 만들어 놓아야 비로소 문법상의 관계가 드러나는 고립어란 것입니다. 이를테면 "明(명)"이란 말이 글자로는 부사인지 형용사인지 동사인지가 분명치 않다가 神明(신명; 신의 밝음), 燈明(등명; 등의 밝음)에서는 명사요, 日月明(일월명; 밝은 해와 달)에서는 형용사요, 天明(천명; 하늘이 밝다), 明德(명덕; [임성삼의 주; 밝은 덕이라고 할 때는 형용사이나, 덕을 밝힌다라는 말로 사용할 때는 동사로 사용될 수 있다. 4 서 중 '대학'의 첫 문장에서 동사로 사용된 예가 있다.])에서는 동사로 드러남과 같습니다. 중국어 외에 서장어 등이 이 언어에 속합니다.

둘째는 말의 몸뚱이에 발을 달아서 이렇게 저렇게 필요한대로 변통하여 쓰는 교착어란 것입니다. 이를테면 "사람이 길을 걷는다"하는데 "이", "을", "다" 하는 발이 사람, 길, 걷이라는 몸뚱이에 붙어 한 글월을 짓는 따위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吐(토)달이 하는 말입니다. 우리나라 말이 이 교착어에 붙는 하나요, 동무에는 만주어, 몽고어, 일본어, 우랄 알타이어, 드라비다어 등이 있습니다.

셋째는 말의 의미를 변화시키는 부분이 그 말의 뿌리에 들어 붙어서 그 일부분을 이루고 변화하는 대로 말의 아랫동이 이렇게 저렇게 꺾이는 굴절어란 것입니다. 이를테면 영어에 책을 "북"이라고 하는데 여러 책을 나타낼 때는 "북스"가 되고 ... 글쓴다 하는 "라이트"라는 말이 시간 관계의 변화를 따라서 다른 모양을 만드는 따위입니다. 유럽 여러나라의 말이 대개 이 종류에 속합니다. 자세하게 갈피를 찾아서 이 밖에 한 두 자리를 더 베푸는 일이 있지만 세계의 주요한 언어는 이상 세 종류 가운데 대개 수용됩니다.

문; 우리나라 말은 얼마나 오랜 淵源(연원)을 가졌습니까?
우리 민족이 세계에 있는 퍽 오랜 민족의 하나인 만큼 그 언어도 심히 유구한 내력을 가진 것입니다. 그것은 우랄 알타이 어족에 붙는 여러 민족 가운데 우리나라만큼 역사가 오래고 국토가 흔들리지 않고 사회와 문화가 連綿(연면)하여 끊어지지 않은 민족이 없으며 또 우리나라만큼 말 수효가 많고 문법이 분명한 나라가 없음을 보아서 말의 연원이 또한 그만큼 심원할 것은 짐작할 것입니다.

[임성삼의 註(주); 주제가 약간 다르나 브리태니커에는 중국어의 문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중국어에는 문법이 거의 또는 전혀 없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이것은 문법이 인칭(人稱)·격(格)·수(數)·시제(時制)·태(態) 등에 의한 굴절(어형변화)을 갖는다는 좁은 의미에서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중국어도 다른 언어와 마찬가지로 부분 부분이 정연하게 정리된 형태로 조립되어 있다. 또 언어의 형성에 규칙적인 구조가 있다. 어순(語順)에는 형용사-명사, 동사-목적어, 주어-술어라는 기능적인 중요성이 있으며 품사의 구별이 있다. 즉 중국어에도 문법이 있는 것이다."

이런 개념과 우리의 정연한 문법을 비교하면 우리가 중국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 우리가 우리말의 근원을 찾아 올라가면 그 어떤 것은 엉뚱하게 아득한 옛날 시절에 가서 닿는 것이 있으니 곧 인류가 최초의 발생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모여 살고 아직 멀리 퍼지지 않았을 때에 쓰던 말로 인정되는 말이 우리말 가운데서 발견되는 예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태양과 광명신을 고대 우리말에 "밝" 또는 "밝안"이고 하였는데
[임성삼의 註(주); 고구려 백암성의 백, 박혁거세의 박, 백두산의 백도 이 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진어에 태양을 "뱌칸"이라 하고, 중국에서는 일조(日照)의 신을 발(魃; 가뭄 귀신 발)이라 하고, 인도에서 광명신을 "바르나"라 하고, 셈 민족은 태양신을 "빠알[성경책의 바알]"이라 하고, 바빌로니아인은 태양신을 "빌"이라 하고, 이집트에서는 태양을 "퍼"라 하고, 그리스에서는 태양신을 "아폴론"이라 하고, 로마에서는 천주(天主)의 아들인 불의 신을 "불칸"이라 하고 북구에서는 태양신의 이들인 생식신을 "프리가"라 하여 우주 지고의 광명신에 대한 여형[어원?]이 모두 일치하는데 이렇게 넓은 범위에 있는 각시대, 각민족간의 일치는 인류사의 최고시대에 공동으로 쓰던 말이던 것을 사방으로 분산할 때에 각개 갖고 나간 것이라고 생각할 밖에 적당한 설명이 서지 않습니다.
[임성삼의 註(주); 이와는 다르나 우리말의 물을 뜻하는 옛말인 갈에 대해 논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갈대는 물에서 나는 대나무이고, 갈매기는 물에서 사는 매와 비슷한 새이다. 구름은 갈에서 변화한 것이다. 중앙아시아의 큰 호수 "바이칼"호의 칼은 갈의 변형이고, 심지어 아메리카의 "나이아가라" 폭포의 "가라"도 그곳 인디언 말로는 물을 뜻하는 것이라 한다.]

XI 과학

[우리나라의 천문학, 의학(원시, 삼국, 통일신라, 고려, 조선의 시대 별로 요약), 수의, 법의학, 농학(農學)에 대한 설명이 있다.]

XII 문학

끝.

君子는 不以言擧人하며 不以人廢言이니라
- 논어 위령공편 -
군자는 어떤 사람의 말이 훌륭하다고 그 사람에게 일을 맡기지 않으며,
또한 어떤 사람이 나쁘다고 그 사람이 한 말을 버리지 않는다.

육당이 잘 못한 일이 있어도 그가 의도하였던 좋은 개념은 받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